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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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 스트레이독스

[츄아쿠] 첫사랑의 유예기간

Fong 2017. 10. 28. 22:26

아쿠른 전력 60


더 이상 당신을 원하게 되면 안 되는데

이대로 당신을 좋아하게 되어버리면 안 돼

오지은, 물고기





밤 공기가 차갑다. 차 안에 있을 때는 난방을 따로 하지 않아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는데, 막상 차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차가웠다. 쌀쌀한 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딱 차가운 음료수 한 켄을 삼킨 기분이었다. 담배라도 태워서 따뜻하게 데우고 싶은 마음에 담배를 꺼내자 곁에 있던 수하가 불을 내밀었다.

자연스럽게 불을 붙이려다가 입술에서 담배를 때고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지금 피우면 만족스럽기야 하겠지만, 뒷맛이 찝찝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사실 찝찝한건 혼자만의 일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나카하라 츄야는 한숨이 나왔다.


“...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야. 가자.”


웬일로 있는 총간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약간의 피향기를 머금고 포트 마피아 본부로 향했다. 4대간부가 아닌 이상 아마 대부분이 이런 상태일 것이기에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담배 한 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수준일 것이다. 오히려 흡연을 하지 않는 쪽이 더 눈에 나는 수준이다. 여기는 그런 곳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카하라 츄야가 일시적 금연을 선택한 이유는 그의 자리 때문이었다. 가장 중앙의 자리에는 당연히 보스가 앉았다. 조금 뒤로 물러난 곳에는 보스 직속 부대인 검은 도마뱀의 백인장인 히로츠와 대장이자 보스의 경호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참여한다. 그 바로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오자키 코요로, 4대 간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경호를 맡은 것이 나카하라 츄야였기에 두 사람이 붙어서 대기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사실 총간부회의가 정말 다들 모여서 각자 의견을 내는 자리는 아니다. 그저 구역에 관한 공식적 정리와 승진이나 새로운 간부를 임명한다거나, 전달사항을 낸다거나 하는 의례적인 연례행사 중 하나다. 분명 그런 행사였으나, 최근에는 요코하마 뿐만이 아닌 일본이 아닌 외부에서 나오는 세력들 덕에 한 달에 한 번은 소집이 걸렸다.

이렇게라도 옆에 붙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기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굳이 이것 밖에 기회가 없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게다가 오늘의 아쿠타가와는 더 흉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몸으로 휘청거리며 걷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어릴 때 빈민가에서 자라서 몸이 약하며 잘 먹지도 못한다면서 왜 키는 저렇게 클까. 유전자가 얄밉다.

단순한 부러움이 아니라 아쿠타가와보다 키가 더 크면, 적어도 동등하면 뭔가 조금 더 멋져 보이는 구석이라도 생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너는 너대로도 멋지단다, 라고 말했던 오자키의 목소리가 머리 한 구석에서 들려왔으나 역시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는 기준으로 생각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 여러 가지 신경을 쓰고 가고 있지만 정작 아쿠타가와에게 제대로 된 말 한마디 꺼내본 적은 없었다. 밥을 먹었냐고 묻기에는 너무 사소했고 친밀감이 형성되지 않으면 그저 형식적인 내용이 되어 버린다.

그야 아쿠타가와와 친해지고 싶다. 맛있는 것을 챙겨서 먹이고 싶지 않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저 챙기는 것을 잘 하는 다자이와 콤비였던 나카하라 간부님이 되어 버릴까봐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 모르고 번번히 ‘잘 지내고 있지?’ 라는 구남친의 새벽 메시지 같은 이야기나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오늘에야말로 조금 더 발전된, 관계증진을 위한 조금 더 영양가 있는 말로 한 발자국이라도, 아니 반 발자국이라도 좋으니까 가까운 관계가 되고 싶었다. 절대 형동생이나 의리가 아닌 연인으로서, 연애 상대로서의 접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나카하라 간부님은... 최근 몸이 안 좋으신가요?”


어, 나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그 전에 누가 누구보고 몸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인지. 잠시 상황이 파악되지 않아서 눈만 깜박거렸다. 뭐? 하고 평소와 같이 반응할 뻔 했다. 이곳은 간부회의가 진행되는 곳이다. 게다가 아쿠타가와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옆으로 붙어온 것을 보니 일부러 묻기 위해 다가온 것이 분명했다. 침착하게 대답을....


