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켄유우 靑·春·一·瞬 본문

기타 특촬/합작

켄유우 靑·春·一·瞬

Fong 2015. 2. 6. 04:39


추천 BGM : Kamen Rider GIRLS_ 咲いて http://youtu.be/BfkVNXqDDmM

 




靑·春·一·瞬




※ 완결 이후의 시점으로, 원작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타호시 켄고. 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죠지마 유우키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하늘에서 불렀던 것은 그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유우키가 마음에든 부분은 그의 성 이었다. 우타호시(歌星). 노래를 부르는 별. 별이 부르는 노래. 그래서 켄고의 이름을 보았을 때부터 ‘이 사람 밖에는 없겠구나’ 라고 생각되었다.

“이제 우리들도 졸업이네.”

죠지마 유우키는 멀쩡하게 등교하던 미우 선배가 벚꽃을 바라보며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방황하는 소녀 같은 행동을 보였을 때가 생각났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선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유우키라면 하야부사를 만질 것이다.

“그렇네. 작년 이맘때는 한창 소란스러웠었는데 말이지.”
“하하, 걱정 마! 또 시끄러워 지면 내가 지켜줄 테니까.”

오렌지 주스가 담긴 팩의 스트로를 빨던 겐타로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켄고는 질렸다는 표정 이었다가도 겐타로의 말은 마음에 들었는지, 마지못한 표정으로 웃었다. 다행이도 모두가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겐타로는 교대에 들어가게 되었고, 유우키와 켄고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다 다른 대학으로 흩어지게 되었다.
이제는 일부러 크게 떠들지 않아도 즐거웠다. 토모코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며 기쁜 얼굴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고, 제이크는 란과 하루와 함께 즐겁게 이야기 하면서 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렇게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떠들게 되는 것이 또 언제일까.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워졌다.
정말로 시간은 흘러가고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류세이나 슌, 미우도 있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같이 있을 시간들이 적어지고 있었다. 작년에는 분명 슌과 미우의 졸업으로 이런저런 일이 있어났었는데, 라고 기억을 더듬다 보니 유우키를 포함한 3학년에게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포엠은 어떻게 하실 거세요?”

제이크가 넌지시 물었다. 왠지 모르게 유우키는 켄고와 함께 춤을 출 것 같았지만, 확신은 없었다. 애초에 포엠을 참여할지 부터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의무적인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빠지려면 얼마든지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겐타로가 슌과 미우에게 해주었던 것 것처럼, 제이크도 그들에게 특별한 포엠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음- 글쎄? 겐타로는 정했어?”
“나는 이 학교의 학생 모두와-!”
“포엠은 그렇게 되는 게 아니잖아.”

다 같이 모여서 손잡고 돌기라고 할 거야? 켄고의 한마디에 겐타로는 그거 좋네, 라고 대답하는 바람에 켄고가 말을 잃었다. 그 와중에 유우키는 머뭇거리면서 제법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겐타로는 모두가 함께 춤을 출 방법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하루와 린 그리고 언제부턴가 온 토모코는 그 이야기를 즐거운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켄고도 맞은편에 앉아서 한쪽으로 듣고 한 쪽으로는 흘려듣는 표정으로 겐타로의 말을 들으며 피식피식 웃었다. 비웃음보단, 그의 말도 안 돼는 상상이 켄고를 즐겁게 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들의 중간에 앉은 유우키는 눈동자를 하늘로 올려 고민하다가 슬쩍 자신의 옆에 앉은 켄고를 보며 웃었다. 에헤헤, 하고 소리 내어 웃자 켄고가 유우키에게 시선을 두었다. 서로가 잠깐 동안 바라보다가 켄고는 다시 겐타로에게로, 유우키는 자신의 손끝으로 시선을 내렸다.
살짝 붉어진 얼굴, 자신의 손톱과 말랑한 손끝을 만지작거리며 머뭇거리다가 잠시 무언가를 상상하는 생각을 하다가 행복한 얼굴로 웃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감정이 가득한 페이지의 한쪽 귀퉁이를 접어서 책을 덮은 것과도 같았다. 엄마의 미소와도 같은 표정으로 입 꼬리를 한계까지 끌려서 웃더니 벌떡 일어났다.

“좋-아! 그럼 우리 다 같이 춤출 사람들을 모으자! 어차피 3학년만 참여하는 게 아니니까!”

