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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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스가른

[쿠로스가] 마음과 현실의 차이

Fong 2016. 3. 20. 23:17

스가른 전력 60분 주제 : 소풍




연애를... 하는.. 건가...?

사실 제가 너무 찌들어서 화사하고 포카하고 달콤한 그런걸 잘 모르겠네요...((mm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쫴서 자기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게 되는 날씨였다. 완연한 봄에 가까운 날씨에 조금씩 싹이 트기 시작하는 초봄의 향기는 창문 밖에서도 느껴졌다. 막 꽃샘추위가 가신 덕분에 이제야 완전히 따뜻한 날씨를 즐길 수 있었다.
사흘 정도 밤을 새어가며 일을 한 것이 아니라면, 즐기다 못해 바깥에 나가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눈을 한번 깜빡일 때 마다 안구가 터질 것 같이 아팠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머리가 아파서 거의 고정된 자세로 기계마냥 타자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런 삶은 학생 이후에는 절대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직업 선택을 잘못한 것이 틀림없다.

“코우시~ 오빠랑 손만 잡고 꽃구경 하러 갈까?”

옆자리에 앉아 있던 쿠로오 테츠로가 막 에이전트와의 전화를 마치고 바퀴달린 의자를 질질 끌고 와서 옆자리에 앉았다. 밤을 샌 것은 두 사람 다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토끼마냥 충혈 되어 있었다. 아직까지도 입력하지 못한 많은 분량의 설문지를 힐끗 쳐다보았다.

“오빠는 무슨 얼어죽을.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키보드를 한손으로는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설문지를 한 장씩 넘겼다. 넘기기 직전 자신의 눈으로 모니터를 한 번 보고 제대로 입력되었는지 확인하고 넘기는 모습이 매우 능숙했다. 862번 응답자의 설문지를 다 된 쪽으로 넘기며 스가와라 코우시는 약 150개가 남았다는 희망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정말 이것만 끝나면 일단 퇴근을 하고 집에서 제대로 잠을 자고 씻고 나올 것이다. 인스턴트 마파두부가 아닌 직접 만든 아주 매운 마파두부를 만들어서 먹을 것이다.

“에이, 손만 잡고 간다니까? 응?”
“손이 아니라 설문지 잡고 다녀야 하는 거 아냐?”

스가와라가 입력을 끝낸 설문지들을 번쩍 들어 올린 쿠로오가 다른 상자로 옮겨 담았다. 번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상자에 담고, 상자 위에 번호를 적었다. 이제 천명쯤은 사흘정도 밤을 새어 가며 입력하는 것으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점이 희망적인 것인지 절망적인 것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았다.

“그래도 꽃잎이라도 맞으면서 들고 있으면 낭만적이지 않을까?”
“...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 정말 싫으니까.”

나는 왜 리서치 회사 같은 곳을 들어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걸까. 스가와라가 마음속으로 몇 번씩 한탄했다. 입을 꾹 다물고 빨개진 눈으로 일을 하는 스가와라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놓은 쿠로오가 뒤에서 스가와라의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손 끝에 살짝 힘을 주고 지압을 해주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거 끝나면 소풍 가자.”
“소풍?”

아까와는 달리 그나마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잠시 컴퓨터에서 손을 놓고 시선을 살짝 위로 올렸다. 웃으면서 스가와라에게 말을 거는 남자를 보면서 넉살도 참 좋구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피곤하다고 날카롭게 대한 자신이 아직도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우시군 알고 있어요? 이번 주 주말이 우리 사귄지 일 년이 되는 날이랍니다?”
“응, 그거야 알고 있지.”

한 달 전부터 뭘 하면 좋을까 고민했었다. 일이 쏟아지기 전 까지는 집에서 케이크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책도 샀다. 점점 바빠지면서 데코레이션만이라도 해 보려는 생각을 했다 저번 주에는 과연 케이크를 사러 나갈 수는 있을까, 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했다.
반지는 100일이 되는 날에 맞췄다. 시계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서로에게 선물을 해주자고 하면서 맞췄다. 커플티도 생각해 보았으나 케쥬얼 정장을 입고 다니는 회사에서 커플티를 구매했을 때의 활용도가 매우 낮음으로 포기했다. 커플속옷까지도 생각해 봤지만 그건 아직 이르다. 솔직히 많이 부끄럽다.

