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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아쿠] 밤은 아름답고 너는 반짝였다. 본문

문호 스트레이독스

[츄아쿠] 밤은 아름답고 너는 반짝였다.

Fong 2017. 5. 28. 21:57

아쿠타가와 오른쪽 전력 60


내가 먼저 빠졌다.

만만하게 봤는데

목숨보다 깊었다.


전윤호, 물귀신





밤은 아름답고, 눈부시고, 화려해서 눈이 멀 것 같았다. 어둡고, 잔혹하며 추악한 곳에서 바라보는 빛은 그랬다. 밤의 불빛들은 더러운 것들을 덮었다.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반짝이는 포장지 위에 둘러진 고급스러운 리본과 같은 것들이었다.

포트마피아는 포장지의 안쪽면과도 같다. 요코하마를 가장 빛나게 만들어 주기 위해 모든 것을 감싸 더럽고 욕망덩어리인 그것들을 충족시키고 긁어모았다. 이제는 긁어모은다는 표현보다는 큰 사업이라는 쪽이 더 어울리는 규모였지만, 어쨌거나 포트마피아는 여전히 긁어모으는 일에 더 집중했다.

기업을 능가하는 자본은 갖추었으나 그 모양새는 기업과 거리가 멀었다. 가령 미성년자라도 간부로 임명하여 사람을 서슴없이 죽이며 장기말 정도로 생각한다거나, 애초부터 장기말로 굴릴 재목과 조금 오랜 시간동안 키워낼 인재를 알아보아 써먹는 것에 유리했다.

그곳에서 나카하라라는 후자에 속한 인물이었다. 그러기에 간부까지 올라오지 않았는가. 물론 이 과정들에서 자신을 돌보아 주었던 오자키의 영향이 없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일을 끝내고 찬 밤바람을 맞으며 기침을 하는 아쿠타가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보스는 아쿠타가와를 버릴까? 아니면 키워낼까? 버릴 도구로는 이미 많은 것들을 알고 있고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포트마피아의 아쿠타가와라는 말만 들어도 벌벌 떨지 않던가. 그러나 키울 사람이라 생각하면 속도가 너무 더뎠다.

왜 이렇게 아쿠타가와에 관한 생각을 자기가 나서서 하고 있는지 나카하라 스스로도 잘 몰랐지만, 만약 아쿠타가와가 버려질 장기말에 속한다 하면 나카하라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아쿠타가와는 유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어려웠다. 이유도 몰랐다.

속도가 조금 더딘 이유는 아마 다자이를 찾아다닌 본인 탓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임무에 실수가 나온 적도 없었다. 오히려 다자이가 없어지고 난 후에 더 탁월하고 우수한 성과를 내보이고 있지 않는가. 실제로 저 난리통에서 한 명의 남자를 이능력으로 끌고 나왔다.

잡아야 할 사람이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왼쪽 어깨를 이능력으로 관통시킨 상태로 질질 끌려왔다. 아쿠타가와가 나카하라의 앞에 그 사람을 내려놓았다. 정확하게는 패대기쳤다. 나카하라의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부하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달라붙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도망가지 못할 것 같았다.

빼돌린 무기를 밀매하려 했던 주범이었다. 그곳에서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끌려온 남자뿐이었다. 아쿠타가와는 기침이 멎지 않아도 차가운 밤바다 같은 모습으로 남자를 내려보았다. 밤안개 눈으로 나카하라에게 보고했다.


“빼돌린 무기는 전부 회수했습니다. 일부 이미 타 조직으로 넘어간 것 같아 바로 조사를 지시했고 규모는 약 40명 남짓이었고 전원 죽였습니다.”

“거래하던 조직은?”

