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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아쿠] 이웃집 미인씨 01 본문

문호 스트레이독스

[츄아쿠] 이웃집 미인씨 01

Fong 2018. 2. 11. 23:14

- 연예계 AU.





그것은 정말로 우연한 계기였다. 평소에 앙숙인 다자이의 이야기라면 말도 끝내기 전에 별로 듣고 싶지 않다며 잘라버렸을 텐데, 두 번째 출산 이후로 복직한 그녀가 반갑기도 하였고 처음 출근하자마자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잠자코 듣고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아니지, 아마 화근은 자신이 스마트폰을 들고 해외에 있는 오자키의 SNS를 둘러보다가 타임라인에 뜬 다자이의 사진 때문이었다. 문제는 나카하라 츄야, 자기 자신이었다. 그때 SNS를 보지 말았어야 했다. 핸드폰을 만지지 말아야 했다.


“그러고 보니, 나카하라군은 알고 있나요? 이웃집 미인씨.”

“드라마인가요?”


들어보지 못한 단어들의 조합이었다. 이웃집 미인씨, 일일 드라마나 연애소설에 어울릴 법한 단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나카하라의 반응에 앗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다자이군 SNS에 자주 올라오는 그 사람이요.”


하얗고 얇은 손가락만 자주 나오는 그 사람이요, 혹시나 싶어 그녀가 사족을 덧붙였다. 나카하라는 보는 눈이 있어 명목상 구독한 다자이 오사무의 SNS에 들어갔다. 가장 최근 사진에 누군가에게 안겨있는 강아지가 보였다. 그 강아지를 안은 손가락이 하얗고 얇았다.

나카하라가 그것을 보기 위해서 사진위로 액정을 가볍게 두드리자 스마트폰의 화면을 가득 매우고 영상이 제생되기 시작했다. 이미지가 아니라 동영상인 모양이었다.


“자~ 이리와 착하지 쇼몽아~.”


다자이의 부드러운 목소에 생각보다 많이 기분이 나빠졌다. 다자이의 그 말에 대답하듯이 누군가에게 안겨있는 강아지는 계속 짖어댔다. 다자이의 손이 그 강아지의 목덜미를 잡으려고 잠시 화면으로 나타났으나, 강아지는 안겨있는 사람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톱을 새워 잡고 있었다. 게다가 제법 처량하게 울었다.


“다른 사람 곤란하게 하지 말고~ 주인은 나잖아?”


왕왕, 아니라는 듯 짖는 소리에 또 다른 사람이 숨소리를 담아 작게 웃는 소리가 났다. 강아지를 안고 있는 사람임이 분명했다. 다른 한 손으로 부드럽게 강아지를 쓰다듬자 강아지가 꼬리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 사람의 턱을 혀로 핥기 시작하고 읏, 잠깐! 하고 놀라서 밀어내기 직전까지 영상이 담겨 있었다.

하트가 잔뜩 찍혀 있었다. 댓글도 많았다. 원래도 이런 건가 싶어서 다른 사진으로 넘겨보았으나 그 사진에 비해 두 배정도는 많아 보였다. 그래서 이 사람이 지금 누구인지를 자신에게 묻고 있음을 깨닫고 나카하라가 입을 열었다.


“저도 처음 보는 사람인거 같은데요.”


‘우리집 쇼몽이가 또 이웃집 미인씨에게 달려갔다. 쇼몽이도 주인을 닮아서 미인을 좋아하나봐’ 라는 정말 같잖은 글이 남겨져 있었다. 게다가 또 라는 말을 쓰는 걸 보이 이번이 처음이 아는 것 같았다. 다자이는 지금 부모님의 집, 그러까 자신의 본가로 돌아갔다. 휴가는 다음주에 끝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동영상을 제생했다. 소리가 울리고 주변 배경을 보아 하니 아파트 복도라고 생각되었다. 전에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말했었다. 이웃집 미인씨라고 하는 걸 보니 이웃집에 사는 사람인것 같았다. 게다가 강아지가 엉겨붙을 정도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낸 모양이지 않은가.

다자이와는 오랜 시간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약 6개월 전 부터 이웃집 미인씨에 관한 사진과 짧은 영상들이 업로드 되어 있었다. 마치 나카하라의 취향이 얇고 새하얗고 가느다란, 악기를 만지는 사람의 고운 손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의도적으로 올린 것 같았다. 페티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던 예능을 6개월 전에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러 성별도 모호하게 올리지 않았던가. 100% 자신을 노린 것이었다.

그리고 정말 분하게도 나카하라의 취향에 딱 들어맞았다. 하얗고 얇고 긴 손가락에, 뼈마디가 튀어나오고, 항상 손톱이 가지런하게 정리된 손은 나카하라의 취향이었다. 헤어 스타일링을 해주는 그녀가 끝났다고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끝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져들어 다자이의 SNS를 보았다.

이웃집 미인씨는 확실히 다자이의 이웃인 사람인 것 같았다. 얼마나 알고 지냈는지는 모르지만, 여튼 친분이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같은 유닛으로 데뷔를 한 것은 4년 전이었으니 최소 4년 전에 친분이 있었었고, 정기적 교류가 있었던 사람임이 틀림 없다. 거기까지는 나카하라가 추측할 수 있었지만, 애초에 다자이와 친하지도 않았고 가정사나 자신 주변의 개인적인 일은 잘 언급하지 않기에 도대체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인터뷰와 화보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벤 안에서 열심히 덧글들도 읽고, 검색도 해 보았지만 아무도 그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사생활을 따라다니는 팬들은 좀 알지 않을까, 하고 팬싸이트나 음지 싸이트도 찾아보았으나 자신의 연적이 늘어났을 뿐이었다. 사생활에 따라붙은 개인팬이 거의 없기에 수확이 없기도 했다.


“아니, 애초에 내가 왜....”


왜 다자이와 관련된 정보를 캐고 있어야 하는 건가! 대체 뭐가 모자라서 저런 원수같은 놈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는 거지? 어차피 비지니스의 관계일 뿐이지 애정은 물론이고 동료애나 우정 같은 것도 눈꼽만큼도 없는 놈 때문에 왜 이렇게 고민하고 찾고 있어야 하는 걸까. 

대놓고 ‘누구야? 소개시켜줘’ 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 가장 짜증났다. 물어봤다간 약점을 잡았다는 얼굴로 이리저리 놀려먹을 것이 뻔하다. 다자이 좋을 일을 왜 자신이 나서서 하겠는가. 하지만 너무 궁금했다. 도대체 누구이길래 저런 손가락을 갖고 있는 걸까.

나카하라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저 손가락과 어림잡을 수 있는 체형과 다자이가 붙인 ‘이웃집 미인씨’에 대한 일방적인 짝사랑이 시작되었다.






소생전 2회 발행 예정인데요 사실 마감 닥쳐봐야 아는거 아시죠...(??


한동안 건강상의 문제로 연성이 뜸하고 접속도 안하고 있었는데 이제 슬슬 날도 따뜻해질 것 같으니 다시한번 으쌰으쌰 해봅니다!


좀 짧긴 한테 앞으로도 이런 분량으로 자주.. (주 1~2회정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트위터에서도, 포스타입에서도 푼적 있는 그 썰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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