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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그외

[우시세미] 부디 나보다 오래 그리고 길게 고통 받기를

Fong 2016. 9. 4. 00:14

우시세미 전력 60 : 상상


첫 참가에 대지각...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일단 올리고 오타를 보겠습니다.. ((mm







  “선배, 대학 배구로 가신다면서요?”


  잔뜩 가시가 돋힌 말이 들려왔다. 저런식으로 대놓고 아니꼽다고 말하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다.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온 세미 에이타는 배구부실의 입구에서 삐딱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후배를 보며 웃었다. 기가 찬다는 말투였지만, 그 후배가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하루이틀 사이에 나타난 변화가 아니므로 세미는 익숙했다.


  “응. 3학년 공식전에선 서브만 넣었는데도 대학에서 잘 봐준-.”

  “그럼 앞으로도 우시지마 선배에겐 공 못 올리시겠네요.”


  그 건방진 후배는 웃었다. 완벽한 승리자의 미소로 세미를 보며 웃었다. 웃으며 대답하던 세미의 얼굴에서 미소가 일순간 사라졌다가 소리내어 웃으며 다시 락커에 든 물건들을 종이봉투에 담았다. 영양제나 에어파스, 갈아입을 옷. 속옷 그리로 양말 여분 따위의 운동에 충실한 것들 외에 나오지 않았다.


  “시라부, 너도 알잖아? 우시지마는 네가 올려주는 공에도 내가 올려주는 공에도 만족한 적이 없어.”


  물건을 전부 꺼낸 세미가 락커를 가볍게 닫았다. 자신의 이름표를 여유있게 빼내고 그대로 구겨서 근처에 있던 휴지통에 가볍게 던져 넣었다. 그러고 보니 우시지마가 직접 써준 거였지, 같은 생각들을 하며 봉투를 들었다.


  “대학에 가면 텐도가 열심히 받아 주겠지. 여기서 했던 것과는 다른 스타일이 될 테고 말야.”


  시라부는 알고 있다. 우시지마가 졸업한 이상, 우시지마와 비슷한 혹은 그에 조금이라도 미치는 선수가 들어오지 않으면 자신의 레귤러 자리는 사라진다. 세터의 실력으로 놓고 보았을 때, 세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체육 추천 입학생과 일반 입학생의 위치부터 자신의 위치를 잘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텐도 덕분에 시라부는 세미가 스포츠 추천으로 미야기에 있는 대학에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시지마 역시도 텐도의 입에서 그 사실을 듣고 알게 되었다. 시라부는 그날, 우시지마의 얼굴이 굳어진 것을 보았다. 가족여행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루어진 짧은 만남이었기에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미 선배가 우시지마 선….”

  “네가 뭘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난 우시지마에게 공을 올리는 게 전부인 세터가 아니야.”


  봉투를 든 세미가 시라부를 재치고 부실을 빠져 나갔다. 마음 같에서는 네 걱정이나 하는 게 어때, 같은 말을 쏘아붙여주고 싶었지만 그래도 후배였다. 마지막까지 밉상인 선배로 남고 싶지 않아서 입을 다물었다.

  시라부는 우시지마를 돋보이게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최고의 세터였지만, 우시지바가 없는 시라토리지와에서 시라부의 위치는 미지수였다. 심지어 감독조차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시라부는 그들의 침묵이 싫었다. 그동안 유지했던 공부가 있으니 배구부를 그만 두더라도 대학에 가지 못할 일은 없다.

  더 이상은 우시지마에게 공을 올릴 수 없을 것이다. 우시지마는 대학에서 그가 가장 원했던 세터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세미 선배도 그것을 알기에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세미세미~ 어디 갔었어?”

  “잠깐 부실에. 사람 많은 거 싫기도 했고.”


  기숙사는 언제 들어 갈거야? 당장 토요일에 모이라고 했잖아, 당연히 내일 가야지. 텐도의 질문에 세미가 대답해주자 놀란 표정의 텐도가 황급히 핸드폰에 도착한 문자를 확인하고 있었다. 날짜를 제대로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대부분의 학생이 돌아간 학교에서 마지막 기념사진이라도 남겨야 하나? 같은 생각을 하던 세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보며 잠시 생각을 멈췄다.


