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오이스가] 사랑 조감도 01 본문

하이큐/스가른

[오이스가] 사랑 조감도 01

Fong 2016. 7. 28. 03:32

트위터에서 썰 풀었던...?


이 이야기가 이 단편( http://indreamwalk.tistory.com/113 )의 설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근데 안보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오히려 ↑이쪽이 결말 스포인것 같네요.

단편쪽은 에프터, 이쪽이 비포 같은 느낌입니다.


※주의

오이카와 이혼남 설정, 전부인, 딸 등장합니다.

인테리어 관련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전혀 아는바가 없어 날조된 부분이 상당합니다.






“오이카와씨, 6번이요.”

“네!”


오이카와 토오루, 30살. 이제 막 인테리어 회사에서 한몫을 하고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대학교 3학년 때 까지는 전국에서 유명하고 국가대표의 반열에도 몇 번씩이나 그 이름을 올렸던 배구 선수였지만, 돌연 4학년이 되자마자 배구를 그만두고 인테리어를 배우기 시작하여 지금은 잊힌 이름이었다.

국가대표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배구 선수인 우시지마 와카토시가 인터뷰를 할 때 마다 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한때 있었던 선수 정도로 기억될 이름이었다. 그는 최상의 조건의 팀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인터뷰에서 항상 오이카와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다. 누군가는 서로 연인사이가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오이카와 토오루입니다. 네, 네… 아 홈페이지요?”


누군가는 사고를 쳐서 자진 사퇴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었다. 아무런 정황 없이 은퇴를 한 덕분에 한동안 구설수에 휘말려야 했다. 눈에 띄는 외모 덕분인지 한때 파파라치가 붙기도 했지만, 오이카와는 학업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대중은 금세 그의 행동에 관심을 거두었다.

오이카와는 대학교 졸업 후, 2년 후에 현재의 인테리어 회사가 이사 오기 전에 같은 건물에 있던 세무서에서 근무하는 여성과 결혼했다. 행복하게 잘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던 결혼은 삐거덕거렸다. 딸인 세나를 두고 결국 두 사람은 이혼을 했다.

두 사람 모두가 집에 잘 들어오지 못해서 아이를 봐주지 못하는 상황에 치달았음에도 불구하고 금전적으로 조금 더 여유 있는 모친쪽으로 넘어갔다. 양육비를 일부 부담하는 것으로 두 사람이 해어진 지 1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오이카와씨는 우시지마 선수에게 뭐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제 아침방송에서 또 나오더라.”


고객과의 예약을 잡고 다이어리에 일정을 적은 오이카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응대를 마친 후에 한숨을 푹 쉬면서 자신의 옆에서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을 보았다. 별로 달갑지 않은 소리였다.


“그쪽이 마음대로 떠들고 다니는 거지, 저랑은 별 상관도 없어요. 저희 연락처도 서로 모르는 사이에요.”


어제 아침방송에 우시지마가 나와서 이번 올림픽 금메달 수상소감을 이야기했다. 자꾸 오이카와의 이름이 나와서 일부러 가장 인상에 남는 선수에 관한 이야기는 피하고 우시지마 개인에 관한 질문을 위주로 했건만, 우시지마는 또 오이카와를 언급하고 말았다.

‘천부적인 센스를 가진 세터였고 내 인생에 그와 함께 같은 팀에서 경기를 치루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라고 생방송에서 발언해 버린 덕분에 우시지마와 자신의 이름이 오전 내내 실시간 검색어로 떠돌아다녔고 덕분에 오이카와가 몸담고 있는 회사 역시 계속 떠돌아다녔다.

홈페이지는 하루에 세 번씩 트래픽을 갱신해야 했고 전화 연락도 많았다. 사실 오이카와는 이제 막 초보티를 벗은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지명하는 사람이 늘어갔다. 막 이 업계에 왔을 때에도 같은 상황이었다. 오이카와는 얼굴마담처럼 이 손님 저 손님과 만나 예약과 계약을 담당하고 실질적인 디자인 업무는 다른 사원들이 맡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매번, 이제 조금씩 일을 알 것 같을 때 이런 일이 터져서 오이카와는 자신의 이름이 오르는 것이 기쁘지 않았다. 다행이도 사장님이 ‘이제 오이카와씨도 스스로 해보셔야죠?’ 라며 도와줄 직원을 딱 두 명만 같은 팀으로 묶어주었다.


“그리고 회사 이름이 팔리는 건데 왜 제가 뭘 해줘요? 사장님이 해 주셔야죠.”


