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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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스가른

[오이스가] 안개숲

Fong 2016. 4. 10. 23:57

스가른전력 60 주제 : 안개

스가한테 홀린 오이카와를 써보고 싶었는데... 앞으로 이런 판타지적인 건 손대지 않는 것으로..ㅠㅠ



뒷산의 숲은 항상 뿌연 안개가 자욱하다. 잘못 길을 들었다가는 안개속의 신기루에 홀려서 길을 잃는다며 어른들은 뒷산의 숲은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한다. 어린 아이들은 무섭다며 어른들의 말을 듣지만, 호기심이 많은 청소년들은 담력시험을 한다며 조금 들어가 보았다가 꼭 한명씩 사라지곤 했다.


“이와쨩 바보! 겁쟁이!”


투덜투덜 거리는 갈색머리의 소년, 이제 곧 성인이 될 남자가 안개가 자욱한 숲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이제 내년이면 성인인데도 아직도 안개가 자욱한 숲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단지 안개가 많은 숲일 뿐이다. 이제 막 정오가 지난 시간이지만, 숲은 밝지 않았다. 갈색머리카락의 그는 등을 들고 숲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숲은 생각보다 깊었다. 빽빽하게 있는 나무들 사이로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가 걸으면서 밟은 눅눅한 낙엽과 나뭇가지의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좌우를 돌아보며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다가 괜한 오한에 몸을 떨었다.


“으으, 왠지 춥다.”


억지로라도 이와쨩을 데려올걸, 하고 후회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이 숲의 끝까지 가 보았다고 말해서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멈춰섰던 그는 다시 한 발자국을 앞으로 뻗으려고 했던 때였다.


“저기....”

“흐으아아악!?”


놀란 갈색머리의 그가 뒷걸음질 치다가 넘어졌다. 카키색의 망토를 쓰고 있던 사람이 놀라서 머리를 감싸고 있던 망토의 후드를 벗었다. 회색의 안개와도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었다. 마치 이 안개에서 만들어진 사람 같았다. 창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흰 피부에 안개 속으로 도망치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머리카락, 연한 카키색의 눈과 오른쪽 눈 밑에 위치한 눈물점이 인상 깊었다.

요정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안개와는 어울리지 않은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자욱하고 습한 안개와는 달리 상쾌하게 느껴지는 인상이었다. 망토와 같은 색의 눈동자의 사람이 그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괜찮아?”

“아, 아... 응.”


뻗은 손을 잡았다. 소름끼치도록 차가웠다. 사람의 손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가워서 그는 일어나서도 주춤거렸다. 그 손과는 다르게 선한 인상의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는 자신의 또래로 보이기도 했고 그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든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목소리가 맑고 아름다워서 그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음... 길을 잃은 것 같지는 않고... 숲의 끝까지 가보고 싶어서 온 거야?”


마을에 그런 소문이 돈다고 들었다. 이 안개의 숲의 끝에는 괴물이 살고 있다던가, 마녀가 살고 있다던가와 같은 소문이 돌았다. 모두 무시무시한 소문들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이 숲에 찾아오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자신을 보고 너무 놀라서 기절해 버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차라리 그 편이 편하긴 했다.


“맞아. 아무도 이 숲의 끝에 있는 걸 몰라서 오지 않으니까.”

“그래? 별로 엄청난게 있지는 않은데 말야.”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대답했다. 이 숲의 끝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갈색 머리카락의 소년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곧바로 물어보았다.


“뭐가 있는데?”


물끄러미 바라보던 회색머리의 남자가 그와 눈이 마주치자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집. 장난을 치는 것처럼 가볍게 말하는 목소리에 갈색 머리카락의 그가 얼굴을 찌푸렸다.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오루는 안 돼. 이제 곧 어른이잖아?”


갈색 머리카락의 그는 깜짝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이름을 밝힌 적도 없는데 알고 있는 남자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그의 이름은 유명했다. 이 동네에서 가장 높은 신분을 가진 오이카와 가문의 차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은 오이카와라고 불렀지 자신의 이름을 부른 적은 없다. 그리고 대부분은 자신의 이름을 먼저 밝혔다.

