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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스가른

[오이스가] 피아노실의 로렐라이

Fong 2016. 5. 30. 02:05

스가른 전력 60 : 인어


로렐라이가 인어입니까? 라고 물으신다면 인어의 한 종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음악 전공이 아니라서.. 디테일한 부분이나 현실성이 없을 수 있습니다.





신학기의 술집은 신입생 환영회로 시끌벅적했다. 이제 막 피아노과의 신입생이 된 오이카와 토오루는 분위기에 취하고 알콜에 취한 상태로 해본 적도 없는 술게임을 즐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방탕한 대학생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어떤 교수님이 엄격하다거나, 어느 교양 과목이 꿀교양이라거나 하는 선배들의 팁을 듣고 있었다.

반대편에도 다른 과의 신입생 환영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누군가 벌칙에 걸렸는지 사람들이 박수와 술잔을 가볍게 탁자로 치며 노래를 하라며 아우성이었다. 사람들이 모여 앉은 어느 테이블에서 누군가 일어났다. 사실 오이카와는 그 자리에서 누군가를 주의 깊게 볼 생각은 없었다. 그냥 눈을 돌렸을 때 왁자지껄한 술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상의 남자가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그 남자는 숨을 들이쉬고 눈을 내리깔듯이 감았다. 흐릿한 조명에도 눈물점이 보였다. 천천히 눈을 뜨면서 입술이 열리는 순간 오이카와는 술잔을 자신의 입에서 때어냈다. 그렇게 시끄러운 술집인데도 그의 목소리가 매우 잘 들렸다. 청아하고 아름다운 미성이었다. 그리고 그 미성으로 이탈리아 가곡을 부르고 있었다.

Caro Mio Ben, 사랑하는 연인에게 부르는 노래를 지저분하고 왁자지껄한, 그 노래와 술집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무반주였지만 그 음색은 흔들림이 없었다. 심지어 술집 안을 완전하게 장악해서 누구도 말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노래가 끝난 후의 살짝 취기가 돈 불그스름한 얼굴로 자신의 앞에 앉은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이, 이상했어요?”


주변이 조용해졌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가 부끄러워하며 자리에 앉았다. 덕분에 얼굴이 더 붉어져 있었다.


“너... 정체가 뭐냐.”

“스가와라군 일본 온지 얼마나 됐어?”

“2주 정도요.”

“그러고 보니 스가와라의 어머니가....”


그 뒤의 대화는 다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대화소리로 듣지 못했다. 손사래를 치며 고개까지 흔들며 무언가 변명을 하고 있었다. 보통 서서 가요나 부를 것이라 생각했던 벌칙에서 생각지도 못한 것이 튀어나온 것에 다들 놀라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반대쪽에 있던 학과는 독일어과라고 했다.





성악과의 교수님들 중에서 스가와라 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회색으로 빛나는 차분한 머리카락이 술집에서 Caro Mio Ben를 열창했던 그의 모친인 것 같았다. 학교에서 두 사람은 거의 마주치는 일이 없는 것 같았다. 같은 음악대학인지라 몇 번씩 마주치거나 지나가는 것을 보았지만 그날 보았던 눈물점이 인상적이었던 그는 함께 있지 않았다.

가끔 교수님이 애정어린 목소리로 아들, 하고 무르며 이야기하는 것은 들었다. 어머니가 성악가라면 그럴만도 했다. 작년 한 해가 안식년이었고 그 동안 유럽에 있었다고 하니 아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돌아온 것이겠지. 잘 부르던데 왜 성악과로 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잠시 가졌었다.


“오이카와, 피아노실의 로렐라이 소문 들었어?”

“로렐라이?”

“어라, 연습벌레인 오이카와가 모르다니....”


중간고사가 끝나갈 무렵, 피아노과에는 소문이 돌았다. 일명 피아노실의 로렐라이, 라고 불리는 미지의 누군가가 와서 연습실에서 노래를 부르고 홀연히 사라진다는 소문이었다. 처음에는 성악과를 의심했으나 성악과와 피아노과의 연습실은 건물 자체가 다른데다가, 성악과의 연습실이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연습실에서 피아노를 더듬더듬 치며 아름다운 목소리를 노래를 하고 가는데, 그는 완벽하게 문을 닫지 않고 연습하는 모양인지 그 목소리가 복도까지 흘러나온다고 했다. 그 음색이 매우 아름다워서 다들 멍한 표정으로 그 목소리를 듣거나 이야기를 멈추게 된다고 해서 로렐라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노래 부를 때 들어가 보면 되잖아.”