“나고야와 나가노쪽의 조직입니다. 그 쪽은 가명으로 거래해서 정확한 조직은 조금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로등의 조명에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가 사라졌다. 남자는 덜덜 떨고 있었다. 나카하라가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한번 짓밟았다. 알아낼 건 다 알아낸 것 같은데, 왜 굳이 데려왔을까. 혹시나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을까봐? 섣불리 죽였다가 무슨 말을 들을지 몰라서? 다자이 같은 능력은 아무나 가진 것이 아니다. 지독하게도 굴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간의 침묵에 아쿠타가와의 눈이 조금씩 떨려왔다. 간부로 막 취임한 나카하라의 입에서 무슨 말이 떨어질지 몰라 긴장하는 모양이었다. 다자이는 이런 아쿠타가와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모든 일을 자신있고 완벽하게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상관 앞에서만 작아지는 모습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모두가 다자이와 같은 부류라고 생각하는 걸까? 다자이야 워낙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으니 아마 더 앞을 생각하고 호되게 꾸짖었을지도 모르지만, 나카하라는 달랐다. 이 이상의 완벽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엄한 집안에서 자란 뛰어난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보기에는 모든 것이 완벽한데, 제 부모가 만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기가 죽어있는 아이를 보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적절한 해결 방법은 칭찬밖에 없겠지. 아쿠타가와는 앞으로도 자주 볼, 자주 보고 싶은 상대이니 하나하나 쌓아간다는 생각으로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말없이 다가간 나카하라가 아쿠타가와 쪽으로 손을 뻗자 크게 움찔, 하고 놀랐다. 그 정도는 예상했던 반응이기에 그다지 큰 타격은 받지 않았다.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감겼던 눈이 나카하라와 마주했다.


“잘 했어.”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게, 다른 손으로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남자를 끌고 본부로 향했다. 그들은 알아서 빠져준 것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아쿠타가와가 어떻게 간부를 혼자 두고 갈 수 있나, 라는 생각을 하는 동안 나카하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놀랐냐?”

“아, 아ㄴ... 예.”


어느 쪽이야, 라며 살짝 웃으며 이야기하자 아쿠타가와가 당황했다. 이정도의 칭찬도 해준적이 없던 걸까. 결국 다 두고 떠날 생각이었으면서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놓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나름 쓸만하다고 생각해서 데려온 아이가 아니었나. 마음에 들어서 데리고 온 것이 아니었나.

버림받은 동물은 다시 거두어준 자에 대해 경계를 한다. 또 버려진다는 사실이 족쇄가 되어서 무엇이든지 비위를 맞추려 하고 눈치를 본다. 나카하라가 머리를 쓰다듬다가 부드럽게 내려와서 아쿠타가와의 귀를 만졌다. 장갑 너머로 전혀 온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저... 나카하라... 간부님...?”


겨우겨우 터져나온 소리에 나카하라가 손을 거두었다. 검은 도마뱀은 히로츠가 알아서 할 것이다. 어린 대장에게 그가 그리 많은 기대를 할 것이라는 생각지도 않다. 간부로서의 첫 일은 마쳤다. 아쿠타가와도 검은 도마뱀의 대장으로서의 첫 일을 마쳤다. 경사스러운 일 뒤에는 술이 가장 잘 어울린다.


“술 잘 마셔?”

“아... 니요....”


그래? 라는 대답을 한 나카하라는 가자, 하고 아쿠타가와를 불렀다. 이미 준비된 차에 올랐다. 그 질문이 지금부터 술 마시러 갈 건데 너를 데려가겠다, 라는 문장의 압축이라는 것은 술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것도 보스가 있는 자리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오, 이제야 왔군.”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일을 하다가 왔는데 뭘, 그리 고개 숙이지 않아도 괜찮단다.”


나카하라가 대표로 사과를 했다. 아쿠타가와는 이들의 앞에 자신은 늦었다는 사과조차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님을 알고 있다. 그저 나카하라를 따라 고개를 숙이고 오자키의 말이 떨어지고 나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보스인 모리는 가장 정면에 앉았고, 오자키는 오른쪽편에 앉았다. 나카하라와 아쿠타가와가 보스와 맞은편에 앉았다. 모리는 술잔에 담긴 술을 마시고는 평소에 앉아있는 것처럼, 두 손을 깍지낀 상태로 팔꿈치로 팔을 괴었다. 그 손 위에 턱을 올린 것이 아니라 입을 가리고 있는 사태였다. 

