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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아쿠] 어때, 나랑 연애할래? 본문

문호 스트레이독스

[츄아쿠] 어때, 나랑 연애할래?

Fong 2017. 4. 16. 23:57

!! 폭력 및 유혈묘사 (츄야->모브, 다자이->아쿠타가와)가 있습니다. !!


아쿠타가와 오른쪽 전력 60



마땅히 그래야하는 방식대로 사랑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널 사랑했어. 절망적으로.


로랑스 타르디외 - 영원한 것은 없기에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모자를 고쳐 쓰고 장갑을 끼고 옷을 껴입고 방문을 나서자 여전히 영문 모를 붕대를 감은 다자이가 답지 않게 아이를 데리고 왔다. 벌써 사고를 쳤다고 하기에는 생각보다 큰, 그러나 비쩍 마른 아이였다. 눈빛만큼은 흉흉하게 살아 있어서 그의 출신지를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애들을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해명하라는 표정으로 다자이를 바라보았다. 아이에 대해서도 궁금했지만, 지금부터 두 사람에게 떨어진 일이 있는데 나갈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다자이의 태도가 더 궁금했다. 다자이는 나카하라를 향해 평소처럼 품에 칼을 품었으면서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것 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주워왔어. 오늘부터 내 부하야.”

“아 그래? 그런 건 안 궁금한데 지금부터 일 나가야 하는 건 기억하고 있냐?”

“에에, 그 정도 츄야 혼자서도 할 수 있잖아?”


잘 부탁해, 라며 말을 남기고는 그 아이를 데리고 가버렸다. 마치 난 지금 이 아이 때문에 바쁘다는 것을 말하려는 듯 했다. 그 뒤에 대고 야! 라고 소리를 질러보았으나 돌아본 것은 그 소년뿐이었다. 결국 그날의 일이 끝날 때 까지 다자이는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다.

그 뒤부터 다자이는 그 소년을 자신의 애완동물이라도 되는 양 끌고 다녔다. 애완동물이라 칭한 이유는 그야말로 그가 다자이 옆에서 하는 일은 별것 없었다. 라쇼몽이라는 이능력으로 적을 무차별적으로 찢어발기고 다자이에게 혼이 났다.

예쁘게 말해서 혼이 났다 표현할 뿐이지 다자이는 훈육을 넘어선 폭력을 휘둘렀다. 곁에서 보는 다른 부하들이 시선을 돌릴 정도로 무자비하게 몸을 휘둘렀다. 일을 할 때에도 이렇게 움직이면 참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자이는 여전히 거침없었다.

그 아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고 일어나며 다자이를 따랐다. 저 정도 이능력이 있는데 대체 무엇 때문에 다자이에게 저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다니는지가 의문이었다. 물론 저 정도 이 능력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저것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실용적이게 다루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나카하라는 과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다자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눈치 빠른 다자이는 얼마 가지 않아서 나카하라와의 일에는 그 소년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은 다자이가 그 자신의 몸에 그 소년을 훈육하고 온 자국들을 남겨오지 않는 이상, 그 소년이 그림자조차도 본 적이 없었다. 본부를 지나다닐 때도 좀처럼 만나지 못했던 그 소년을 만나게 된 것은 다자이가 최연소 간부가 되고 나서부터였다.


“츄야, 임무 나가?”


최연소 간부의 타이틀을 달고 난 후의 다자이는 더 유유자적하게 자신을 꾸미고 다녔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을 들이대는 것처럼 말하며 표정과는 달리 유난히도 침착한 눈으로 나카하라를 보았다.

다자이야 나카하라에게 아직도 제 발로 뛰어 다니느냐며 놀리러 온 속셈일 것이다. 그러나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손에 감긴 붕대에 약간의 피가 묻어 있는 것과 구두와 바짓단에 유난히 많이 묻은 흙먼지를 보며 혀끝을 찼다. 경멸하는 표정으로 다자이를 보자 다자이가 웃었다. 다자이는 예리한 나카하라의 분석력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너 또 애 팼냐?”

“패다니, 어쩜 그렇게 무서운 말을 해. 그냥 훈육이었을 뿐이야.”

“아동학대범들이 다 그런 말 하는 건 알고 있냐?”


거들떠보기도 싫다는 나카하라의 표정을 본 다자이가 소리 내어 웃었다. 자신이 데리고 온 소년의 이름도 아직 모르면서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 가소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카하라는 그런 부분 덕에 주변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자이도 잘 알고 있으며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왜? 신경쓰여?”