“으음... 그렇긴 한데, 그 목소리가 들리면 움직일 수가 없달까... 매료되는 느낌?”

“맞아맞아. 목소리도 좋고 게다가 노래도 잘 부르고. 가끔 더듬더듬 피아노 치는 걸 들으면 내가 반주를 하고 싶어 진다니까?”

“그치이? 아- 도대체 누굴까?”


동기들의 대화에 오이카와는 적당히 웃으며 맞춰주었다. 지금까지 배정받은 시간에 들어가서 하는 자율연습을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지만, 정말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오이카와 외에도 몇몇 학생들은 소문만 듣고 그 실체를 보지 못했다. 잠시 떠올랐다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로렐라이의 소문은 기말고사를 2주나 앞둔 시점에도 계속 머물러 있었다.

어쨌거나 오이카와는 그 소문의 실체는 확인한 적은 없었다. 분명 재학생 모두에게 공평하게 할당된 연습실의 시간표는 그 어떤 곳도 빈 곳이 없다. 즉, 아무도 없는 연습실이라는 것은 모두가 사용하고 있다면 발생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누군가 연습하지 않는 곳에 몰래 숨어들어가서 노래를 부르고 간다는 소리였다. 결론적으로 허가되지 않은 사람이 마음대로 연습실을 사용하고 있다는 건데, 뭐가 그리 좋은 소문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인지, 오이카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기들과 점심을 먹고 1시 30분부터 연습이 잡혀있었기에 그들을 뒤로하고 연습실로 향했다. 학생 대부분이 점심을 먹으러 갔기 때문에 연습실이 있는 건물은 조용했다. 이번 주 오이카와에게 배당된 연습실은 3층에 있는 곳이었다. 낮부터 볕이 잘 들어오는 곳이었다. 벌써 두 번이나 이 연습실을 사용했었다.

3층의 계단을 오르자 입구에서부터 누군가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소문의 로렐라이인 모양이었다. 조용하고 적막한 복도에 들리는 목소리는 그 별명에 걸맞은 소리였다. 성인 남자라고 하기에는 높은 목소리였다. 변성기가 지난 후에도 아직 맑은 소리를 갖고 있는 모양이었다. 고음 부분에서는 그의 성별을 구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문의 로렐라이는 놀랍게도 오이카와가 쓸 예정인 연습실에 있었다. 자신이 사용할 연습실 앞에 서자 그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더듬더듬 친다던 피아노는 몇몇 화음만 치는 소리로 판명되었다. 오이카와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빛이 쏟아지면서 창문을 등진 로렐라이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역광 덕분에 빛날 뿐 아니라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은색으로 보였다. 아마 등에 날개가 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긴 속눈썹이 눈이 깜박일 때 마다 같이 움직었다. 왼손으로는 피아노를, 오른손에는 악보를 쥔 그가 모래사장의 색과도 비슷한 눈으로 악보위를 따라 움직었다. 그리고 한쪽 눈 아래에 보이는 눈물점이 그가 누구인지를 알게 해 주었다.

노래가 중후반으로 무르익어 갈 때 무심코 시선을 돌리다가 문 사이로 엿보는 오이카와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노래가 뚝 끊겼다. 황급히 악보를 접고 피아노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허둥거리다가 피아노 의자 위에 놓은 가방을 밀쳐 바닥으로 물건이 떨어졌다. 오이카와가 한숨을 쉬며 문을 크게 열고 들어왔다.


“미, 미안. 정리하고 빨리 나갈게.”


예쁜 목소리로 사과를 들으니 어처구니가 없던 감정과 남의 연습실을 함부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분노가 녹아 없어졌다. 게다가 허둥거리며 당황하는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급하게 챙기는 모습이 조금 서툴렀다.


“상관없어. 나 1시 30분 부터니까.”


오이카와의 대답에 하하하, 하고 멋쩍게 웃은 그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의 가방을 다 정리한 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려는 것을 오이카와가 붙잡았다.


“아직 시간 남았는데? 로렐라이씨.”

“음... 그치만, 곧 네가 사용할 거잖아? 여긴 피아노과의 연습실이니까 상관없는 내가 나가는게 맞지.”


로렐라이라는 말에는 부정하지 않는다. 본인도 어느 정도 소문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였다. 알고 있으니 계속 오는 거겠지만, 어찌되었던 그는 소문에 상관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딱히 성악과도 아니면서 왜 피아노과의 연습실까지 와서 노래를 부르는 걸까.