당장 오늘 저녁에 있는 고객 상담일지로 눈을 돌리는 모습에 오이카와를 논하던 두 사람이 웃었다. 두 사람 다 오이카와의 선배였고 이 회사의 창립맴버이기도 했다. 소규모로 시작한 회사에서 오이카와는 회사의 이름을 알리고 대규모의 고객을 유치하는데 한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확실히 오이카와씨 센스는 좋은데… 이번에는 예산 안에서 해결 하세요.”


그들이 생각하는 오이카와의 최대의 단점은 선택한 것들은 상당한 가격이 있어서 고객의 예산을 초과하는 것들이 많았다. 주변 선배들이 타협할 수 있는 퀼리티와 낮은 금액을 제시하여서 어찌저찌 상항을 모면하고 있었다.


“그거 말인데요….”


또 몇 가지 봐둔 것이 있는지 바로 옆에 있던 동료에게 자료를 보여주며 상담을 요청했다. 오이카와를 돕기로 한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달려들며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주었다. 덕분에 책상에서 소리 없이 화면만 반짝이는 오이카와의 핸드폰은 애타게 빛을 뿜다가 꺼지기를 반복했다.





Crow Nest, 3년 전에 번화가에 문을 연 카페는 오로지 커피와 케이크만으로 유명세를 탔다. 커피를 제외한 메뉴는 극도로 적고 케이크도 대부분 수량이 한정되어 있을 정도로 단기간에 유명해졌다. 지금은 디저트 관련 잡지에 매달 빠짐없이 등장하고 바리스타 대회에서 심심찮게 이름을 보이기도 하는 곳이었다.

바리스타, 파티쉐 직원이 각각 두 명씩 있고 매니저와 점장까지 포함하여 여덟 명이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가게를 이끌어 왔다. 바리스타나 파티쉐는 혀가 보장할 수 있고 직원들은 가게의 서비스로 그들의 활약을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매니저는 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


“어서오, 아! 매니저님….”


창업이나 경영 관련 잡지에 가끔 등장하는 Crow Nest의 매니저 스가와라 코우시가 사실상 이곳의 모든 것을 관리했다. 올해로 30살이고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고 호감이 가는 외모와 부드러운 미성, 한없이 친절해 보이는 얼굴을 갖고 있어서 여성들의 인지도가 높은 편이었다.

잡지에서 그 흔한 취미조차 잘 밝히지 않았다. 실업팀 소속이자 국가대표로 선발된 니시노야 류가 몸담고 있는 가게의 사장이라는 것과 배구 경기장에서 몇 번 보였던 것을 바탕을 그의 취미가 배구가 아닐까, 하는 추측만 인터넷에서 나돌고 있었다. 아직 애인도 배우자도 없는 미혼 남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일이 있어 근처의 백화점에 다녀온다는 스가와라 매니저는 직원이라면 모두가 다 알고 있을 프로필과는 전혀 상반된 사람과 함께 매장으로 들어왔다.


“여, 역시 숨겨둔….”

“아니야! 오는 길에 길에서 울고 있어서 데려온 거야.”


일이 있어 조금 늦게 출근한다는 말만 들었던 야치 히토카는 오후의 가장 늘어지는 시간에 어린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모습에 자신이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던 여러 가정 중 하나가 맞아 떨어지는 줄 알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곧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귀여운 애는 처음 본 것 같아요!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데 어쩌다가 부모님을… 헉, 혹시!?”

“얏쨩, 거기까지만 해. 애기가 듣고 있잖아.”


야치의 뒷말을 추측했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아이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야치가 당황해서 말을 번복하기도 전에 소리 내어 울게 되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어린 여자아이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것을 보고 교대하기 위해 그녀의 옆을 지나가는 장신의 남자가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는 말을 듣고 스스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스가와라는 야치가 미아와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가게를 쭉 둘러보았다. 통유리로 된 테라스쪽 창문에 햇빛으로 인해 보이는 손자국들을 보며 닦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일곱 테이블 정도 앉아 있는 손님들을 보며 오늘의 매상을 머릿속으로 추측했다.

진열대의 케이크들을 보며 치즈 케이크와 과일 타르트가 매진 된 것을 보고 머릿속으로 이윤을 계산하며 지금은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커피메이커가 유리로 살짝 가려진 곳을 지나서 그 옆의 주문을 받는 곳까지 다가갔다.


“카푸치노랑 오렌지 주스 하나.”


