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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스가른

[오이스가] 이상한 체육관의 오이카와 토오루

Fong 2016. 5. 15. 01:20

시간축이 엉망입니다. 가볍게 봐주세요..ㅠㅠ



이것은 무려 만우절 기념 연성인 것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증거자료(??) 첨부 ( 트윗숏에 급하게 백업한 앞부분 : https://twishort.com/8gpkc )



약간의 마츠스가 주의해 주세요!








3월 말.

연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스가와라 코우시는 요란하게 울리는 자신의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본적 없는 번호였다. 누군가의 핸드폰으로 추정되는데, 딱히 자신에게 전화를 걸 사람은 없다. 으음, 하고 잠시 고민하던 스가와라는 전화를 받았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받은 것이다.


“여보세요?”

-“아, 받았다. 카라스노 남자배구부 부주장. 맞지?”

“그런데요?”


가쿠란을 팔에 끼고 어깨로 전화를 받치고 단추를 잠그기 시작했다. 배구부에 관한 일이라면 보통 다이치에게 연락하지 않나? 아니, 그 전에 일부러 전화를 하는 사람이 있나? 전화뿐이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 스가와라는 잠자코 상대방의 말을 경청했다.


-“나는 아오바죠사이의 마츠카와 잇세이, 이하 두 명인데.”


이하 두 명? 아니, 그전에 왜 아오바죠사이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이 또 있는가에 관한 생각을 해야 했다. 오이카와인가? 오이카와겠지. 초보적인 실수는 안한다더니, 이미 다 들킨거 아닌가? 이하 두 명이라고 말하는 점도 신경 쓰인다. 오이카와가 껴있다고 생각하기에는 주위가 지나치게 조용하다.


“이하 두 명?”


가쿠란을 전부 입은 스가와라가 가방을 집어 들었다. 먼저 갈게, 하고 인사하자 후배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실에서 나오니 다이치와 아사히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배구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스가와라는 전화를 계속했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하나마키랑 이와이즈미니까. 하나마키는 몰라도 이와이즈미는 알지 않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입에서 다이치의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도 싫어하면서 자신은 뻔질나게 이와이즈미, 이와쨩의 이야기를 하거나 변명거리로 사용했다. 주로 자신이 늦은 이유에 ‘이와쨩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라는 변명을 했다. 솔직히 믿어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양쪽 팀에게는 비밀로 하자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으니까.


“알긴 하는데… 무슨 일인데?”

-“지금 시간 돼?”

-“마츠카와, 그거 완전 작업멘트잖아.”


이건 또 무슨 개수작일까. 이와이즈미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하나마키라는 학생의 목소리일 것이다. 끊어도 되는 걸까, 라고 스가와라가 잠시 생각했다. 스가, 무슨 일 있어? 라고 물어오는 아사히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안 되는 데?”

-“오늘 오이카와랑 데이트도 없잖아? 오이카와 진로상담이잖아.”


분명 비밀로 하자고 했던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스가와라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가 얼굴과 배구 외엔 나은 점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남자가 얼마나 입이 가벼운 지를 생각해 보았다. 혀가 미끌어져서 말했을지도 모르고 핸드폰만 보고 실실 웃어서 들켰을지도 모른다. 충분히 있을 만 하다. 게다가 일부러 카라스노까지 찾아오는데 이상하게 보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일부러 오이카와가 없는 걸 알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이유는 뭘까. 헤어지라는 설득이라도 하려나? 너무 아침드라마인가. 하지만 그 외에 짐작 가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일부러 전화까지 해줬지만 역시 만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친하지도 않고, 일부러 만날 이유가 없다.


“미안, 오늘 조금 바빠서.”

-“아… 그래?”


일단 빨리 집에 돌아가서 오이카와에게 이 일에 대해서 추궁해야 한다. 아니… 일단 숨겨야 하나? 머리를 굴리던 스가와라는 에엑, 하고 놀라는 아사히의 목소리와 무언가를 발견하고 멈춰 선 다이치를 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시선을 둔 교문 앞을 바라보았다.


