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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선물은 어떤게 좋아? 본문

하이큐/스가른

[오이스가] 선물은 어떤게 좋아?

Fong 2016. 6. 11. 23:59

오이스가 전력 60 : 생일


스가와라 코우시 생일 기념글!


추천브금 : https://youtu.be/8vL_nWjFTPk





6시 30분, 오이카와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났다. 화창하면 좋았을 날씨는 우중충했다. 불편한 감각에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고 나서야 알람이 울렸다. 그가 이런식으로 자신을 기억하게 만들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쓴 웃음을 지은 오이카와는 알람을 끄고 목을 좌 우로 쭉 뻗어 푼 후, 한숨을 쉬었다. 느긋하고 느린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해서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이러기 위해 일찍 일어나려던 건 아니었는데.”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숨을 내쉬듯 웃은 오이카와가 잠옷을 벗어 빨래를 담는 바구니에 넣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은 자신이 제법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형태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다부진 근육과 균형잡힌 몸은 점점 말랑하게 변하고 있었다. 햇빛에 살짝 탄 피부도 요즘은 점점 희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무릎에 남은 붉은 흉터가 오이카와를 미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욕조로 들어간 오이카와는 따뜻한 물에 하반신이 딱 잠기는 것을 보고 손을 뻗어 물을 껐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 마다 욱신거리는 무릎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엄지에 닿은 흉터자국이 아직 많이 붉었다. 누군가의 생일에 생일선물을 주기는커녕 받아버린 상처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상처를 쓰다듬었다. 몸이 따뜻하게 달아오르고 무릎도 덜 아프게 되었다. 피곤하게 눈을 뜬 날이면 그러게 왜 늦게 잠들었나며 가벼운 면박을 주면서 어깨를 주물러 주던 손길이 생각났다. 남자인데도 얇고 작은 축에 속하는 하얀 손은 보기보다 매서웠다. 안마를 잘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솔직히 힘조절이 되지 않아서 뭉친 근육이 풀리는 아픔보다는 뭉친 근육을 더 아프게 만드는 행위에 가까웠다.

그래도 좋았다. 그가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지 않을 때 그 고통을 인내하다가, 어때? 이제 조금 괜찮지? 라며 확신에 가득찬 얼굴로 웃으며 다정하게 건내는 얼굴이 좋아서 참았다. 내색한 적도, 누군가에게 말한 적도 없었다. 그 얼굴을 보는 것으로 피로가 풀렸다.

오이카와는 두 손으로 물을 떠서 얼굴에 끼얹었다. 허튼 생각이다. 미미하게 미소를 지었던 오이카와는 물을 끼얹은 손을 내렸을 때는 차갑게 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뜻하지 않은 반신욕을 마치고 씻고 나왔다. 평소에 일어난 시간과 똑같은 시간이 되어 있었다. 이래서야 일찍 일어난 이유가 없다.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고 머리를 말리다가 수건이 자신의 손가락에 걸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랑곳하지 않고 수건을 흔들어서 머리를 털자 툭, 하고 수건의 올이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오이카와의 왼손에는 반지가 끼워져 있다. 남자 손에는 얇은 로즈골드에 자잘하고 조그마한 큐빅인지 뭔지 모를 것들이 박혀 있고 중간에는 타원형의 작은 터키석이 박혀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은 반지다. 이 반지 때문에 겪은 불편함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멀쩡한 옷에 스치면 올이 나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 니트는 말할 것도 없었다. 자신의 옷만 상하면 조금 견딜만 했지만, 타인의 옷도 망가뜨리는 일이 있어 곤란했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반지를 받은 날부터 단 한 번도 반지를 빼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반지가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감각이 없으면 불안해져서 엄지를 손바닥 아래로 넣어서 그 반지의 존재를 확인하고 안심했다. 동료이자 친우인 이와이즈미가 한심하게 바라보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행복을 추구하는 형태는 다르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는다.

