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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스가른

[카게스가] 기억재생기 01

Fong 2017. 1. 6. 02:44


센티넬버스 AU





약 2주간 진행된 카라스노와 시라토리자와의 합동훈련이 종료 되었다. 무기와 무기가 아닌 사람과 사람과의 협동이기 때문에 서로를 어느 정도 알아야 했고, 정예 요원만 참여 가능했으며 전투를 맡는 센티넬과 가이드가 참여했다. 미야기현에서 전투력이라면 밀리지 않는 두 팀의 합동 연습은 앞으로 일어난 전쟁에 대비한 것이었다.

초기 일본에서는 센티넬과 가이드를 단순한 사회악이라고 판단하여 격리부터 시작하여 살해하기도 했다. 제아무리 센티넬이라 하더라도 총알을 피하지 못하면 죽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존재를 세상에서 지워내기 위해 힘썼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센티넬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정부에게 배척당하는 센티넬과 가이드들은 하나로 모여 반정부 세력과 합세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센티넬은 받아드리고 관리하여 그들에게 대항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일본의 모든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2년에 한 번씩 각성 검사를 받게 하여 정부차원에서 유용한 인력으로 쓸 수 있는 인재들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그들을 배척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고 그들의 활약은 TV와 같은 매체에는 일절 보여지지 않는다. 사회에서 센티넬이나 가이드임을 나타내는 것은 스스로가 괴물이라는 것을 들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사회에 남아있는 무능한 사람을 말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미야기현 일대에 조직되어 현재 가장 큰 규모를 갖고있는 단체는 스스로를 아오바죠사이라고 칭했다. 푸른 잎이 마르지 않는 서쪽의 성, 이라는 이름으로 테러활동을 활발하게 이루고 있었으며 정부에서 발견하지 못한 자들이나 정부 기관에 적응하지 못한 자들을 수용했다. 정부가 체제를 갖추는 만큼 그들도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카라스노와 시라토리자와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센티넬 관리 지부다. 시라토리자와는 공격력이 뛰어났고 카라스노는 벨런스가 가장 좋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두 지부가 합동연습을 하게 된 것은 아오바죠사이가 다테 공업단지의 조직과 손을 잡았다는 정보를 얻고 나서 급히 모이게 되었다. 장소는 도심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서 극비로 이루어지며 고위급 간부가 아닌 이상 외부와의 통신은 단절되어 있었다.

2주간의 연습이 끝나고 정식 보고절차를 마친 카라스노 정예팀은 자신들을 직접 맞이하러 온 팀장인 사와무라를 반겼다. 본래 사와무라도 정예팀의 맴버이며 이 합동 연습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카라스노에 움직이며 대기할 사람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첫날 공식 보고 이후로 보는 얼굴이었다.


“카게야마, 이야기가 있으니까 너는 내 차로 와.”


사와무라의 지명에 카게야마는 끝나자마자 다른 임무를 받게 된다는 생각에 조금 기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라스노의 센티넬 중 가장 높은 잠재력 등급을 받고 있었기에 스스로의 기대도 컸다. 본부에서 보자! 페어로 활동하는 히나타의 목소리에 대답해주고는 사와무라의 차로 가는 길에 살짝 오만한 기분이 들었다. ‘너 그러다 본부 계단에서 넘어진다.’ 라며 카게야마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을 때 마다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던 자신의 각인 상대를 떠올리고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사와무라의 차에는 사와무라 본인과 공격의 주축인 아사히, 현장 작전지휘를 담당하는 엔노시타도 있었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차에 올라탔다. 카게야마가 차에 오르자마자 차는 출발했다. 평소보다 빠르게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놀라지 말고 들어. 합동연습 다음 날, 솔리드 타워가 공격당했어.”

“비능력자 공개 체용설명회 하는 곳 아니였어요?”

“맞아.”


사와무라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도시에 일어난 대형 테러에 세 사람이 크게 놀랐다. 합동연습에서는 전혀 그런 낌새도 느끼지 못했다. 시라토리자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파랗게 질린 아사히를 보며 사와무라는 애써 시선을 피했다.


“다행이도 비능력자의 사망자는 없고, 부상은 조금 있었지만 모두 경상이야. 오늘쯤 다 퇴원했지. 중상을 입은 건 우리 쪽.”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걸까? 많은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지만 쉽게 생각되지 않았다. 카라스노 쪽에 부상자가 있다는 것을 듣기 전까지는 평정을 유지하던 카게야마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체용 설명회 참가자 명단에는 현장 경비를 맡은 시미즈 키요코를 포함한 센티넬 셋, 가이드 두 명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카라스노 지부에서 일하고 있는 비능력자 직원 6명, 센티넬 이미지 개선을 위해 대외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카게야마와 각인을 맺은 사람, 스가와라 코우시가 있었다.

스가와라씨는 무사한가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쉽게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양성소에서 2년 선배로 활동하며 교제하기 시작했고 카게야마가 정식 요원으로 임명된 후에 각인을 맺었다. 그로부터 약 5년 정도 관계를 유지하다가 3년 전에 헤어졌다. 각인은 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 외에는 거의 마주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가 우수하면서도 각인 상대가 아니라 하더라도 가이드가 가능하거나, 가이드를 받는 것이 가능했다. 팀장인 사와무라가 그들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기 위한 배치에 힘쓰고 있었으나 스가와라는 치료의 능력을 가진 센티넬이기에 같은 팀으로 임무가 주어져도 거의 만나는 일은 없었다.