유우키를 계속해서 관찰하던 제이크는 엣, 하고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의아함을 들어내 버렸다. 다행이도 아무도 제이크의 태도를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의 태도를 신경 쓰지 않은 것은 상관이 없었지만, 유우키에 관한 것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에 제이크가 더 찜찜해졌다.
밝게, 활짝 웃으며 마음이 없어 보이는 켄고의 팔을 끌어오며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하는 모습은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웃으며 들뜬 모습에 제이크는 살짝 볼을 긁으며 생각했다. 정말로 이걸로 되는 걸까?

“뭐!? 포엠에서 다 같이 춤을 추자고?”

유우키의 의견에 미우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던 손을 풀고 테이블을 두 손으로 소리가 나도록 쳤다. 옆에 앉아서 곤란해 하던 슌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둘러 앉아있던 유우키를 포함한 가면라이더의 부원들도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미우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언성을 높였다.

“잘 들어! 포엠은 말야, 정말로 중요한 사람과 단 둘이! 두 명이서 하는 거라고!! 청춘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은 마지막 한 사람과 갖는 특별한 시간인 거야! 알겠어!?”

미우의 강경한 말을 들은 유우키와 겐타로는 에엣, 하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슌도 미우의 말에 동의하는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미우의 말을 듣고 있던 제이크는 미우의 말에 속이 다 시원해졌다. 제이크는 미우의 발언에 박수를 보냈다.

“저도 미우 선배 말에 찬성이에요. 포엠이란건 그런 거잖아요?”
“나도. 류세이랑 춤추고 싶으니까 찬성.”

토모코도 가볍게 손을 들며 자신의 의견을 표명했다. 유우키는 계속 곤란한 표정으로 에에, 하는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켄고를 흘깃흘깃 거렸다. 그러나 정작 켄고는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였다. 왜 켄고는 저런 곳에서만 둔감한 걸까. 물론 겐타로도 한몫 했지만, 당사자라면 보통 눈치체지 않던가?

“그렇게 되면… 나는 누구랑 춤추지… 딱 한명만 이라니 곤란한걸.”

겐타로가 머리를 뒤통수를 긁으며 고민했다. 유우키는 미우나 제이크의 의견에 솔깃했는지 망설이는 표정으로 켄고를 보았다. 켄고는 여전히 무관심한 표정을 짓다가 자신을 보는 유우키의 시선에 자신의 눈을 두었다. 할 말이 있냐는 표정으로 켄고가 눈을 조금 크게 뜨고 바라보자, 유우키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유우키의 그 표정에 피식, 하고 켄고가 웃었다.

“유우키랑 추면되잖아?”
“응?”
“뭐? 그럼 너는?”
“난 어차피 포엠에 참가 못할 거야. 도쿄로 올라가서 집을 알아보기로 한 날이라서.”

제이크는 선배지만 정말 한 대 때리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미우도 눈을 뒤집으며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우키는 강가에 버려진 오리 알처럼 당황스러운 얼굴로 켄고를 보았다. 유우키가 나한테는 그런 말 안했잖아, 라고 말했지만 뭐가 이상하냐는 표정으로 그들을 보는 켄고의 표정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겐타로도 당연히 유우키와 켄고가 춤을 줄 거라고 생각했는지,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부자연스럽게 웃으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걸 보니 설득할 말을 찾는 것 같았다. 켄고는 생각보다 완고하고 고집이 센 사람이기에 이러저러한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다른 날에 가는 건….”
“무리야. 시간이 안 맞아.”
“벼, 별로 하는 일도 없잖아? 이사라면 우리가 도울 테니까!”

예상외의 켄고의 계획에 모두가 당황했는지 겐타로가 애써 마음을 돌려 보려고 입을 열었지만, 켄고는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켄고가 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도쿄 대학에 아버지와 에모토 교수님을 아시는 분이 계셔서 찾아뵙고 자료의 일부를 받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
“그렇구나….”

빠질 수 없는 사유가 너무 강력했다. 미우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켄고의 말에 날뛸 준비를 하려다가 납득이 되는 사유 덕분에 빈 컵에 담긴 애꿎은 얼음을 스트로로 건드리며 괴롭혔다. 모두가 납득할만한 이유였다. 아버지의 유품이기도 한 연구들을 받으러 간다는 그의 행동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켄고는 참여 못하는 거구나….”

유우키가 쓸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웃고 있었지만, 서운한 마음은 가시지 않아 보였다. 켄고도 그런 유우키의 마음을 읽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마음보다는 그저 ‘다 같이 참여하지 못한다’라는 형태로 인식한 모양이었다. 그다지 중대한 사항으로 보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켄고는 다정하게 웃으면서 유우키를 다독였다.

“그래도 대학도 근처니까 얼마든지 다시 만날 수 있잖아.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니까.”
“그렇긴… 하지. 졸업 이후에 만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지?”