-“연습 끝나서 집에 가는 거 같은데. 아니야?”


씨익, 하고 웃어 보이는 핸드폰을 든 남자가 스가와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도망가지도 못했다. 오이카와가 이정도로 용의주도하면 참 좋았을 텐데.






이상한 체육관의 오이카와 토오루












카라스노는 아오바죠사이가 있는 번화가가 아니라서 학교 주변에는 카페가 없다. 그나마 가까운 곳에서 음료를 마시며 앉아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은 사카노시타 상점이 유일한데, 그곳에서 이야기하기에는 부적합했다. 게다가 하필 지금 가게를 보고 있는 것이 우카이 감독이었기 때문에 스가와라는 자신을 찾아온 손님들의 몫의 음료수를 사서 근처 공터로 자리를 옮겼다.

스가와라의 옆으로 180이 넘는 남자들이 앉았다. 교복도 카라스노에선 보기 힘들기 때문에 눈에 띄었다. 체육복 차림으로 찾아왔다면 더 눈에 띄었을 것이다. 일단 지금 이 상황이 불편하다. 물론 초면은 아니다. 같이 시합을 했었고 얼굴을 맞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등번호 정도는 기억하고 있다.


“나는 마츠카와 잇세이.”

“하나마키 타카히로.”

“이와이즈미 하지메다.”


오른편에 앉은 사람이 자신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었고 소문의 ‘이와쨩’은 마츠카와의 옆에 앉았다. 왼편에는 하나마키라는 사람이 앉은 상태였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된 거지. 스가와라는 으음, 하고 짧게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스가와라 코우시입니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본론부터 말할게. 우리랑 같이 오이카와 낚지 않을래?”

“… 네?”


일단 오이카와랑 사귀는 걸 들켰으니 부끄러움도 조금 타야하고, 서먹함도 조금 있어야 하는데 마츠카와의 발언을 들은 스가와라는 갑작스럽게 들이밀어 진 본론에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누굴 낚는다고? 오이카와를? 왜? 잠깐 고민하던 스가와라는 그들이 곧 다가올 만우절을 준비하기 위해 일부러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제서야 마츠카와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의 제안은 매우 솔깃했다. 아오바죠사이의 레귤러 맴버들은 어떤 의미로는 친정같은 사람들인데 초면에는 얌전해야 하는 거 아닐까? 으음, 하고 잠시 고민을 하자 하나마키는 스가와라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말을 덧붙였다.


“다음 주 만우절이잖아? 그 날에 같이 오이카와 속이자. 어때?”


안 된다. 스가와라 코우시. 자중해야 해. 너무 재미있고 즐거울 것 같지만 자중해야 한다. 우린 이제 막 손을 잡은 사이다. 서로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고 이제야 조금 익숙해져서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한 사이인데. 그래도 장난이 치고 싶다! 오이카와의 팀 메이트와 완벽한 거짓말을 치고 싶다! 하고 싶어!

장난을 치는 것은 즐겁다. 지금까지 오이카와를 상대로 한 장난은 옆구리를 찌르는 수준의 유치한 수준의 장난들뿐이었다. 아직은 그런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정말 바람처럼 스쳤다.

이미 스가와라의 마음은 오이카와를 속이고 놀리고 골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찼다. 어쩔 수가 없었다. 스가와라 코우시도 아직 10대 후반인 고등학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팀에서 장난이라면 가장 잘 치는 편이다. 재미있어 보이는 일은 지켜보다가 자신이 수습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들이 말하는 장난은 스가와라에게는 수습이 가능한 정도의 장난이라고 생각되었다.


“계획은?”

“물론 준비해 왔지.”


하나마키가 종이를 건네주었다. 생각보다 웃으며 기뻐하는 스가와라의 표정을 보던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가 그가 사귀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이와이즈미는 반쯤 끌려왔었다. 오이카와의 애인이 만약 불쾌하게 생각해서 얼굴을 붉히거나 하면 당장 사과하기 위해 동행한 것뿐이었다. 일종의 안전장치로 생각하고 따라왔다. 오는 도중에 ‘만약 오이카와의 애인이 한다고 하면 너도 참가 하는 거다?’ 라는 내기에 응했던 과거의 자신의 멱살을 쥐고 싶었다.