원래가 곱슬이 있는 머리였기 때문에 머리를 다듬기가 편하다. 물기가 있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모양을 잡았다. 화장대의 아래쪽 서랍에서 드라이기를 꺼내서 약한 바람으로 맞추어 빗으로 머리를 다듬었다. 침대에 앉아서 하느라 자신이 조금 작게 보였지만, 큰 키 덕분에 안보인은 일은 없었다. 옷을 입을 때 살짝 망가지긴 하지만, 머리를 감은 후에 잡아두면 그나마 괜찮아서 어젯밤에도 했던 샤워를 오늘 아침에 또 했다.

옷은 어젯밤부터 정해 두었다. 그를 처음 만난 날 입었던 머리카락보다 훨씬 연한 면바지와 그가 이런 색도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사준 어두운 살구색의 반팔 셔츠, 마지막으로 했던 쇼핑에서 샀던 네이비색의 얇은 여름용 재킷을 걸쳤다. 신발도 처음으로 같이 쇼핑을 했을 때 샀던 구두를 신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그 구두는 망가져서 버렸다. 어쩔 수 없이 그가 없어졌을 때 처음으로 샀던 신발을 신었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가죽으로 된 크로스백을 왼쪽 어깨에 걸쳤다. 신발장 위에 놓인 얇은 지팡이를 들었다. 두 뼘정도 되는 은색이 감도는 지팡이의 옆 부분을 누르자 5단으로 숨겨져 있던 지팡이가 제 모습을 보였다. 단단하게 고정시킨 오이카와는 그것을 짚고 문을 열었다.

집안은 짧고 가까웠기에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아도 활동할 수 있었지만, 주차장 까지 지팡이 없이 걷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침에 반신욕을 하고 아침을 먹으며 주워삼켰던 약기 운이 아직 돌지 않아 무릎에 가해지는 고통이 신경쓰였다.

차에 올라타고 나서 예정했던 시간보다 10분 늦어진 시계를 보았다. 엑셀을 더 밟으면 약속한 시간에 맞출 것이라 생각하고 차를 출발시켰다. 구름에 가려진 햇빛은 눈이 부시도록 내리쬐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들어내듯 밖은 생각보다 환했다.




그와 처음으로 데이트를 했던 카페에 갔다. 기간 한정으로 나온 레몬 타르트 케이크를 맛보며 행복했던 모습이 생각나서 이제는 판매하지 않는 케이크를 단골이라는 점과 애인에게 선물할 것이라며 부탁하고 평소보다 더 많은 값을 치러서 예약한 케이크를 찾으러 가야 했다.


“어서오세요.”


출근시간을 조금 빗겨나간 그 시간에는 항상 점장이 있었다. 단발머리의 귀여운 여성인데, 부탁에 약했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주방에서 ‘야치’라고 부르는 목소리를 종종 들었다. 야치는 오이카와를 보며 밝게 웃었다. 케이크를 찾으러 온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오는 것을 기다리던 그녀는 오이카와가 말도 꺼내기 전에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케이크 준비해 드릴까요?”

“네. 아, 아이스 카페라때도 한 잔 주세요.”


오이카와가 카드와 쿠폰을 같이 내밀었다. 앵무새처럼 아이스 카페라때 한잔이요, 라고 오이카와의 말을 반복한 그녀는 계산을 마치고 오이카와에게 팬과 작은 카드를 내밀었다. 서비스에요, 라고 웃었다. 과한 친절이었다.


“감사합니다.”


그것을 받아 든 오이카와는 매장을 둘러보다가 유리창 쪽에 앉은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앉아있는 쪽으로 향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는 이 시간에 카페에 앉아 있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손에 서류를 들고 아메리카노로 목을 축이는 걸 보니 일을 위해 앉아있는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었다.