“딱히 그런 건 아닌데.”


그 말에 아쿠타가와가 빤히 나카하라를 쳐다보았다. 왜? 하고 되물어보자 되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나카하라의 쪽에서 무언가 말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말을 더듬었다.


“엇, 그....”


살짝 미간이 찌푸려지면서 동공이 흔들렸다.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슬쩍 옆에 선 나카하라의 표정을 엿보기도 했다. 나카하라는 그동안의 침묵을 기다렸다. 아쿠타가와도 아직 자신의 말이 정확한 맺음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근에 뵐 때... 담배 안 피우시는 거 같아서요. 혹시나 어디가 불편하신 건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남자가 담배를 안 피울 때는 정말 결심하고 금연했거나 애인이 싫어할 때 정도지, 예전의 자신의 스승이었던 그가 홀로 담배를 피우며 고독을 씹고있는 나카하라를 보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전에 그와 있을 때 내가 금연같은걸 할거 같냐? 라는 말을 했던 전적이 있음으로 아마도 후자에 맞는 말일 것이다.

나카하라도 아직 젊고, 포트 마피아에서도 꽤나 명성이 있고 실적도 있다. 연애를 하는 사람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렇구나, 하고 스스로 납득하고는 최대한 나카하라의 사생활에는 닿지 않도록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흡연자가 절대 다수인 폐쇄공간에서 자신의 옆 사람에게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별로 그런 거 아냐. 그냥 네가....”


네가 힘들어 할까봐, 라는 말을 그대로 뱉을 뻔한 나카하라가 말을 다시 주워 삼켰다. 위험한 순간이었다. 이미 네가, 라고 말해버린 이상 무언가 변명거리가 필요했다. 무언가, 무언가....


“나카하라, 잠깐 이리 와보겠니?”


때마침 오자키의 부름에 나카하라가 한발 뒤에서 오자키의 뒤에 섰다. 오자키는 작은 메모지를 접어서는 나카하라에게 건넸다. 뭔가 급히 필요한 것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서 받고는 조심스럽게 열어보자, 오자키의 필체로 쓰인 간결한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그렇게 말해서 어디에 쓰니?’

나카하라가 자신도 모르게 엇, 하고 입을 열자 오자키가 나카하라를 슬쩍 돌아보며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회의가 진행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설마 전부 들리고 있다는 건가. 게다가 나카하라의 의중도 이미 다 파악하고 있었다.

자리로 돌아온 나카하라는 입을 다물고 서 있었다. 오자키가 그럴 듯한 말을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샘이다. 오자키가 나카하라에게 말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초등학생도 아니었기에 아쿠타가와는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그 침묵은 회의가 끝남과 동시에 깨졌다.


“금연하는 건 아닌데, 안 피우고 오면 누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아쿠타가와를 보며 나카하라가 웃자, 잠시 벙찐 표정을 짓던 아쿠타가와가 얼굴을 붉혔다. 갑자기 어딘가 고장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더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오자키가 모리보다 빨리 일어났다. 그것을 본 나카하라가 오자키 쪽으로 다가갔다.


“다음에 또 보자.”


라는 말만 덩그러니 남기고 오자키와 함께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아쿠타가와는 나카하라와 같이 보스의 뒤를 따르면서 그 말의 의미를 곱씹기 시작했다. 안 피우고 오면 누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이 공간에서의 비흡연자는 적지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나카하라 주변 인물중에서 흡연을 하지 않는 자도 없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한 명씩 후보를 지워나가자 명확하고 선명한 답이 나왔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니?”

“누님은 언제부터 아셨어요?”


나카하라의 볼맨소리에 오자키는 그저 웃었다. 이 정도로 말하면 알려나? 너무 돌려서 말했을까? 아니면 너무 잘 알도록 만들었나? 그렇다고 반응을 보자고 오자키를 기다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놈의 짝사랑은 대체 언제 끝나는 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방금 본 당황한 표정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앞으로 자신이 볼 수 있는 표정이 더 많아 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또 이 감정의 유예기간을 늘려 버렸다.





한.. 3개월만에 글을 쓰는 것 같네요. 반갑습니다!

날 딱 추워질때 나카하라라면 담배로 속 따뜻하게 덥히고 싶지만 아쿠 생각에 그러지 못하겠지 라는 썰이 파파박 떠올라서 메모했다가 이제야 쓰게 되네요.

늦게나마 소생전 원고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마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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