몇 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카라스노의 부주장은 나름 친절해 보였고 상냥한 엄마 같은 포지션이었고 상식인에 적어도 얌전한 타입이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던 스가와라가 얼굴 한가득 웃음을 머금으며 흡족해 하는 표정을 보고는 망했다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과연 오이카와 토오루의 연인이었다.

하지만 오이카와를 골려줄 수 있다는 생각은 이와이즈미도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당한 것들이 있으니 이럴 때 갚아주는 거지 뭐. 인간의 자기합리화는 생각보다 손쉽고 빠르게 이루어진다.

아오바죠사이 남자 배구부 주장을 위한 맞춤형 만우절 이벤트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만우절 당일, 오이카와는 즐거운 학생의 명절을 보냈다. 매년 했던 재미있는 장난도, 올해 추가된 말도 안되게 웃긴 장난도 쳤다. 평소보다 즐거운 수업시간을 보냈다. 남은 건 부활동 뿐이다. 적어도 부활동에서 나올 법한 장난은 많다. 가슴에 패드를 차고 여자인척 하거나, 여성용 배구복을 입거나, 치마로 된 트레이닝 복을 입고 오는 수준 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 스가와라는 잘 보내고 있으러나? 라고 생각했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 이번에는 다른 체육부랑 바꾸기라고 하는 걸까? 하고 입구를 돌아본 순간 오이카와는 그 상태로 굳어버렸다. 회색 머리카락에 오른쪽 눈 아래에 찍힌 점, 오똑한 코와 약간 엷은 입술. 이제 막 손을 잡고 다니기 시작한 자신의 애인, 스가와라 코우시였다. 그냥 방문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데, 그가 입고 있는 옷이 더욱 놀라웠다.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만우절 장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옷이었다.


“코, 코우….”

“맛층~!”


하고 스가와라가 오이카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활짝 웃고 있었다. 자신이 마츠카와를 부르는 애칭을 쓰면서 손을 흔들었다. 검은색의 단화에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스타킹에 아오바죠사이의 치맛자락이 팔락이고 리본도 단정하고 예뻤다. 여자 교복을 입은 상태로 뛰어서 네트 앞에 멍청하게 서있는 오이카와를 지나 마츠카와에게로 다가갔다.


“오늘은 빨리 왔네?”

“맛층이 연습하는 모습 보러 오려면 빨리 와야지.”


나한테도 그런 말 해준 적 없는데! 연습하러 보러 온 적도 없으면서! 누가 보아도 다정한 연인처럼 마츠카와의 옆에 찰싹 붙어서는 올려다보며 웃는다. 마츠카와가 자신의 손으로 스가와라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연습 힘내!”


하고 소녀처럼 웃으며 2층으로 올라가서는 아래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 사귄지 이틀 만에 들키게 된 걸 알게 된 건가? 그래서 화내려는 것을 이렇게 짜고 치는 걸까? 스가와라가 전혀 자신을 보지 않는 걸 보니 역시 화가 난 것이 틀림없다. 여장까지 하고 온 걸 보면 남다른 각오를 하고 왔다는 증거다. 어떻게 사과해야 하지, 하고 전전긍긍하는 오이카와는 체육관을 돌기 시작했다.

초기 기획안은 연인인 척만 하는 것이었다. 아오바죠사이의 여자 교복을 입겠다는 제안은 스가와라가 먼저 했다. 기왕 하는 김에 완벽을 가해야 한다며 굉장히 들뜬 얼굴이었다. 생각보다 능숙하게 와서 상냥하게 웃어주고 정말로 연인처럼 행동하는 스가와라의 적극적인 연기 덕분에 마츠카와도 조금 두근거렸다. 전부 그들이 각본까지 써서 외운 대사였다.