나카하라는 대답하지 않고 다자이를 지나쳤다. 꼴도 보기 싫었다. 일부러 빠르게 걸었더니 저 멀리서 다자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쿠타가와군,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츄야 먼저 가버린다?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얼굴 한쪽이 부어있는 그 소년, 아쿠타가와가 보였다.

처음에 보았을 때 보다는 혈색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깡마른 체구였고 나카하라와 비슷한 키였다. 검은 코트에 팔락거리는 셔츠를 입은 아쿠타가와가 나카하라와 눈을 마주치고는 꾸벅 인사했다. 그리고 나카하라의 뒤를 따랐다.


“배신자 처리, 잘 부탁해.”


그러고 보니 다자이의 아래에 있었던 놈이었나, 오자키쪽의 정보도 빼돌렸던 놈이 정말 간이 제대로 부은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의 돈을 쥐어 주었기에 정보를 쉽게 넘겨준 것인지 나카하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 소년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라는 이름을 가졌다. 나카하라가 조금이라도 아쿠타가와의 편을 들면 억울하다는 듯이 ‘처부수는 것 외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서 폐차장에서 일하는게 가장 적격인 능력’ 이라고 했던 것 만큼의 능력이었다. 해외로 도주하려던 차를 반파 시켰다.

가족이 함께 타고 있었던 차였는데, 그 남자는 비겁하게도 가족을 두고 도망가다가 대기하고 있던 나카하라에게 붙잡혔다. 그리고 그대로 본부로 끌고 갔다. 나카하라는 아쿠타가와의 손에 그 배신자를 넘겨주며 보고는 자신이 할테니 먼저 심문을 진행하라고 했다. 아쿠타가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요동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째서, 배신하셨습니까?”

“나, 나는 배신한게 아니야! 나도 속은 거라고! 너도 봤잖아 내 아내도 아이들도 있는데 내가 왜 그랬겠어!?”


배신자를 심문한다 하기에는 너무 차분해서 일부러 연기를 하는 것 같이 들려왔다. 지하에 들어선 순간 풍겨올 할 피냄새도 진동하지 않았다. 정말 말로만 심문할 생각인 건가, 그 위력을 생각하면 굳이 힘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이렇게 평화적인 방법으로는 일주일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

나카하라의 발소리에 아쿠타가와가 깜짝 놀라며 나카하라쪽을 돌아 보았다. 들켜선 안될 것을 들킨 아이마냥 동요하고 있었다. 나카하라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켜서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아쿠타가와는 나카하라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애도 부인도 버리고 도망가던 놈이 누구더라? 응?”


일부러 아쿠타가와를 쳐다보지 않고 기둥에 묶인 배신자를 향해 시선을 두었다. 분하게도 나카하라보다 키가 컸다. 사실 키는 별 상관없었다. 이미 이곳에 온 이상, 목숨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야기이다. 이 배신자도 잘 알고 있는 것일 텐데, 아쿠타가와에게 목숨을 구걸하다니.

나카하라가 주먹을 휘둘렀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괴상한 신음소리가 났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리와 함께 피가 몇 방울 떨어졌다. 다른 곳을 공격받는 것 보다 얼굴이나 머리를 공격받는 것이 몇 배는 더 공포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에 일부러 힘을 뺄 필요는 없다. 게다가 어차피 묶여 있다.


“그래서, 누구한테 팔았는데?”


나카하라가 심문을 빙자한 고문을 계속할 동안 아쿠타가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줄곧 뒤에 서서 나카하라의 등을 보다가 나카하라와 그 남자의 신체가 접촉하는 소리가 들리면 눈을 감았다. 고통에 가득찬 신음소리와 둔탁하게 신체에 울리는 소리, 뼈가 부러지는 소리들 사이로 간혹 말소리가 들렸다. 그가 빼돌린 정보들과 누구에게 팔았는지에 관한 것들이었다.

자신이 들을 정보를 전부 들은 나카하라가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깊게 빨아드리자 메케한 담배냄새와 함께 피 냄새가 났다. 이젠 익숙해진 피 냄새는 오히려 담배를 태울 때 함께 나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생각 될 정도였다.


“어이, 아쿠타가와 너도....”


새하얗게 질린 아쿠타가와가 나카하라를 보고 있었다. 배신자를 처분하는 일은 처음인가? 그럴 리가 없다. 그동안 다자이가 처리한 수는 두 자리 수를 넘어갈 정도다. 이 상황 자체가 공포로 다가오는 모양이었다. 몇 년을 굴러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 정상이긴 했다. 아쿠타가와처럼 아직 깊숙하게 내부에 스며들지 않은 사람일수록 더욱 모를 것이다.

