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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스가른

[오이스가] 스며들다

Fong 2016. 7. 9. 23:50

오이스가 전력 60 : 동거


벰파이어 AU같은...?

기간한정 동거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 같은 무언가입니다.





어른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왜 하필 그 아이가, 라며 수근거리는 목소리는 쯧쯔, 하고 혀끝을 차는 소리와 안타까움에 가득찬 종류의 것들이었다. 과연 누구를 향한 안타까움인 것인가. 방안에서 조용히 바깥의 목소리를 듣던 무체색의 그림 같은 남자아이가 잠자코 그 목소리를 듣다가 채도가 높은 짙은 녹색의 눈동자로 문앞을 응시했다.

그다지 엄청난 일은 아니었다. 마을을 지켜주는 대신 5년마다 한 번씩 마을에서 사람을 데려 왔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제물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 마을을 지켜주고 있는 스가와라 가문의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밥 대신 사람의 피를 마셔야 했다. 인간처럼 몇 시간 마다 배가 고픈 것이 아닌 것이 다행 중 다행이었다. 만약 인간처럼 몇 시간마다 피를 마셔야 했다면 마을을 지켜주는 쪽이 아닌 마을을 침략하는 위치였을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여기서 스가와라 가문의 일을 돕거나, 신사를 관리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곳으로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짝이 있다. 결혼할 배필의 짝이 아닌 피를 제공하고 제공받는 짝이 있다. 이번 해에 오는 사람은 스가와라 가문의 차기 가주로 지목된 아들의 짝이 오는 때였다.

신사 앞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소리는 즐거웠다. 차기 가주인 코우시는 몰래 신사의 안쪽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번에는 자신에게 바쳐질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어머니께 혼이 나기 전에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가장 정결해야할 시기에 마을사람의 손을 타선 안 된다며 스가와라 가문의 사람들만 자신의 시중을 들었다. 인간이 더 재미있고 즐거웠기에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오늘까지 스가와라가 들은 자신의 짝이 될 사람의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였다. 영주인 오이카와 가문의 늦둥이 막내아들이라는 것, 나이는 자신과 엇비슷하다는 것, 그다지 좋은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정확하게는 누군가의 시중을 들거나 돌볼 기질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였지만, 어쨌거나 이곳으로 들어오는 목적과는 맞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사서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있었다. 사실 그리 되어도 상관은 없었다. 맞지 않는 사람과 생활을 하느니 조금 더 편한 사람과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이카와 가문의 막내아들은 스가와라 신사에서 조금 더 떨어진, 외진 곳에 있는 별체에 놓여졌다. 본인은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가슴 아파 했지만, 친척들은 제법 달가워했다. 나중에 후계자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번잡스러웠기 때문에 늦둥이 막내아들을 치워버리는 것이 더 나았다.


“아아, 기왕이면 여자였음 좋겠다.”


바닥에 앉은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바깥의 사람들이 떠나가는 소리가 들려 입을 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곧 푸흡,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오이카와가 방안을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 하고 문 근처도 얼씬거려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귀신이라도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방안을 돌아다니다가 병풍의 위쪽에서 약한 불빛이 아른거리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걷어 보았다.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여자보단 남자에 가까운 뒷모습이었다. 촛불의 빛에 물들어 동이 틀 때의 하늘과도 같은 색의 머리카락으로 보여 원래의 색이 어떤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 무언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긴 소매를 한 손으로 잡고 무언가를 촛불에 태우기 시작한 남자 덕분에 오이카와 가문의 막내아들은 자신이 보고 있는 사람이 귀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종이가 전부 타들어가자 방안에 있던 모든 촛불이 꺼졌다. 갑작스럽게 어두워진 것에 놀라 당황했다. 사전에 설명을 들었던 코우시만이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병풍을 조금 걷고 오이카와의 손목을 잡아 병풍의 바깥으로 이끌었다. 의식이 끝나고 나서 촛불을 피워 그의 피와 자신의 피를 떨어뜨린 부적을 한 번 더 태우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리고 전통에 따라 달이 두 번 차오를 때 까지 다른 사람과 일절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


“여자가 아니라서 미안하네.”


자신의 손목을 잡아 이끈 남자의 목소리가 확실했다. 뒷모습만 보았을 때는 알지 못했으나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그의 형상은 자신과 엇비슷한 나이의 남자처럼 보였다. 목소리를 들으니 그보다 더 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성기가 지난 것인지 아닌 것인지 구분되지 않을 목소리였다.