카운터가 아닌 음료수를 건네주는 쪽으로 살짝 머리를 집어넣었다. 회색의 머리카락이 흔들리면서 안쪽에 앉아서 쉬고 있던 두 명의 바리스타에게 말을 건넸다. 앉아서 물을 마시던 두 사람은 뜬금없는 매니저의 주문에 그를 바라보았다. 오렌지 주스는 메뉴에도 없는 품목이었다.


“주스 정도는 스스로 꺼내서 마시는게 어때? 매니저님.”

“나 오는 길에 미아를 발견해서… 너무 울어서 데려왔거든. 애한테 커피를 먹일 수는 없잖아.”


주워온 아이가 누군지 궁금한 나머지 왁스로 머리를 새운 것 같은 장신의 남자가 일어나서 스가와라가 고개를 들이민 곳으로 슬쩍 바깥을 엿보았다. 야치가 아이를 달래는 중인지 재잘거리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진짜네.”

“아무렴 내가 괜히 메뉴에도 없는 걸 달라고 하겠어?”


스가와라의 말에 다른 한 명의 남자가 ‘카푸치노 부탁드려요. 쿠로오씨.’ 이라는 말을 남기고 안쪽으로 사라졌다. 쿠로오라 불린 남자는 매니저의 주문에 부응하기 위해 움직였다. 야치를 대신하여 카운터에 있던 남자는 스가와라가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초코 케이크를 커피가 나갈 트레이에 예쁘게 올려 두었다.


“오- 츠키시마, 이제 눈치 좀 늘었네?”

“매니저 이름으로 달아 둘 겁니다.”


그래, 그렇게 해. 스가와라는 웃으며 대답했다. 쿠로오카 커피를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 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렌지 주스라고 해도 마트에 파는 오렌지 주스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필요가 있는 걸까. 쿠로오도 그가 생각보다 늦는 것을 보고는 아카아시, 하고 그를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카아시는 오렌지 주스 대신 딸기 쉐이크를 가지고 왔다. 언제 또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했는지 의외의 센스에 스가와라가 감탄했다. 자신의 커피와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의 간식이 담긴 트레이를 들고 창문가에 앉았다. 야치도 그 아이를 스가와라의 맞은편에 앉혔다.


“얏쨩, 어서 퇴근해. 내가 보고 있을게.”

“괜찮아요! 저 애들 좋아해요!”

“아침부터 바빴잖아. 얼른 가서 쉬어.”


스가와라가 손수 아이의 앞에 케이크와 주스를 놓아 주었다. 빨대는 3번이나 회전을 하는 빨대였다. 귀여운 장식도 달려있어서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괜찮니? 밖이 많이 더웠지? 자 딸기 쉐이크야.”

“감사합니다.”


훌쩍이던 아이가 쉐이크를 본 순간 침울하던 표정이 한순간에 변했다. 이런 장식을 처음 보는 모양인지 눈을 반짝이며 우와,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세 번이나 도는 빨대를 이용해 쉐이크를 빨아마시기 시작했다.


“이름은 뭐니? 내 이름은 스가와라야.”

“세나!”

“세나는 몇 살이야?”


스가와라의 질문에 아이는 활짝 웃으며 다섯 손가락을 펴 보였다. 맛있는 거 하나에 이렇게 사람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초코 케이크를 조금 맛본 세나는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부모님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잊은 얼굴이었다. 그래도 우는 얼굴보단 나았다.


“세나는 엄마나 아빠 전화번호 알고 있어?”

“몰라….”

“음… 어느 동네에서 왔는지 알고 있니?”

“3층에 살아.”

“그래?”


다섯 살에게는 역부족인 건가.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경찰을 부르면 이것저것 귀찮은 일들이 많아져서 부르지 않았던 것인데, 이래선 부르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난처한 표정으로 커피를 홀짝이는 스가와라를 빤히 보다가 무언가 떠올랐는지 한쪽 어깨에 매고 있던 작은 가방에서 빳빳한 종이 한 장을 꺼내서 스가와라에게 내밀었다.


“아빠가 엄마 없을 때 전화하라고 했어!”


오이카와 토오루, 아오바죠사이 인테리어회사 디자이너라는 타이들이 붙어 있었다. 그의 내선번호와 이메일, 휴대폰 번호가 적힌 명함을 바라보았다.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 이름이었다. 스가와라는 케이크와 음료를 흡족하게 맛보는 아이를 한번 보고 자신을 향해 인사하는 야치에게 손을 흔들어준 후에야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경쾌한 대기 음성이 들렸다. 언제나 새집 같은 내 집을 위한 인테리어, 라는 안내음성을 전부 다 듣기도 전에 전화가 연결되었다. 경쾌하고 밝은 남성의 목소리였다.