곧 점원들이 이미 음식이 차려진 작은 상을 가져와 두 사람의 앞에 두었다. 나카하라는 이 상황이 제법 익숙해 보였지만, 아쿠타가와는 당황스러워 보였다. 단 한 번도 이런 상황을 예상한 적이 없어 보였다. 아쿠타가와는 최대한 동요를 들어내지 않기 위해 나카하라 쪽으로 곁눈질을 하는 것 같았다.


“나카하라 군, 간부 취임을 축하하네.”

“보스께서 주신 자리이지 않습니까. 감사합니다.”


나카하라의 간부 취임 축하를 통해 아쿠타가와는 이 자리가 이번에 새롭게 바뀐 조직도에서 승격한 사람들을 불러 모은 자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불러 모았다 하더라도 얼마 되지 않았다. 다자이가 나간 자리에 나카하라가 올랐다.

포트 마피아에서 가장 과격하고 실적이 좋은 유격대, 검은 도마뱀은 원래 십인장과 백인장과 같은 몇몇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어 그들을 대표하는 보스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은 아쿠타가와를 검은 도마뱀의 우두머리로 앉혔다. 모리의 파격적인 인사는 이미 최연소 간부인 다자이로 인해 파격적이지 않게 되었지만, 이미 검은 도마뱀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히로츠가 아닌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아이를 앉혔다는 것은 작은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다자이는 모리의 직속으로 있을 때부터 유명했다. 아쿠타가와도 다자이의 직속으로 있어 이미 유명했었다. 다자이와는 다른 의미로 이름을 날렸지만, 다자이와는 격이 달랐다.


“아쿠타가와 군도 검은 도마뱀의 대장이 된 걸 축하하네.”

“... 네.”

“다자이가 없지만,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준 자리이니 마음껏 해 보게.”


저건 일부러 한 말이네, 나카하라가 슬쩍 아쿠타가와를 바라보았다. 아쿠타가와는 모리의 그 말에 조용히 넘어갈 줄 알았으나, 보스인 모리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 얼굴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사 표현이 가득했다. 다자이가 초반에 말했던 ‘요령 없는 애’ 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 말은, 다자이씨가 없는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아쿠타가와의 그 말에 웃으며 두 사람을 보던, 그나마 온기가 배여 있던 공기가 순간 싸늘하게 식었다. 잔뜩 날이 선 말에 나카하라는 물론이고 오자키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계속 웃던 오자키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기에 더 확연히 들어났다.

그러나 모리는 별다는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부터 언짢은 표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자키와 모리의 친분 덕에 사석에서 모리를 그나마 자주 보았지만, 그렇게 만만한 사람도 아니며 절대 100%긴장을 풀어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자네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다고 생각한다만.”


혼자 여유로운 모리가 술을 목 뒤로 넘기고 앞에 놓인 회를 입에 넣었다. 그것이 마음에 드는지 음식을 음미하기까지 했다. 아쿠타가와의 입에서 질 수 없다는 듯이 줄줄 나오는 말을 들으면서 한 행동이었다.


“확실히 저는 다자이씨가 아니었으면 지금은 없는 목숨입니다. 하지만....”


아쿠타가와가 입술을 깨물었다. 미간의 주름이 잡혔다. 나카하라 조차도 보스 앞에서 그 어떤 불합리하며 불가능한 명령을 들어도 무표정이 아닌 다른 부정적인 표정을 비친 적이 없었는데. 오늘 이러다가 정말 무슨 일이 나는 건 아닐까, 나카하라가 불안한 눈으로 아쿠타가와를 보았다.