타교생이, 그것도 남자가 여자 교복을 입고 하하호호 하면서 연인놀이를 하면 감독도 코치도 화를 낼 법했지만, 그 두 사람은 이와이즈미가 이미 손을 써 두었다. 서로 장난을 치기로 했다며 스가와라를 직접 데려가서 인사시켰다. 다행스럽게도 감독과 코치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기에 협조하는 확실한 일이었다.

물론 부원들도 전부 알고 있었다. 진짜 부활동 정도로 가볍게 하는 학생들과는 아예 다른 연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만우절의 장난 중 하나 정도로 취급했고, 배구로 진학하기 위해 모인 팀원들에게는 일일이 연락을 했다. 아오바죠사이 남자 배구부에서 이 만우절 이벤트를 모르는 사람은 오이카와 토오루 한 명 뿐이다.


“잇세이! 나이스 킬!”


이걸로 다섯 번이나 제대로 토스를 넘기지 못했다. 이와이즈미는 슬슬 이 장난을 그만둬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상대편 코트에 있는 마츠카와나 하나마키는 실실 웃고 있었다. 아직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슬슬 가벼운 수준이 아닌 것 같았다. 오이카와는 이런 면에서는 생각보다 쉽게 흥분한다.

오이카와도 듣고 싶었다. 스가와라의 목소리로 오이카와 나이스 킬! 이라고. 아니지, 자신도 이름으로 불러줘야 한다. 토오루 나이스 킬, 하고 불러줘야 한다. 왜 나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를 마츠카와가 더 먼저 듣고 있는 건가.


“망할카와!! 제대로 안 해?”

“하, 하고 있어! 정말….”


쯧, 하고 혀끝을 찼다. 자신의 뒤쪽 2층에 있는 스가와라를 바라보았다. 새하얀 피부에 허벅지의 반 정도까지 끌어올려 신은 검은 스타킹이 다리 모양을 잘 보여주었다. 운동하는 청소년의 다리가 얇을 리가 없지만, 그렇다고 근육이 엄청 잡힌 다리도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슬아슬한 위치였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보일 것 같은 그런, 아슬아슬하고 애매한….


“어이! 오이카와!!”


오이카와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반응이 늦었다. 마츠카와가 넣은 서브가 오이카와의 얼굴에 정확하게 맞는 바람에 초조해하는 오이카와의 반응을 보며 웃던 스가와라가 핏기가 가신 얼굴로 오이카와의 상태를 확인했다. 너무 심했나? 걱정스러운 얼굴로 위쪽에서 기웃거렸다.

스가와라는 위쪽에서 발을 동동 굴리며 오이카와를 살폈다. 그렇게 놀리던 마츠카와와 하나마키도 그만둬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오이카와는 코를 잡았다. 얼굴 한가운데가 붉어져 있다.


“괜찮냐?”


이와이즈미가 먼저 달려오고 야하바가 티슈를 가져다주었다. 체육관 바닥으로 피가 몇 방울 떨어졌다. 다행스럽게도 이와이즈미 덕분에 충격으로 인한 코피를 대처하는 방법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침착하게 티슈로 코 주위를 닦고 벤치에 앉았다.

보통 이와이즈미가 이마로 부딪쳐 오는 것과는 달리 서브로 맞은 것은 그 위력이 달랐다. 일단 모르는 상태에서 무방비하게 당했다는 것과 마츠카와의 서브는 약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위력이 있는 힘이 실린 서브였다. 조금 시야가 흐릿하게 보였지만 차차 돌아올 것이다. 건너편에 서 있는 스가와라가 흐릿하게 보인다. 분하다. 만우절이기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분하다.

오이카와도 손만 잡는 거 말고 옆에 찰싹 붙은 스가와라를 느끼고 싶고 허리를 살짝 감고 옆에 붙여보고 싶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면서 이마에 뽀뽀를 한다든가 같은 핑크빛의 연애를 하고 싶다.


“아- 정말! 분해! 너무해!!”