  “세미.”

  “텐도- 빨리 가자. 나 배고파.”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세미가 지나가는 것을 우시지마가 잡아 새웠다. 에이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간절함이 느껴졌다. 잠깐만 시간을 내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세미는 내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시라부를 상대할 때와 같은 표정의 세미를 보며 텐도는 두 사람을 중재하기 보단 라멘집 앞에서 기다리겠다며 두 사람에게서 멀어졌다.

  차라리 무슨 일이 있으셔서 그러냐며 이상한 시선을 보내거나 놀려먹는 상황이 더 나았다. 별로 부딪치고 싶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평생 이 주제에 대해 우시지마와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우시지마가 손을 놓았다. 대체 나한테 무슨 일 인데? 라고 묻는 얼굴이 익숙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와서부터 손발을 맞춘 친구였지만, 첫 만남에서도 명백하게 자신을 귀찮아하는 표정을 지은 것은 처음이었다. 우시지마가 숨을 내쉬었다가 가볍게 들이마셨다.


  “왜 텐도와 같은 대학으로 정한 거지? 분명 저번에는-.”

  “배구가 아니라면 그 학교로 갔겠지. 난 공부보단 배구가 더 하고 싶어서 선택한 거야.”


  너는 그래서 그 대학을 선택했구나. 오이카와 토오루가 입학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우시지마의 질문이 세미를 잠시나마 기쁘게 해 주었다. 너는 그런 것도 기억하고 있었던 사람이구나. 지금은 다 부질없는 감동이었다.

  세미가 공식전의 정 세터가 아니게 되었을 때부터 그가 장래를 배구가 아닌 곳으로 가는 것도 대비하는 것을 들었다. 그가 고른 학교는 배구가 유명한 학교였다. 그 외의 전공도 결코 수준이 낮지 않은 곳이었다. 도쿄에 있는 학교였기에 상경해야 한다며 도쿄에서 다니는 대학은 어떨까, 같은 이야기를 했던 세미의 얼굴이 들떠 보여서, 그 얼굴이 잊히지 않아서 그 대학을 선택했다. 같은 시기에 오이카와도 같은 대학의 추천을 받아드려 입학한 것뿐이었다.


  “지금이라도….”

  “재수를 하라고? 내가? 왜? 너 때문에?”


  정식적으로 교제하던 사이가 아니었다. 연습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가는 저녁 노을을 보면서 친구라고 하기에는 넘쳐나는 감정을 담고 걷는다거나 휴일에 같이 배구화를 보러 가면서 처음 사 먹은 버블티를 건네주고 나서 말없이 서로를 볼 때 간질거리는 마음이라던가, 어느 순간부터 당연하게 오는 잘 자라는 문자에 조금 두근거렸던 그런 사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시지마의 배구는 매우 고집스럽고 까탈스러웠다. 공식전에서 오이카와에게 끈질기게 시라토리자와로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언급했다. 우시지마에게 자신은 우수하고 능력 있는 좋은 세터지만, 최고의 세터는 아니었다. Best의 반대말은 Bad가 아니라 Good 이라고. 최고가 아닌 적당한 것은 결코 최상이 될 수 없다던 광고 문구가 떠올랐다.

  우시지마에게 자신은 Best가 아니었다. 그것이 배구에만 관련된 일이었으나 우시지마에게 있어서 배구 이상의 중요한 것은 없었기에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냥 실력이 좋은 세터이기 때문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어야 했다.