이미 되돌리기엔 늦었다. 아쿠타가와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입을 막는 쪽이 더 나은 건가? 아니면 그냥 두는 쪽이 나을까? 가만히 두자니 조마조마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고, 그렇다고 막으려 마음을 먹으려니 아쿠타가와의 기세가 무서웠다. 자신의 말을 막으면 상관이고 나발이고 다 죽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제 이능력이 그 정도의 가치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 자리는 당연한 자리라는 말인가?”

“네.”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태도로 나왔다. 오만하다고 할 수도 있었으며 자신감이 넘친다고도 생각되었다. 오히려 당당하게 나오니 말리려던 나카하라는 되려 말문이 막혔다. 모리 조차도 그 발언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생은 이 이상의 식사는 무리이고, 술은 아직 마실 수 없으니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벌떡 일어나서 방 밖으로 나갔다. 자, 잠깐! 나카하라가 당황해서 일어나 붙잡으려는 것을 모리가 손짓으로 막았다. 이러다가 내일 죽는 거 아니야? 시체로 발견되는 건 아니겠지. 나카하라가 불안한 눈으로 모리를 보았다. 눈 한 번 깜박이는 것도 긴장이 될 정도였다.

모리는 아쿠타가와가 문을 닫고 떠나는 소리를 들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곳이라 아쿠타가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야 했으나 그 소리 마져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사실 나카하라로서는 그가 떠난 것인지 있는 것인지 알아차리기도 힘들었다. 얼마 후에 모리가 어깨를 떨다가 소리내어 웃었다. 바깥에 들릴 정도로 제법 크게 웃었다.


“과연 다자이군 에게 들은 대로군.”


모리가 빈 술잔에 술을 따르며 여전히 웃고 있었다. 모리가 이렇게 크게 웃는 것을 본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퍽 즐거워 보였다. 그런 모리를 보며 오자키는 한숨을 내쉬며 술잔을 비웠다. 


“다 알고 그런 말을 한 거군요?”

“몇 번 긁어둬야 잘 한다기에, 조언대로 한 것 뿐인데.”

“저 아이도 마음이 많이 상했을 텐데, 조금 심했다고 생각되네요.”


일부러 그런 말을 했고, 저런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모든 것이 의도된 행동이란 말인가. 괜한 긴장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럽게 긴장이 풀린 마음에 나카하라도 소리내어 숨을 내뱉었다. 마음 같아서는 병째로 마시고 싶었다. 그럴 수 없는 자리라는 것이 답답했다.


“츄야, 너무 괘념치 말거라. 오가이 님도 별로 마음 쓰지 않으시는 모양이다.”

“너무하네, 오지키군. 아무리 나라도 저런 반응은 조금 신경 쓰이지.”

“먼저 시작한 건 오가이 님 이시잖아요? 결과도 알고 있으셨으면서. 아이를 놀리면 좋은 어른이 아니랍니다.”


오자키가 놀린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듣고 아쿠타가와가 다자이로 인해 마음을 썩히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자신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긴, 그렇게 난리통을 치고 찾으러 다녔는데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슬픔을 뛰어난 분노가 아쿠타가와의 속이 쓰리다는 것을 잘 보여주지 못했을 뿐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얼른 하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부른 자리인데 말이지. 다자이군 에게서 이런 상황은 별로 좋아하지 않다고도 들었고.”


모리는 가끔 다자이에게 아쿠타가와에 관한 것을 물었다. 다자이는 쓸만하지 않은 아이, 라며 그의 나쁜 점들을 줄줄 늘어놓는 것을 잘 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대하는 것에 서투르다고 했다. 특히 모리 정도의 나이대의 남자를 어려워한다고 했다. 아마 유년시절의 학대에 따른 경험이 아닐까요, 라는 말을 덧붙였었다.