“쿠소카와 괜찮으면 얼른 코트에 들어와라.”

“이와쨩도 나빠!”

“피 한 번 더 빼고 싶냐?”


공식적인 연습이 끝났다. 자율연습을 할 사람은 남아서 연습을 해도 무방하고 먼저 가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대부분 레귤러 맴버들이나 스포츠 추천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남아서 연습을 한다. 3학년 레귤러 맴버들은 남아서 연습을 한다.


“가자, 코우시.”


오늘도 힘들었지? 2층에서 내려오는 스가와라가 웃는다. 입을 살짝 가리면서 웃는 모습이 예쁘다. 마츠카와 옆에 붙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다. 마츠카와의 팔이 자연스럽게 스가와라의 허리를 감았다. 옆에 살짝 붙는 포즈도 굉장히 자연스럽다. 마치 처음부터 두 사림이 연인이었던 것 같아 보였다.

내 애인인데, 내 남자 친구인데, 내 스가와라 코우시인데! 나도 아직 못해본걸 왜 마츠카와가 하고 있는 거지?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너무 심하지 않나? 어떻게 나랑 상의도 없이 할 수 있지? 마츠카와도 그렇고 코우시도 너무한 거 아니야?

절대 속지 않을 거야. 절대! 거짓말이야 거짓말! 저런 거 다 짜고 치는 거니까! 이 오이카와가 부러워서 그러는 거니까. 그래 그런 거니까. 절대로 저런 도발이나 장난에는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고 차분하게….


“저러다가 오이카와 공 터뜨리는 거 아냐?”

“오이카와 공만 만지고 있을 거면 빨리 집에나 가라.”


절대로 안속아. 절대 넘어가지 않을 거야. 나는 마음이 넓고 만우절 장난 정도는 너그럽게 봐주는… 못 봐주겠어. 역시 그냥 갈까? 라는 생각을 한 오이카외의 뒤통수로 배구공이 날아왔다. 얼른 가 멍청아! 역시 이와이즈미는 자신의 편이었다. 오이카와는 서둘러서 부실로 돌아갔다.

오이카와의 뒷모습을 본 이와이즈미가 야하바에게 눈짓하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마츠카와에게 빠르게 문자를 보냈다. 오이카와 선배가 부실로 가고 있어요. 미조구치 코치가 한 마디 하려다가 오늘만 허락을 구했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부실에 도착한 스가와라는 마츠카와의 옆에 어정쩡하게 서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힐끗 뒤를 돌아보면서 오이카와에게 가보아야 하는 건 아닌지, 잠시 고민했다. 어린 아이를 놀려먹는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이카와 정말 괜찮으려나…?”


하루종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고 계속 초조해 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차마 대놓고 화내지 않은 모습이 귀여웠다. 자제하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 하지만 불만스럽다는 표정은 지우지 않고 계속 자신을 신경 쓰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서브를 하다가 맞는 것 쯤이야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 하필이면 마츠카와의 서브에 그것도 상대편의 서브인데 안면으로 받았지 않았던가.


“코피뿐이었고… 저 녀석 의외로 단순 하니까 입술한번 대주면 되는 거 아냐?”

“이, 입술…”


이렇게 가볍게 말할 정도의 사안이었나? 이제 막 손을 잡은 연인관계에 있어서는 낯부끄러운 이야기였다. 스가와라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얼굴을 붉히자 스가와라를 내려다보던 마츠카와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진짜 여고생 같은 반응을 표할 줄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뭐야, 너네 아직 키스도 안했어?”

“그, 그런 건 상관없잖아!”


이렇게 갑작스럽게 첫키스를 내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콩닥콩닥거렸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가 아직 정해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한 스가와라가 생각을 멈췄다. 진정해야 한다. 흥미롭게 바라보는 마츠카와의 얼굴을 본 스가와라는 그가 자신을 놀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저번 주에… 손잡았어.”