어째서 자신의 이름을 아느냐고 물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 보다는 그에 관한 것이 더 궁금했다. 이름은 무엇이며 왜 여기에 있으며 어째서 지금까지 자신의 눈 앞에 보이지 않았는지에 관한 것이 더 궁금했다.


“어른이면 안 돼?”


어른이라고 해도 16살의 성년까지는 아직도 1년 가량 남았다. 아직도 마을 사람들도 절친인 이와이즈미도 어린애라며 자신을 어른으로 취급해주지 않는다. 눈앞의 남자는 자신을 어른으로 취급해주고 있다는 점에 좋아해야 했지만, 그에게 있어서 안된다고 하는 부분이 더 싫었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응. 안 돼.”

“어째서?”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는 소년을 본 회색머리의 남자는 궁금한 것이 많은 토오루에게 단호하게 대답해 주었다. 아직 어른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토오루에 대한 교육은 자신의 소관이 아니었다.


“어른은 날 속이니까. 안 돼.”

“하지만 난 아직 어른이 아니야.”

“나이가 어른이 아닐 뿐이지, 토오루는 이미 몸도 마음도 생각도 어른이라서 안 돼.”


장난스럽게 자신의 집이 있다고 말했지만, 그것을 믿을 것인지 믿지 않을지는 그의 선택에 달려있다. 만약 그가 정말 집이라고 생각하고 다음번에도 혼자서 온다면 기꺼이 맞이해줄 수 있지만, 그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온다면 이야기다 다르다. 겨우 맺은 평화를 깨고 싶지 않다.


“너한테만 어른취급 받는 건 뭔가 짜증나.”

“그래? 나름 존중해 준건데.”


살포시 웃으면서 그는 토오루를 숲의 입구 쪽으로 안내했다. 토오루는 방향감각을 잃었는지 자신이 걸어오던 길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그와 함께 걸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아는 거야?”

“그야... 들었으니까.”


네가 태어나서 마을에 잔치를 벌였을 때, 일꾼들이 사냥하는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면 놀랄 것 같아서 차마 진실을 이야기 하지 못했다. 선물처럼 태어난 작은 아이의 탄생이라며 떠들고 다녔었다.

저 멀리서 이와이즈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토오루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어, 하고 옆에 선 남자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모처럼 숲의 안쪽으로 가보려고 했는데 자신을 입구까지 데리고 온 것이 괴씸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렇지만 다시 안쪽으로 들어갈 용기는 나지 않았다. 일단 조금 춥고 습해서 기분이 나빴다.


“네 이름은 뭐야?”


자신의 이름을 묻는 토오루의 질문에 그가 조금 고민했다. 알려주어도 괜찮은 걸까. 일부러 뜸을 들이면 알아서 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그의 생각과는 달리 목소리가 크게 들려올수록 빨리, 하며 그를 재촉했다.


“코우시.”

“그럼 다시 올게. 코우시!”


오지마, 라고 말하려던 코우시는 안개의 저편에서 그를 애타게 부르고 있는 그의 친구를 발견하고는 재빠르게 몸을 숨겼다. 친구를 찾겠다는 마음에 이곳까지 들어온 모양이었다. 토오루가 구박받는 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럽게 두 사람의 등을 바라보고 있으니 돌아갈 길을 몰라 해매고 있었다. 코우시는 몰래 두 사람의 뒤쪽을 따라가면서 조금씩 안개를 걷어 내어 숲의 입구까지 안내해 주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백작의 아들이 이 숲에서 없어지기라도 하면 지금의 고요와 평안은 전부 사라지기 때문이다. 코위는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이 숲의 바깥까지 무사히 도착한 것을 보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저 숲의 너머에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살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사람을 잡아먹었으나 지금은 그 부근에 서식하는 동물을 잡아먹는다고 했다. 토오루가 보기로는 사람을 해칠 정도로 흉폭하거나 난폭한 존재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안개처럼 차분하고 조용했다. 숲의 작은 꽃에 맺히는 이슬을 마시는 모습이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요물이라고 했다. 그 모습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그 모습에 홀려서 안개의 숲을 헤매이다가 잡아먹힌다고 했다. 이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아직도 살포시 지었던 미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 말 하면 그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기에 토오루는 입을 다물었다.




다음에 차분하게 이어보고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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