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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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스가른

[오이스가] 라일락 향기

Fong 2016. 6. 4. 23:46

오이스가 전력 60 : 캠퍼스


하나하키 소재 있음.


드디어 60분 안에 맞춰 썼다!!ㅠㅠ





“안녕하세요! 학우여러분. 교내 방송국 메인 아나운서인 스가와라 코우시입니다. 중간고사 준비는 잘 하고 계신기요?”


중간고사를 앞두기 2주 전, 가장 뜨거운 시간을 조금 빗겨나간 시간이었다. 오이카와는 당연하게 다음 수업을 듣기 위해 이동하던 중 교내 방송부의 촬영 현장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하늘색과 보라색 빛이 섞인 탐스럽고 향기로운 꽃을 배경으로 반팔에 줄무늬가 들어간 단정한 와이셔츠를 입은 청년이 카메라를 보며 자연스럽게 웃고 있었다.


“중간고사 기간에 잠시나마 활력을 줄 야식사업 일정을 소개합니다.”


짧은 맨트, 20초도 안될 것 같은 장면이었지만 그는 마치 꽃과 같이 태어난 사람과도 같았다. 그가 말을 하는 도중에 은은한 바람이 불러왔다. 뒤에 있는 라일락의 향기가 실려와서 오이카와의 코 끝에 머물렀다. 스가와라에게서는 향기로운 라일락의 냄새가 풍겼다. 학교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자그마한 TV화면속에 자주 보이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짧은 촬영이 끝나고 스가와라는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던 학생의 옆으로 다가왔다. 촬영한 분량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A4용지 몇 장을 들고 있던 여학생에게 그 종이를 건네받은 스가와라는 종이를 살펴보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넋놓고 바라보던 오이카와를 발견한 스가와라가 어색하게 웃으며 눈인사를 했다. 순간 라일락이 흔들리며 자신에게 인사하는 것 같았다. 다시 촬영을 하던 부원에게로 시선을 돌려 몇 마디 말을 나누고 장소를 이동했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달짝지근하게 퍼지는 라일락의 향기를 만끽했다.

라일락의 향기는 생각보다 진해서 오이카와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해가 질 때 자취방으로 돌아갈 때 까지 냄새가 풍겼다. 이렇게 지독할 정도로 오랜 잔향을 남기는 꽃 이였던 건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 편의점에 들려 에너지 음료를 사려고 했다. 편의점에서 아까와 같은 반듯한 옷차림으로 도시락과 음료를 사서 돌아가는 스가와라의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와 즐겁게 전화하고 있었다.

정확한 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그 미성이 귀를 간지럽혔다. 그가 웃을 때마다 라일락 향기가 더 심하게 풍겼다. 라일락 향이 있는 향수라도 쓰는 걸까, 라고 생각한 순간 입에서 무언가가 씹혔다. 풀이라고 하기에는 부드럽고 종이보다 두툼해서 이로 짓이길 때 마다 달짝지근 하면서도 씁쓰름한 맛이 났다.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그 위에 뱉어냈다. 라일락이 나왔다. 자신의 이로 두어번 짓이겨진 연보라빛의 라일락 이였다.




그날 밤은 조금 더운 것 같아서 창문을 열고 공부했다. 오이카와의 주변을 떠나지 않는 라일락 냄새에 원래 공부하려던 분량의 반 밖에 공부하지 못했다. 도대체 왜, 무엇이 문제였을까. 라일락이 향기로왔기 때문일까? 스가와라 코우시의 용모가 빼어나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빼어난 외모는 아니가. 단정하고, 예쁘장한, 참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얼굴이다.

다정다감한 말투, 얼굴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미성, 웃을 때 마다 그의 나이를 더 어리게 보여 주는 점. 햇빛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나는 회색의 머리카락. 전체적으로 옅은 무채색에 가까운 인상임에도 불구하고 눈동자는 회색과 금색을 섞어서 오묘한 색을 만들어 낸다.


“오이카와 군, 듣고 있어?”

“... 에?”


목소리가 나는 위쪽으로 시선을 두자 그가 눈앞에 있었다. 스가와라 코우시가 자신의 앞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자마자 라일락 향기가 나면서 어젯밤 편의점 앞에서 맛보았던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맥빠진 얼굴로 한숨을 쉰 스가와라가 입을 열었다.


“다음 시간 비어 있어? 팀플 해야 하잖아.”

“으응. 있어. 시간. 많아.”

“그럼 빨리 하자. 카페로 갈래?”


