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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 스트레이독스

[츄아쿠] 쇼핑을 하러 갈까요?

Fong 2017. 7. 1. 23:58

아쿠른 전력 60 


나는, 다음 생에서도

그 다음 생에서도 무엇으로든 

너와 가까이 태어나고 싶어.


/ 장연정, 눈물대신, 여행









회의가 끝나고 나카하라와 아쿠타가와는 자연스럽게 회의실을 빠져나와 각자의 갈 길로 가다가 주차장에서 만났다. 나카하라는 차를 갖고 있었기에 주차장으로 가는 것이 당연했지만, 아쿠타가와는 차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모두가 그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입에 담지는 않았다. 

약속한 것 처럼 차 앞에서 기다리던 아쿠타가와가 조금 늦게 도착한 나카하라에게 살짝 눈짓을 하고 차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기 시작했을 때, 나카하라가 입을 열었다.


"이제 혼자서 지내겠네."

"요즘 그거 때문에 집 알아보느라 조금 바쁘네요."


하기야, 일단 아쿠타가와는 지명수배자이니 계약하는 것도 직접 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통해 알아봐야 할 텐데, 라고 생각해 봤자 히구치 외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히구치가 이것저것 알아보는 것을 보고받는 것과 집을 정리하는 일에 바쁜 모양이었다.


"그냥 계속 거기에 사는 건 어때?"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 큰 것 같아서요."


단 하나뿐인 가족이 도쿄로 옮겨가는데 쓸쓸하지 않을리가 없다. 나카하라도 오자키와 같은 집에서 살다가 독립해서 나왔을 때 외롭다고 느끼기도 했었지 않던가.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키워 주고 가르쳐 주었던 오자키와 떨어져서 사는 것도 외로웠는데, 진짜 가족은 얼마나 힘들까.

혼자라 집에 들어가기 싫다며 밤을 샌 적도 있었던 아쿠타가와가 혼자 생활한다 생각하니 괜히 걱정스러워 졌다. 동시에 마음만 가득했던 것을 가볍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생각되었다.


"그럼 나랑 같이 살래?"


네? 하고 물은 뒤에 한박자 늦게 얼굴이 붉어졌다. 이제와서 부끄러울 것도 없는데, 라고 덧붙이려다가 눈을 굴리다가 무언가 말을 하지 못하고 입술만 달싹거렸다. 살짝 곁눈질로 보고 운전해서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노을이 아름답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예쁘네, 하고 감탄했다.


"그... 저...."

"아니 뭐 싫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아뇨! 그게 아니라...."


정말 소생이 그래도 괜찮을까요? 조심스럽게 물어오면서도 여전히 붉어진 얼굴이 귀여웠다. 당장 들어와서 살아도 괜찮을 정도로 준비해줄 수 있었지만, 집 안으로 들일 물건들을 하나하나 추려올 아쿠타가와를 생각하며 모든 것을 새로 사줄 마음을 눌러 참았다.

아쿠타가와는 생각보다 빠르게 며칠 안으로 집을 정리해서 나카하라의 집으로 들어왔다. 아쿠타가와의 짐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가제도구는 전부 처분했고, 옷과 신발, 속옷은 커다란 가방에 들어갈 정도로 갈무리 할 수 있었다. 책이라던가, 화장품이라던가 하는 것들도 정도라도 들고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자신의 물건이 없었다.


"정말로 이게 다야?"

"네... 원래 뭔가 갖고 있는게 별로 없어서...."


오히려 나카하라가 준비해둔 가구가 텅텅 비어 보일 정도였다. 외부로 출장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짐들이었다. 그렇다면 같이 채우는 수 밖에, 그렇게 마음 먹은 나카하라는 이사한 기념으로 요리를 하자며 아쿠타가와와 함께 집 밖으로 나왔다. 일단은 커플 머그컵부터 사고 싶었다.

차라리 이사를 가는 쪽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아쿠타가와 모르게 집안의 물건들을 버리고 아쿠타가와와 함께 고른 것들로 채워넣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을 뒤로한 나카하라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지하 식품매장이 아닌 위층으로 올라갔다. 의아한 표정으로 나카하라를 보았으나 묻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시선에 궁금증을 가득 담아서 묻고 있었다. 어디를 가고 있는 건가요? 라고 묻는 표정과 검은 눈동자로 나카하라만 보고 있었다. 그냥 물어도 괜찮은데, 푸흐흐, 하고 웃은 나카하라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같이 살게 된 기념으로 뭐라도 하나 사고싶어서."


깍지 낀 손등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었다. 네, 하고 대답하는 아쿠타가와의 대답이 작게 들려왔다. 식기가 한가득 진열된 매장을 이리저리 돌았다. 강렬한 원색빛의 머그컵부터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색감의 머그컵이라던가, 전통 문양이나 그림이 그려진 컵, 북유럽풍의 컵들을 전부 구경했다.

그 중에서 아쿠타가와가 가장 눈여겨 본 것은 꽃 무늬가 유명한 회사의 컵이었다. 흰 바탕에 화려하고 정교한 꽃무늬가 그려진 컵이었다. 머그컵 보단 커피잔에 가까운 것이었다. 때마침 두 잔이 한 세트였다. 그 커피잔을 한동안 바라보는 것을 말없이 보았다.


