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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스가른

[오이스가] 숨기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Fong 2016. 5. 22. 23:59

스가른 전력 60 : 의심


사와무라가 캐붕일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mm




“최근 코우시가 이상해.”

“에? 그래? 평범한데. 오히려 지금 네가 더 수상해 보여.”


안경에 모자까지 눌러 쓴 오이카와 토오루가 일부러 회사 앞까지 와서 애인인 스가와라를 보지 않고 자신만을 프론트를 통해 불러냈다. 본인도 상당히 조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어쩌나, 오이카와. 오늘 스가와라 외근이라 밖에서 만나면 마주칠 텐데.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말아야 하는 걸까.

역시 말하지 않은 쪽이 좋다고 생각한 사와무라 다이치는 그가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그야 수상하게 생각할 만하다. 사건의 전말을 아는 사와무라도 아직도 현실에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아무것도 모르는 오이카와의 눈에는 수상한 것이 당연하다. 아니, 애초에 왜 자신은 알고 오이카와는 모르고 있는 것인지 부터가 이상하다.

스가와라의 애인은 오이카와 토오루이다. 친구인 자신이 아니다. 애초에 일이 터졌으면 자신이 아니라 오이카와에게 말해야 하는 건데 스가와라는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라는 이유로 모든 고민과 문제를 사와무라와 의논했다.


“최근 뭔가 나 몰래 여러가지 보는 거 같단 말야? 기밀이라고 핸드폰이나 컴퓨터는 절대 열람 못하게 하고....”


사와무라는 그래? 하고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슬슬 이 시간에 돌아올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오이카와가 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쭈욱 들이켰다. 혼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걸 보면 스가와라도 투덜거리겠네, 라는 생각을 했다. 덩달아 카페인 금지가 되어버려서 한동안 마시지 못했었다.


“게다가 비밀번호가 OK20160909 라고! 이 날짜 기억에도 없어. 뭔가 아는 거 없어 사와무라!?”

“... 비밀번호 알아냈으면 보면 되잖아.”

“그게... 뭔가 이렇게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충격에 사로잡힐 것 같아서 못했어.”


스가에게 번호를 바꾸라고 말해줘야겠네, 말할 것들이 늘었다. 오이카와의 직업상 남의 비밀번호쯤은 쉽게 알 수 있다는 건 알고 어느 정도 예상 했었다. 애초에 해커인 그가 풀지 못하는 것이 없을 리가 없다. 역시 스가와라를 통해 끈질기게 입사 권유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가와라가 숨기는 것을 알아보기 위해 비밀번호를 푼다고 해도 좀처럼 알 수 없을 것이다. 스가와라도 나름대로 혹시나 볼지도 모른다며 검색기록이나 방문 이력은 전부 지우고, 요즘은 잘 들고 다니지도 않는 수첩에 적는 걸 보았다. 오이카와가 미치지 않고서야 들어올 수 없는 회사에 수첩을 두고 있으니 볼 수 있을 리도 없다.


“게다가 요즘엔 섹스도....”

“그런 건 너희 둘이서 해결해!”


사와무라는 대체 언제부터 자신이 오이카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해졌는가를 생각하다가 그만 두었다. 오이카와의 붙임성이 좋은 탓이다. 스가와라와 오랜 시간을 알고 지냈지만, 단 한 번도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조만간 말 하겠지.”

“역시 알고 있는 거지? 뭔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데?”

“나 이거 말하면 스가한테 죽어. 진짜로.”

“오이카와씨가 입다물고 있을게. 응? 제발.”


내가 널 어떻게 믿어, 라는 말을 하려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스가와라가 보였다. 얼른 와서 스가와라의 몫의 짐을 찾아가라고 말해줘야 했다. 더불어서 빨리 이 문제를 당사자와 해결하라고 넘겨주고 싶은 지경이었다. 왜 이 커플은 주변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 걸까. 자신의 앞에서 투덜거리는 오이카와를 두고 사와무라는 능숙하게 스가와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근 내 취급이 너무한거 아냐? 라고 반문하는 오이카와를 무시하고 창 밖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스가와라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


“스가, 잘 다녀왔어?”

-“응. 다녀오긴 했지.”

“무슨 문제라도 있었어?”


문제라는 말에 오이카와가 눈앞의 사와무라를 바라보았다. 창을 등지고 있는 위치에 앉은 오이카와는 스가와라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직 가까이에 온 것을 모르고 있다. 전화를 받는 스가와라도 어딘가 해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매번 병원에 다녀올 때 마다 저렇게 넋이 나가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저렇게 너덜너덜한 상태로 돌아올 필요까지 있는 걸까.


-“아니. 없었어. 건강하데.”

“다행이네.”

-“다행이긴 한데... 아, 정말 모르겠다. 어떡하지 나?”

“음, 일단 여기로 올래? 나 여기 앞에 카페인데. 손 흔들고 있어. 보여?”


두리번거리는 스가와라가 손을 흔드는 사와무라를 보고 웃었다. 사와무라가 팔을 흔드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린 오이카와는 스가와라를 발견하고 행복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스가와라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오이카와랑 있어!?”

“갑자기 찾아 왔어.”

-“그렇다고 막 만나면 어떡해!? 무슨 이야기 했는데?”

“네가 걱정할만한 일은 없었으니까 얼른 와.”


전화를 끊은 스가와라는 녹색불로 바뀌자마자 횡단보도 위를 뛰었다. 저러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라는 말이 턱까지 차올랐다. 결과적으로 스가와라는 넘어지지 않았다. 숨을 몰아쉬며 카페로 들어오자, 사와무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앉아 있던 푹신한 의자 위로 스가와라를 앉혔고 다이치는 빈 테이블에 있는 등받이가 없는 나무 의자에 앉았다.

