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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특촬/Cherry Tea Study

디케이드 허브티

Fong 2015. 3. 20. 15:39

가면라이더 디케이드 츠카사 & 나츠미 할아버지가 나오는 이야기.

글 스터디 ( http://scherrytea.tistory.com/20 ) 로 제출했었음.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해보는 생각 중 하나가 있다. 나는 누구인가?
자아를 갖고 있다는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해보며 고찰해나가는 문제이다. 그 어떤 위치에 있는 인간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생각하는 문제일 것이다. 아마도 10대 중반쯤의 사춘기 아이들이나 할 법한 생각이 분명하다.
이미 성인이 된 나이임에도 아직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할 수 없는 것은 분명 아무것도 없기 때문임이 틀림없다. 요즘 들어 하루 종일 하는 생각이었지만, 유독 오늘 밤만은 그 생각이 깊어져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정 확히는 잠에서 깨어났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 아닌지라,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깨어났다. 그 걱정이 깊어져서 잠을 설쳤다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지만,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가 몸 안에 남아 있는 느낌은 결코 편한 느낌은 아니었다.
타인이나 다름없는 자신을 거둬준 히카리 에이지로의 은혜에는 감사하고 있지만,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의문을 품고 있었다. 사람은 함부로 선의를 배풀지 않는다. 자신만 해도 그렇다. 그 노인은 자신의 어떤 점을 보고 선의를 베푼 것일까?
암흑으로 가득 찬 사진관을 빙 둘러보다가 초점 없는 시선을 두었다. 공백이라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지 사람을 먹먹한 기분에 휩싸이게 만든다고 생각되었다. 암흑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에 관한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시 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그, 카도야 츠카사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어느 순간 부엌에 불이 켜지고, 슬리퍼를 끄는 소리가 나며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소리가 났다.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까지는 볼 수 없었지만, 그 암흑의 공간에 약간의 빛이 있는 것 만으로도 공백이 아닌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공백은 무섭고 두려운 존재였다.
얼마 되지 않아서 히카리 에이지로의 모습이 보였다. 빛 사이로 걸어 들어온 그는 츠카사가 앉은 손님용 테이블 위해 찻잔을 올려두었다. 커피는 아니었다. 허브티의 부드러운 향이 났다. 손으로 굳이 잡지 않아도 나는 향에 츠카사가 눈을 감고 향을 깊게 들이 마시었다가 내쉬었다.


“잠이 안 오니?”


그 노인은 츠카사의 앞에 조심스럽게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았다. 항상 커피를 타먹는 컵이 아닌, 하얗고 조금 큰 머그컵을 쥐고 있었다. 한 손은 손잡이를 다른 한 손은 컵의 아랫부분을 잡고서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민이 깊은 날에는 잠이 안 올수도 있지. 앞으로도 그런 날이 올 거다.”


호 록, 하고 그가 허브티를 마셨다. 츠카사는 아무런 말도 없이 손을 뻗어 자신의 앞에 놓인 머그컵을 집어 들었다. 희미한 빛으로 컵안에 담긴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노랗고 동그란 것들을 인식했다. 후, 하고 입으로 불자 꽃향기가 더 짙게 허브의 향이 났다.
정 신을 조금 차리게 해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안정감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이었다. 차의 맛은 별것 없었다. 약간의 풀 맛이 났다. 향과 다르게 맛은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따뜻한 음료가 몸안에 들어가는 것은 사람을 안정시켜 주기에는 충분했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을 마시고 나서 숨을 천천히 내뱉자, 그동안 막혔던 숨통이 탁 트이면서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작지만 따스한 온기가 온 몸의 구석구석에 퍼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오랜 세월을 살다 보면 가끔 아무것도 없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지.”
“... 그건 겪어보지 못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쭉 침묵을 지키던 츠카사가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노인은 잔잔하게 웃으면서 허브티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천천히 대답할 생각인 것인지, 아니면 대답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느긋했다.
하지만 그 침묵은 츠카사에게 초조함이 아닌 평온함을 주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곳에 와서 며칠 동안은 불안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기 일쑤였다. 지금 이 상태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 자기 찾아온 나른함과 피곤함에 츠카사가 눈을 감고 그 위를 손위로 가볍게 눌렀다.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며칠간의 뒤척임이 거짓말로 생각될 정도로 순식간에 츠카사를 덮쳐왔다. 히카리 에이지로가 준 차 때문인 것 같았다. 수면제나 이완제는 아닌 것이 확실했다.


“기억이 있는 것을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예전에는 평생을 걸쳐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알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츠 카사가 머그컵을 탁자 위에 올려 두었다. 숨을 깊게 내쉬었다. 사실 그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몽롱한 기분으로 눈을 살짝 감았다. 눈 앞의 노인을 무시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야말로 자신의 의지대로 눈꺼풀을 올릴 수 없었다.
몸과 의식이 부르짖는 휴식의 신호에 츠카사의 정신은 거스를 수 없었다. 츠카사 자신도 휴식을 원했기 때문에 딱히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그저 눈앞의 사람 좋은 노인에게 약간의 미안한 마음만이 남아 있었다.


“들어가서 자는 건 어떻겠니?”


그들이 준비해준 방에 몸을 누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츠카사의 의식은 이미 저 깊은 수면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몸을 움직일 힘도 없었다. 저 노인의 힘이 아무리 세다고 한들 장신인 츠카사를 옮길 수는 없었다.
암흑 속에서 잠이 든다는 것은 제법 편했다. 처음부터 저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는 느낌이어서, 금세 잠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허브티의 향은 마약처럼 츠카사의 수면을 유도하는 느낌이었다.
이 이상의 암흑은 없다고 생각하니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기도 했다. 카도야 츠카사는 노인이 준 한 잔의 허브티로 사진관에 온지 일주일 만에 잠들 수 있었다.
다 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의자 위에서 잠든 자신의 몸 위에는 담요가 덮어져 있었고, 노인의 손녀인 나츠미가 머그컵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날은 아침을 먹고 나서 히카리 에이지로가 츠카사에게 사진기를 주며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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