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우시스가] 손톱을 깎아주다 알게된 사실 하나 본문

하이큐/스가른

[우시스가] 손톱을 깎아주다 알게된 사실 하나

Fong 2016. 7. 3. 23:10


스가른 전력 60 : 손톱


너무 오랜만에 글을 써서... 걱정이 됩니다....


얼추 60분? 75분? 인듯 하네요.






“우, 우시와카쨩…!?”


연습을 마치고 땀에 젖은 체육복을 훌렁 벗은 우시지마는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놀라는 오이카와의 목소리에 의문을 품고 뒤를 돌아보았다. 훌렁 벗었다고 하더라도 상의 뿐이었고 이제 막 하의를 탈의 하려던 참에 들려온 목소리에 그 행동을 멈추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뻐끔뻐끔 거리며 검지를 치켜 들고 말을 하지 못했다. 또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냐고 물으려다가 얼굴을 붉히며 부들부들 떠는 모습에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귀신이라도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새하얗게 질려 있는 것이 정상이 아니던가. 오이카와의 바로 옆 락커를 사용하는 쿠로오가 오이카와의 뒤에서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이야… 국가대표는 역시 화려하네.”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에 다른 팀원들도 무안한 얼굴로 웃거나 시선을 피했다. 쿠로오가 자연스럽게 넘겼다. 오이카와는 한숨을 쉬면서 수영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말을 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 것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사실 파악할 생각도 없었다. 하의를 전부 벗고 허리에 수건을 두른 후에 샤워실로 들어갔다. 집에 와서 다시 씻더라도 운동 후에 꼭 씻고 오라는 말을 오늘도 들었기 때문이다.


“우시와카쨩 애인이라도 있어?”


애인이라, 우시지마는 좋아한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사랑한다거나 좋아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본인도 말한 적이 없어서 애인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몸을 서로 맞대는 경우는 많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사귄다는 말이 없다면 사귀는 것이라도 보기 힘들다고 텐도가 말해 주었기 때문에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닌 것이다.


“아직 그런 사이는 아닌데.”

“아직? 오- 그럼 우시와카 답지 않게 원나잇이라도?”


언제 자신의 왼편에 자리잡았는지 모를 쿠로오가 칸막이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목욕타올에 바디 샴푸를 조금 덜어내고 비비며 생각했다. 원나잇이라. 시작은 그랬다. 처음에는 자고 가다가 이제는 자신의 집에 눌러앉아 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오늘도 집에 돌아가면 그가 앉아 있을 것이다.

고등학생의 자신이었다면 시작은 원나잇이었다는 것으로 시인하여 소문을 크게 부풀어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인의 수많은 말들, 특히 오이카와부터 시작해서 쿠로오나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듯 아닌 듯이 앉아있을 그가 여러번 말해준 덕분에 어떻게 해야 잘 마무리 되는지 알게 되었다.


“동거인은 있어.”


목욕타올로 몸의 여기저기를 문지르며 대답하자 시끄러웠던 주변이 금세 잠잠해졌다. 뭐? 라며 멍청한 목소리를 내는 오이카와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등을 닦기 위해 목욕타올을 문지르다가 등이 따끔거리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리고는 왜 자신의 등이 따끔거리는 것인지 빠르게 알아차렸다.

그렇군, 스스로 납득하고 빠르게 몸을 씻고 나왔다.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오이카와와 쿠로오를 뒤로하고 빠르게 물건을 챙겨 나왔다. 곤란한 일이 있으면 일단 튀고 보는 거라고 말했던 그의 가르침에 그대로 따랐다.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원한 에어컨의 공기가 느껴졌다.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노트북을 두드리며 왔어? 라고 물었다. 시선은 노트북과 옆에 놓인 전공책, 위에 놓인 프린트를 번갈아 가며 보고 있었다. 우시지마가 짧게 대답해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새하얗고 긴 손가락이 전공책 위에 놓인 팬을 잡았다가 다시 노트북 위로 옮겨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손톱의 불그스름한 부분과 그 앞의 하얀 부분이 보였다. 그래, 저게 문제였었다. 우시지마는 체육복을 세탁기 안에 넣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손톱깎이를 가지고 그의 옆에 앉았다.


