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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연애할땐 뭘 해도 어색하다 본문

하이큐/스가른

[오이스가] 연애할땐 뭘 해도 어색하다

Fong 2016. 2. 14. 23:30

9시 32분 시작 -> 11시 27분 종료.


전력 60분인데 혼자 120분 했습니다.


하이큐에서 전력은 처음이라서... 애니메이션만 다 보고 만화책은 아직 다 못봐서... 다소 캐붕일 수 있습니다.


스가른 전력 60분 편지




안녕, 잘 지내고 있어?

나는 잘 지내고 있어.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운동도 하고 있어. 그쪽은 어때?

오늘도 최고로 멋진 오이카와 토오루지☆


아니, 잠깐 이게 아닌데. 얼마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고 이렇게 상투적인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 거지. 그 전에 딱히 안부를 묻는 편지가 아닌데. 슥슥, 하고 샤프로 문장을 지웠다. 노트에 연습삼에 써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책상에 앉아서 샤프를 들고 고민하고 있다. 차라리 배구면 좋을지도 모른다. 그 상황에서 즉시 상대방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조금 틀리다. 상대방이 받을 때를 이미지해서 행동해야 한다. 배구는 바로 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만, 편지는 다르다.

매번 읽을 때 마다 새로운 느낌... 까지는 아직 힘들지만, 그래도 그 어떤 순간에 읽더라도 자신의 마음과 뜻을 알아주는 뜻과 내용이여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역시 글을 쓰는 건 어렵다.


“뭐해?”


잔뜩 고민하는 오이카와에게 이와이즈미가 툭 던지듯이 물었다. 시선을 내려 오이카와의 공책을 보자 몇 문장정도 쓰다가 지운 자국들이 넘쳐나 있었다. 그리고 상단에는 그가 절대로 입밖으로 내지 않는 애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편지 쓰려고?”

“응. 만나고는 있지만... 그래도 뭔가 아날로그 적인 맛이 나는 걸 하고 싶어서.”


입시 준비로 바빠서 메신저로 이야기 하다가도 상대가 먼저 잠들어 버리고 오이카와가 아침 조깅을 하려고 일어났을 때가 되어서야 보내다가 잠들어 버렸다며 미안하다는 메시지가 왔다. 아침 연습을 하고 돌아오고 나서 전화가 온다. 졸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지금 학교에 가고 있다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반대편에서 친구가 오면 끊는다.

최소 1분에서 최장 5분. 오이카와와 타 학교의 애인이 이야기 하는 시간은 딱 그때뿐이다. 두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주일에 한번은 만나서 밥도 먹고 손도 잡았는데 시험이 다가올수록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자전거라도 같이 타던가.”

“그건 현실적인 거잖아. 좀 더 멋지고 로맨스가 담긴 걸 하고 싶어.”


그거 좋을지도,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학교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기다리고 있으면 주위의 시선 때문에 불편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차일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로 데이트 하는 방법은 알지만, 상대방은 평범한 데이트가 가능한 사람이 아니다.


“영상편지라도 남기던가.”

“영상인 부분에서 아날로그가 아니잖아.”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이와이즈미가 버럭, 하고 화를 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게다가 네 연애사에 내가 왜, 까지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먼저 참견했다는 건 잊은 모양이다. 오이카와 씨를 버리지 말아줘~, 화장실까지 따라 올거냐? 교실 밖을 나가는 이와이즈미의 뒷모습을 본 오이카와는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마자 얼굴에서 웃음을 숨겼다.

뭔가 더 로맨틱하고, 달콤하고, 반할 것 같은 그런 것이 필요하다. 이미 오이카와 토오루는 멋지고 반할 것 같고 로맨틱한 존재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필요했다. 이 불안함을 조금이나마 지워줄 확실한 무언가가. 블록 사이를 뚫어버리는 스파이크 같은 강렬한 것이 필요했다.

역시 편지다. 그렇게 생각한 오이카와는 다시 샤프를 잡았다.




“후으으, 역시 공부만 하려니까 힘드네....”

“나도 몸 좀 움직이고 싶다.”


다른 사람이 공부할 동안 배구를 한 선택에 있어서는 엄청난 페널티가 따른다는 건 알고 있었다. 각오를 하고 도전한 것이었지만, 벅찬 건 사실이었다. 사와무라와 함께 아침 일찍 나와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항상 어두웠다. 배구를 할 때도 마찬가지 였다. 배구를 할 때는 힘들긴 했어도 즐거웠지만, 공부는 그닥 즐겁지 않았다.


“조금만 더 힘내면 되니까. 힘내자.”

스가와라가 말을 할 때마다 새하얀 입김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졌다. 마치 자신의 머리색과 같은 입김을 만드는 것 같아서 조금 신비한 기분이 들었다.

“스가와라는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무슨 말 하는 거야. 너도 마찬가지잖아?”


당연하다는 표정의 스가와라의 얼굴을 본 사와무라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의 연인은 이런 부분을 좋아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스가는 목표가 생기면 반짝거리는 것 같아.”

“그래?”

“대학 붙으면 좋겠네.”

“응. 그래서 힘내고 있는 거니까.”


오이카와가 스포츠 추천을 받은 학교는 입시로 들어가려면 상위권의 성적을 갖고 있어야 하는 학교였다. 같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많이 버거웠다. 힘들긴 했어도 배구를 하면서 조금씩 공부를 한 자신에게 감사하게 생각 될 정도였다.

내일보자, 하고 갈림길에서 헤어진 스가와라는 핸드폰을 들었다. 지금 집에 들어가고 있어, 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보통이라면 1분 안으로 답장이 왔을 오이카와가 왠일로 조용했다. 영화라고 보고 있으려나, 싶었다. 조금 쓸쓸한 기분으로 집으로 향했다.

