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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스가른

[이와스가] 다음 중 누가 더 먼저 시작했을까요?

Fong 2016. 8. 28. 22:55

스가른 전력 60 : 캐치볼


캐치볼이니까 야구AU같은거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n년 전에 본 크게 휘두르며 이후 본적이 없어서 그만두었습니다.

캐치볼을 한다기 보단, 무언가를 주고 받는다는 느낌으로 해석했습니다.


오이카와 나쁘게 나옵니다()









- “저기, 밤중에 미안한데. 지금 통화 괜찮아?”


일방적으로 전화를 걸어놓고 통화할 수 있겠냐고 묻는 목소리에 이와이즈미는 허탈하게 웃었다. 이런 버릇은 서로 닮는 모양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이와이즈미가 짧게 어, 하고 대답하자 상대방도 무안하게 웃는다. 그 얼굴이 눈꺼풀 아래에서 선명하게 그려진다. 미안해하면서 웃을 때 그는 상대방의 눈을 마주하며 웃는다. 손을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처음에는 왼손 검지를 오른손으로 만지다가 상대방의 대답이 떨어지면,


- “음... 있잖아.”


이렇게 서두를 시작하고 나서 시선을 아래쪽으로 둔다. 멋쩍은지 오른손으로 뒤통수 아래쪽 부분을 긁으면서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 번 웃고 얼굴에서 웃음을 지운 후에 입을 연다.


- “오늘... 오이카와 무슨 일 있었어?”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듯이 고개를 비스듬히 하고 묻는다. 간결하고 한 문장으로 뭉쳐지는 질문을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대부분 이와이즈미가 예상할 수 있는 것이며 항상 같은 질문만 받았다. 당연한 질문이었다. 그와 오이카와는 서로 사귀는 사이니까. 오이카와가 아니면 자신에게는 아무런 볼 일이 없다.


“왜? 그 녀석 또 삐졌어?”

- “삐졌다기 보단... 뭔가 잘 안 되는 것 같은 표정이라서.”


너희 같은 팀이잖아, 1년 전 까지만 해도 같은 부서여서 지나갈 때만 마주하던 오이카와와 같은 팀이 된지 1년, 오이카와가 그와 사귀기 1년 하고도 3개월이 조금 지났다. 이와이즈미가 알기로는 가장 오래 간 연인이다.

스가와라 코우시, 회색빛의 머리카락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눈물 점과 눈썹이 때로는 그를 선하게 보이게 했고 때로는 냉철하게 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웃을 때가 가장 반짝이고 일할 때 쓰는 안경이 콧등을 타고 흘러내려서 안경을 밀어 올리며 자신을 바라보며 웃을 때 이와이즈미는 자신이 스가와라에게 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이카와보다 먼저 같은 팀이었을 때의 일이었다.


- “매번 물어서 미안한데, 다른 사람에게 묻기도 좀 그래서....”


부서가 바뀌기 전, 스가와라 코우시는 오이카와와 같은 부서였으나 스가와라는 총무부로 배속되어 두 사람이 붙어 다닐 기회가 부쩍 줄었다. 그나마 총무부의 심부름이나 문서를 전달하러 올 때 잠깐 얼굴을 마주하는 것 외에는 사내에서 합법적으로 만날 일은 거의 없었다.

전과는 다르게 대부분 밖에서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데, 두 사람이 시간이 맞은 적은 거의 없다. 이와이즈미가 알기로는 그렇다. 스가와라와 메신저를 주고받다가 등짝을 맞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야근을 할 때는 자신과 담배를 피운다면서 자신과 함께 흡연실로 들어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하는 둥 함께 하지 못하는 쓸쓸함을 폭발적으로 표출 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 “사실 요즘 연락도 잘... 안 되거든.”


바람 소리가 들렸다. 지금 새벽 1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밖인 건가? 야근? 그런 것 치고는 목소리가 맑고 가볍다. 한숨 소리라고 하기에는 큰 소리였다. 거리를 걷는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고요했다. 베란다에서 전화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 전에 오이카와가 ‘스가쨩네 집에는 베란다가 없어서 조금 답답해 보이는 구조더라.’ 고 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마시는 소리도 들렸다. 이 밤중에 밖에서 무언가를 마시며 통화를 할 사람이던가? 이와이즈미가 알기로는 스가와라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무슨 일은 오이카와가 아니라 스가와라에게 있는 것 같았다.


“너 지금 어디....”