“네, 오이카와 토오루입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Crow Nest라는 카페인데요.”

“아… 네.”


홈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고 있어서 카페는 해 본적이 별로 없는데, 라는 생각을 하던 오이카와는 핸드폰에 찍힌 부재중 전화 3통을 보고 화면을 부드럽게 터치했다. 부재중으로 뜨는 번호와 자신의 내선으로 온 번호가 똑같았다. 처음 들어보는 카페에서 이렇게까지 전화가 온 것이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시작된 개인정보 유출일까.


“세나라는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데요.”

“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오이카와가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 딸아이의 이름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길에서 울고 있어서 일단 저희쪽으로 데려 왔거든요. 아이가 보호자 전화번호를 이것밖에 모르더라고요.”


우선 장소를 물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녀와 함께 쇼핑을 하기 위해 나온 모양이었다. 쇼핑하다가 애가 사라지는 일은 그리 희귀한 일이 아니었다. 장소를 메모하고 양해를 구하고 혹시나 바로 미팅에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허겁지겁 짐을 챙겨서 Crow Nest라는 카페로 향했다.

가는 동안 실질적 보호자인 그녀에게 전화를 몇 번이나 걸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끊어버렸다. 아마 딸도 없어졌는데 자꾸 전화를 한다며 귀찮아했을지도 모른다. 카페 주소와 이름을 남기고 그쪽에서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그곳으로 오라는 문자를 남기고 마른세수를 했다.

보호를 해주었으니 망정이지, 혹여나 사고라도 당하거나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카페에서 보호하고 있다는 말을 믿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저번 주에 바빠서 보지 못했으니 2주만에 보는 얼굴이다. 웃는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빠가 오는 거야?”


입가에 초콜릿 크림을 묻힌 아이가 4번째 시도 끝에 받은 오이카와와의 전화를 끝내는 걸 보며 활짝 웃었다. 아빠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입가를 닦아 주는 편이 좋을까, 다 먹고 닦아주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아이가 스스로 혀로 입술을 훔치는 것을 보고 웃었다.


“응. 아빠가 오신데.”

“세나는 아빠가 좋아! 저번 주에 못 봐서 오늘 보는 거야?”


스가와라는 눈치가 빨랐다. 고객이 주저하거나 말을 흐릴 때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리고 대처하는 임기응변에 능했다. 여과없는 어린아이의 말은 오죽하랴. 아이의 부모님이 별거중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스가와라는 최대한 돌려서 말해야 했다.


“세나가 엄마 말씀 잘 들어서 그런가 보다.”


큰소리로 울지도 못하고 서러운 표정으로 눈물만 뚝뚝 흘리며 거리를 두리번거리던 모습이 생각난 스가와라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람은 간사해서 말 한마디나 노래, 공간, 먹는 것 하나에 따라 기분이 바뀐다. 스가와라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바꾸어 줄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카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커피 한 잔에 기뻐하고 케이크 한 조각으로 행복에 젖어드는 얼굴들을 구경하는 건 스가와라도 좋아하는 일이다.


“오빠는 이름이 뭐야?”


딸이라고 해도 무방할 나이차의 아이가 ‘오빠’ 라고 스가와라를 칭했다. 삼촌이라던가 아저씨라는 호칭을 들을만한 나이였고 또 듣고 있었기 때문에 더 당황스러웠다. 응? 하고 스가와라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바닥을 정리하던 츠키시마가 경악한 표정으로 스가와라를 보았다. 아무리 어려 보여도 그렇지, 오빠라니. 아이의 말에 트집을 잡을 수는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스가와라 코우시야.”

“그럼 스가 오빠. 아빠는 언제 와?”

“으음… 아빠는 지금 회사에 있으니까 시간이 조금 걸리실 거야.”


카페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서오세요, 라는 츠키시마의 인사가 시원찮게 들렸다.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땀, 그리고 다급함이 묻어나오는 표정. 결정적으로 스가와라의 눈앞에 있는 어린아이와 같은 갈색의 머리카락으로 그가 아이의 아빠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아빠!”


아이는 쪼르르 달려가서 자신이 아빠에게 안겼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아이를 안은 오이카와는 품에 꼭 껴안고 아이를 다독였다. 다행이야, 라고 말하며 진심으로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오붓한 부녀의 시간을 보낸 것도 잠시뿐이었다. 오이카와는 안아 올렸던 아이를 다시 바닥에 내려두었다.


“보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가 매고 왔던 가방을 들고 세나 쪽으로 온 스가와라를 향해 오이카와가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무안하게 웃은 스가와라가 아이의 어깨에 가방을 매어 주었다.