헤에, 하고 마츠카와가 스가와라를 보며 오이카와를 떠올렸다. 항상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능숙하고 능청스럽게 사람들을 상대하는 오이카와가 연애에 있어선 숙맥이라는 점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인기가 많은 것에 비해 여자친구를 사귄 횟수는 적었다. 오래 사귄 사람도 없었다. 

상대를 소중하게 여기거나, 아니면 정말 진도 뺄 줄을 모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마츠카와는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야하바가 오이카와가 부실로 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 그럼 3년간 같이 해준 친구로서 애인과 진도를 빼게 해주기 위한 촉진매체가 되어주어야 하지 않겠나.


“오이카와 부실에 오고 있데.”

“엑. 벌써?! 아직 옷도 못 갈아 입었는… 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마츠카와가 스가와라를 락커 쪽으로 밀어붙였다. 갑작스럽게 오는 충격에 당황스러운 얼굴로 마츠카와를 올려보았다. 이렇게 행동하기로 한 적은 없었는데? 당혹감에 물든 스가와라의 표정을 보다가 씨익, 웃어주었다.


“자, 잠깐만…!”


상의 안으로 파고드는 마츠카와의 손길에 스가와라가 놀라며 몸을 파고드는 손을 잡았지만, 그만 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저번에 오이카와가 안 보이는 각도로 간지럽히는 연출을 해 보자는 이야기만 나왔었지 실행사항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애초에 지금 이 손길은 간지럽히는 손길이 아니었다. 

부실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잠깐. 긴장한 스가와라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문이 열리지 않는다. 마츠카와의 손은 배 위를 타고 점점 위로 올라가서 한 쪽을 가슴까지 올려서는 여자의 가슴을 만지는 것처럼 어루만졌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이, 이런 건…!”

“여기까지 따라왔으면 이미 각오 한 거 아니야?”


마츠카와가 고개를 숙여서 스가와라의 귓불을 핥았다. 귀를 핥는 적나라한 소리와 혀의 촉감이 닿았다. 히익, 하고 놀라서 움츠리자 마츠카와가 웃는 소리와 숨소리가 들렸다. 자신보다 큰 키의 남자를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솔직히 조금 무섭다. 가장 무서운 건 장난이 아닌 손길이었다.

가슴을 더듬는 손길은 점점 본격적이 되어서 손가락을 새워 봉긋하게 솟아오르기 시작한 유두를 간지럽혔다. 움찔거리면서 자신도 몰랐던 감각에 스가와라가 몸을 떨었다. 이상한 목소리가 나올 것 같았다. 이건 아니다.


“시, 싫어…! 그만… ㅎ….”


쾅, 하고 문이 거칠게 열렸다. 구원의 소리처럼 들려왔다. 스가와라와 마츠카와가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잔뜩 화가 난 오이카와가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스가와라의 거칠게 잡아 자신 쪽으로 잡아당겼다. 우시지마에게나 보일 법한 매서운 눈과 정색하는 얼굴로 마츠카와를 노려보다가 그대로 탈의실을 나갔다.

잠깐만, 하며 속수무책으로 끌려 나가는 스가와라가 오이카와를 말리려고 몇 번 이름을 부르다가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마츠카와를 돌아보았다. 마츠카와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이런 건 사전에 없었잖아! 항변하려 했지만, 스가와라가 도움을 청하기에는 자신을 끌고 나가는 오이카와의 손아귀가 더 빨랐다.


“오이카와! 아파! 천천히 가던가 손에 힘을 풀던….”

“스가쨩은 그런 차림으로 와서 내가 순순히 돌려 보낼 거라고 생각했어?”


오이카와는 스가와라를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가장 가까운 곳의 칸의 문을 열고 스가와라를 던져 넣듯 집어넣고 자신도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철컥, 하고 쇠가 맞부딪치는 소리에 절로 몸을 떨었다. 폭풍 전의 고요함을 담은 얼굴처럼 차갑고 무서웠다. 상대편에 살인적인 서브를 넣기 직전의 얼굴과도 비슷했다.