이 시간대의 식사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들었다. 매번 이 시간에 같이 식사를 하면 혼자 속을 개워내거나 밤새 앓아버리는 통에 좋지도 않은 체력이 더 안 좋아진다는 말도 했었다. 또 날것을 먹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고도 들었다. 이유는 몰랐지만, 먹여보니 그랬다는 이야기만 했었다.


“나카하라 군도 일어서도 괜찮네, 목표는 달성 했으니 말이지.”

“목표라 하심은....”

“아무리 보아도 저건, 다자이와는 연이 없어 보이지 않나?”


아쿠타가와가 들어나가 다자이를 찾는 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모리도 다자이를 찾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알지도 못했었다. 아무리 실력이 있고, 특이한 케이스라 하더라도 다자이는 배신자이다. 모리의 직속 부하였던 자를 수소문하지 않을 리가 없다.

다자이의 직속 부하였던 아쿠타가와를 의심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파트너로 엮였던 나카하라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포트 마피아에서 배신이란 용납되지 않는 행위이며 존재하지 않는 행위이다. 모리는 그것들을 이미 계산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후의 식사는 평범하게 끝났다. 오자키가 배신자는 잘 처리했는지 물었고, 나카하라는 아쿠타가와가 이끈 검은 도마뱀의 첫 실적이 완벽했다는 것을 보고했다. 그와 동시에 아쿠타가와가 향한 곳은 자신의 집이 아닌 포트 마피아 본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카하라는 식사가 끝난 후, 다시 포트 마피아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마무리 보고를 듣지 못했다는 이유로 돌아간다는 변명을 붙이자, 모리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포트 마피아에 도착하자 하나 둘씩 해산하는 검은 도마뱀을 볼 수 있었다. 함께 갔던 십인장들과 히로츠 그 옆에 나란히 선 아쿠타가와가 보였다. 나카하라를 알아 본 그들이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쿠타가와도 마찬가지였다. 나카하라가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인지 히로츠와 몇 마디를 나누다가 대회를 멈추었다.


“식사는 잘 하고 오셨는지요?”

“아아... 뭐, 그런 샘이지.”


히로츠가 먼저 나카하라에게 말했다. 아쿠타가와에게만 전달되지 않은 식사였다는 것은 아쿠타가와가 본부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갈 정도의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자이에게 들어온 모리의 이미지에 훨씬 가까운 행동이었다.


“아쿠타가와, 아까 있었던 일말인데.”

“네.”


멀뚱멀뚱 자신을 쳐다보는 표정에 무어라 말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보스를 대신해서 사과하는 것도 웃겼다. 나카하라의 은사는 오자키였다. 사과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도 없었다. 다자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는가? 자신이 섣불리 움직였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그, 서서 이야기 하는 것도 좀 그런데... 내 방으로 올래?”

“네.”


그렇다 하더라도 보스가 있는 곳에서 그런 태도는 좋지 않았다. 아쿠타가와의 직급이 가장 낮았던 자리였고, 아쿠타가와를 제외한 나카하라나 오자키가 모리와 그나마 친분이 있는 사이였기에 망정이지, 다른 부하들 앞에서 그런 행동을 취했다간 당장 그 자리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별다른 말없이 따라오는 걸 보면 한 소리 들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제대로 사고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 보스에게 이렇게 대놓고 나오는 사람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저렇게 맞먹어도 괜찮았던 사람은 다자이 정도였다. 그제야 다자이의 부하였다는 것이 생각났다.


“뭐라도 마시면서... 지금 뭐 먹기 좀 그렇다고 했었지.”

“음료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래? 라고 대답하고 나카하라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지금 기분으로는 커피나 홍차 같은 카페인이 들어있는 무언가를 마셔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알콜 섭취 후 카페인은 건강에 좋진 않겠지만, 한 두 번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커피... 아니, 홍차라던가? 아직 별로 갖춰 둔 게 없어서... 아, 주스가 있네.”


일부러 소리내어 말했지만 아쿠타가와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정말 아무거나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나카하라는 주스 한 잔과 인스턴트 커피를 탔다.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이 잘 배운 도련님 같아 보였다.