“그럼 내가 반주 해줄 테니까, 한 곡 불러봐.”


오이카와가 피아노 앞으로 걸어가서 피아노 옆에 가방을 내려놓고 악보집을 꺼내들었다. 의자 위에 앉은 오이카와의 모습에 그가 말없이 서있다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조금 당황한 모양이었다. 피아노의 표면은 매끄러워서 등뒤에 있는 그의 얼굴이 거울처럼 보였다.


“자신있는 곡이 뭐야?”

“나 그렇게 전문적으로 부르지는 않아.”


곤란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이 더 보고 싶었다. 노래를 부를 때는 성스럽고 청아하고 단아한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귀여웠다. 남자인데도 귀여웠다. 지금까지 빈말로 남자에게 귀엽다는 단어를 사용해 왔던 오이카와에게 그를 향한 귀엽다는 단어는 칭찬이었다.


“나 들었어. 학기 초에 네가 술집에서 Caro Mio Ben 부르는 거.”

“아... 그거?”


뺨을 긁으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둔다. 상대하기 싫으면 나가면 될 텐데, 마음이 약한 모양이었다. 스가와라 교수님은 무섭고 엄격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라던데, 그 아들은 달라보였다. 유약하고 부드럽고 말랑해 보였다. 무엇보다 천사라는 별명이 더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빨리 해. 네 정채 떠벌리고 다니는 거 싫으면.”


오이카와는 그럴 사람도, 그럴 마음도 없었지만 괜히 심술궂은 사람처럼 말해 보았다. 뒤를 돌아보자 진심으로 곤란해하며 눈을 굴리는 그가 보였다. 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가장 평화적인 방법을 찾는 것 같았다.

사실 별로 알려져도 상관없었지만, 반주를 해주겠다는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남의 연습실을 마음대로 쓴 건 맞는 이야기이다. 혹시나 이곳 연습실을 다시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도 아쉬운 일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음... Myrthen. 알아?”


오이카와는 대답 대신에 피아노로 답했다. 부드럽고 유려한 손놀림으로 피아노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 마쉬고 입을 열었다.

처음보는, 엄밀하게 말하면 처음은 아니지만, 생판 모르는 남자의 입에서 사랑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자신의 영혼이라며 아름답게 부르짖는 목소리에 마음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반주에 집중해야 하는데 자신의 뒤에서 자신의 등을 보며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성과 본능의 사이를 오가는 사람처럼 오이카와는 목소리에 홀리지 않도록 집중했다.

천사에 가깝다는 평은 취소해야 했다. 별명 그대로 로렐라이와 더 닮았다. 마음에 평안만을 주는 것이 천사라면 그는 매료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얼굴과 행동, 특히 눈이 좋았다. 눈가의 점까지 포함해서 예쁘고 아름답다. 눈을 땔 수가 없다.

그의 노래가 끝나고 반주도 끝난 연습실은 고요했다. 긴장을 하고 있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한 곡을 선사했으니 연습실을 떠나려는 그를 붙잡아야 했다. 무슨 말이라고 하고 싶었다.


“저기, 번호... 교환할래?”


아 이게 무슨 개수작이지, 오이카와는 스스로 말하고도 자신의 행동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자각했다. 아무리 자신과 같은 외모의 남자라도 여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면 뺨을 맞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시간 되면 반주해 줄게.”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해줄 것이다. 오이카와의 말에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박였다. 찰나의 시간 동안 생각을 마친 그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오이카와에게 내밀었다. 오이카와는 자신에게 내밀어진 핸드폰에 번호를 저장해서 돌려주었다.


“오이카와... 토오루구나? 나는 스가와라 코우시야.”


문자 보내둘게, 가볍게 손을 흔들며 나간 문을 넋놓고 바라보다가 가방 사이에서 진동하는 핸드폰을 찾아 열어 보았다. 스가와라 코우시야, 잘 부탁해. 라는 짧은 문자를 확인했다. 그 흔한 자기소개 문자임에도 불구하고 오이카와는 가슴이 뛰었다,







원래 이 배경으로 오이스가쿠로 나 쿠로스가오이 같은 무언가의 결과물로 연성 하려고 설정도 다 짜둔거였는데 오늘 전력이랑 너무 맞아서... 썼습니다.


언젠가 이 글을 기반으로한 연성을 또 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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