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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스가른

[카게스가] 잔향

Fong 2017. 1. 13. 23:32


21차 카게스가 전력 60 : 손깍지


10시 23분에 시작해서 11시 23분에 끝냈어요..! 드디어 전력 60분만에...! 썼다..!!!






“스가와라! 나 핸드크림 좀 빌려줘.”


사와무라와 점심을 먹고 부실에서 배구부 회의를 위해 부실로 가는 도중이었다. 매점앞에서 만난 여학생이 너무나 당연하게 핸드크림 이야기를 꺼내자, 스가와라가 주머니를 뒤졌다. 왼쪽 주머니에 하나, 오른쪽 주머니에 또 다른 튜브 모양이 만져졌다. 분명 하나는 시즌 상품으로 나온 화이트 머스크 향이고 다른 하나는 오트밀 성분이 들어갔다는 향이었다.

또 새로 나온 상품 샀다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빌려주는 건 싫은데, 스가와라는 고민하다가 오른쪽에 있는 핸드크림을 살짝 꺼내 보았다. 화이트 머스크였다. 이미 꺼낸 마당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핸드크림을 넘겨주자 여학생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제 샀어? 오늘 나온 거 아냐?”

“인터넷으로 예약했지.”

“스가와라는 의외로 이런 거 좋아한다니까?”


향 너무 좋다, 마치 스가와라의 핸드크림이 견본용 핸드크림이라도 되는 것 마냥 손에 바르며 향을 맡았다. 지나가던 다른 반 친구도 그것을 알아보았다. 스가와라는 이미 반에서 핸드크림을 가지고 다니기로 유명했다. 나도 아직 한 번밖에 안 발랐는데, 스가와라는 이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사와무라를 툭툭 쳤다. 스가와라의 눈빛에 살짝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미안, 우리 배구부 회의하러 가야해서.”

“아… 그래?”


그제서야 스가와라는 자신의 핸드크림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고마워, 하는 인사를 웃음으로 받아준 스가와라가 사와무라를 이끌고 서둘러서 부실로 향했다.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아까 그거, 어젯밤에 도착했다는 그거 아냐?”

“맞아.”

“아껴서 바르겠다던?”

“어.”


이제 소문이 퍼지겠지, 아 어떡하지? 지금까지 핸드크림을 빌려주는 것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야 여러 가지 신상품을 갖고 다녀서 여학생들이 구매하기 전에 스가와라가 가지고 있는 제품을 발라보거나 서로 추천해주는 등 다양한 교류를 해왔다. 남자들은 어머니나 여자친구를 위한 선물 혹은 자신이 사용할 적당한 제품을 추천받기도 했다.

핸드크림을 아끼는 편은 아니었다. 정말 좋아하는 향이면 적당히 남겨서 집으로 가져가거나 부실 사물함에 넣어 두곤 했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화이트… 무슨 향은 스가와라가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카게야마가 향기 좋다고 했단 말야.”


작은 소리로 툴툴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제서야 아끼면서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작은 투정이었지만 사와무라는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무리 손이 중요한 세터라지만, 굳이 핸드크림까지 갖고 다닐 필요가 있는가? 에 관한 고민을 하다가 자판기 앞에서 어물쩡거리는 카게야마가 보였다.


“카게야마!”

“아, 스, 스가와라 선배!”


일부러 기다린 모양이었다. 어정쩡하게 굳은 행동과 스가와라를 보며 기뻐하는 표정에서 보여졌다. 스가와라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친근하게 다가가서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점심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수업시간에 졸진 않았는지 아침 연습때 보았음에도 오늘 처음 본 사람처럼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을 보고 있다가 사와무라의 뒤에서 아사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스가와라는 사와무라쪽으로 돌아와서는 연습 때 보자! 하며 행복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손을 흔들 때 마다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이게 그 화이트 뭐시기 향이구나, 카게야마가 좋은 향이라고 할만 했다.


“그런데 카게야마가 향이 좋다고 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너 장갑 끼고 다니잖아.”

“그 말 카게야마한테 하면… 알지? 다이치?”


웃으며 이야기 하고 있었지만 전혀 웃을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카게야마도 장갑을 끼고 있지 않다. 일부러 손을 잡기 위함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사와무라가 아하, 하고 허를 찔린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추운 걸 못 참으면서 손이 잡고 싶어서 그런 건가. 스가와라에게도 제법 귀여운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연습이 끝나면 1학년과 2학년은 체육관 청소를 하고 3학년은 공과 비품정리를 도운 후에 부활동일지를 적고 먼저 옷을 갈아입었다. 스가와라는 먼저 옷을 다 갈아입고 장갑을 가방안에 넣었다. 오늘은 엔노시타가 열쇠를 관리하는 날이기에 조금 일찍 갈 수 있다. 스가와라가 핸드크림을 손에 펴발랐다. 카게야마의 손에 같은 향이 배인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았다.