그나마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내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카하라는 자신이 문 담배가 전부 탈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아쿠타가와 역시 움직이지 않고 나카하라와 그 남자를 번갈아가며 볼 뿐이었다.

담배를 끝까지 태운 나카하라가 담배를 바닥으로 던졌다. 이미 피로 흥건한 바닥은 굳이 짓밟지 않아도 알아서 불씨가 사라졌다. 나카하라가 목을 좌우로 움직이자 굳어졌던 근육들이 무시무시한 소리를 냈다.


“나중에 커피라도 사.”


툭 던지듯 아쿠타가와를 향해 입을 연 나카하라는 같은 두 번째 심문에 들어갔다. 첫 번째 보다 편했다. 생각보다 술술 입을 열어 주었고 아쿠타가와는 정신을 차렸는지 말한 것들에 대해 기록했다. 더 이상의 가치가 없어진 남자는 살려달라고 빌었다.

나카하라가 얼굴을 걷어차고 총구를 겨누자 그 남자는 아쿠타가와의 이름을 간절하게 불렀다. 언제부터 그렇게 친한 사이였는지는 나카하라의 알 바가 아니었다. 균일한 세 번의 총소리가 끝난 후에 그곳은 정적으로 휩쌓였다.

분명 휩쌓여야 했다. 마치 불안하게 울리는 아쿠타가와의 숨소리가 가득히 울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털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보는 것 만으로도 지친 표정이었다. 그래, 이게 가장 정상적인 사람의 반응이지.


“일어설 수 있겠어?”


나카하라가 피에 젖은 장갑으로 손을 뻗으려다가 흠칫, 하고 떠는 아쿠타가와를 보고는 서둘러 장갑을 벗어 내밀었다. 걱정을 잔뜩 담은, 포트 마피아에 들어온 이후로 아마 살아있으면서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다정한 얼굴이었다. 상냥한 살인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같은 살인자이면서도 등 뒤에서 볼 때는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살인자였다가 자신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상냥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아쿠타가와가 나카하라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이질적이게도 따뜻한 나카하라의 손에 차가운 아쿠타가와의 손이 닿았다. 그렇게 겁을 먹은 걸까, 다자이보단 덜 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관적인 생각인 모양이었다. 아니면 아쿠타가와는 이쪽 일은 할 그릇이 못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내가 했지만, 언젠가는 너 혼자 할 날도 올거야.”


결국 커피는 나카하라가 샀다. 아쿠타가와에게는 핫초코를, 자신은 아메리카노를 시켰다가 결제 직전에 라떼로 바꾸었다. 받아온 음료를 아쿠타가와의 앞에 두며 입을 열었지만 여전히 혈색이 좋지 않았다.

동정하고 있나, 아니면 동일시하고 있나. 언젠가 다가올 폭력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전부터 받았던 폭력으로 생각하는 것인지는 나카하라도 몰랐다. 그야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한 것이니까. 당연했다.


“사람을 죽이는 건 무섭지 않습니다.”


따뜻한 핫초코를 양손으로 감싼 아쿠타가와가 입을 열었다. 변명하는 말투였다. 절대로 자신이 무능하지 않다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은 합리적이었다고 온 몸으로 나타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입술은 떨어지지 않아서 몇 번이고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이런 쪽이 익숙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런 건 익숙하지 않는 쪽이 좋지.”


사람이라면, 무감각해지는 것 보다 낫다. 포트 마피아도 인간인 이상 당연한 것이었다. 아마 다자이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죽은 사람을 보며 같은 꼴이 되고 싶냐는 이야기를 내뱉었을 것이 뻔하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두렵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좋았다.

포트 마피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언가가 결여된 사람들 투성이다. 누군가는 도덕심이 없어졌고 생명을 해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거나 총소리가 더 이상 시끄럽지 않다거나 자신처럼 싸움이 즐겁다거나 하는 사람들뿐이다. 그래서 사람을 고문하는 것이 두려운 아쿠타가와에게 더 마음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쿠타가와도 언젠가 피 냄새가 나지 않는 흡연이 익숙하지 않은 자신처럼 모든 것에 무뎌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차피 계속 포트 마피아에 몸을 담글 생각이라면 굳이 익숙해지지 않은 것을 억지로 들이 밀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하게 되는 것들이다. 편식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먹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니까.