후우, 하고 오이카와가 심호흡을 했다. 스가와라가 떨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마츠카와와 있었을 때도 진심으로 무서워했다. 적어도 오이카와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오이카와의 마음에 남아 있었다.


“하나만 물을게.”

“으, 응.”

“일부러 그런 거야?”

“응?”

“오늘 있었던 모든 일.”


마츠카와는 일부러 그런 것 같지만, 나는 아니였어. 라고 말해야 한다. 오늘 있었던 일의 대부분은 전부 사전에 협의된 것이었다. 마츠카와의 몇 가지 행동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 분명 가벼운, 즐거운 생각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 얼굴에 서브 날린 건 고의가 아니었어….”


정말이지, 오이카와가 중얼거리며 스가와라를 와락 껴안았다. 품에 들어오는 작고 아담한 체구가 좋았다. 거짓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분통이 터졌던 걸 스가와라는 과연 알고 있을까. 오이카와가 곰인형을 껴안고 얼굴을 부비듯 스가와라에게도 행동했다. 아무 말 없이 껴안는 행동에 스가와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화났어?”

“당연하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땡깡을 부리는 목소리 같이 들리기도 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체육관에서 아랫입술을 내밀고 볼을 부풀려 올리던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자신이 싫어진 것은 아닌지 자신을 껴안은 팔은 풀지 않았다.


“미안, 그냥 조금 놀려주고 싶었어.”

“조금이 아니야! 어떻게 변상해 줄 거야! 오이카와씨의 이 상처받은 마음!”


언제나 호선을 그리며 올라가있던 입꼬리가 내려갔다. 일방적인 투정에 가까웠다. 그냥 스가와라가 곤란하게 웃으면서 미안, 하고 말해주는 것 외에 다른 것은 바라지 않았다.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배시시 웃는 모습이라던가. 그것도 아니면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뭘 그래, 라는 이와이즈미와 비슷한 반응까지도 수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가와라는 언제나 오이카와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그것을 매번 유념해 두었어야 했다.


“가, 가슴 만질래?”


에? 하면서 오이카와가 스가와라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말을 내뱉은 스가와라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눈은 오이카와를 피하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가슴을 만지겠냐고 물어오는 애인의 말에 얼어붙었다.

가슴이라니 아직 생각해본 적도 없는 부분이었다. 그야 허리도 만지고 엉덩이나 허벅지도 만지고 싶고 키스도 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그럴 용기가 없었다. 손을 잡는 것도 심장이 터질 것처럼 긴장하는데 가슴이라니, 오이카와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건… 그건 조금… 아니! 영원히 만지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아직은 좀 이르달까, 으음, 난 코우쨩은 언제나 좋지만 지금은 조금… 아니! 지금이라도 만지고 싶긴 한데….”


하나마키가 오이카와가 정 화가 안풀릴거 같으면 해봐, 라며 알려준 것을 입에 담았더니 오이카와의 반응이 가관이었다. 횡설수설하면서 허둥지둥 거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만지게 해준다는 건 자신인데 오히려 자신이 만지게 해주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손을 잡을 때도 처음엔 같은 반응을 보이다가 잡고 난 후에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행복해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했던 표정이 떠올랐다.


“저기, 그러니까… 오늘 데려다 줄게.”


역시 아직 가슴은 무리다. 뽀뽀라도 했으면 모를까, 지금은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두근거리고 좋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나가면 스가와라가 자신을 싫어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이카와는 오늘도 아주 조금씩만 욕심을 내기로 했다.


“응. 고마워.”


자신을 향해 웃는 스가와라의 손을 잡고 다시 부실로 돌아갔다. 갈아입을 옷은? 하고 묻자 이러고 왔는데, 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오이카와가 멈춰 서서 스가와라를 바라보자, 스가와라는 소리 내어 웃으며 거짓말이야. 라고 대답해 주었다.

스가와라의 가방이 이와이즈미의 락커에 들어있다는 것에 조금 질투가 났다. 






원래는 R-19까지의 내용이었는데 이 이상 업로드를 미루면 내년 만우절에 올려야 할 것 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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