애써 웃으려는 유우키의 표정에 미우나 겐타로, 제이크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건 아니다. 분명 켄고의 사유는 정당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외치고 있었다. 결국 켄고는 참석하지 않고 유우키는 겐타로와 춤을 추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미우는 애써서 옷들을 보여주며 자신의 옷을 빌려주겠다며 이러저러한 옷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토모코와 란도 기웃거리면서 여자들만의 대화를 이어갔다.
남자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제이크는 그 중간에 끼인 채 언짢은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겐타로와 유우키, 켄고 모두 제이크에게 있어서 소중한 친구이기도 하고 즐겁게 하고 싶은 사람이었고, 감사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선배들이었다. 그들에게 도움도 주었지만, 도움을 받은 것이 더 많았다. 그런 것들을 그저 받은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뭔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포엠에 관한 생각을 접기에는 아직은 이르다.


무언가를 벌이기 전에는 당사자의 마음이 확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랑의 큐피트는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는 중매쟁이가 되어 버린다. 제이크는 허들이 높은 켄고보다는 우선 확실해 보이는 유우키의 마음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유우키와 단 둘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앞으로의 가면라이더부의 미래를 위해 부장님의 말을 듣고 싶다고 하자 금세 켄고와 겐타로에게 손을 크게 휘저으며 내일보자는 말을 꺼냈다.

“선배. 사실은 켄고 선배랑 춤 추고 싶은 거 아니에요?”
“무, 무슨 말이야! 겐타로랑 추기로 했잖아. 또 그 이야기 하는 거야?”

가면라이더부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두 사람과 내일을 기약했건만, 부에 관한 이야기가 본론이 아닌 모양이었다. 유우키가 시험지를 앞에둔 사람과도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를 꺼린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제이크에게 있어서는 이 부분이 더 중요했다.

“켄고 선배 좋아하잖아요? 그냥 고백해 버리는 건….”
“으아아아아아!! 무,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길을 걷던 사람들이 전부 유우키를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사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얼굴을 잔뜩 붉히고는 당황한 표정으로 제이크를 볼 뿐이었다. 비밀이라고 생각했었는지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한동안 로보트처럼 으아으아 라는 언어를 반복하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다 티나던데요.”

제이크의 칼 같은 대답에 유우키가 머리를 움켜잡았다. 어지간히 충격적인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조금만 주의 깊게 관찰한다면 유우키가 켄고를 좋아한다는 것쯤은 한눈에 보인다. 겐타로의 앞에서 웃는 유우키와 켄고의 앞에서 웃는 유우키의 표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손이 달랐다.
겐타로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의 유우키의 손은 팽귄의 팔 마냥 파닥파닥 거린다면, 켄고의 앞에서 유우키의 손은 우물쭈물하며 손가락을 어찌할 바를 모르며 움직이다가 가볍게 주먹을 쥔다거나 무언가를 손으로 집는다. 푸드로이드들을 만지작거릴 때도 많았다. 켄고의 앞에서는 긴장하는 것 같았다.

“으으-. 켄고도 알고 있을까?”
“알았으면… 포엠에 참석 안한다는 말은 안했겠죠. 겐타로 선배랑 춤추라는 말도 안했을 거고.”
“그렇구나, 다행이다.”

그 부분은 다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라고 입을 열려다가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튈까봐 입을 다물었다. 왜 켄고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은 걸까? 켄고도 딱히 유우키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우정으로만 보아서 곤란한 걸까? 우정의 형태로라도 유지하지 않으면 괴롭기 때문에?
유우키는 제이크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건지, 크게 한숨을 쉬고는 제이크를 바라보며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람처럼 웃었다. 몇 번이고 감정을 곱씹고 곱씹어서 나온 상태라는 것이 느껴졌다.

“반한 쪽이 진거라고 하잖아.”
“선배 지고 있었어요?!”

물론 유우키가 더 이해해 주는 부분은 많았지만, 대부분 켄고가 휘둘리거나 도와주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유우키가 이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아니면 몇 번 찔러보았던 걸까?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켄고에게 있어서는 나 보다는 에모토 교수님의 연구라던가, 아버지의 일이 더 중요할 거라고.”