“이벤트 같은 건 기대 안 하니까. 꽃구경 하러 가자.”

머리의 이곳저곳을 누르던 쿠로오가 손을 거두고 자신이 헤집어 두었던 머리카락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은회색의 머리카락이 햇빛에 반사되어서 반짝반짝거렸다. 밖에서 보면 더 예쁠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걸로 괜찮겠어?”

사실 그동안 금전적인 것으로 값을 치루거나, 어딘가 먼 곳으로 놀러간 적이 훨씬 많았다. 그런데 1주년이 되었는데 단순한 소풍을 나가자는 그의 말은 그동안 자신들이 행해왔던 것들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누군가가 시간이 많아서 그림같이 예쁜 도시락을 싸 올수도 없다. 최악의 경우 편의점 도시락을 들고 꽃구경을 하러 갈 수도 있다.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스가와라의 물음에 쿠로오는 그가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고 소풍 정도로는 모자란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하고 내 뱉은 말이라는 것을 추측해 냈다. 같은 회사에 입사 동기, 같은 팀으로 일하는 것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하고 때로는 일하는 것도 연애하는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인데, 아직도 표현이 부족했나?

“그럼 코우시 군의 대 출혈 서비스 같은 거 기대해도 되나?”
“안 할거야.”

바로 냉담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한 마디 더 쏘아주려다가 웃는 얼굴을 보고는 농담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스가와라도 웃었다. 손을 아래로 뻗어서 뺨을 쓰다듬었다. 푸석푸석해진 피부가 닿았다. 일단 입력만 마치면 나머지는 밤을 새지 않아도 가능하다.
쿠로오가 고개와 허리를 숙여서 스가와라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화들짝 놀라서 붉어지는 표정은 사귄지 한 달이 되었을 때와 같은 반응이었다. 귀엽다. 스킨쉽을 좋아하면서 매번 할 때마다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좋았다. 매번 닿을 때 마다 스가와라에게는 처음인 것 같아서, 쿠로오 테츠로가 하기 때문에 처음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너희! 사무실에서 연애질 하지 마!!”
“오이카와 시끄럽다.”
“이와쨩도 그냥 봐주지 말라고! 신성한 회사에서-.”

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자, 점심을 사온 오이카와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뒤에서 들어오는 이와이즈미는 음료수가 담긴 편의점 봉투를 들고 있었다. 스가와라는 오이카와의 시선을 피했고, 쿠로오는 태연하게 오이카와에게로 다가갔다.

“내 고등어구이 정식 제대로 사 왔어?”
“마지막에 있는 도시락이야. 다음엔 절대로 안 질거니까. 각오해둬.”

회의를 하기 위한 탁자에 도시락이 담긴 봉투를 내려두면서 오이카와가 불만스럽게 이야기 했다. 일주일 연속으로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도시락 당번을 하고 있었기에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스가와라도 오이카와의 눈치를 보며 탁자로 다가왔다.

“나는 스가랑 나가면 좋을 텐데.”
“절대 이와쨩이랑 보내줄 거니까.”
“왜 멋대로 날 보내냐.”




봄의 따사로운 햇빛과 적당하게 부는 바람, 이제 막 싹이 돋아나서 푸릇한 잔디 위로 돗자리를 깔고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은 평화 그 자체였다. 도시락은 쿠로오가 준비했다. 전문점에서 구입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계란말이가 살짝 엉망이라던가, 판매용이라고 하기엔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매운맛의 반찬들이 있는 걸 보니 직접 만든 모양이었다.
모든게 만족스럽고 완벽했다. 하늘에서 흔들리는 꽃잎들도 예쁘고 하나 둘 떨어지는 꽃잎도 마치 광고에서만 보는 장면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손도 잡고 걷는 것이 데이트다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왔지만, 스가와라 코우시는 매우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쳤다.

“졸려....”
“조금 자.”