나카하라가 아쿠타가와쪽에 주스를 놓았다. 맞은편에 앉아서 아쿠타가와를 보았다.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좋을지 몰랐다. 달이 없는 맑은 밤하늘 같았다. 방의 조명으로 인해 검은 눈동자에 보이는 빛이 하늘을 수놓은 별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쿠타가와를 이렇게 가까이서 살펴본 것은 처음이었다.

너무 뚫어지게 본 것일까, 아쿠타가와 눈을 깜박이더니 나카하라가 준 주스를 마셨다. 너무 넋 놓고 보았다는 것을 자각하고 나카하라도 자신의 커피를 홀짝였다. 뜨거운 커피라는 것을 잊고 입에 대었다가 입천장을 데인 것 같았다. 하지만 티내지는 않았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 나한테?”


이런 전개가 아닌데, 그러나 아쿠타가와는 정말로 미안한 표정으로 나카하라를 보았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그 고운 얼굴에 미간이 살짝 구겨지고 시선을 45도 각도로 내리며 오른쪽을 보고 있으면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전에... 보스께서 보스가 입을 가린 상태로 술을 드시고 계시면, 그건 누군가를 놀리기 위한 자리라고 들었습니다.”


다행이라는 표정과 착잡한 표정이 섞인 이상한 감정이 섞여 나오는 말이었다. 그것을 가르쳐 준 것이 다자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다자이가 가르쳐 주었다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 조차 꺼려하면서도 사전정보 덕분에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가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말을 마치고는 또 한 번 주스를 마셨다.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래서 그 정도는 괜찮다고?”

“네.”


저 똑 소리가 날정도의 칼같이 단호한 대답에 나카하라는 긴장이 풀려왔다. 오늘 몇 번이나 같은 대답을 들었지만, 방금 들은 대답으로 고민하고 생각했던 자신이 가장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그런 자리를 만든 모리도, 그것을 알고 나온 아쿠타가와에게도 놀아난 기분이었다. 어쩌면 아쿠타가와가 아니라 자신을 놀리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을까.


“하... 진짜. 듣는 사람은 얼마나 긴장했는지 아냐?”


언제나 분노에 찬 모습이라거나 다자이로인해 굴욕을 맛본 상태 외에는 본 적이 없었기에 아쿠타가와가 이런 성격을 가졌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지, 애초에 대화할 기회가 너무 적었다. 오늘부터 조금씩 알아 가면 되겠지.

사람을 알아 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특히나 몰랐던 모습을 알게 되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일이다. 분명 처음에는 그 처절한 현장 속에서도 빛나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었다. 다자이는 그 처절함을 만들어내는 지배자의 모습이었다면 아쿠타가와는 그곳에서 빛나는 검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고요하고, 과묵하며 분노에 가득 차거나 열망으로 터질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이곳에는 그런 사람들이 넘쳐나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일에 관해서는 항상 다자이에게 꾸지람만 들었으니 그런 낮은 자세로 나아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카하라 안에서 쌓아왔던 아쿠타가와의 이미자와는 조금 다른, 당돌한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들기 보단,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훨씬 사람답고 재미있었다. 게다가 가볍지 않은 감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어질지도 모르는 감정이라 생각했으나 조금의 불안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카하라는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을 몰랐기 때문이다.






당돌한 아쿠타가와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자기 이름을 ‘디아볼로’ 라고 소개한 아쿠에게 입덕을 했던지라... 필시 그 성질 고분고분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 그나저나 츄아쿠가 아니라 츄야랑 아쿠가 나오는 글 같네요...ㅠㅠㅠ 


한줄 요약하자면 츄야 혼자 아쿠 동인 캐해석 쌓다가 본인한테 캐해석 와장창 당하는 이야기(?) 입니다.


이 글 언젠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도 너무 찾지 말아주세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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