생각해 보면 유우키는 제이크보다 켄고를 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혼자 살아온 고독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고, 그의 약한 부분도 알고 있었다. 켄고가 아파서 못나오게 될 때면 항상 유우키가 집에 찾아가서 음식을 해 주었고, 반찬을 많이 만들면 항상 켄고에게 가져다주었다. 겐타로가 옆에 있지만, 유우키가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은 켄고였다. 그렇기 때문에 유우키는 켄고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다.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코즈믹 에너지를 이용한 연구들이 중요했다. 그것으로 켄고는 자신의 전채와 존재의의와 앞으로의 일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옆에서 괴로워하고 궁금해 하는 것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유우키의 눈에는 자신보다는 연구 자료가 더 크게 보였다. 그래서 말할 수 없었다. 같이 춤추자는 말조차 꺼내보지 못했다.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이크는 켄고를 모른다. 물론 유우키에 비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수준이다. 하지만 켄고는 미래지향적인 사람이다. 과학을 하는 사람에게는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의 발견할, 발명할 것들이 중요하다. 상상할 수 있는 미래와 상상할 수 없는 미래, 불투명한 것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
그 불명확한 것들을 명확하게 정립해 가는 것이 과학자의 즐거움이다. 코즈믹 에너지의 성능을 하나하나 파악할 때 마다 켄고의 입가에 지워지지 않는 미소는 그가 과거의 자료들이 아닌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기쁨을, 가능성 있는 미래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그건 과거에 사로잡힌 거잖아요? 사람은 과거보다는 미래죠.”

제이크의 말을 진지하게 듣던 유우키는 걷는 내내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제이크의 대답을 원하는 표정에 유우키는 고민하다가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말을 한 마디 꺼내보기로 했다. 제이크가 무안하지 않게 살짝 미소도 함께 지어 보이면서 자신의 소망을 담아 유우키가 입을 열었다.

“켄고의 미래에… 내가 있을까…?”

제이크는 확실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유우키가 망설이는 이유도 더욱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


“있지, 켄고.”
“응?”

왼쪽은 켄고의 집으로 가는 길이었고 직진하는 곳은 겐타로의 집이 있는 곳이었다. 헤어지기 직전, 겐타로가 켄고를 붙들었다. 계속 말하기를 망설였던 겐타로의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한 표정으로 겐타로의 부름에 대답했다.

“정말로 나랑 유우키가 춤춰도 돼?”
“서로 혼자 있는 것 보단 낫잖아.”

왜 이제 와서 그런 걸 묻냐는 어투였다. 겐타로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본인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사람의 마음을 보지 못하고 그저 합리성만을 보는 켄고의 태도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친구의 눈을 뜨게 해주기 위해서 켄고는 노력하기로 했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 너는 괜찮은 거야?”
“나? 나는….”

분명 괜찮다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선뜻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또 다른 자신이 정말로? 라고 되묻는 물음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과도 같았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괜찮지 않은 걸까. 자신에게 되물어 보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잘 생각해 보라고. 나는 모두와 친구니까 상관없지만, 유우키는 너에게 있어선 특별하잖아?”

그럼, 내일보자! 가볍게 손을 휘젓고 가버리는 겐타로의 뒷모습을 뒤로한 켄고는 왜 자신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가를 고민했다. 죠지마 유우키는 켄고에게 있어서 특별하다. 그건 인정할 수 있다. 유우키는 몇 되지 않는 자신의 친구이기도 하고, 이해자이기도 하고 때로는 보호자이기도 했다. 그녀에게라면 자신의 시간을 몇 시간이고 투자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포엠에서 함께 춤추는 것과 아버지와 에모토 교수의 연구와의 중요성을 저울질 한다면 가늠할 수가 없게 되었다. 양쪽 다 켄고에게는 중요했다. 에모토 교수의 연구와 아버지의 연구는 앞으로 켄고가 나아갈 방향의 지표가 되고 또한 자신에 대해서 조금 더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게 된다.
죠지마 유우키는, 유우키는 그 여정을 함께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사자에게는 말하지 못했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자신과 함께 세월을 보내고 코즈믹 연구의 성과들을 보여주며 공감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저 그 뿐이었다. 그 외에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포엠이라는 건 그저 학생들이 즐기기만을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자신조차도 포엠은 특별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낮에 미우가 말했던 ‘청춘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은 마지막 한 사람과 갖는 특별한 시간’ 이라는 표현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분명했다.
포엠은 길고 긴 인생에 비하면 순간적인 것이다. 유우키와는 조금 더 오래, 긴 세월을 함께 보내며 인생을 보내고 싶다. 그러니 포엠 정도는 넘겨도 된다. 넘겨도 될 것이다. 아마도.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포엠 참가자 조사를 시작했다. 조금 더 넓은 장소와 음식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참가자 조사를 위한 설문지를 받은 유우키는 조금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빤히 설문지를 내려다보다가 들고 있던 파란색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표시했다. 주저 없이 표시하는 유우키를 본 켄고도 참가하지 않는 쪽에 표시를 했다.
어제의 겐타로의 말이 신경 쓰여서 유우키를 주의 깊게 보았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괜한 기우였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정말로 유우키가 겐타로와 춤을 추게 되어도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 아마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마음은 평온하지 못했다. 괜히 불안하고, 초조하고 답답한 느낌이었다. 이론상으로는 완벽한 공식을 대입했을 때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있는 기분이었다.

