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츄아쿠] 그의 정원 (샘플) 본문

문호 스트레이독스

[츄아쿠] 그의 정원 (샘플)

Fong 2018. 5. 17. 00:18

5월  26일 소년의 생애 2회에 나올 책의 샘플입니다.

선입금 예약 페이지 : http://naver.me/FSCoFxZw









 밤새 다자이의 작전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해뜨기 직전에 포트 마피아 본부로 돌아올 수 있었다. 피곤하고 지친 와중에도 보고를 하고 자는 쪽이 더 마음 편히 잘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눈을 부릅뜨고 보고를 겨우 끝냈다.

  이제 첫차가 다닐 시간이었지만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나카하라의 거처는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이기도 했다. 딱히 돌아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도 않았다. 낮에 차를 빌려 타면 더 편하게 갈 수 있다. 게다가 이 시간에 포트 마피아에 남아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집만큼은 아니지만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나카하라는 그렇게 확신하며 제 일을 다 마치고 휴게실로 들어갔다.

  피곤하다. 딱 그 말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게다가 머리도 아파왔다. 쉬어야 한다는 것 외에 다른 무엇도 생각나지 않았다. 빨리 휴게실 구석에 박혀서 이 쓰러질 것 같은 피로를 해결하고, 두통이 가실 정도만 수면을 취한 후에 잠시 집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아니지, 내일 쉬는 날이니 그대로 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순간,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 당장의 수면을 선택하는 쪽이 더 좋다고 판단한 나카하라는 고민 끝에 휴게실로 돌아갔다.


“오늘만이야, 오늘만….”


  이제는 제대로 일을 끝내고 2시쯤에는 끝내고 집으로 들어갈 것이다. 포트 마피아가 직장이긴 하지만, 일을 끝내고 또 돌아오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오탁을 사용하고 바로 까무러치거나 쓰러지면 제 발로 걸어서 포트 마피아에 들어오지 않고 집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닌가, 졸려 쓰러지면 다른 부하들에게 들쳐 업혀진 상태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오탁을 사용하면 필연적으로 다자이가 자신에게 손을 대는 일이 발생한다. 다자이가 자신을 만진다는 것 자체가 꺼림칙하니 역시 제정신으로 들어오는 쪽이 훨씬 낫다. 생각해보니 오탁을 사용하고 정신을 잃고 있었을 때, 다자이가 주워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지금 누구한테 뭘 기대해….”


  화장실에 들어가서 가볍게 세수만 하고 휴게실의 빈 침대에 누웠다. 이 시간에는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 지나다니기에 아무도 없었다. 나카하라는 신경 쓰지 않고 자리에 누웠다. 이젠 집에서 자는 것 보다 여기서 잠드는 것이 더 편할 지경이었다.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등을 대고 눈을 감았다.

  누운 지 딱 1분 정도 지났을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벌써 청소하는 사람들이 오나? 싶었으나 구둣발 소리에 휴식을 취하러 온 누군가라 생각하고 그대로 휴식을 취했다. 모르는 척 자다가 일어나서 마주치면 인사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눈 뜰 기운도 없었다.

  생각보다 긴 정적이 흘렀다. 들어왔으면 이곳저곳을 보며 쉴 침대를 찾거나 소파에 앉거나, 그것도 아니면 탁자가 놓인 철제의자에 앉거나 할 텐데 여전히 조용했다. 마땅히 나야 할 소리가 나지 않으니 마음 한 구석에서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눈을 뜨려는 순간 히끅, 하는 소리가 들렸다.


“흡… 흐윽….”


  나카하라는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소리가 울음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대로 자는 척 해줘야 하는데, 누가 그렇게 우는 건지 궁금해서 몸을 뒤척이는 척을 하며 실눈을 뜨고 보았다. 나카하라의 움직임에 그 사람도 당황해서 잠시 울음을 멈추고 화들짝 놀라 재빠르게 고개를 뒤로 돌렸다.

  모르는 사람이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뒷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람이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답지 않은 긴 코트, 펄럭이는 옷자락과 비리비리한 몸이 그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려주었다. 다자이의 직속 부하인 아쿠타가와였다.