오이카와는 그 남자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등을 마주보는 자리였다. 따스한 햇빛이 쬐고 싶기도 했고, 카운터로 가는 길 중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편지를 써야 하니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곳도 싫어서 선택한 자리였다. 사람 등을 보는 취미는 없었기에 등을 맞대고 앉았다.

뭐라고 쓸까, 작은 편지지에는 정말 몇 줄 밖에는 쓸 수가 없었다. 팬을 들고 신중하게 고민했다. 짧지만 명확하게 모든 것을 담아내고 싶었다. 짧고 간결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최신 트렌드이기도 하다.


“미안, 이와쨩. 생각보다 늦어졌지 뭐야.”

“괜찮아. 예상 했었으니까.”


사람이 적은 카페에 울리는 노랫소리가 아니었더라면 등을 맞댄 그와의 대화가 들렸을 것이다. 오이카와가 그 자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스피커가 바로 위에 있어서 목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등을 맞댄 남자는 서류에서 눈을 때지 않았고 오이카와는 편지지를 보며 여전히 쓸 말을 고민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잘 읽었어. 위쪽도 납득한 모양이야.”

“그래? 그건 다행이네.”


일단은 이름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의 이름을 썼다. 사초가 자라는 들판이라는 한자를 적었다. 이름만 적어도 떨리며 미소가 나온다. 이건 어쩔 수가 없다. 그의 이름을 떠올린 후에 매번 떠오르는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한 때는 그 말로 여성은 물론 남성의 마음까지 빼앗았지만, 그의 앞에서 생각나는 단어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지금 상황 알고도 갈 거냐?”


―사랑해. 지금도. 멍청하게 생각나는 단어를 적고,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를 적었다. 그것이 자신의 진심이었다. 진심은 에둘러서 빙 둘러서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 짧고, 간결하고 굵게 전달하는 것이 정보전달에서 최고의 방법이다. 자신과 그의 직업도 마찬가지였다.


“카페라때 아이스 나왔습니다.”

“네, 잠시만요.”


오이카와는 편지를 접었다. 겉에 귀여운 하트를 들고 있는 곰인형 그림이 있었다. 귀여웠다. 피식, 웃고 작은 편지봉투 안에 넣었다. 봉투 안에 들어있던 작은 스티커로 입구를 봉했다. 그가 기뻐할 것이라는 생각에 황홀할 정도로 행복해진 기분이었다.


“질투하는 남자는 인기가 없어. 알고 있지?”


지팡이를 접어 가방 안에 넣었다. 천천히 걸어오는 것을 보고 야치가 카운터에서 나와서 오이카와에게 포장된 케이크와 커피를 들고 다가갔다. 괜찮으시겠어요? 과도한 친절이 또 나온다. 원래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배푸는 사람이라는 것을 오랜 시간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되려 그런 행동이 불편했다.


“바로 앞에 새워둬서 괜찮아요.”


왼손에는 카페라때 아이스를, 오른손에는 케이크 상자를 들었다. 오이카와의 곁을 따라오던 야치는 정말 친절하게도 문까지 열어 주었다. 오이카와를 바라보다가 그의 손에서 빛나는 반지를 보았다.


“반지가 예쁘네요.”

“감사합니다. 애인이 준 거에요.”

“애인을 많이 사랑하고 계신가봐요.”


야치의 말은 이와이즈미의 자리에서도 들리는 위치였다. 야치의 말에 이와이즈미가 굳은 얼굴로 야치를 보았다. 오이카와는 바보같이 웃으면서 네, 라고 대답했다. 알고 있었다. 그는 항상 이 카페에서만 커피를 마시고, 케이크를 먹었다. 다른곳에서 사온 것에는 갖가지 이유를 대며 먹지 않았다. 이곳에 유명한 케이크 전문점이라는 것은 그에게 그럴듯한 이유가 되었다.

오이카와를 위해 문을 잡아주었던 그녀는 끝까지 오이카와를 배웅할 생각이었는지, 가게의 문에서 가볍게 손을 때고 오이카와가 차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야치는 거짓이라고는 단 1%도 들어가지 않아 보이는 얼굴로 해맑게 웃었다.


