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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처음은 실수, 두 번째부턴 습관이다. 본문

하이큐/스가른

[오이스가] 처음은 실수, 두 번째부턴 습관이다.

Fong 2016. 8. 20. 23:52

오이스가 전력 60 : 술버릇






“어머어머, 스가군. 취했어?”

“누나들이 자꾸 마시게 하니까 그렇잖아요오....”


붉어진 얼굴과 멋들어진 양복을 입은 얼굴만 붉어지고 머리색은 은색으로 빛나는 남자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주위에는 네 명의 여자들이 앉아 있었다. 옆에는 또 다른 남자가 힐끗 그의 상태를 보았다. 취했네, 취했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정신이 혼미해 보이는 그를 보며 주위의 여자들이 웃었다. 권하는 술이 아니면 거의 마시지 않거나, 많이 마셔도 거의 티가 안나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져서 인사불성이 되기 직전까지 온 모습은 거의 보인 적이 없었다.


“귀엽게 구니까 그렇지. 우리 스가도 취하는구나?”

“스가쨩 술버릇 좀 봐야지. 응?”


스가쨩, 스가와라 코우시의 왼편에 앉은 여성은 그의 단골 고객이었다. 손을 뻗어 엉덩이를 톡톡 치자, 스가와라가 으응, 하면서 엉덩이를 살짝 뺐다. 그 모습을 보며 단골 고객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오이카와 군은 스가와라 군 술버릇 알아?”

“음... 글쎄요? 같이 마신적이 별로 없어서 모르겠네요. 스가와라는 술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그래? 그 말에 스가와라의 단골은 술을 더 주문했다. 아주 골로 보내버릴 생각인 모양이었다. 사실 오이카와는 그의 술버릇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오히려 그 술버릇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처음에는 경악스럽고 당황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담담하게 아침 매뉴를 묻는 사이게 되었다.


“누나들은 남자가 술 취하고 하는 행동 중에 가장 추한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토 하는거 아냐?”

“어우 야~, 너무 직설적이다.”


그리고 또 한바탕 까르르 웃었다. 그 사이 또 추가로 시킨 술이 왔다. 스가와라가 판 것으로 등록된 술이었다. 스가와라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수준으로 부드럽게 양주를 열고 자신의 단골 고객의 잔에 얼음을 채워넣고 장식용으로 올려진 꽃을 얼음 사이에 꽂아서 조심스럽게 술을 따랐다.

수줍고 귀여운 얼굴로 여기요, 하고 주는 표정에 그녀는 매우 만족한 표정으로 웃었다. 평소에는 저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정말 더 드시려구요?’ 하면서 고객의 간을 염려하던 사람인데, 술이 들어가면 저렇게 달라진다. 저러다 또 후회하지, 필름이 끊기는 체질도 아니면서 잘 하고 있네. 오이카와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스가와라를 보았다.

오이카와의 시선을 알아차린 스가와라도 오이카와를 빤히 바라보았다.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혹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일단 자신을 바라보는 저 눈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 눈이었다. 아 진짜 큰일이네, 오이카와는 당장 고객을 돌려보낼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술 취한 전 남친이 전화하는 거지 뭐. 새벽에 술처먹고 하는 짓이 그거 말고 또 있어?”

“그것도 있고... 나는 술김에 고백하는 거? 그게 최악인거 같아.”

“맞아맞아, 맨 정신으로 못한다는 게 말이 돼? 그럼 나랑 맨정신으로 안 사귈 거야?”


스가와라의 단골이 맞받아 쳤다.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오이카와를 지긋이 바라보던 스가와라가 옆에 앉은 그녀를 보았다. 고백? 하고 어린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저, 고백할 게 있어요.”

“응? 스가쨩? 뭔데?”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난 스가와라가 오이카와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예감이 안 좋았다. 안 돼, 스가와라 제발 정신차려. 지금 입밖으로 말해도 알아듣지 못할 상대에게 마음속의 외침이 닿을 리가 없었다. 스가와라는 그대로 오이카와의 멱살을 잡고 몸을 숙여서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입술을 파고드는 온도가 뜨거웠다. 항상 뜨거웠지만 오늘은 유독 뜨거운 것 같았다. 치열을 훑고 능숙하게 입안을 파고드는 혀가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사실 지금 놀라는 것 보단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들과 이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냐는 것이다.