“왜? 나 오늘은 좀 바빠서 힘들어.”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며 오가는 눈동자가 빛을 받아서 빛바랜 노란색으로 보였다. 말이 없는 자신을 보며 눈을 맞추는 얼굴에 살짝 짜증이 서려 있다. 자꾸 앞으로 내려오는 회색의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 올리면서 우시지마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었어?”

“지금 많이 바쁜건가?”

“내일까지 제출해야 해. 혹시 저녁 아직 안 먹었어?”


우시지마는 그에게 저녁을 차려달라는 부탁을 한 적은 없다. 그러나 그는 집에 있으면 항상 우시지마를 위해 저녁을 만들었다. 요리 솜씨도 제법 좋아서 우시지마는 그런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결혼한 신혼부부의 생활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손톱이 길어진 것 같아서.”


손톱? 그가 키보드 위에 있는 자신의 손을 거꾸로 돌려 보았다. 배구를 했을 때는 이정도로 길어본 적이 없었지만, 배구를 그만 둔 일반인에게는 긴 손톱은 아니었다. 평소에 이렇게 세세하게 자신을 챙겨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잠시 고민하다가 어젯밤 일을 떠올리고는 푸흡, 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아팠어?”

“그런 건 아니었다. 주위에서 신경 쓰길래.”

“누가 신경을 쓰는데?”


그가 우시지마에게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한 손에 쥔 손톱깎이를 본 모양이었다. 우시지마가 크고 투박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자신의 손으로 잡고 손톱깎이의 날카로운 부분을 하얀 손톱 안으로 밀어넣어 조심스럽게 깎아주기 시작했다.


“주변이.”


그는 우시지마의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만 하다는 동의의 표시로 알아들었다. 타인의 손톱을 깎아주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는 손톱을 짧게 깎는 편이 아닌지 조금만 깊게 넣어도 아파, 하며 움찔거렸다. 그럴 때 마다 어젯밤의 일이 생각났다가 사라졌다.

조용히 손톱을 깎아주는 내내 그는 계속 무언가를 말했다. 교수가 한 이야기라던가, 동기들의 이야기, 학식에서 있었던 이야기나 뉴스에서 본 이야기들을 가볍게 입에 담았다. 그럴 때 마다 우시지마는 고개를 끄덕여주거나 대답해 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 네가 손톱 깎아주니까 생각난건데. 키스하는 부위에도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고. 손끝은….”


가지런하게 전부 깎아낸 손끝에 우시지마가 가볍게 입술을 대었다.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입술로 가져다 댄 것이 의외였는지 당황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발그스름해진 얼굴이 귀여웠다.


“칭찬. 손등은 구애라고 들었다.”


그 말과 함께 우시지마의 입술이 손등에 닿았다. 튀어나온 뼈에 우시지마의 입술이 닿았다. 부드럽고 말랑한 촉감에 그가 손가락을 오무렸다. 매번 자신의 입술이나 다른 민감한 부위에 닿았던 순간들이 생각나서 부끄러워졌다. 다시 손을 가져가려고 했으나, 우시지마의 힘에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손바닥은 질투 혹은 너를 원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


오이카와와 쿠로오가 여성 잡지를 보며 꺅꺅거리던 일을 생각해 냈다. 예술작가로 나갈 것도 아닐 텐데 그런 것들을 알아서 어디에 쓰는가, 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자신의 생각이 얕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살짝 건조한 그의 손바닥에 입술을 맞추자 손가락을 잔뜩 오무렸다. 얼굴을 붉히면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자신의 행동을 간지러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육체적인 것이던, 마음이던 그에게 확실하게 전해졌을 것이다.