“조금만 기다려.”


스가와라는 두 사람을 두고 잠시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를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츠키시마는 매번 이런 일이 있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주문을 하는 손님은 이곳의 단골인지 처음 보는 아이와 매니저가 친하게 지내는 것을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


“저기…! 아.”


급하게 숨을 몰아쉬며 문을 열고 온 여자가 눈앞의 오이카와와 세나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여자는 땀 투성이였고 예쁘게 반묶음으로 올린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으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세나!”

“엄마…!”


아이는 처음에는 웃었으나, 갑자기 굳어지는 표정을 보고 아이도 덩달에 얼굴이 굳었다. 오이카와는 진정하려 했다. 화가 나지만, 쇼핑중에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아이가 없어지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매우 특이한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그냥 넘기기가 힘들었다.


“도대체 애 데리고 어딜 다녔던 거야?”

“네가 무슨 상관이야? 양육권은 나한테 있는 거 몰라?!”


여긴 집이 아니라 남의 가게이다. 보는 사람도 많고 무엇보다 아이가 보고 있었다. 아이 앞에서 절대 싸우지 말라는 아동복지사의 말이 떠올랐으나 곧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점점 언성을 높여가며 싸우게 되었다. 매번 이렇게 얼굴을 맞대기 시작하면 이런 일이 났다.

케이크와 쉐이크를 매우 행복하게 먹는 아이를 위해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다시 이 카페에 찾아오는 것은 무리지만, 오랜만에 음식에 행복해 하는 얼굴을 보아 기분이 좋았다. 과자를 챙긴 스가와라는 카페에 큰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는 서둘러 나갔다.

츠키시마가 있는데 이렇게 큰 소리가 날 리가. 게다가 싸우는 목소리였다. 겁에 질린 아이와 오이카와 그리고 그의 부인이 싸우고 있었다. 츠키시마가 그만 해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들의 귀에는 들려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두 분 그만하세요! 남의 가게에서 뭐 하시는 겁니까!”


스가와라의 목소리에 두 사람이 언쟁을 멈추었다. 조금 있던 손님들의 시선들이 그 침묵 속에 하나 둘 자신이 원래 시선을 두던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는 훌쩍거리며 울음을 참고 있었다. 두 사람은 스가와라를 보았다가 자신들의 아이를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자, 세나. 선물이야.”


스가와라가 예쁘게 포장된 쿠키를 주었다. 판매용은 아니었다. 직원들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을 만들어 둔 것을 예쁜 봉투에 담은 것이었다. 아이는 훌쩍이면서 웅얼거렸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려는 것 같았다.


“가자, 세나.”


여자는 아이의 손을 잡고 카페를 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던 오이카와가 한숨을 쉬었다. 가게를 소란스럽게 한 손님들을 쳐다보던 스가와라가 안쪽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몸을 돌렸을 때 오이카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 딸이 먹은 거, 결재하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주문 좀 할게요. 피로함과 착잡함이 교차하는 얼굴이었다. 카운터에 있던 츠키시마가 어떻게 하실 거냐는 눈빛으로 스가와라에게 물었다. 스가와라는 아무 말 없이 카운터로 들어와서 츠키시마를 재치고 섰다.

오이카와의 주문에 따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와 케이크 값과 쉐이크의 값을 임의로 매겨 주었다. 자신의 음료를 받은 오이카와는 그 아이가 앉아 있었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순식간에 커피를 반이나 비운 오이카와는 한숨을 쉬며 창밖을 보았다. 턱을 괴고 한참동안 창밖을 보다가 가방속의 핸드폰이 진동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통화를 마친 후에 남은 급하게 커피를 다 마시고 카페에서 떠났다.

자신의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은 오이카와의 모습을 그가 떠날 때 까지 가만히 지켜보던 스가와라의 옆으로 아카아시가 다가왔다. 왜, 하고 심드렁하게 묻자 발주 제가 넣었어요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스가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사람 아무리 봐도 스트레잇-.”

“나도 알거든?”


대답을 마친 스가와라가 사무실로 들어갔다. 괜히 심통을 내는 스가와라의 뒷모습을 보던 아카아시는 곧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얼굴로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분량이 뭔가 개인지 1챕터 같은 느낌으로 나온거 같네요...

탐라가 원고하시느라... 아무도 안놀아줘서.. 글을 쓰는 이런 이상한 상황..ㅋ.ㅋ.ㅋㅋㅋㅋㅋㅋ


글쓸때 제목짓기가 젤 어려운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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