  만약 오이카와가 정말로 시라토리자와로 와서 우시지마에게 만족할 만한 공을 올렸다면, 만약 우시지마의 감정이 그저 단순한 마음에 드는 선수를 향한 갈망 이상의 감정이라면, 만약 우시지마와 함께 했던 시간 속에서 혼자서 솜사탕 같은 감정에 젖어서 현실의 눅눅하고 딱딱 감정을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라면,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만약의 만약을 가정할수록 미칠 것 같았다. 그와 함께 있으면서 느꼈던 것들이 현실이었는지 아니면 망상이었는지 구분하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다. 세미 에이타에게는 그 만의 고집이 있었다.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난 결코 오이카와 때문에 그 대학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봄고 결승전이 끝나고 스포츠 추천으로 들어온 대학을 결정한 다음 날이었다. 점심시간에 만난 텐도가 물었었다. 너는 언제쯤 오이카와를 포기할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멀뚱멀뚱 텐도를 바라보자 텐도가 웃었다. 점프를 볼 때의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세미가 불쌍하다며 앞으로 졸업할 때 까지 자신이 같이 집에 가주겠다며 가버렸다.

  그 날 감독님에게 오이카와도 같은 학교에 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텐도의 말을 단 번에 알아들었다. 오이카와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면 항상 불편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그가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도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미는 더 이상 부실에 오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숨어 다니는 것 마냥 잘 보이지 않았다. 방학이 되고난 후에는 가족 여행을 가버렸다.


  “하지만 나나 시라부 보단 오이카와가 올려주는 공이 더 기쁘겠지.”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 숨기지 않고 올곧게 네 생각을 말하는 것이 너의 장점이지. 어느 때는 화가 나고 어느 때는 숨 쉬는 것을 잊을 정도로 기쁘게 해주었던 것이다. 침묵하는 우시지마의 세미가 허탈하게 웃었다.

  우시지마는 세미가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가버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텐도에게 세미가 같은 학교에 간다는 것을 들은 날 이후부터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을 입 밖으로 냈다.


  “나는 네가 텐도에게만 공을 올려주는 생각을 하면 화가 난다.”

  “하지만 넌 내가 올려주는 공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거잖아.”


  이야기는 원점으로 돌아온다. 세미가 다른 팀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공을 올리며 웃어주는 것은 싫었으나 세미가 올리는 공 보다는 오이카와가 올리는 공으로 배구를 하고 싶었다.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감정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와카토시, 난 네가 오이카와 토오루를 입에 담을 때 마다 같은 생각을 했어.”


  화가 나고, 분하고 짜증이 났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마자 그 말을 들어야 했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이곳에 왔어야 한다고 앵무새처럼 말하던 우시지마에게 화가 났었다. 그래, 내가 3년간 해왔던 끔찍한 상상을 너는 이제야 시작하는 구나.


  “어디 한 번 열심히 상상해봐.”


  그리고 네가 고통에 몸부림 쳤으면 좋겠어. 세미는 말을 삼키고 우시지마에게서 돌아섰다. 목석처럼 움직이지 않는 전 연인을 뒤로 했다. 이제 이 교문을 나서면 3년간 해 왔던 자존심을 갉아 먹었던 생각들도, 잠시나마 행복했던 시간들도 사랑하고 그 사랑을 나누었던 모든 순간들도 전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우시지마 와카토시라는 사람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자신은 이미 전부 정리한 추억 속에서 그는 얼마나 고통 받을까? 보지 못할수록 더 고통스러운 것이다. 텐도는 계속해서 연락을 할 사람이니 당연히 자신에 대해서 말할 것이다. 나는 네가 보이지 않는 사실 속에서 꿈을 꾸는 어린아이처럼 한없이 상상하며 고통을 느끼는 너를 보고 싶어. 부디 나보다 오래 그리고 길게 고통 받기를.









헉 마지막이 완전.... 제취향으로 끝내 보았습니다.


사귀는 것 같지만 아직은 썸타는 사이였는데 우시지마가 자꾸 오이카와 말해서 질투심 폭발한 세미가 헤어지자구 하고 사귈(?) 때 말했던 학교와 다른 학교, 친한 텐도와 같은 학교 가서 우시지마가 질투하는 그런.... 내용인데 이걸 이렇게 쓰는 이유는 스토리 전달에 자신이 없어져서입니다..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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