우시지마는 그의 턱을 잡고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갑작스럽게 맞춰오는 입술에 그가 눈을 감았다. 노트북을 덮어 바닥으로 내려두고 전공책과 프린트는 소파 밖으로 밀어 떨어뜨렸다. 잘 모아둔 손톱은 바닥으로 떨어져 흐트러졌다. 그대로 소파위로 그를 눕히고 키스를 퍼부었다. 살짝 눈을 뜨고 보니 잔뜩 붉어진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못 한다는 의사를 내비췄던 그의 말을 생각하며 우시지마가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은 몸을 섞은 일 보다 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사랑은 타이밍이야 라고 말했던 텐도가 떠올랐다. 그는 이런 면에서는 우시지마보다 더 밝은 사람이었다.


“나랑 사귀어 주었으면 좋겠다. 스가와라 코우시.”

“… 뭐!?”


우시지마 밑에 깔린 스가와라가 언성을 높였다. 어깨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안간힘을 쓰며 벗어나려고 했다. 화가 난 것 같은 얼굴이었다. 화가 났다고 판단하기에는 뭔가 조금 부족한 얼굴이었다. 무엇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스가와라가 입을 열었다.


“우시지마 너는 사귀지도 않는 사람이랑 같이 살고 키스하고 섹스해!?”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는 건가?”

“그럼 왜 이제와서 사귀자는 말을 해!”

“정식으로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확실하게 해 두고 싶었다.”


그 말을 들은 스가와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비켜, 무거워. 발로 가볍게 미는 스가와라의 행동에 우시지마가 순순히 비켜 주었다. 바닥에 내려 두었던 노트북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렸다. 바닥으로 떨어진 전공책과 프린트물을 소파 위에 올렸다. 심통난 표정으로 입술을 내밀고 노트북에 무언가 써내리고 있었다.


“스가와라?”


오이카와도 종종 심통난 표정을 짓는다. 스스로의 분을 이기지 못하다가 터뜨려 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시지마는 그가 스스로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 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입을 다문 사람이 스가와라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졌다. 그의 기분을 풀어주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물으려던 찰나에 스가와라가 자신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너… 저번 달에 고백한 술김에 한 거였어?”


그 질문에 우시지마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에게 고백한 기억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답이 나왔다. 스가와라는 자신이 고백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였다. 그래서 의문을 갖지 않고 자신에게 손을 맡겨 손톱도 깎게 해 주었다. 스가와라의 행동에는 이해가 되었지만, 여전히 자신이 마음을 전한 기억은 없다.


“미안,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그런 것 같다.”


스가와라가 마른세수를 하며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보니 스가와라는 약 한달 전부터 자신의 집에 살기 시작했다. 요리도 그쯤부터 해주었다. 같이 잠들고 같은 샴푸를 쓴 것도 그쯤이었다. 스가와라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었다.


“미안하다. 하지만 내가 널 좋아하는 마음은 언제나 한결같다.”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는 얼굴에 스가와라가 먼저 얼굴을 붉혔다. 먼저 반한 사람이 진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회피하지 않고 언제나 직구로 말을 하는 우시지마의 표현이 좋다.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긴 하지만,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서 어떤 감정을 갖고 말하는지 잘 느껴지는 부분이 좋았다.


“알겠으니까 손톱이나 주워. 다 떨어졌네.”


모처럼 청소 했는데, 스가와라가 투덜거리자 우시지마는 내가 다시 하겠다는 대답을 해 주었다. 저 큰 체구가 쪼그리고 앉아서 손톱을 하나하나 줍고 있는 모습을 본 스가와라가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참았다.





사귀고 있었던걸 몰랐던 우시지마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등에 스가의 화려한 손톱자국이 있는 남자라면 등으로 말하는 남자지!! 라는 의미에서 우시스가였습니다.


'하이큐 > 스가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이스가] 평범한 날  (0) 2016.07.19
[오이스가] 스며들다  (0) 2016.07.09
[오이스가] 선물은 어떤게 좋아?  (0) 2016.06.11
[오이스가] 라일락 향기  (0) 2016.06.04
[오이스가] 피아노실의 로렐라이  (0) 2016.05.3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