"이 컵은... 어떨까요?"

"좋네. 그걸로 할까?"


아쿠타가와는 그가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하는 것이 약간 못마땅했으나, 나카하라는 자신이 귀찮은 것이 아니라 아쿠타가와의 선택이라면 무엇이라도 좋다는 것을 알았기에 네, 하고 대답했다. 나카하라는 컵이 아닌 아쿠타가와를 보며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얀 컵에 반사되어 보이는 나카하라의 시선이 줄곧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을 알았기에 입을 열 수 있었다.

점원은 아쿠타가와가 고른 그 컵을 예쁘게 포장해서 건네 주었다. '예쁘게 사용하세요' 라며 웃는 얼굴에는 조금의 악의도 담겨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머그컵을 살 생각으로 왔지만, 컵받침이 있는 커피잔도 나쁘지 않았다. 시럽을 잔뜩 넣은 커피는 마셨던 아쿠타가와의 식성을 생각하다가 이제는 언제든지 함께 마주보고 차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해졌다.

거의 가져온 것이 없었지만, 함께 집안에 놓을 물건을 고르니 마치 결혼이라도 한 기분이었다. 헉, 그렇구나. 서류에 도장만 찍지 않았지 서로가 사랑하고, 같은 집에 살고, 같은 침대에서 자고 육체적 관계도 맺고 있었다. 같이 한다는 것은 룸쉐어를 한다는 것이 아니지 동거이지 않은가.

세삼스럽게 함께 산다고 말했을 때 긴과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 둘씩 생각나면서, 누군가는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었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은 사람도, 그럴 줄 알았다는 긴의 태도가 생각이 났다. 주변에서는 이미 단순한 룸쉐어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왜 그래?"

"아, 아뇨. 그냥...."


말 해도 괜찮을까? 정말로 되는 걸까? 물건을 골라 담던 나카하라를 보았다. 두 사람은 어느새인가 와인 코너로 와 있었다. 나카하라는 손에 와인을 들고 아쿠타가와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얼굴을 붉혀서 놀란 모양이었다. 아쿠타가와는 이미 카트에 담긴 와인 두 병을 보고 다시 나카하라를 보았다. 또 구매하시려는 걸까.


"그렇게 과음하시면... 몸에 안 좋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나카하라가 소리내어 웃었다. 알겠어, 라며 손에 들었던 와인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고 아쿠타가와에게로 돌아왔다. 계산대 쪽으로 카트를 돌리며 나카하라가 기분좋게 웃고 있었다.


"네가 그런 말 하니까, 왠지 결혼한거 같아서 기분이 좋네."


이런 생활이 내 일상이 되었다는 게 너무 꿈 같다. 나지막히 말하는 목소리에 아쿠타가와는 자신만 결혼한 기분이라는 생각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함과 동시에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하루하루 먹을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장을 보러 오고, 필요한 물건을 함께 구매하러 나오는 것들이 이제 데이트라는 이름이 아닌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엮여 나아간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커피잔을 품에 안고 돌아온 아쿠타가와는 조심스럽게 포장을 풀어내고 깨끗하게 닦고 나카하라와 함께 저녁 준비를 했다. 매번 손님으로 왔었던 공간에서 손님이 아닌 또 하나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사용했다. 딱히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아서, 나카하라는 된장국과 셍선을 구웠고 아쿠타가와는 계란말이를 했다.

저녁을 먹고, 나카하라가 먼저 설거지를 했다. 아쿠타가와도 뭔가 도와야 할텐데, 라는 생각을 했으나 몸이 무거웠다. 그래도 움직여야 할텐데, 라는 생각으로 나카하라의 뒤에서 멀뚱멀뚱 서서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을 느꼈는지, 나카하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커피 한 잔 마실까? 찬장에 허브티도 있어."


아쿠타가와는 그 말에 함께 골라왔던 커피잔을 떠올렸다. 금세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기뻤다. 커피 포트에 물을 넣어 스위치를 올렸다. 건조대에서 커피잔과 컵받침을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보기만 해도 좋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앞으로도 계속 이 컵에 커피나 차를 넣어서 나카하라와 함께 마실 생각을 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 번에는 무엇으로 일상을 매워 넣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느 한 쪽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에도 함께 있었던 기억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달칵, 하고 스위치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쿠타가와가 인스턴트 커피가 들어있는 커피잔에 따뜻한 물을 부었다. 허브티의 티백이 든 컵에도 물을 부었다.

그 사이 나카하라가 앉아서 아쿠타가와를 보고 있었다. 역시 서로가 없더라도 서로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물건은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액자를 사러 갈까요?"





오랜만입니다!!

타장르 원고를 하다가 이제서야 오게 되었네요...!!


뭔가 주제랑 다른 느낌이 살짝 들긴 하지만 곁에 머무는 무언가가 되고싶다 라는 생각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츄아쿠를 써서 그런지 감이.. 감이 잡히질 않아요..ㅠ.ㅠ.ㅠㅠㅠㅠㅠ...


소소하고 따뜻한 일상? 같은 느낌을 쓰고 싶었습니다.

동거 하면 칫솔 붙어 있어서 부끄러움 폭발하는 아쿠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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