그 이후로 나카하라와 아쿠타가와는 배신자의 처형에 자주 엮였다. 이것이 다자이의 의도인지 아니면 정말 우연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거의 매번 똑같은 절차를 밟았다. 나카하라가 자백을 받아내면 아쿠타가와는 그것을 기록했다. 그리고 나카하라가 사는 핫초코를 마시고 이야기를 했다. 그 시간들은 생각보다 즐거워서 아쿠타가와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위해서라면 하루에 몇 번이라도 배신자의 처형에 가담할 생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연히 얌전히 아쿠타가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지하로 내려갔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맞는 소리가 났다. 고통을 씹어 삼키는 소리가 아쿠타가와의 것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너는 고물이라는 거야.”


기둥에 매달린 배신자가 아닌 아쿠타가와에게로 향하는 다자이의 주먹이 휘둘러졌다. 잠시 휘청거리는 사이에 깔끔하게도 복부를 걷어차 기어코 바닥에 널부러지게 만들었다.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아니, 원래 그런 놈이었다. 아쿠타가와의 앞에서는 항상 지독한 인간이었다.


“츄야, 내가 이러라고 너랑 붙여놓은 줄 알아? 배신자에게 동정해서 뭐해. 이미 우리를 배신했는데.”


다시 힘겹게 일어나는 아쿠타가와의 머리위로 무참히 다자이의 구두가 올라갔다. 한 번 더 지면에 얼굴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기침소리가 들렸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피와 함께 텨져나온 기침이었다.

다자이와 아쿠타가와 그리고 자신만 있는 자리였다면 당장이 몸을 날렸겠지만, 오늘은 다자이의 부하들이 있었다. 아무리 전 파트너라 하더라도 간부의 행동에 손을 대는 일은 용서되지 않는다. 게다가 다자이의 부하의 일에 나카하라가 참견할 권한도 명분도 없다.


“아쿠타가와군, 누가 널 동정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마치 나카하라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처럼 들려 화가 치밀었다. 나카하라가 참지 못하고 나서려는 순간, 다자이가 다시 자신의 구두로 피로 얼룩진 바닥을 짚었다. 소매로 입가를 닦으며 아쿠타가와가 일어섰다. 다자이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지금까지 츄야가 대신 했다는 건 다 알고 있어. 시범은 충분하니 이제 실습을 해야지.”


계단에 멈춰서서 그 상황을 지켜보는 나카하라를 보며 다자이가 어깨를 가볍게 으쓱 하며 웃었다. 다자이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부하들이 나카하라를 보며 가볍게 목례했다. 나카하라가 말없이 계단에서 내려오고 다자이는 적당해 벽에 등을 기대고 섰다.

시작해, 차갑고 묵직하게 떨어지는 목소리에 아쿠타가와가 배신자의 앞으로 다가갔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코트가 괴기한 생물체처럼 변해 배신자를 향해 돌진했다. 나카하라는 아쿠타가와의 뒷모습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눈을 감은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정말 몇 번이고 본 덕분인지 아쿠타가와는 단번에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단조로운 목소리로 질문만을 내뱉었고 고통을 견디지 못한 그는 순순히 입을 열었다. 나카하라는 내심 그가 끈질긴 사람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유난히도 피가 많이 튀었다. 저 정도면 쇼크로 사망하거나 과다출혈로 죽을 것 같았는데 용케도 살아 있었다. 아마 목숨이 붙어있는 것이 겨우 일 것이다. 너덜너덜해진 사람을 보며 모든 심문을 마친 아쿠타가와는 마른기침을 쏟아냈다.

다자이는 그 흔한 칭찬 한 마디도 없었다. 기침이 멎은 아쿠타가와가 다자이를 돌아보았다. 이제 자신의 일이 다 끝났다는 얼굴로 바라보자 다자이는 옆에서 묵묵히 바라보던 나카하라를 보았다. 무표정하고 잔뜩 가라앉은 날카로운 표정이었다.

나카하라를 보자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역시나 그랬나. 사람이 너무 좋은 것도 탈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놀려먹을 것들이 넘쳐나지. 다자이는 여기서 웃으면 진짜 나카하라에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웃음을 집어 삼키며 말했다.


“츄야, 총 좀 빌려줘.”


나카하라가 인상을 쓰고 홀스터에서 총을 꺼냈다. 보고 싶지도 않은지 시선은 여전히 앞을, 아쿠타가와에게 고정시켜놓고 손만 움직였다. 이것 조차도 예상했던 바였다.


“나 말고, 아쿠타가와군에게 줘.”


잠시 멈칫하던 나카하라가 씹어삼키듯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개새끼, 아니면 저 망할 놈. 그것도 아니면 씨발. 뭐 이정도일 것이다. 나카하라의 표정보단 아쿠타가와의 표정이 더 가관이었다. 지금껏 본적도 없는 잔뜩 동요한 표정으로 나카하라를 보았다.