입술을 땐 스가와라는 깔끔하게 오이카와의 입술까지 핥아주고 가볍게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춘 후에 그대로 쓰러졌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얼굴을 붉힌 체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뻐끔뻐끔 거리는 오이카와를 보며 스가와라의 단골 고객이 소리내어 웃었다.

우리 스가쨩 섹마였어? 라며 호쾌하게 웃었다. 인사불성이 된 스가와라를 들쳐업고 원치않는 귀가를 하게 되었다. 얼른 가까운 모텔에 넣어두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가서 양치는 세 번하고, 저번주에 새로 산 샤워코롱을 사용해 몸을 씻고 잠들어야지.

호텔의 카운터에 있는 남자는 이젠 익숙해졌다. 또 오셨네요, 라는 표정이었다. 근처에서 일하는 호스트라는 것을 알기에 별다른 눈초리를 주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침대에 스가와라를 던지듯이 눕혔다. 이놈의 망할 술버릇 진짜. 더한 것을 하기 전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스가와라가 팔을 잡아왔다.


“토오루우.”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다고, 손님에게도 들려주지 않는 어리광을 부리는 목소리였다. 뿌리쳐야 하는데, 오이카와는 그 목소리에 약했다. 왜 약해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면서 먼저 입술을 비벼오는 스가와라에게 손을 대고 싶어진다.

처음 술버릇을 알고 몸을 섞은 날 아침, 스가와라가 사과를 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했었을 때는 왠지 이상한 기분이었다. 먼저 유혹한 것도 스가와라였다. 굳이 범해졌다는 표현을 쓰자면 스가와라의 쪽이었고 무엇보다 기분이 좋았다. 손님과 2차를 갔던 것 보다 더 좋았다. 스가와라가 더 잘했다. 그리고 나서 아침에 들은 말은 자신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말이었다.


“그럼 왜 호스트를 하는 거야?”

“절대로 고객이랑 연애는 안 하게 될 거니까.”


현명하다면 현명한, 어찌 보면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었다. 그래서 동료랑은 자고? 라고 비꼬듯이 묻자 그는 그저 웃었다. 비밀로 해줘, 라며 웃던 스가와라의 표정에 오이카와는 대답하지 못했다.


“스가쨩.”

“우응? 왜에?”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의 손을 풀어냈다.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서 올려다보는 시선이 아주 수준급이다. 손님 앞에서나 이래봐라, 단번에 매출 1위로 뜨겠네. 지금도 2, 3위를 왔다갔다하고 있지만, 이건 정말 대놓고 유혹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손을 풀어내자 손등 위를 검지로 살살 간질이고 있었다.


“우리 사귀는 사이도 아니잖아. 넌 그래도 맨날 이러는게 좋아?”

“우리 맨날 한적 없지 않아?”


왜 이럴때만 기억력은 정상인 건지. 오이카와가 한숨을 쉬자, 스가와라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명쾌한 해답이라도 얻은 표정이었다.


“그럼 사귀자! 매일매일 하게.”

“너 지금 완전 취했지?”

“거짓말 치지 말고. 얼른 잠이나 자라. 나도 집에 간...!”


오이카와의 목을 껴안은 스가와라가 그대로 자신의 몸을 침대로 눕혔다. 스가와라의 체중에 딸려 같이 침대위로 넘어졌다. 뭐하는 거냐고 바둥버리기도 전에 스가와라의 숨결이 귀에 닿았다.


“나 외로우니까, 가지 마.”


왜 스가와라의 목소리에 약한 걸까. 오이카와가 한숨을 쉬었다. 그 상태로 등에 얼굴을 부빈 스가와라가 곧 잠에 빠졌다. 적어도 불은 끄고 자고 싶은데, 라고 중얼거리면서 오이카와도 눈을 감았다.

다음날 아침도 분명 똑같을 것이라 생각하니 화가 났다. 솔직히 술버릇이라기엔 도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한번 자는 건 실수라고 하지만, 두 번부턴 실수가 아니다. 그렇다고 섹스 프렌드도 아니었다. 이도저도 아닌 흐지부지한 관계는 오이카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었다.

내일 아침에는 반드시 이 관계에 끝을 맺으리라. 그렇게 다짐한 오이카와도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술취하면 자꾸 하자고 하는 스가와라랑 처음엔 어쩌다 두 번째 이후부턴 맘가는 오이카와같은 느낌으로 서로 쌍방 삽질하는걸.. 쓰고 싶었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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