자신의 크로스백을 한 쪽에 맨 스가와라가 물었다. 오이카와는 그래, 가자. 라고 대답하며 황급히 자신의 짐을 챙겼다. 중간고사도 얼마 안 남았는데 과제라니, 너무하지 않아? 라고 푸념하는 목소리에도 으응, 하고 멍청한 대답을 했다. 라일락 냄새가 지독하게 났다. 왜 이렇게 향수를 진하게 써? 라고 물어야 하는데 입안에서 느껴지는 라일락 꽃송이 때문에 바보처럼 입을 다물어 버렸다.

캬라멜 마끼아또 아이스를 시킨 스가와라는 휘핑크림을 빨대 끝으로 퍼서 입안에 넣었다. 공책의 빈 곳을 펴서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교수님이 내 주신 과제를 다른 노트를 보며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었다. 살짝 숙인 뒷목이 예뻤다. 솜털처럼 자란 머리카락이 보들보들 할 것 같아서 만져보고 싶어졌다.

오이카와는 팀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내내 라일락 향기가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 맛이었다. 스가와라를 마주하며 과제를 하는 동안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할 수 있는 한 완벽하게 과제를 해내기 위해서 노력했다.

결국 과제는 그날 다 끝내지 못했다. 서로의 번호를 교환하고 해어졌다. 그 후에 수업을 마친 이와이즈미에게서 왜 전공과목에 들어오지 않았느냐는 잔소리를 들었다. 잊고 있었어, 라는 얼빠진 소리에 등짝을 거하게 맞았다. 라일락 향기에 취한 기분이었다.

이를 아무리 깨끗하게 닦아 보아도 라일락 향기가 없어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 한번도 손대보지 않았던 담배도 피워보았지만 쓴맛 가운데서 라일락 향기가 났다. 도리여 매케한 연기가 회색으로 번져 공기속에 녹아드는 것을 보며 콜록거리다가 라일락을 뱉어 버렸다. 지독한 고질병에 걸린 것 같았다.




시험기간 내내 라일락 냄새에 잠을 자지 못했다. 물론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시험 점수보다도 스가와라와 함께 하는 과제가 더 마음에 걸렸다. 일부러 아침 일찍 학교로 향했다. 그나마 도서관에서 과제를 하면 조금이나마 더 집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라, 오이카와. 학교 빨리 왔네?”


한 손에 A4용지를 든 스가와라가 교문 앞에서 오이카와에게 인사했다. 저번에 보았을 때는 반팔 와이셔츠였던 옷이 오늘은 제대로 갖춰입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옆에는 예쁘게 차려 입은 여자도 있었다. 스가와라와 같이 방송부의 매인 아나운서를 맡고 있는 학생이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부원이 많았다. 반사판과 완벽하진 않지만 전보다 늘어난 음향장비가 갖춰져 있었다.


“응. 과제 때문에.”

“중간고사 막 끝났는데, 고생이네.”


스가와라가 웃을 때는 햇빛이 있으면 어두운 금색으로 변하는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웃는다. 활짝 웃는 스가와라에게서 라일락 향기가 난다.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날 정도로 숨이 막혀왔다. 오이카와는 손을 뻗어 스가와라의 뺨을 잡았다. 부드럽게 쓸어내리자 보들보들한 피부가 손바닥에 닿았다.

당황한 스가와라가 오이카와? 하고 되물었다. 붉은 입술이 눈앞에 동동 떠다녔다. 어떻게 해야 이 라일락의 향기가 없어질까.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스가와라만 생각해도 쿵쾅거리며 뛰는 가슴과 명석하다고 자만할 수 있는 머리가 굳어버리는 것으로 오이카와는 자신의 감정을 정의할 수 있었다.

이 감정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적어도 너 때문에 라일락 향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만큼은 전하고 싶었다.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의 뺨을 감싼 손에 힘을 넣고 잡아먹을 것처럼 입을 벌려서 스가와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겠다. 놀라서 커다랗게 뜬 눈을 확인하고 눈을 감았다.

손바닥으로 순식간에 붉어지는 온도가 느껴졌다. 당황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스가와라의 입 안은 달콤했다.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혔던 라일락 향기로 입안을 칠해주고 떨어졌다. 자신의 입술을 만지던 스가와라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자각하지 못하고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이따가 보자.”


그 말을 마친 오이카와는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스가와라를 둘러싸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라일락 향기가 났다. 입을 맞추면서 스가와라의 입 안에 라일락을 넣었을지도 모른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라일락 꽃송이를 다시 씹어서 목 뒤로 넘겼다.

스가와라와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까지 라일락 향기는 오이카와를 괴롭혔다.






고백.. 성공하면 좋을 텐데... 힘내 오이카와! (?


노리고 쓴건 아닌데...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 이라고 합니다.


스가와라 생각하면 라일락이 생각나서... 사실 집에 가면서 달밤에 스가 생각하는데 라일락 향기가 나서...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요 ()



처음 쓰려고 했던 단문 : https://twishort.com/ho8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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