아쿠타가와는 심장이 너무 뛰어서 터져나올 것처럼 불안하게 숨을 내뱉었다. 나카하라가 인상을 쓰며 자, 하고 건내주는 총을 떨리는 손으로 받았다. 총을 받은 아쿠타가와는 나카하라를 한 번 보고 다음에 다자이를 보았다. 그러다 총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다자이에게로 옮겨갔다.

죽여, 하고 다자이가 말한 것 같았다. 아쿠타가와는 배신자를 처리하는 방법 중 가장 먼저 배운 방법을 최대한 건조하게 떠올렸다. 먼저 기둥에 달린 사람을 끌어내리고 팔을 뒤로 묶었다. 그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와 튀었다.

그리고 머리를 걷어차고 죽기 직전의 숨을 내뱉으며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사람의 가슴을 향해 세 발을 쏘았다. 총소리가 멎자마자 다자이는 금세 자리를 옮겼다. 하품을 하면서 다음이 어디더라? 라며 옆의 부하에게 자신의 일정을 물었다.

아직도 온기가 남은 시체를 지나 피투성이가 된 아쿠타가와가 나카하라 쪽으로 다가왔다. 사용한 총을 건네주었다. 덜덜 떨리던 손에서 나카하라가 총을 받기도 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인 피웅덩이에 나는 소리에 아쿠타가와가 자신의 아랫입술을 짓이겼다.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는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고통스럽게 끝으로 몰고 가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피가 마르고 목이 건조해지며 그 사람이 내뱉은 고통의 소리가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총을 주워서 피를 닦아서 넘겨줘야 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나카하라가 안아주기 전 까지는 분명 생각하고 있었다.


“아쿠타가와, 너 연애 해본 적 있어?”


이 상황에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나카하라 스스로도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영영 붙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입을 열었다. 그저 빨리 카페에 가서 아쿠타가와의 손에 핫초코를 들려주고 싶었다. 굳이 배신자를 처리한 날이 아니더라도 사주고 싶었다.


“연애를 하면 대부분 좋은 일들이 생겨. 예를 들면,”


나카하라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아쿠타가와의 얼굴에 튄 피를 정성스럽게 닦았다. 남색 손수건에 물든 피는 더 짙은 남색을 만들어 낼 뿐이었다. 물에 담가 빨아내기 전 까지는 그 손수건에 묻은 것이 피인지 물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점이 좋았다. 깨끗하게 얼굴을 닦은 후에는 일회용 물티슈처럼 내팽개치고 아쿠타가와의 뺨을 쓸었다.


“일단, 이런 표정을 짓게 하지는 않고.”


그리고 동그란 뒤통수에 나카하라의 손이 닿았다. 그리고 아쿠타가와의 이마가 자신의 어깨에 닿도록 끌어당겼다. 담배냄새와 피냄새, 그리고 은은하게 퍼지는, 두 향기에 비하면 지나치게 향기로운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아쿠타가와는 그 지나치게 향기로운 냄새를 나카하라의 냄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울고 싶을 때는 잔뜩 울게 해주지.”


나카하라의 손이 아쿠타가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고생했어, 라고 속삭여주는 말에 울컥, 하고 울음이 차올랐다. 나카하라가 힘있게 껴안아 주자, 항상 억눌렀던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아쿠타가와는 울음을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울었다.

한참 후에야 울음이 멎었다. 훌쩍거리는 아쿠타가와에게 건낼 손수건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무엇으로 얼굴을 닦아줄까 생각하다가 바지 주머니에 넣어 둔 냅킨을 떠올렸다. 조심스럽게 닦아주려 했으나, 젖은 눈으로 자신을 보는 아쿠타가와를 보고는 모든 생각을 그만두었다.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때, 나랑 연애할래?”


고백하기에 적합한 장소는 아니었다. 피 냄새도 나고, 아쿠타가와도 잔뜩 운 상태이고, 앙숙 때문에 속이 뒤집어졌던 직후이기도 하고. 하지만 얼굴을 본 순간 그런 것들은 전부 잊어버리게 되었다. 아쿠타가와가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이다.







초반에 나카하라가 냐냐 하는게 너무 너무 거슬리는데 적절한 표현이 없네요..orz


정말 쓰고 싶었는데 오늘도 촉박한 시간...ㅠㅠㅠㅠㅠ

피폐한건 좋아하는데 유혈 폭력을 사실 잘 못써요 그거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제가 너무 끔찍하거든요...((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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