“켄고, 도쿄는 언제 가는 거야?”
“내일부터 사흘정도 걸릴 것 같아. 교수님과 면담도 해야 하고 생각보다 일이 많더라고.”
“헤에- 그렇구나. 명문대학은 다르구나.”

겐타로의 말이 묘하게 비꼬는 것 같이 들렸다. 스스로 말하면서도 확신이 없어진다. 분명 완벽했던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유우키의 얼굴을 떠올리는 순간부터 무언가가 잘못된 건가, 싶어져서 망설여졌다. 겐타로는 여전히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얼굴이었고, 유우키는 켄고와 겐타로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아버지와 에모토 교수님을 아는 분은 적으니까… 그래서….”
“다행이네! 그렇게라도 아는 분을 만나서. 도쿄는 낯선 곳이잖아? 그렇게라도 아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놓이겠지.”
“딱 포엠하는 시간에 맞춰서 오면 좋을 텐데 말이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켄고는 건강이 좋지 않으니까, 무리하면 안 되잖아?”

도쿄에선 쓰러져도 아무도 챙겨줄 사람이 없다고, 유우키가 말을 덧붙이자 겐타로도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그런 그러네, 라며 유우키의 발언을 인정했다. 평소처럼 웃는 겐타로의 표정에 안도했지만,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조심해서 다녀와. 켄고.”

유우키가 웃으며 말을 건넸지만, 켄고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신경 써준다고 생각했던 말 속에서 응어리진 무언가가 느껴졌다. 숨기려고 해도 숨기지 못하는 서운한 표정에 켄고는 겐타로의 말이 떠올랐다. 정말로 괜찮지 않은 건 자신이 아닌 유우키의 쪽이었다고 생각되었다.


켄고는 아침 첫 열차를 타고 출발하게 되었다. 딱히 누군가의 배웅을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유우키의 얼굴이라도 보고 가야 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괜히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도 어색할 것 같아서 유우키의 집 앞에까지 가보았다.
유우키의 방은 2층에 있다. 전에 부모님 몰래 책을 보기 위해서 자신의 방의 창문을 열고 책을 무작정 던진 적이 있었기에 알고 있었다. 유우키의 방에는 아직 불이 켜지지 않았다. 아직 사람이 활동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아직 침대 속에 몸을 파묻고 있을 유우키를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기분 좋은 얼굴로 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켄고도 기분이 좋아졌다.
유우키의 집 앞에 왔지만, 그 얼굴은 한 번도 보지 않은 채 역으로 향했다. 단 며칠간의 일정인데도 아주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 얼굴을 보지 못하면 영영 볼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과 쓸쓸함을 안고 역으로 향했다. 아마 오랜시간 지냈던 곳에서 혼자 떠나서 어딘가를 간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켄고는 표를 끊고 역 안의 자리에 앉았다. 바깥쪽의 풍경들이 보고 싶어서 일부러 창가 쪽 자리의 표를 끊었다. 기차의 바로 옆의 탑승구가 보였다.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을 훑어보다가, 입구 쪽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발견했다.
겐타로와 제이크였다. 그들은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두리번거리다가 켄고가 타고 있는 열차를 가리키며 달려왔다. 두 사람이 역에 나타난 이유를 모르는 켄고가 빤히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겐타로와 눈이 마주쳤다.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창문을 열고 싶었지만, 통유리로 된 창문이라 아쉽게도 열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출발하기 1분 전이었다.

“켄고 선배!! 과거보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반드시 포엠에 오세요!!”
“맞아!! 유우키를 혼자 있게 만들지 마!!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른다고!!”

제법 두꺼운 유리였지만, 그들의 말은 선명하게 들렸다. 역무원들이 두 사람을 제지시켰고 켄고가 그들의 말에 대답하기도 전에 열차는 출발하기 시작했다. 입모양으로 무언가 말하는 것이 보였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과거보다 미래… 라.”