스가와라가 체육관 앞에서 기다리면 부실 건물에서 내려온 카게야마가 스가와라를 발견한 즉시 뛰어왔다. 그렇게 열심히 연습하고도 뛸 체력이 남아있는 것이 신기했다. 코끝과 손끝이 붉어진 스가와라가 의도적으로 호오, 하고 손끝을 불면 카게야마가 미안한 표정으로 ‘많이 기다리셨어요?’ 하고 묻는다.

스가와라는 그렇게 자신을 보는 카게야마의 표정이 좋았다. 그리고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누가 먼저 말하지도 않았음에도 천천히 교정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교문을 벗어나서 사카노시타 상점을 지나간 후부터 카게야마는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추운건지 부끄러운 건지 모를 붉어진 얼굴로 입을 연다.


“스, 스가와라 선배. 손잡아도… 될까요?”


난 양치까지 하고 왔는데, 라고 차마 말하진 못했다. 스가와라도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카게야마가 왼손을 뻗어 스가와라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을 잡았다. 스가와라의 손도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카게야마의 손은 더 크고 마디가 굵었다. 손끝은 스가와라의 손가락과 별반 차이가 없을 수준이었지만, 손바닥은 더 따뜻해서 카게야마가 자신을 좋아하는 만큼의 온도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서로의 손가락이 교차되지는 않았다. 그저 검지부터 약지까지의 손가락을 쥐었다. 유치원생끼리 손을 잡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카게야마는 이렇게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배구 말고는 욕심이 없는 걸까?

스가와라가 살짝 손을 풀어내자 카게야마의 손도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살짝 벌려진 손가락 사이를 틈타서 그 가운데 자신의 손가락과 카게야마의 손가락을 교차한 상태로 손을 꼭 쥐었다.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것처럼, 조금의 틈새도 없이 꽉 잡아오는 손에 카게야마가 부드럽게 스가와라의 손등을 손가락 끝에 붙은 살로 문질렀다. 손가락 사이사이가 꽉 조여오는 느낌이 좋았다.

스가와라와 깍지를 낀 상태로 잡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가장 많이 움직이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의 여리고 부드러운 안쪽 살이 서로 맞물리는 행동이 카게야마를 낯간지럽게 만들었다. 특별한 사이가 된 것 같았다. 이미 특별한 사이이긴 하지만, 보통 만지거나 노출시키는 부위가 아닌 곳에 서로의 체온이 닿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하나씩 하나씩, 스가와라의 모든 부분을 가지는 것 같은 기분에 진짜 스가와라와 사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온전히 자신의 스가와라 코우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잡으니까 하나로 이어진 것 같다.”

“네!? 아, 아… 네.”


소스라치게 놀라는 걸 보니 수상해 보였다. 게다가 깍지 낀 손가락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 수상했다. 간지러운 걸까? 딱히 손에 땀이 차는 것도 아닌데. 불편한가 싶어 얼굴을 보았지만 전혀 그런 표정은 짓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스가와라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뿐이었다.


“이상한 거 생각하고 있었어?”

“아뇨! 절대 그런… 스가와라 선배랑 아직은 그런… 그…!”


카게야마가 당황하는 것을 보며 웃었다. 가로등에 아래에서도 빛나는 스가와라의 얼굴에 카게야마는 마음속에서 터져나오는 감각을 억누를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계속 옆에 두고 저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가와라 선배랑 손을 잡고 집에 도착해서 씻기 전에…. 그, 스가와라 선배랑 잡았던 손에서 좋은 냄새가 나거든요.”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부끄러운 일을 고백하는 것 마냥 얼굴을 붉히며 이야기 한다. 일부러 냄새를 남기기 위해서 핸드크림을 듬뿍 바르고 오늘은 깍지도 꼈다. 아마 손바닥의 구석구석까지 화이트 머스크의 향기가 배어날 것이다.


“손에 그 감각이 남는 게 좋아서. 계속 이렇게 잡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스가와라 선배와 손을 잡는게 좋아요.”


갈림길에서 헤어지기 전, 카게야마의 고백 아닌 고백에 스가와라가 웃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자신과 손을 잡았던 손에 코를 박고 향기를 맡는 카게야마를 생각하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향의 핸드크림을 선물해 줄까 고민하다가 역시 직접 손으로 전해주는 편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보자, 카게야마.”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카게야마를 보며 손을 흔들어준 후에 스가와라는 집으로 향했다. 카게야마는 스가와라와 갈라지는 그 골목에 서서 스가와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바라보다가 스가와라와 잡았던 손의 냄새를 맡았다. 부드럽고 향기로운 스가와라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뒤에 이어서 야한거 쓰고싶은 기분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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