- “너는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오이카와가....”


다른 사람 생긴 거. 목소리가 떨렸다. 흡, 하고 울음을 참으며 들이마셨다. 잠시간 바람이 멎은 사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숨소리를 내뱉었다. 이와이즈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오이카와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스가와라에게도 전하지 않았고 오이카와에게도 교제중인 사람이 있으니 자중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어디야?”

- “그냥, 그냥 말해줬으면 될 텐데. 왜 오이카와는 나한테 말 안했데?”


이 새끼가 진짜. 두 달 전에 새로 팀에 들어온 신입사원이 오이카와를 퍽 탐냈었다. 원래 여자들이 좋아하는 외모와 입담을 갖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으레 있는 것이었기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스가와라가 조심스럽게 새로 들어온 팀원은 어떠냐고 물었을 때, 오이카와는 무신경하게 ‘신입인데 일을 잘 하더라고.’ 라고 넘겼었다. 그때 자신은 뭐라고 대답했더라. 우선은 침대에서 나왔다.


“스가와라.”

- “너는 들었을 거 아니야. 왜 그런 거야? 무슨 생각이었데?”


침대위에 눕기 전 까지 입었던 체육복 바지를 입고 옷걸이에 걸린 조금 두터운 아우터를 걸쳤다. 요즘 밤바람이 차가우니 이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화장대 겸 책상위에 놓인 지갑을 챙기고 그대로 방을 나가려다가 지금 전화를 하는 상대가 생각나서 옷장을 열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운동부족으로 인해 입지 못하게 된 아우터 하나를 챙겼다.


“내 말 좀 듣...!”

- “너는 알고 있었어?! 다 알면서 그렇게 대답해준 거야?! 응??”

“만나면 말해 줄게.”


스가와라는 술에 강하다. 그리고 감정 표현을 격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화가 난 상태로 술을 마셔서 빨리 취한 것인지, 아니면 취하기 위해 엄청 마신 것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술에 취했다기엔 발음이 너무 정확했다. 스가와라가 제정신인지 알아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잠시간의 침묵 끝에 스가와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 “... 집 앞에 놀이터.”


방에서 나와 현관으로 향하기 전에 작은 베란다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새하얀 머리가 보였다. 가로등 빛에 하얗다기 보단 약간 노란빛을 띄고 있었다. 이와이즈미가 한숨을 쉬었다. 이와이즈미의 한숨에 스가와라가 웃었다.


“내려갈게. 기다려. 들어가지 말고.”


정말 우습게도 스가와라의 집은 이와이즈미의 맞은 편 건물이었다. 신혼부부들이 사는 작은 아파트가 모여 있는 동네여서 그런지 조금 여유가 있는 회사원도 혼자서 사는 일이 많아졌다. 집이 오래 되어서 집값이 싸게 변한 탓도 있었다. 어찌 되었던, 오이카와는 이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표하면서 그것을 이용했다.

스가와라와 함께 밤을 보내고 출근해도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또 잔뜩 술을 마시고 구겨진 같은 셔츠를 입고와도 이와이즈미의 집에서 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와이즈미는 그에 대하여 사실을 해명하지도 않았고 스가와라 역시 정정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이와이즈미는 그동안 자신이 스가와라와 주고받은 말들을 곱씹어 보았다. 알고 있으면서 말을 하지 않았는가? 결단코 그렇지 않다. 스가와라에게 자신이 보고 느낀 진실을 말했다. 그 과정 중에서 오이카와보다 더 많이 연락을 했을지도 모르고 더 많이 밥을 먹었을 지도 모른다. 퇴근시간이나 주말에 마트에서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으니 아마 만난 횟수 자체는 오이카와보다 더 많았다.


- “아까 내려다 봤지?”

“어. 봤냐?”

- “여기서 너네 집 다 보여. 커튼 달라고 했잖아.”


그렇다면 무엇이 자신에게 부족했을까. 오이카와가 매번 말하는 얼굴? 그렇게 말한다면 할 말이 없었다. 항상 오이카와보다 더 많이 말을 주고받았던 건 자신인데 스가와라는 왜 대답하지 않은 걸까. 무언가가 전해지면 그 만큼 되돌려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가 아니던가. 자신이 던진 말은 전해지지 않았던 걸까.