켄고는 가능성이 열린 미래를 좋아한다. 이제 와서 과거를 뜯어 고칠 수는 없다. 과거를 경험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고, 과거가 있었기에 그것을 토대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제이크와 겐타로의 말을 되짚어서 생각해 보았다.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하다면 포엠에 참석해서 유우키와 춤을 추는 것이 옳다는 말이다.
아마 도쿄에 가지 않는다면 켄고도 유우키에게 먼저 물어보았을 것이다. 함께 춤을 추지 않겠느냐고 최대한 정중하게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물어보았을 것이다.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이니 단 둘이 있을 때나 전화로 물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도쿄에 가서 에모토 교수님과 아버지를 아는 교수님을 만나 자료와 과거의 이야기를 얻는 것은 켄고에게 있어서 미래로 나아갈 발판과도 같았다. 도약하기 위한 디딤돌이기도 했다. 하지만 겐타로나 제이크는 그것보다도 포엠이, 유우키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의 미래와 미래에 함께하기를 원하는 사람. 과연 그 누가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입에 담을 수 있을까. 가슴이 답답했다.
아지랑이처럼 마음속에서 생각이 피어올라서 도쿄로 가는 동안 쭉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마음에 냄새가 밴 것처럼, 없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켄고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도쿄에선 도쿄에서 해야 할 일을 하자. 그 생각은 나중에 해도 충분해.”

켄고는 스스로에게 되뇌며 도쿄역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처음 오는 곳에서 해나가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많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예정된 사흘보다 더 늦게 돌아갈 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정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되었다.
켄고는 도쿄역에서 몇 걸음 걷다 말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결심한 표정으로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찍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연결음이 가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들렸다.


유우키는 난생 처음으로 드레스샵에 갔다.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을 했지만, 미우는 절대 그럴 수 없다면서 유우키와 토모코를 데려왔다. 결혼할 때나 가볼 것 같은 곳이었다. 미우의 제안을 거절했었지만, 하얗고 예쁜 순백의 드레스들을 눈앞에 두니 유우키도 말이 없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지는, 가장 아름답게 빛나야 하는 날을 떠올리자 얼굴에서 웃음이 지워지지 않았다. 망상의 끝에는 멋들어진 턱시도를 입고 웃어줄 사람으로 켄고를 떠올려 버렸다. 헤헤, 하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내어 웃었다가 조금이나마 그 느낌을 맛볼 수 있는 포엠에는 켄고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쪽이야. 내가 봐둔 옷이 있어.”

화려한 웨딩드레스들을 뒤로하고 미우가 부르는 쪽으로 향했다. 앙증맞고 작은 미니드레스나, 몸에 달라붙는 이브닝드레스들이 걸려 있었다. 웨딩드레스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색으로 되어있는 드레스들이 많았다. 점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연한 분홍빛의 드레스를 들고는 미우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었다.
미우가 선택한 옷은 벚꽃 잎보다도 연한 분홍색의 드레스였다. 어깨 부분은 쉬폰으로 되어 있어 어깨가 살짝 노출되는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무릎에서 끝나는 길이였기에 귀여움을 돋보이게 해줄 수 있었다. 특히 허리 부분은 하얀 리본과 함께 꽃 장식으로 포인트를 준 것이 가장 귀여웠다.

“이 옷은 유우키에게 딱이라고 생각해서 골랐어! 어때?”
“너무너무 이뻐요! 우와…!”
“포엠은 고등학교 마지막을 장식할 가장 중요한 날이니까. 이날만큼은 예쁘게 하고 가야지.”

미우의 말에 밝게 웃던 유우키가 잠시 머뭇거렸다가 아하하하, 하며 끝을 흐리며 웃었다. 제아무리 예쁜 옷을 입고 예쁘게 치장한다고 해도 정말로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없기에 소용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겐타로에게도 자신이 차려입은 모습을 보여주면 예쁘다며 칭찬해 주겠지만, 예쁘게 차려입은 자신을 가장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다.

“유우키. 포엠은 사진으로도 남으니까 나중에 사진이라도 보여주면 되잖아? 직접 못본 걸 후회할 정도로 예쁘게 꾸며줄 테니까. 걱정 마.”
“에헤헤… 감사해요. 미우 선배.”

미우는 자신이 작년에 방문했던 가게로 유우키의 메이크업과 머리를 꾸며주었다. 긴 머리카락 덕분에 조금 더 치장하기 편했다. 머리를 위로 올린 상태에서 하얀 리본과 모조진주로 단정하지만 귀엽게 꾸미게 되었다. 얼굴에도 지금까지 발라본 적 없는 것들을 잔뜩 바르고 그려지게 되었다.

“화장이 너무… 진한 거 아닐까요?”
“무슨 말이야. 이정도면 약하게 한 거야. 자, 봐봐. 예쁘지?”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머리에 두 번 다시 못해볼 것 같은 완벽한 화장이었다. 불그스름한 볼터치까지도 유우키를 귀엽게 보이게 했다. 분명이 자신의 얼굴이지만, 처음으로 보는 자신의 얼굴처럼 놀라움에 넋을 잃게 되었다.