쿠로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스가와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모처럼 여기까지 놀러 왔는데, 라며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음만은 아직도 10대의 청소년처럼 다니고 싶었지만 몸은 회사일에 찌든 20대 후반이라는 것을 착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졸면서 걷다가 넘어지는 것 보단 낫잖아.”

어차피 밤에는 못 잘 텐데, 라는 말은 마음속으로만 한 쿠로오가 자신의 몸을 뒤로 젖히자 자신에게 기대고 있던 스가도 같이 돗자리 위로 떨어졌다. 갑자기 기울어지는 바람에 쿠로오를 붙잡은 상태로 얼떨결에 돗자리 위에 눕게 되었다.

“저기, 이렇게 공개적인 곳에서는....”
“자 낮잠 잘 시간이에요. 코우시 군.”

전혀 자신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다신 볼 사람도 없다. 쿠로오의 말대로 정말 잠만 자는 것 뿐인데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다. 이상하게 생각하라면 하라지, 라는 마음으로 스가와라는 쿠로오의 팔베개를 거절하지 않았다. 정말 애기취급 하듯이 토닥여 주는 손길이 햇볕보다 따스했다.

“코우시.”
“으응?”
“이렇게 같이 누워 있으니까 정말 사귀는 것 같다.”

푸흐, 하고 웃은 스가와라가 눈을 뜨지 않고 사귀고 있잖아, 라고 대답했다. 쿠로오는 대답하지 않고 스가와리의 뺨을 쓰다듬었다. 저번보다 부드러워진 뺨을 만지며 7시에 환호성을 지르고 퇴근했던 스가와라가 며칠 사이에 제대로 쉬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쩜 이렇게 피부가 하얀 걸까. 남자인데, 들어보면 그렇게 얌전하게 놀았던 것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유지를 한 걸까. 점은 왜 눈 아래쪽에 하필 이런 곳에 나서 순하게 보이게 할까. 20대 후반을 달리고 있음에도 아직 어리다고 느껴지게 만들었다. 매력적이기도 했다.
손가락으로 볼에서부터 눈썹과 속눈썹을 만지다가 스가와라의 눈 아래쪽의 점을 살짝 눌러보았다. 오똑하게 선 콧망울을 손끝으로 살짝 건드렸다. 스가와라의 숨이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 간지러웠다. 회사에서는 실수를 제외하고는 항상 긴장하거나 일을 척척 처리하는 모습만 보여주었는데, 오늘은 자신 앞에서 잠드는 가장 무방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귀엽다. 예쁘다. 천사같다. 이 이상의 단어들이 생각나지 않는 쿠로오는 자신의 언어능력을 탓했다. 조금 더 어울리는 표현들이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의 끝에 머무른 곳은 스가와라의 입술이었다. 붉은빛이 감도는 입술을 손끝으로 부드럽게 쓸었다. 마지막으로 키스한게 언제더라, 기억을 더듬다가 이틀 전에 자료실에서 문을 잠궈두고 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사실 키스보단 뽀뽀에 가까운 접촉이었다.
쿠로오는 스가와라의 입술을 계속 만지작 거렸다.이렇게 하고 나면 자고 일어나서 먼저 키스 하자고 하지 않을까? 라는 마음을 품으며 한 행동이었다. 쿠로오가 방심하고 있는 찰나에 스가와라는 갑작스럽게 입을 벌렸다. 그리고 입술을 간질이던 쿠로오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절대 뜨이지 않을 것 같았던 눈꺼풀이 열리면서 카키색의 눈동자가 쿠로오를 보았다. 약간의 불만을 담은 눈이었다.

“그만 좀 괴롭혀. 딱 10분만 잘테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스가와라는 쿠로오를 두 팔로 꽉 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늘진 곳이라 조금 서늘했던 터라 적당히 따뜻하고 살짝 말랑해서 좋았다. 
눈을 내리깔지 보이는 스가와라의 목선이 섹시하고 예뻤다. 머리카락들 사이로 낸 희고 보드라울 것 같은 뒷목으로 손끝을 가져다놓고 만지려다가 방금 전 스가와라가 한 말을 상기시키고는 손을 거두었다. 10분후에 깨울 때 가장 먼저 목의 뒷부분을 간질여줄 것이라고 마음먹고는 쿠로오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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