사와무라의 행동은 마치 여성을 배려하는 모습 같았다. 오이카와가 스가와라에게 묘하게 부드러운 모습을 노려보았다. 스가와라가 날카롭게 노려보자 사와무라는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웃기만 하고 있었다. 이건 분명히, 자신을 뺀 두 사람만이 무언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 밖에 너무 덥다 정말.”

“코우시, 아이스 커피지?”


그래도 제 사랑스러운 연인이 목이 마르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니 어쩔 수가 없다. 오이카와가 지갑을 들고 일어나서 스가와라에게 묻자, 스가와라는 응. 하고 대답했다가 아니! 하고 큰 소리로 대답해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나, 나 커피 말고 토마토 쥬스로. 설탕은 빼고.”

“토마토 쥬스? 코우시 그런 거 안 좋아 하잖아.”


스가와라는 항상 단 것을 좋아한다. 아이스 커피도 시럽을 세 바퀴나 둘러 넣는 것을 마시거나 바닐라나 카라멜 마끼야또로 먹는다. 그런 스가와라가 뜬금없이 설탕을 뺀 토마토 쥬스를 주문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오이카와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으음, 하고 눈을 굴렸다.


“요즘 토마토가 재철이라고 하잖아. 나도 토마토에 맛 좀 들여볼까~ 해서.”

“나중에 설탕 없다고 뭐라고 하지마.”


오이카와가 카운터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스가와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수상한 주문이었다. 사와무라도 이상한 주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모든 답은 하나로 모여지기 때문에 굳이 묻지 않았다. 아무말도 하지 않는 사와무라의 모습을 본 스가와라는 숨기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의사가 오늘 임신 당뇨 조심하라 그래서....”

“아이가 먹고 싶다면서 먹을 때 말려주길 잘 했지?”


스가와라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종업원에게 웃으면서 길게 이야기 하는 것을 보니 설탕을 빼달라는 말을 하는 모양이었다. 저렇게 태평하게 웃으면서 주문을 하는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스가와라가 자신의 배를 쓸었다. 그 모습을 보는 사와무라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오이카와가 너 수상하다면서 찾아온 거야.”

“역시 말해야 겠지...? 슬슬 배 나올 시기이고.”

“병원도 같이 좀 가라. 나보다 더 잘 챙겨 줄 텐데.”


사와무라의 핀잔에 스가와라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야 오이카와가 사와무라보다 더 잘 챙겨줄 것이다. 아주 지극정성으로 삼시세끼 식단을 짜 준다거나, 몸에 좋다는 것들은 다 구해서 먹이고도 남을 사람이다. 절대 그런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말해!”

“그럼 언제까지 숨기고 있을 거야?”


스가와라가 양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어떻게 말하겠는가. 남자인데 임신을 했다고. 의사도 놀란 눈치였고, 여러모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배우자 분도 동행해달라는 말은 했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오이카와를 데리고 간 적은 없다. 아마 병원은 매번 데려다 준 사와무라가 남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스가와라 코우시는 완벽한 남자이다. 생물학적으로도 남자였고, 외모로 보아도 남자다. 다리 사이에도 제대로 자신의 것이 달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했다는 것을 스스로도 믿기 어러웠다. 여자도 아닌데 임신이라니,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 예기치 않게 생겨나는 생명은 남자끼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었던가.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일에 스가와라는 스스로의 정신을 차리기도 힘들었다.


“오늘 말해. 안 그럼 내가 내일 말한다.”


사와무라가 커피를 한 번에 다 들이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기 전에 토마토 쥬스를 들고 오는 오이카와에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오이카와와 단 둘인 자리라니 너무 떨렸다. 긴장으로 가득한 떨림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믿어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증거는 있다. 태아 사진도 받았고 이런저런 검사 결과도 갖고 있다. 물증이 있으니 믿어주겠지.


“자. 맛 없다고 뭐라고 할 까봐 설탕도 받아 왔어.”


쟁반에 받쳐온 토마토 쥬스와 설탕 두 봉지에 스가와라가 숨을 내쉬머 웃었다. 고마워, 라고 웃으며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걱정되서 찾아왔다고 하면서 자신을 보는 눈에는 조금의 의심도 품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오이카와가 정말로 자신을 좋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있지, 토오루.”


좋아하는 사람을 믿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심호흡을 한 스가와라가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오이카와의 눈을 피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한 마디 하는 게 이렇게 떨리다니, 좋아한다고 고백할 때보다도 떨린 기분은 처음이었다. 이 말을 꺼내면 오이카와는 어떤 표정을 지을 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자신처럼 패닉에 빠질지, 아니면 기뻐할지도 모른다. 장난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고, 정말정말 극악의 확률로 알고 있었다는 대답을 들을 수도 있다. 그래도 숨기는 건 좋지 않다.

스가와라가 토마토 쥬스를 한 모금 마셨다. 달지 않은 토마토 쥬스는 최악이었다. 하지만 모든 건 아기를 위해서니까. 목을 축인 스가와라가 말을 이었다.


“나, 임신했어.”







한번 정도는 써보고 싶었습니다 임신물... 무언가의 AU말고 그냥 평범한 남자인데 특이하게 어느날 갑자기 임신해버린 그런거...


비밀번호가 20160909 로 한 이유는 5월 기준으로 출산 예정이 9월달이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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