1층에 도착한 후에 문을 열고 나왔다. 놀이터로 가려면 건물을 돌아서 가야 한다.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 통화를 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계속 침묵한 상태였다. 휴지도 챙겨올걸, 하고 생각하다가 저번에 교회에서 전도용 휴지를 받은 것을 확인하고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건물을 돌아서자 스가와라는 그네에 앉아 있었다. 이와이즈미를 기다렸는지 이와이즈미가 나온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가와라에게로 다가가는 동안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 스가와라의 얼굴이 이와이즈미 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이와이즈미가 놀이터의 흙을 밟을 때, 스가와라가 입을 열었다.


“나 오이카와랑 헤어질거야.”


핸드폰과 바로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환호해야 하는 걸까. 영화에서처럼 고백이라도 멋지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것들이 오고갔음에도 스가와라는 눈치체지 못했고, 대답조차 바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


이 말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이와이즈미가 그네쪽으로 다가와서 스가와라의 손에 들린 맥주를 뺏었다. 아예 빈 봉지와 맥주가 담긴 봉지가 나뉘어져 있었다. 이와중에 분리수거를 할 생각을 하다니, 멀쩡한 건지 아닌 건기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스가와라와는 반대쪽을 향하는 방향으로 그네에 앉았다.

왠지 같이 정면을 바라보는 상태로 앉으면 무언가 말해야 할 것 같았다. 마음속에 가득 찬 것들을 말해야 할 것 같았고 머릿속에 꽉 찬 것들을 쏟아낼지도 몰라서 조바심이 났다. 입안에 감도는 말은 지금 내뱉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입을 다물었다.

지금 감정을 전한다고 해도 제대로 돌아오기는커녕 일부러 오이카와를 방치했다는 의심은 받고 싶지 않다. 그러다가 문득 또 억울한 일이 생각났다. 분명 내가 먼저 닿았던 것 같은데, 마치 어릴 때의 수학문제 같았다.

<이와이즈미가 먼저 공을 던지고, 그 후에 오이카와가 공을 던졌는데 스가와라가 오이카와의 공을 먼저 받았습니다. 오이카와의 공은 이와이즈미의 공 보다 시속 몇 km 빨랐던 걸까요?>

제일 싫어했던 문제에게 당할 줄이야. 어떻게 해야 오이카와보다 더 먼저 좋아했었다고 전할 수 있을까? 슬쩍 몸을 틀어 스가와라의 등을 보았다. 스가와라가 추워 보인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자신이 챙겨온 아우터의 존재를 기억해냈다. 말없이 옷을 걸쳐주자 스가와라가 고개를 숙이며 어깨를 떨었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와 스가와라의 숨소리가 놀이터를 매꿨다.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다. 주머니를 더듬기 전에 책상 위에 두고 온 담배를 기억했기 때문에 이와이즈미는 한숨만 푹푹 쉬었다. 슬슬 춥다, 라는 것을 자각했을 쯤에 스가와라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같이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고, 쇼핑도 가 줄거지?”


훌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와이즈미가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주자 고맙다는 말도 없이 스가와라가 작게 웃으며 휴지를 받아갔다. 작게 코를 푸는 소리가 났다. 그네가 끼익 거리며 철과 철이 마찰하는 녹슨 소리가 났다. 자신의 마음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스가와라의 손에서 뺏은 맥주를 들이켰다.


“그럴게.”


맥주 때문인지 대답하는 데 입이 썼다. 고맙다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서 이와이즈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은 맥주가 얼마 없어서 단번에 비워냈다.


“얼른 들어 가. 내일도 출근 해야지.”

“응.”

“빨리 들어가서 씻고 자라. 괜한 생각 하지 말고.”

“응.”


제대로 듣고 있는 거 맞아? 어떻게 물어야 제정신인지 알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자신이 스가와라의 어깨에 걸쳐준 것을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옷은 안 줘도 돼. 난 이제 안 맞거든.”


그 말에 스가와라가 소리 내어 웃었다. 살쪘구나? 그렇게 대답하며 스가와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웃으면서 건네는 말에 이와이즈미는 조금 다른 대답을 받더라도 이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와스가 저만 좋아하는거 같은데 일단 제가 즐거우니 저만 좋아해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친구이상 연인미만 같은 오묘한 줄타기도 잘 어울리는거 같은... ㅠㅠㅠ

친구의 (남자)친구를 사랑했네 같은 느낌으로 이와스가 좋습니다.

오이스가의 연장선 같은 느낌도 드네요.


뭐 그게 아니더라도 좋긴 하지만 이 구도가 제안의 베스트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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