  확실히 어린 나이였지, 라고 생각했다고 자신 역시도 어린 나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분명 아쿠타가와의 나이에, 그보다 더 어린 나이에 포트 마피아에 들어와서 이것저것을 배우며 훈련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카하라는 아쿠타가와가 훨씬 더 어리다고 생각되었다.

  나카하라가 목격한 아쿠타가와는 다자이의 교육이라 주장하는 다소 엄한 교육법에 절대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이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될까요? 라고 공손하게 묻는 타입은 아니었으나 어떻게든 다자이의 도움은 되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것이 보였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쓸모 있고 싶어 하였고, 어떤 기회를 이용해서라도 자신이 가장 이용가치가 있는 자라는 것을 나타내고 싶어 했다. 그렇게 주워져서 길러진 애들이 그렇지, 나도 그랬고. 라고 동감하기에는 다자이 앞에서만 나타내는 선명한 욕망을 들어냈다. 그 주위 사람들에게도 잘 보이려는 생각 같은 건 애초에 없는 애였다.

  다자이의 교육방침을 자신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카하라는 그 방식에 결코 동의하지 않았다. 애초에 오자키가 그렇게 교육하지 않았다. 그야 사고를 치거나, 잘못을 하거나, 말을 듣지 않거나 혹은 기어오를 때 체벌을 받은 적은 있었다. 다자이가 하는 행동을 보면 자신이 당한 체벌은 귀여운 수준이라고 생각되었다.


  “-여보세요?”


  좀 더 앳되고 잔뜩 잠겨버린 아쿠타가와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포트 마피아에서 자고 갈게, 그래, 문단속 잘 하고. 몇 마디 대화가 오고갔다. 여동생이 한 명 있다고 들었는데 그 여동생이 전화를 걸어준 것 같다. 아쿠타가와는 여동생과의 전화를 받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또 다시 잠시간의 정적 후에는 소파위에 앉는 소리가 났다. 가죽으로 된 소파가 눌리는 소리가 났다. 아쿠타가와는 한숨을 쉬는 것처럼 숨을 쉬었다. 그러다가 괴롭게 몇 번 기침을 하면서 수면을 취하는 것 같았다. 깊은 숨소리가 계속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그 숨소리가 겨우 익숙해지고 안정이 될 쯤에서야 비로소 잠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대로 5분만 지속된다면 분명 잠이 들었을 것이다. 그 소리가 익숙해질 쯤에 아쿠타가와가 일어나서 휴게실을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쿠타가와가 나가고 나서야 나카하라는 푸하, 하고 숨죽이고 있다가 크게 내쉬었다.

  원래 이렇게 잠자리에 예민한 사람이 아닌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쿠타가와가 정말 자는지도 궁금했다. 아쿠타가와가 나가기 전 까지는 자는 척하고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딱히 자는 척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왠지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솔직히 찜찜했다. 목석처럼 반응이 없거나 짜증이나 분노나 반항과 같은 부정적인 반응만 보이던 아쿠타가와가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야 인간이니까 당연히 울 수 있겠지. 나카하라가 알던 아쿠타가와는 피도 눈물도 없다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남모르는 곳에서 울 것 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금 찜찜했다.

  봐선 안 될 비밀을 본 기분이었다. 의도치 않게 남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아쿠타가와는 모르겠지만 같은 비밀을 공유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결국 나카하라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집으로 향했다. 도통 잠들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로 나카하라가 새벽 중에 휴게실에 들릴 때 마다 아쿠타가와가 들어왔다. 정확하게는 아쿠타가와가 가는 휴게실에 나카하라가 오는 것이겠지만, 나카하라는 그 많은 휴게실 중에서 왜 아쿠타가와가 이곳을 고집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나카하라가 눈을 감고 있으면 아쿠타가와가 들어왔다. 항상 숨죽여서 울다가 조금 잠을 청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날이 밝으면 휴게실을 떠났다. 인간이 이렇게 적게 잠을 자도 되는 괜찮은 건가? 하는 쓸모없는 걱정을 하면서 나카하라는 그렇게 들어오는 아쿠타가와가 제법 익숙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수면은 취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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