평소라면 추우니 빨리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으로 서둘러 들어갔었지만, 오늘은 조금 망설여졌다. 이 어두운 밤에 누군가가 자신의 집 앞을 서성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멀리서 봤을 땐 잘못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 자신의 집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 졌다.

도둑인가? 그런 것 치곤 굉장히 옷이 당당한데. 오히려 잘 차려입은 느낌? 길이라도 잃었나? 말을 거는 편이 좋은가? 아니야, 정말로 도둑이거나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하지? 스가와라는 자신의 집앞을 두리번거리는 사람을 쳐다보다가 다가가기로 결심했다. 배구도 했었으니 후려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저기요?”

“흐으아아악!?”

“으엑!?”


상대방이 놀라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스가와라도 소리를 질렀다. 비명소리를 들은 집에서 ‘코우시?’ 라며 스가와라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가와라의 어머니의 목소리에 오이카와는 빠른 걸음으로 짚 옆의 골목으로 숨으려고 발걸음을 옮겼으나, 오이카와의 팔을 잡은 스가와라 덕분에 도망치지 못했다. 그 상태로 스가와라의 집의 문이 열렸다.


“죄송해요. 친구가 왔는데 내가 먼저 놀라 버려서....”

“그래? 밖이 추운데 안에서 이야기 하지 그러니?”

“아, 아뇨. 전해줄 물건이 있어서... 금방 가려구요.”


그래요? 스가와라의 어머니가 활짝 웃으면서 문을 닫았다. 스가와라의 집의 문이 닫히는 것을 본 오이카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해서 뻣뻣해진 오이카와의 모습에 스가와라가 풉, 하고 웃었다.


“긴장했어?”

“벌써 어머님을 뵙는 건...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어머님이라니, 유연하게 대처한 스가와라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호칭과 관계까지 생각하고 있는 오이카와에게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미안한 마음은 지워버린 스가와라는 일부러 자신의 집까지 찾아온 오이카와를 보았다. 아직도 진정하지 못한 모양인지 뭔가 말하고 있었지만, 혼잣말에 가까워서 알아듣기 어려웠다. 오랜만에 본 오이카와는 프로필 사진과는 다른 얼굴이었다.


“뭔가... 동글해졌네.”

“엑?! 나 살쪘어? 운동 꾸준히 하고 있는데....”


열심히 배구를 하던 때 보다 확실히 쉬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래서 더 열심히 운동을 하고 트레이닝도 나름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배구를 하는 것과 안하는 것은 차이가 나는 모양이었다.


“살이 쪘다는 의미가 아니라... 조금 더 귀여워졌다고... 해야 하나?”

“정말?”


금세 활짝 펴지는 연인의 얼굴을 보고 의외로 단순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는 이야기는 아마도 자신의 눈앞에 예고 없이 나타난 오이카와를 두고 하는 말이 틀림없다. 한두 번밖에 와본 적 없는 자신의 집에 밤늦게 찾아왔다는 건 아마 오이카와도 만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였을 것이다. 같은 학교였다면 조금 더 자주 봤을 텐데, 이제와서 후회할 말은 애써 하지 않았다.


“미안, 일부러 찾아오게 해서. 역시 못 만나는 건 조금....”

“괜찮아. 네게 중요한 시간이잖아?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어.”

“사실 얼굴을 보러 온건 아니었어.”


아니야? 감동에 젖은 얼굴에서 조금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편이 더 좋았을 지도 모른다. 오이카와는 계속 손에 쥐고 있었던 편지를 내밀었다. 하늘색의 편지봉투에 은색으로 된 스티커가 붙여있었다. 봉투에는 ‘스가와라 코우시에게’ 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매일 메신저로 대화도 하고 전화도 하고 있는데, 일부러 편지를 써서 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쭈뼛거리면서 주는 편지를 잡은 손가락의 몇 마디가 붉어져 있었다. 연필을 오래 잡고 있으면 생기는 자국이었다. 게다가 아까 오이카와의 손바닥 부분이 묘하게 거뭇거뭇 했다. 그 작은 것들을 한 번에 파악하고 나서 스가와라는 밝게 웃었다.


“고마워.”


코끝과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웃고 있는 얼굴을 보자, 오이카와는 공책을 열 페이지나 고민했던 문장들이 아직 읽히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것보다 더한 보답을 받는 기분이었다. 아, 역시 안되겠어. 오이카와는 두 팔을 벌려서 스가와라를 껴안았다.


“잠깐, 여기 우리 집 앞이야...!”

“친구 사이에서는 껴안아도 괜찮잖아.”


이 정도는 하게 해줘, 어리광이 잔뜩 묻어나온 말투에 스가와라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오이카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오랜만에 닿은 느낌이 평소보다 더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매번 비몽사몽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탓에 미안함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이카와의 품 안은 코트 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두근거리면서도 편안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마치 여름 내내 서 있던 식물에게 물을 잔뜩 부어주는 기분이었다. 수험이 빨리 끝나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했을 때 예상치 못한 기습을 당했다.

쪽, 하고 스가와라의 뺨에 오이카와의 입술이 닿았다. 엣, 하고 스가와라가 반응하기도 전에 오이카와가 눈앞에서 웃고 있었다. 


“다음엔 제대로 할 거니까. 기대해.”


바이바이, 웃으며 골목으로 사라지는 오이카와의 뒷모습이 빛나는 것 같아서 멍하게 바라보았다. 고백을 받아서 처음으로 손을 잡았던 날 보다도 더 두근거렸다. 스가와라는 얼굴이 식기 전 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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