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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쿠니] 계절을 잘못 찾아온 꽃

Fong 2017. 3. 11. 23:56

쿠니른 전력 60. 봄 꽃.


... 전력 45분입니다만..ㅠ 오늘안에 안올리면 영영 안올릴거 같아서ㅠㅠ 흑흑...






봄에 가장 아름다운 색을 내비추는 꽃들은 항상 잎보다 꽃봉오리를 더 먼저 맺는다. 봄이라고 느껴지기 전 부터 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해서 완연한 봄이라고 생각되었을 때는 이미 꽃은 시들어 바닥에 떨어져서 누군가에게 짓밟혀 뭉게진 채로 봄을 알린다. 짝사랑도 비슷한 것일 테지.


"마음은 정말 고마워. 정말 기뻐."


과장된 것도 아닌, 본심만이 담긴 말.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다정한 표정으로 자신보다 키가 작은 여학생의 눈을 마주쳐 주며 최대한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말하고 있겠지. 그러나 상냥하게 웃으면서 사과는 하지 않는다. 


"난 네 마음을 받아줄 수 없어."


단호하게 거절하는 목소리는 마치 자신에게 닿는 것 같아서 괜히 속이 쓰렸다. 일부러 피해서 온 곳인데, 이렇게 또 마주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낮잠이라도 자볼까 할 생각으로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고 있다가 듣게 된 것 뿐이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의 고백장소를 피해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녀도 사흘이면 다시 고백의 장소가 되어버린다.

여학생과 오이카와 선배는 몇 마디도 주고받지 않고 대화가 끝나버렸다.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보아 이미 자리에서 떠났을테지, 하고 다시 눈을 감았더니 이번에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쿠니미가 눈을 뜨자, 아오바죠사이의 채육복의 색과 비슷한 색의 핸드폰을 들고 웃고 있는 오이카와가 보였다.


"이번에도 방해 했어?"

"네."

"미안. 네가 자주 오는 것 같아서 바꾼 건데, 자꾸 이렇게 마주치네."


정말로 미안하다고 생각하시는 거 맞나요? 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방긋방긋 웃고 있어서 솔직히 쿠니미는 오이카와가 진심으로 말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갈 줄 알았던 오이카와는 그대로 쿠니미의 옆에 앉았다. 흙바닥에 아무렇게아 앉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으로 다시 눈을 감았다.

적당히 드는 봄의 햇빛은 낮잠을 청하기에 매우 적절했다. 교실은 새학기라 소란스러워서 잠을 청할 공간은 되지 못했다. 아프지도 않은데 양호실에 갈 수도 없었으니 결국 구석진 곳을 찾게 되었다.


"쿠니미 쨩은 아직 고백하는 여자애들 없어?"

"네."


이미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거든요. 라고 말할 순 없어서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아 보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제발 그냥 이대로 오이카와가 자신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궁금하지 않아?"

"네."

"정말 안 궁금해!?"


어떻게 해서든지 말하고 싶은 듯한 오이카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는 것 보다 듣지 않은 편이 더 좋다. 짝사랑 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알려주겠다는 것은 잔인했다. 아직 틔우지도 못한 꽃봉오리를 따서 생물채집이라는 명목으로 그 안을 갈라서 전시당하는 기분이었다.


"안 자는 거 다 알고 있어."

"제가 꼭 궁금해야 할 필요는 없는거 같은데요."

"그래도 이쯤되면 궁금하지 않아?"

"전혀요."


고작 1년, 먼 발치에서 봐온 것 외에는 별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 연습 시합은 몇 번이고 같이 했지만, 그래도 그것들은 좋아하는 계기였을 뿐이다. 마음을 혼자 키워온 것은 혼자였다. 혼자 남모르게 피었다가 본격적인 따스함과 온기가 퍼지기 시작할때면 이미 꽃은 사라지게 되는, 지금이 딱 그 시기였다. 꽃이 떨어져야 할 때였다.


"쿠니미쨩은 선배한테 너무 무관심한거 아니야?"


이제는 떨어져서 사람에게 짓밟혀야 할 꽃이 계절을 잘못 만난 것 처럼 피어 있는 기분이었다. 차마 입 밖으로 말하지도 못할 거면서. 눈을 떠서 자신을 바라보는 오이카와를 보았다가 두 번 눈을 깜박였다가 햇빛 사이에 작은 그늘막을 만들어 주는 맞은편의 나무로 시선을 두었다. 이미 꽃은 없고 푸른잎이 무성한 목련이 서 있었다.

어차피 짓밟혀 없어질 꽃이라면 꽃을 틔우게 해준 사람에게 밟히는 편이 조금 더 편할지도 모른다. 다시는 꽃이 피지 않도록, 적어도 다음번 계절까지 계절을 잘못 찾아온 꽃이 또 다시 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쿠니미는 다시 잎이 무성한 목련을 바라 보았다.


"좋아해요. 선배."


두 번 다시는 계절을 착각하면 안된다는 것을 배우고 나면 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계절을 잘못 알고 피어난 꽃에게는 칼바람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 주제에 오이카와의 대답을 듣기가 무서워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지만 멈추지 않고 달렸다.

아무래도 오늘 부활동은 빠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쌍방 삽질하는 오이쿠니 좋아요!!! 그렇게 안보이는게 문제지만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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