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2014년 6월 15일 본문

가이무/전력60분

2014년 6월 15일

Fong 2014. 6. 23. 00:15

주제: 없음!


잠드는 순간이 무서워서 못자는 타카토라를 쓰고싶었습니다...

이도 저도 아니게 된것 같은 느낌이.. ((mm.. 다음 이 시간엔 얌전히 게임하겠습니다.



샤워를 마친 타카토라는 가볍게 머리를 말리며 방안으로 돌아왔다. 귀찮아서 의자에 걸어둔 옷들을 스스로 정리하며 소리내어 숨을 내쉬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침대에 누우면 곧장 잠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에게 잠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타카토라는 잠드는 행위를 좀처럼 시도할 수 없었다.

불면증은 아니었다.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타카토라는 잠드는 것이 무서웠다. 의식에서 의식이 저 아래로 떨어지는 그 순간이 공포로 다가왔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그렇게 심한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편안한 자세로 잠들면 일어나는 현상이니 조금 불편한 자세로 잠들면 그만이다. 그러니 이러한 작은 것들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옷들을 정리한 타카토라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머리카락은 이미 다 말라있었다. 쉽게 잠들기 위해서 술이라도 한잔 할까 생각했지만, 기상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행동하지 않았다. 이제 불을 끄고 눕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망설여졌다.


"그래도 안 잘 수는 없겠지."


어린아이 같은 고집은 그만 피워야 한다. 타카토라는 어른이었고 본인의 몸 상태 정도는 손쉽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나이였다. 잠드는 것이 무섭다는 어릴 때도 생각해본 적 없는 감정들이 솟구치니 묘한 기분이었다. 심호흡을 했다. 두세 번 정도 심호흠을 한 타카토라가 자리에 누웠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피곤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타카토라의 의식을 잡아끄는 것처럼 점점 의식이 사라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머릿속을 검은색으로 덧칠한 것 마냥 점점 모든 것이 소멸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조금씩 숨쉬기가 불편해졌다. 천천히 목을 조르는 느낌이 들었다.

호흡의 불편함을 느끼자, 타카토라는 끌어내려 지는 의식을 다시금 수면위로 끄집어냈다. 무섭다. 마치 죽음을 맛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렘수면으로 들어갈 때 일어나는 약간의 떨림 현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단 몇 시간만 잠드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잠들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타카토라는 누워있었다. 포근하고 푹신한 침대는 타카토라의 의지와는 다르게 다시금 그를 의식의 저편으로 끌어당겼다. 괜찮다며 자신을 다독이며 그 고통은 순간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처럼 편안하게 숨을 쉬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마음을 비우면 여느 때 처럼 천천히, 평온한 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자신의 어깨를 강하게 짓누르는 책임감도 없다.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간 사람에게 주는 휴식과 평화를 자신은 맛볼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점점 의식의 불꽃이 꺼져가는 순간, 맹수에게 목덜미를 물어뜯기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숨이 막혔다. 움찔, 하고 몸을 떨고 눈을 떴다. 잠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을까. 타카토라는 잠드는 것을 포기하고 몸을 일으켰다.

혹시나 동생도 잠들지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다. 어른인 자신이야 하루 정도 자지 못한다고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거나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여 심각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하룻밤 정도 새는 것은 자주 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미츠자네는 아직 어리고 학생이고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타카토라가 슬리퍼를 신고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고 방 밖으로 나갔다. 복도는 고요와 적막뿐이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을 때는 항상 사용인들을 집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불빛조차 없었다. 화려하고 아름답고 웅장하지만, 빛이 없으면 텅 비어버리는 쿠레시마네 저택은 그저 이름에 걸맞은 껍데기로만 되어있는 것 같았다. 빛을 잃은 벽과 복도들은 제 값어치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온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공기가 맴돌았다. 미츠자네가 있어도 삭막한 집안이었다. 자신이 돌아오지 않은 밤은 얼마나 더 외롭게 느껴졌지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복도를 몇 발자국 걸으면 미츠자네의 방이었다.

방문 틈 사이로 빛이 새어나오지 않는 걸 보니 잠든 모양이었다. 정말로 들어가도 괜찮은 걸까. 자신처럼 잠들지 못하다가 겨우 잠든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과로 끝날 일일까? 미츠자네가 다시 잠들 수 있을까?

타카토라가 방 문고리를 잡았다. 사실 그런 것이 궁금한 것이 아니었다. 타카토라는 잠에 빠지는 그 순간이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처럼,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에 잠들 수가 없었다. 두 번 다시 깨어나지 못할 것 같은 감각이 한동안 몸에서 떠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 깊은 밤사이 미츠자네가 떠나갈까 봐 두려웠다. 단 하나뿐인 동생이자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았다. 지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짊어지고 여기까지 왔다. 지키기 위한 존재가 없다면 지금까지 타카토라가 해온 것들은 전부 쓸모없는 것들로 되어버릴 것이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타카토라가 방문을 열었다.

어둠에 적응된 눈은 미츠자네의 방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정갈하게 정리된 교복과 책상, 노트와 가방들.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미츠자네가 보였다.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간 타카토라가 조심스럽게 미츠자네의 코에 자신의 손등을 천천히 가져다 대었다. 피부에 미약하게 숨결이 닿았다.


"미츠자네...."


살아있다. 한심할 정도의 걱정이었지만, 타카토라는 미츠자네가 살아있고 자신과는 달리 깊은 잠에 빠져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이걸로 된 것이다. 미츠자네가 무사히 잠들었다는 것을 확인한 타카토라는 미련없이 방을 나왔다.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천천히 발소리를 죽이고 나왔다.

다행이었다. 잠들지 못하는 건 자신뿐이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다시 한 번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편안하게만 눕지 않으면 된다. 어떤 형태든지 잠들기만 하면 된다. 타카토라는 다시 방으로 향했다. 잠을 자야 할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타카토라는 침대 한구석에 찌그러진 모양으로 잠들어 있었다. 눈을 떴을 때 몸은 피곤했지만, 기분은 한결 나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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