“정말로… 예뻐요. 제가 아닌 것 같아요…!”

거울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유우키를 보며 미우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토모코도 자신 나름대로의 화장을 했다. 메이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에게 부탁해도 된다고 했지만, 옷만 감사히 빌리겠다며 거절했다. 머리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지만, 화장만큼은 평소와는 다르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진작 그렇게 하지 그랬어, 라는 말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미우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고 그저 웃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젠 켄고 뿐이네….”

미우가 작게 중얼거렸다. 켄고가 출발하는 날 당일 아침에 겐타로와 제이크가 설득하기 위해 다녀왔다고 들었다. 겐타로는 절대로 온다며 자신 있게 말했지만, 제이크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하지만 겐타로가 ‘절대로’라는 수식어까지 붙인 걸 보면, 분명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켄고를 데려올 것이 분명했다.
저녁 7시가 되었다. 하나 둘씩 강당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겐타로는 리젠트 머리에 턱시도를 입고 왔다. 들어서자마자 친구들과 인사를 하기에 바빴다. 류세이도 옆에서 따라오다가 유우키와 함께 있는 토모코를 보며 놀라움을 담은 웃음으로 두 사람을 보았다. 평소에는 몰랐던 부분들이 보였다.

“유우키! 진짜 예쁘다.”
“고마워! 겐타로.”

사실 그들의 포엠은 친구이상 연인 미만의 사람들과의 간지럽고 달짝지근한 분위기 보다는, 미리 졸업식을 축하하는 모임과도 비슷했다. 겐타로의 주위는 즐겁게 떠드는 모임으로 변모해 버렸다. 그래도 즐거웠다. 평소처럼 웃고 떠드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렇게 예쁜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좀처럼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켄고와 함께하고 싶었다. 단 둘이 있는 것이 아닐지라도 켄고와 같이 있고 싶었다. 이 즐거움을 함께 공유하며 웃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유우키의 인생 중 가장 예쁘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입에 발린 칭찬이라도 듣고 싶었다. 켄고가 보고 싶어졌다.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마지막 순서가 오기 전에 유우키가 먼저 말을 꺼내고는 강당 밖으로 나왔다. 단 둘이 춤을 추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언제나 흘러나오는 음악과 두 명씩 짝지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괴로울 것 같았다. 아마 켄고는 지금쯤 오고 있을 것이다. 전화를 걸어 보려고 켄고의 번호를 눌렀다가, 머뭇거리며 그만 두었다. 분명 장기간의 이동으로 피곤할 것이다. 몸이 나아지고 있지만, 완벽하게 나은 것은 아니다.
이대로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도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달빛이 비춰주는 이곳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앞으로 유우키와 켄고에게는 더 많은 시간들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역시… 켄고랑 춤 추고 싶었는데 말이지….”

과연 켄고는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저 곁에 있어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기쁘고 행복하기 때문에 그 이상은 과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조금 더 한걸음씩 나아가고 싶었다. 그런 감정이 깊어지는 밤이었다.
강당 안에서는 포엠의 피날레라는 사회자의 말과 함께 반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우키가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켄고와 함께 춤을 추는 상상을 해 보았다. 허약하지만 자신보다 큰 키의 켄고가 하얀 리본으로 장식된 허리에 왼손을 올리고 오른손은 자신의 손을 붙잡고 한 박자씩 천천히 움직이는 상상.
달콤한 상상은 누군가가 열심히 뛰는 소리에 조금씩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급하게 숨을 몰아쉬며 급한 걸음으로 뛰는 소리가 났다. 육상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엠이 있는 밤에도 그들은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한다고 생각하며 눈을 떴다. 그러자 마치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처럼, 유우키의 눈앞에 마법이 펼쳐져 있었다.

“미안 유우키. 늦어서.”

자신의 머리카락처럼 연한 갈색의 더플코트를 걸친 켄고가 숨을 몰아쉬며 유우키의 앞에 서 있었다. 급하게 뛰어온 모양인지 숨을 몰아쉬며 잔뜩 붉어진 얼굴로 유우키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 숨을 가다듬고는 유우키를 보았다. 지금까지 보았던 유우키의 모습 중 가장 예쁜 모습이었다.
켄고는 정중하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조금 쑥스러운 얼굴로 유우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조금밖에 남지 않았지만… 나랑 같이 춤 춰줄래?”
“응!”