“지금은 타케다씨랑 스가와라가 입원해 있어. 타케다씨는 스가와라와 같이 있어서 오른팔이 부러진 정도고 스가와라는....”


사와무라가 한숨을 쉬었다. 창백한 얼굴의 카게야마를 보다가 엔노시타가 자주 쓰는 단말기를 건네받았다. 붉은 색 별이 2개나 붙어 있었고 A급 기밀사항이라 쓰여진 로고와 함께 <스가와라 코우시 경과 진단> 이라는 표지가 보였다. 넘겨야 하는 건지 고민하는 카게야마와 어떤 형태로든 알게 될 그들을 위해 사건을 내용을 추려 주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지면 스가와라는 지금 기억상실증으로 본인이 22살, 각인 직후의 기억까지만 갖고 있어.”


자세한건 거기에 있어. 카게야마는 일단 각인상대니까 전문 열람 가능하게 해 뒀어. 그 이후에 무언가를 들었지만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최고 속력으로 가는 이유가 오로지 스가와라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초조함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카게야마는 아직도 스가와라가 좋았다. 교제를 그만 하고 싶다고 말했던 건 스가와라였다. 카게야마는 그 흔한 반문 하나 하지 않고 스가와라의 결정을 받아드렸다. 좋아하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행동을 지지하고 싶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원하는 행동을 막고 싶지 않아서 카게야마는 스가와라의 선택이 슬펐지만 관계가 끝난 후의 스가와라의 제안에 바보같이 네,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스가와라가 각인을 막 마친 상태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웃어주던 스가와라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했었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상하게 바라보면 어쩌나, 다른 가이드가 잘 해주고 있겠지만, 자신을 급히 데려가는 것을 보면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




“카게...! 야마...?”


올해로 서른 살이 된 스가와라는 20대 초반과 같은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카게야마를 알아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가 어딘가 이상한 표정으로 카게야마를 보았다. 막 성인이 되어 요원이 되었을 때 보다 성장한 자신을 보며 위화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때에 비하면 키도 자랐으며, 어린 티도 벗었고 근육도 붙어 조금 더 튼튼한 몸이 되어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사귀었던 때처럼.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표정과 말투로 입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언제나 하고 싶었던 표정과 눈빛과 목소리로 카게야마가 입을 열었다.


“스가와라 씨, 몸은 괜찮으세요?”

“아, 네... 아니아니, 응....”


카게야마가 스가와라의 곁으로 다가갔다.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스가와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머리 사이로 감긴 붕대의 촉감과 손가락에 닿으면 부서질 것 같이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를 스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뺨으로 내려 얼굴을 쓰다듬었다. 카게야마는 긴장한 얼굴로 스가와라를 보았다. 혹시나 얼굴을 만졌다며 경멸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보았으나 23살의 스가와라 코우시는 달랐다.

그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다. 작은 소리로 내뱉는 안도의 한숨과 눈을 감은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전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카게야마의 손 위로 스가와라의 손이 겹쳐왔다.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것 마냥 조심스럽게 손을 잡으며 자신의 뺨을 부볐다. 그리고 눈을 들어 놀람과 어색함과 2주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스가와라를 보며 굳은 카게야마를 보며 웃었다.


“왜 그래? 고장 난 것 같은 얼굴인데?”

“그냥....”


카게야마의 마음속의 무언가가 고장 난 것처럼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카게야마? 가볍고 부드럽게 다가오는 목소리가 귓가에 머물렀다. 여전히 손에 느껴지는 스가와라의 온도가 거짓말 같았다. 3년간 말없이 계속 좋아하던 자신의 마음에 다시 응해주는 스가와라를 보는 기분이었다.


“너무 행복해서요.”

“나도 카게야마랑 무사히 각인할 수 있어서 행복해.”


스가와라가 먼저 카게야마에게 손을 뻗어 목에 두 손을 감았다. 부드럽게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 스가와라의 입술이 먼저 카게야마에게 닿았다. 진득한 입맞춤이 아닌 그저 입술과 입술이 순수하게 맞닿는 입맞춤이다. 서로의 온도가 느껴지는 잔잔한 입맞춤이었다. 보는 눈이 많을 때는 항상 이런 형태로 입을 맞춰왔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웃었다. 예전과 그대로인 모습의 스가와라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안심이 되었다.


“스가와라 선배는....”


이렇게 절 좋아하셨으면서 왜 헤어지자고 하신 거예요? 입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을 삼키며 카게야마는 또 다시 울기 시작했다. 최대한 울음을 참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혼자서만 바라보고 혼자서 좋아했던, 상부의 지시에 따라 같은 팀이 되면 조금이라도 스가와라를 볼 수 있을까 설랬고, 정기적인 만남에선 어떻게 하면 오랜 시간동안 있을 수 있을까, 무엇으로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을까 생각하며 보냈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격스럽고 행복한 것인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행복이었지만, 그 어떤 순간보다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는 카게야마를 보며 편치 못한 표정을 짓던 스가와라는 카게야마를 자신의 품 속으로 끌어당겼다. 카게야마는 처음으로 스가와라의 품 속에서 울었다.





원고하다 넘 딴짓하고 싶어서 타컾으로 쓰던건데 역시 쵱컾이 최고지~~! 라는 기분으로 옮겨왔습니다.

제목 넘 어렵네여 진짜 제일어려워....


기억재생기 할때의 기는 기계의 기가 아니라 "記" 기록하다 기 입니다..

머 다시쓴다 다시 기록한다 이런소리져...


근데 사실 이거 이후로 암것도 생각 안해서 다음은 언제 쓸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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