“분명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 거기서.”

“고맙습니다. 다음에도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 말을 남긴 오이카와가 차에 올라탔다. 이와이즈미가 황급하게 서류를 정리해서 가방안에 넣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면서 오이카와는 차를 움직여 다음 목적기로 향했다. 그녀의 말 덕분에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고는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차장에 들어설 때부터 오이카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길수가 없었다. 평일 아침이라 한적하고 조용했다. 넓고 큰 주차장에는 자신의 차 밖에 주차되어 있지 않았다. 가방에서 지팡이를 꺼내서 길이를 조절한 후, 케이크를 집어 들고 나왔다. 반쯤 마신 카페라때를 거치데에 두고 그대로 나왔다. 아마 전부 녹아서 밍맹한 맛이 날 것이다.

흰색 대리석으로 꾸며진 입구를 지나서 오른쪽에서 세 번째 칸으로 들어가면 아파트처럼 오밀조밀 모인 죽은 사람들의 쉼터의 한가운데에 해맑게 웃고 있는 지금도 사랑하는 그의 얼굴이 보인다. 스가와라 코우시, 향년 28살. 금색으로 된 이름에 오이카와는 절로 웃음이 났다.


“스가쨩, 나 또 왔어.”


그는 죽었다. 비가 지독하게도 많이 오던 날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바리케이트를 들이박고 핸들을 잡지 못해 도로 밖으로 추락했다. 단순히 애인이라는 신분으로는 그의 신원확인조차 할 수 없었지만, 연고가 없는 탓에 그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을 감사히 여겼다. 전부 거짓이였다 할지라도 자신의 손으로 그의 생에 매듭을 지어준 것이 기뻤다.

정보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시대에 정보기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회사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내부에서는 정보의 보호와 관리, 운용을 해야 했다. 스가와라 코우시는 그곳에서 만났다. 회계사와 인사처 막내직원이라는 입장으로 만났다.

일이 아니라면 절대 먼저 움직이지 않고 언제나 누군가에게 받기만 했던 오이카와가 먼저 말을 걸고, 먼저 손을 잡고 먼저 반했던 사람이었다. 스가와라는 먼저 다가오는 자신을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하다가 오이카와가 먼저 하는 모든 것들에 행복해했다. 웃음꽃이 피어나고 홍조가 서리고 따뜻한 피부가 닿았다. 생각해 보면 그는 자신에게 먼저 해준 것이 없었다.


“거긴 어때?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딱 하나, 스가와라가 오이카와에게 먼저 한 것이 있었다. 자신을 향해 먼저 총구를 겨누었다.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죽이지는 않았다. 죽일 의도는 가득했지만 그는 심장을 향해 발포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났다. 일부러 내는 구두소리였다. 일부러 인기척을 내며 다가오는 행동이 사랑스러웠다. 애완동물이 자신을 봐 달라며 온 몸을 부비는 것처럼 느껴졌다. 걸음소리가 가까워질 때 마다 다른 소리도 함께 들린다. 덜그럭 거리는 금속의 소리와 마찰하는 천의 소리, 뻥 뚫린 복도의 바람소리가 났다.


“있잖아 코우시.”


공식적으로는 그가 잠든 그곳에 손을 짚었다. 안쪽의 사진까지 닿지 않았다. 그래도 그 얼굴을 만지는 것처럼 행복했다. 이정도 거리에서 말하면 아마 그도 들릴 것이다. 자신의 뒤에 그가 다가오는 모습이 유리에 비쳐 보였다. 햇빛을 받으면 아릅답게 빛나서 별가루를 부숴 놓은 것 같아 보이던 머리카락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낮설지만, 낮설지 않았다.


“사랑해.”