유우키는 켄고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기쁘게 켄고쪽으로 뛰어나간 유우키가 구두 굽에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하다가, 켄고가 달려와서 유우키를 잡아 주었다. 그렇게 엉거주춤 잡게 된 상태로 서로를 마주보고 활짝 웃었다. 밝은 샹들리에도, 멋진 턱시도도 입지 않았지만 유우키는 강당에 있을 때 보다 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켄고의 어깨는 생각보다 단단하고 남자의 분위기를 풍겼고 그 손등은 차가웠지만, 손바닥은 따뜻했다. 자신의 손가락과 손바닥을 감싸 쥐는 적당한 힘이 좋았다. 조금은 땀 냄새가 났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가까이서 서로를 바라본 것은 처음이었다.
조금은 불안정한 스텝이었지만, 넘어지거나 쓰러지지는 않았다. 유우키는 춤을 추는 내내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켄고도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얼굴이었다. 고개를 숙이면 마주치게 되는 유우키의 눈이 밤하늘처럼 보였다. 다른 빛들로 인해서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눈에 붉게 물들여진 뺨으로 자신을 보며 웃는 모습에 켄고의 가슴이 떨려왔다.
서로의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일부러 웃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두 사람 사이에는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함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함께 있는 시간만으로도, 맞잡은 손의 온도만으로도 충분히 서로가 느껴졌다.
어느덧 음악이 끝나고 강당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만의 짧은 포엠이 끝났다. 다른 할생들의 즐거운 환호소리 속에서 유우키는 켄고를 보며 활짝 웃었다.

“고마워 켄고군. 정말… 으흑… 고마워….”

분명 활짝 웃으려고 했지만,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켄고에게 있어서는 자신보다는 아버지의 유산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서 고등학교 생활을 투자했다. 아마도 그 전부터 켄고는 아버지의 자취를 찾기 위해서 모든 것을 탐색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켄고가 목표로 삼았던 그 모든 것에 비하면 자신은 한없이 작고 초라했다.
하지만 켄고는 자신을 선택해 주었다. 켄고의 미래에 죠지마 유우키라는 사람을 넣어주었고 그 마음에 자신이 있을 자리를 내어 주었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다.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게 되었다. 초조하고 답답하게 지냈던 시간들이 한 번에 씻겨 나갔다.
유우키, 하고 켄고가 자신의 눈앞의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포엠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미안한 마음에 켄고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유우키를 끌어안았다. 자신의 품 안에 안긴 유우키는 생각보다 작았고, 따뜻했다. 또 어찌나 서럽게 우는 지, 켄고가 착잡할 지경이었다.

“나를 선택해 줘서, 정말로 고마워…!”

훌쩍거리며 자신의 마음을 입에 담는 유우키의 등을 조심스럽게 쓸어 주었다. 아마도 유우키는 무서웠던 것 같았다. 언제나 그저 옆자리의 위치에서 바라만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유우키의 말에 침묵으로 수긍하려다가, 문득 겐타로의 말이 떠올랐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른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유우키. 과거 보다는 미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게 당연하잖아?”

켄고의 당연하다는 대답에 유우키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응!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또 다시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곤란했다. 유우키가 이렇게까지 운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랐다.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딱히 자신이 잘못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이렇게 자신에게 안겨있는 것이 싫지 않았다. 하지만 포엠은 끝나고, 곧 학생들이 나온다. 그들의 구경거리는 되고 싶지 않아서 유우키의 울음을 멈출 방법을 생각하다가 춤을 추는 내내 바라보았던 예쁘게 화장한 유우키의 얼굴이 생각났다.

“이제 그만 울어. 모처럼 예쁘게 한 화장이 번지겠어.”

켄고의 말에 당황한 유우키가 당황한 표정으로 에엣, 하며 자신의 눈가를 두 손으로 허둥지둥 더듬었다. 손에 물기가 묻어 나오는 것은 확인했지만, 어두워서 화장이 번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자신의 품 안에서 얼굴을 확인하는 유우키의 행동이 귀여워서 켄고가 웃어 버렸다. 그 웃음소리에 더 당황한 유우키가 켄고를 올려다보았다. 화장이 번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걱정 마. 워터 프루프니까.”

미우의 말에 켄고는 그제야 가면라이더의 부원 모두가 자신과 유우키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부끄러움에 순간적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찰칵, 하는 제이크의 카메라 소리도 들렸다. 토모코와 옆에서 웃고 있는 류세이도,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제이크도, 작년 포엠의 주인공이었던 미우와 슌, 아직은 까마득한 이야기일 란과 하루도 그들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 날의 포엠은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짧았지만, 가장 긴 시간이었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가장 행복한 포엠이었다.


'기타 특촬 > 합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갈서서] Thank You  (0) 2016.08.0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