“이름은 뭐야? 오이카와 가문의 막내아들이라고 들었는데.”


점점 스며드는 달빛에 조금씩 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밤에도 낮에 보는 것 마냥 잘 보이는 스가와라 가문의 피를 타고난 덕에 코우시는 그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얼굴은 자신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와 시선은 자신을 향하지 않았다.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오이카와 토오루.”


여자들이 와서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빼어난 이목구비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았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 기왕 오래 볼 사람인데 잘 생긴쪽이 더 좋다. 보기 좋은 떡은 먹기도 좋다고 하지 않던가.

어둠으로 손을 더듬던 토오루는 스가와라의 손목을 잡더니 코우시의 손바닥에 검지를 가져다 대고 자신의 이름을 썼다. 徹, 라는 한자를 손바닥에 썼다. 성격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소문일 뿐이었는지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토오루는 눈을 몇 번 깜빡거렸다. 이제 어둠에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나는 코우시야.”


코우시는 웃으면서 토오루의 손바닥에 자신의 이름을 써 주었다. 이제 완전히 방안에 스며든 달빛에 토오루의 눈이 트였다. 자신의 앞에는 마치 달에서 내려온 선녀같은 남자가 앉아서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바닥에 한자를 쓰고 있었다. 그들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눈가의 점 하나가 유독 아름다웠다. 화룡장점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알려주는 장본인 같았다.


“잘 부탁해.”

“응....”


토오루가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언가에 홀린 것 같은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뒤에 무언가 있는 걸까, 아니면 생각과는 다른 사람이어서 그런 걸까. 큰 제해나 요괴나 귀신이 날뛰지 않는 이상 가주가 나서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인간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놀란 것이 아닐까, 라고 추측만 할 뿐이었다.


“빨리 의식부터 끝내자. 설명은 들었지?”


코우시는 토오루의 손을 덥석 잡았다. 자신의 옷 안에서 그 어떤 예고도 없이 토오루의 손끝을 찔렀다. 자신의 손을 포갠 코우시는 미리 잘라온 부적 위에 토오루의 피로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피가 마르기 전에 다른 부적에 자신의 피로 토오루의 이름을 적어 태워야 한다. 이미 몇 번이나 들었던 이야기다. 그럼에도 코우시는 자신의 눈 앞에 놓인 그의 손가락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꼴깍, 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본 적이 있다. 스가와라 신사에 바쳐지는 사람은 그들의 양식이 된다고 했다. 사람을 먹는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이었다. 피를 마시는 행위일 뿐이라고 들었다. 이곳에서 토오루가 해야 하는 일은 자신이 짝이 될 사람의 시종을 드는 것과 일주일에 한 번, 죽을 때 까지 그에게 피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


코우시는 자신의 얼굴에 피가 흐르는 손을 내미는 토오루를 바라보았다. 약간의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찬 표정이었다. 코우시는 스스로가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앞에 들이밀어 지는 피 냄새가 이렇게 다가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왜 지금까지 자신은 마을 사람들과 같은 음식을 먹으며 지내야 했는지 알게 되었다.

살짝 입을 벌려 입술로 피가 흐르는 손가락 끝을 물었다. 앞니로 살짝 상처 주변을 깨물어 피가 새어나오게 한 후, 혀로 핥았다. 혀끝에 감도는 피의 맛은 쇠의 맛이 났다. 씁쓸하고 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이었다. 이건 것이 무슨 맛이 있다고, 다른 음식이나 다과보다 맛이 뛰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그 비릿한 맛이 좋았다.

살며시 눈을 감고 마치 사랑하는 연인에게 입을 맞추는 사람의 표정을 짓는 코우시를 보며 토오루는 점점 붉어지는 얼굴을 주체할 수 없었다.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돌던 춘화에 나오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발그레해진 얼굴과 갈급하게 무언가를 원하는 표정에 손을 뻗어 점이 남아 있는 뺨을 쓸었다. 뺨을 쥔 상태로 엄지로 그 점을 한번 쓸어내렸다.

눈앞에 있는 코우시에게 내어준다면 피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몸까지도, 그가 자신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허락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왠지 다음편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건 잘 모르겠구요 스가와라한테 첫눈에 반한 오이카와 너무너무 좋습니다ㅠㅠㅠ

매번 일본작품 2차 창작 할때는 성 (오이카와, 스가와라)를 쓰는데 이번에 이름(토우루, 코우시)를 많이 쓰니까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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