유리로 보이는 그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일자로 다문 입술과 어금니를 꽉 깨무는지 얼굴 근육이 움직였다. 평정심을 조금 잃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이카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을 하고 뒤를 돌았다. 눈앞에 있는 사랑하는 스가와라를 위해서 입을 열었다.


“생일 축하해. 네 생일인데 내가 선물을 받은 기분이네.”


긴장과 자신의 임무와 감정 속에서 방황하는 스가와라의 표정은 오이카와가 본 표정 중 가장 꼴사나운 얼굴이었다. 사진을 찍어 남겨서 매번 놀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케이크를 건내주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고마워. 스가와라가 천천히 오이카와에게로 다가왔다. 케이크를 받자 코끝을 간질이는 레몬 타르트의 냄새와 그 상표를 보며 스가와라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고마워. 이렇게 기쁜 선물은 처음이야. 토오루.”


스가와라는 오이카와가 가방에서 총을 꺼내 자신에게로 겨누는 것을 보면서도 웃으며 말했다. 알고서 온 것이었기 때문에 각오는 되어 있었다. 너무 기뻤다. 사랑하는 그가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나주고 선물까지 준비해 주었다. 사랑한다는 말도 들었다. 위치추적기가 심겨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시 반지를 빼지 않고 있다. 배신하고 그를 쏘아서 평생 짊어지고 다닐 상처를, 미래를 짓뭉기는 흉터를 남겼음에도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다는 것은 행운이다.

바로 쏘지 않은 것을 보니 할 말이 남은 모양이었다. 그의 선물을 다 받기 전에 스가와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를 떠난 후에 생각났던 생각들이나, 감정들의 종지부를 찍은지 한참 되었지만, 그의 앞에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스가와라가 입을 열었다.


“방황할 때, 제일 먼저 애인의 얼굴이 생각나면 스파이로서는 끝난거라고 날 가르쳤던 남자가 그랬어.”


오이카와를 배신하고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카라스노에게 그에게서 빼내온 정보를 전달했다. 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오이카와를 떠나기 전에 카라스노의 정보도 일부 남겼다. 정보가 퍼지면 귀찮은 일이 많아지지만, 절대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들을 똑같이 남기고 사라졌다. 스가와라는 오이카와 뿐만 아니라 지신이 몸담고 있던 곳도 배신했다.

카라스노도 오이카와가 소속되어있는 아오바죠사이도 그를 끊임없이 추적했다. 스가와라는 지나간 흔적만을 남겼을 뿐, 1년간 발견되지 않았다. 접촉한 사람도 없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숨어있던 스가와라는 자신의 생일에 반드시 자신을 찾아올 사람을 생각하며 오이카와의 곁으로 돌아왔다.


“사랑해, 오이카와.”


뻥 뚫린 통로에서 사람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왼쪽에 둘, 오른쪽에 셋. 방문객이 아니다. 최대한 인기척을 죽이고 작게 덜그럭 거리는 금속의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카라스노인지 아오바죠사이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과 오이카와의 목적은 똑같았다.

스가와라도 그 인기척을 알아차린 모양인지 한발자국 더 다가와서 총구를 자신의 심장부근에 가져다 대었다. 총을 잡은 연인의 손을 잡았다. 스가와라의 엄지가 방아쇠를 잡고 있는 오이카와의 검지 위에 겹쳤다.


“고마워.”


스가와라가 눈을 감았다.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의 손의 온기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오이카와가 검지에 힘이 들어갔다. 커다란 소리가 그 고요한 곳에 울렸다. 그와 동시에 자신쪽으로 다가오던 소리가 일순간 멈췄다. 마지막 순간까지 웃는 모습을 보며 오이카와도 따라서 웃었다.

6월 13일. 오이카와 토오루는 사랑하는 연인 스가와라 코우시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선물을 주었다.






최애 생일에 애인의 손에 최애를 죽이는 사패라서 죄송합니다.

다른 분들이 많이 기쁘게 행복하게 해줄 테니까, 저는 괴롭게 해줘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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