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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스가른

[오이스가(+카게스가)] 만족해?

Fong 2016. 5. 24. 12:07

※ 나쁜 구남친 오이카와 주의()




때를 잘못 찾아온 더위와 습한 기운이 뒤섞여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괜히 후덥지근해서 오이카와는 인상을 찌푸렸다. 빨리 어딘가로 들어가야 했다. 낡은 자취방에서 선풍기를 아무리 틀어 보아도 뜨거운 곳에서는 뜨거운 바람만 맞을 뿐이다.

노트북과 전공책, 프린트와 노트, 필통을 챙기고 서둘러서 도서관으로 갔다. 수업은 오후에나 있지만, 시원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시원한 공간에서 숙면을 취해도 무어라 할 사람이 없다. 게다가 지금 도서관에 가면 그가 있을 것이다.

칸막이가 있는 독서실 책상이 아닌 넓고 커다란 책상을 쓸 수 있는 자리의 한 구석에는 매번 그가 있었다. 경영학과라는 비교적 문과에 가까운 학과를 선택한 오이카와는 공부하는 것에 그리 많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지만, 같은 지역 출신인 그는 공대를 들어가는 바람에 골머리를 썩히고 있었다.

도서관 열람실에 들어가기 전, 하나는 블랙으로 다른 하나는 우유가 많이 들어간 커피를 뽑은 오이카와는 매번 같은 곳에 앉아 있는 그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안경까지 쓰고 인상을 찌푸린채 팬끝으로 애꿎은 공책만 톡톡 건드리고 있었다.


"좋은 아침."

"응."


자연스럽게 커피를 받은 그는 오이카와가 오자 책상에 쓰러지듯 팔을 배고 누워서 오이카와를 올려다 보았다. 그자 차례차례로 짐을 풀어 놓는 것을 구경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걸 보니 열람실로 피신을 온 모양이었다. 오늘이 조금 덥긴 하다.

오이카와쪽으로 쭉 뻗은 팔을 배고 있는 그는 오이카와가 눈이 마주치자 예쁘게 웃었다. 형광등에 빛나는 회색의 머리카락은 힘들어 죽겠다는 말을 달고 사는 그에 비해서 제법 윤기 있고 항샹 옅은 레몬향이 났다.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이 촉촉했다.

자신쪽으로 뻗어진 손을 빤히 바라보던 오이카와가 손가락 사이로 자신의 손가락을 집어 넣어 잡자 그가 놀란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웃었다. 옷깃 사이로 보이는 목과 쇄골이 우윳빛으로 반짝거려서 예뻤다. 손을 뻗어서 만지고 싶었다. 입술을 대고 붉은 자국을 남기고 싶고 혀로 핥아서 그 피부가 달콤하다는 것을 알고 싶었다.

그가 나른하게 웃는다. 자신을 보고 웃는 곳이 도서관이 아니라 자신의 침대 위였으면 참 좋았으련만, 안타깝게도 아직 오이카와와 그의 관계는 거기까지 발전하지 않았다. 아직 발전할 관계까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그는 주어지는 것을 거절하지 않고, 자신을 떠나가는 것을 붙잡지 않는다. 오이카와가 그를 떠났을 때도 그러했던것 같다.


"코우시는 손이 곱네."

"요즘 배구 안해서 말랑해졌지."


손을 주물거리자 그는 당연하다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 그가 몸을 일으키며 깍지 낀 손을 때어냈다. 무언가 생각이 난 모양인지 열심히 종이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오이카와로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지만 스가와라는 척척 적어 내려갔다. 성적도 좋은 편이라고 들었다.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이 좋았다. 웃지 않고 무표정으로 살짝 벌어진 입 사이로 붉은 속살이 보이는게 외설스러웠다. 흰색에 가까운 그가 유일하게 색을 내는 부분이여서 더 그랬다.


"뭘 그렇게 봐?"


노트에서 눈을 때지 않은 스가와라가 입을 열었다. 보지 않는 척 하면서 다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럴땐 순기지 않고 말하는 것이 더 나았다.


"키스하고 싶어서."


잠시 자신을 쳐자본 스가와라가 다시 시선을 내렸다. 대답해주지 않는다. 대답해줄리가 없었다. 작년에 왜 서로가 다른 길을 갔었던 걸까? 고등학교 삼학년 이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와 교제하는 것은 비밀이었기 때문에 밝히지 않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여자와 사귀었다. 그도 알고 있었지만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대신 더 이상 손을 잡아주지 않았고 키스도 해 주지 않았다. 해본 적 조차 없는 섹스는 더욱 불가능했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작년에 하지 그랬어."


날카롭게 후벼파는 목소리가 무심한 얼굴에서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게, 작년에 잔뜩 할걸 그랬어. 동의는 하지만 입밖으로 내지 못했다. 잘못한건 자신이니까. 상냥하게 마치 넘어간 것 처럼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잔뜩 자신을 비웃으며 조롱하고 있을 옛연이 아직도 아름답다.

술김에라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텐데, 오이카와에는 그것 조차 하지 못했다. 사실 서로에게 '헤어지자'라고 말한적은 없다. 그냥 어느 주말에 오이카와는 같은 학교의 여자아이와 팔짱을 끼고 걷다가 스가와라 코우시가 자신의 중학교 후배와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보았을 뿐이다. 그렇게 서로 만났고, 화낼 것도 없이 '안녕' 하는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토비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책상위에서 요란스럽게 진동하는 핸드폰을 받은 스가와라가 입을 열었다. 개교기념일? 푸흐, 하고 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열람실의 유리문 앞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한다. 부러워서, 질투가 나서 괴로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오이카와는 열람실 문을 등지고 있는 스가와라의 뒤로 나가가서 그 핸드폰을 뺏고 스가와라의 턱을 붙잡아서 그대로 벽으로 밀어붙이고 입을 맞추었다. 동그랗게 뜬 눈이 귀엽다.

당황한 입술 사이로 혀를 미끄러뜨려서 연하고 부드러운 점막을 비빈다. 스가와라는 혀를 비비면서 빨아주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혀를 살짝 씹어주면서 치아의 안쪽으로 들어온 스가와라의 혀끝을 간질여주면 손에 힘을 주었다.

움찔거리면서 눈을 반만 감은 스가와라는 자신의 핸드폰에서 자신을 부르는 카게야마의 목소리에 살짝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핸드폰을 잡은 오이카와의 손을 겹쳐 잡고 두번 흔들자 전화가 끊어졌다. 오이카와가 입술을 때어내자 스가와라가 물었다.


"이제 만족해? 즐거워?"


혀를 비비고 타액을 주고 받았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고 냉정한 얼굴이었다. 에어컨의 냉기마냥 가라앉은 얼굴에 오이카와가 입을 다물었다. 오이카와를 재치고 핸드폰을 다시 가져라겨는 스가와라의 팔목을 잡았다.


"헤어져. 그라고 나랑 섹스해."


옛 연인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스가와라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오이카와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은 스가와라가 고통에 신음하는 오이카와를 두고 자신의 핸드폰을 챙겼다. 그리도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 처럼 다시 전화를 건다. 미안, 누구랑 부딪쳐서. 태연하게 입을 여는 스가와라의 목소리 오이카와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키스데이라고 해서 열심히 일하면서 쓴거 같은데...


눅눅하고 구질구질한거 쓰고 싶었다는 건 알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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