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2014년 6월 22일 본문

가이무/전력60분

2014년 6월 22일

Fong 2014. 6. 23. 00:16

주제: 여름


여름 이라기보단 여름비 같은.. 느낌의..? ㅇ<-<

밋치의 하루같은 느낌으로 써 보았습니다.


으음 미츠자네에에.. 으윽.. 으으으윽.. 흑...((mm....



※ 10분 안에 올리려고 하다보니 오탈자 검수를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orz



유리창을 두드리는 불규칙한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어제부터 머리가 아파오더니, 결국은 밤사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방안은 아직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밖으로 나가면 곧 축축하고 습한 공기들이 방안을 가득 매울 것이다. 습기와 동시에 높은 온도는 끈적한 공기를 만들어내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짜증 나."


갈라진 목소리로 작게 불평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하는 소리가 불평이라니, 스스로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싫은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오늘의 스테이지는 무리일 것이다. 학원에 가야 하는 날이기에 갈 수 없었던지라 조금 잘됐다는 생각도 했지만, 마이가 풀죽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신경이 쓰였다.

쿠레시마 저택은 생각보다 건조한 곳이었다. 커다랗고 화려한 대저택에 사는 사람은 단 두 명. 여러 가지 장식물이라던가, 그림 같은 것이 걸려있지만 이 집에서 머무르는 사람은 그 누구도 그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집과 집에 있는 모든 것은 쿠레시마라는 성을 가진 사람을 장식하기 위한 것들에 불과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장식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의미 없는 것들뿐이었다.


"형은 먼저 나갔어요?"

"아뇨. 아무런 말도 못 들었는데요."


사용인이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머뭇거리자, 결국 그는 입을 열어 형에 관한 것을 물었다. 아마 형인 타카토라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던가, 일찍 나간다는 것을 일일이 다 통보하는 사람이었기에 오늘따라 아무 말 없는 것이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고작 말 한번 안했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이 이상했다.

타카토라가 나갔건, 들어오지 않았던지간에 동생인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타카토라의 일과 자신의 일은 전혀 달랐다. 그도 어련히 알아서 할 것이다. 그는 어른이니까. 자신과는 다른 쿠레시마에 맞는 어른이니까.


"잘 먹었습니다."


형식적인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짙은 보라색의 우산을 집어든 그가 책가방을 들었다. 비오는 날은 하얀 교복에 물이 튀어서 싫었다. 지나가던 차가 튀기는 물이라도 한번 잘못 맞았다간 더러워지기 십상이었고, 구두는 축축하게 젖어서 잘 마르지도 않을 뿐더러 바지 밑단이 젖는 것은 더욱 싫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푹푹 찌는 날씨는 공중에 떠다니는 습기가 전부 자신에게 달라붙는 것 같았다.

택시를 탈까, 라고 생각한 순간 타카토라의 차가 문 앞에 섰다. 이미 일어났던 건가? 차를 빤히 바라보고 있자, 운전석에서 사람이 한명 나왔다. 형은 아니었다. 회사차를 운전하는 기사였다. 기사는 우산을 받쳐 들고 나와서는 그에게 씌워주며 입을 열었다. 형의 부탁으로 학교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왔다고 했다.


"주임님은 비오는 날에 약하신 모양이네요. 매번 출근이 늦으시네요."


처음 듣는 소리였다. 비가 오는 날에 출근이 늦었던 적이 있던가? 그가 기억을 되짚어보았지만 전혀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아마 기억조차 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애초에 타카토라가 자신의 맞은편에서 밥을 먹던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자신이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있을 때만 바라보다가 눈을 마주치면 바로 피해버리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겁쟁이. 이제는 비오는 날이 힘들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책상에만 앉아 있더니 결국은 몸이라도 망가진 걸까. 본인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그 역시도 상관하지 않았다. 죽기 직전이라면 입을 열겠지, 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여름에는 장마 때문에 힘드신 거 같아요. 역시 그때 다치신 부분이 아프신 것 같네요."


기사가 말을 아꼈다. 자신에게 말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는 모양이었다. 형이 언제 다쳤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지 않았다. 자신보다 기사가 더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은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그저 에어컨을 틀었음에도 불구하고 옥죄어오는 끈끈하고 습한 공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옷이 습기를 잔뜩 머금고 몸에 찰싹 달라붙는 것 같았다. 넥타이가 목을 옥죄어오는 느낌이었다.


미츠자네는 여름이 싫었다. 변덕스러운 날씨부터 시작해서 눅눅한 공기와 책, 불쾌하게 코를 자극하는 땀 냄새와 모든 것을 태울 것 같은 태양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장맛비. 그야말로 최악의 조합들이 모여 있는 계절이었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교실 전체에서 군내가 났다. 수분을 가득 머금은 공기가 온종일 폐를 들락날락 거리는 것 자체가 싫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건조하기 짝이 없는 집은 적어도 숨쉬기 불쾌하지는 않았다. 쿠레시마 집안의 메마른 감정만큼이나 건조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이쪽이쪽!"

"왼쪽으로! 막아!!"


비오는 날의 점심시간은 당연히 교실 안에서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미츠자네의 귓가에 운동장에서 뛰노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이는 어디에 두었는지 보이지 않았고 검은 교복바지와 젖은 셔츠를 입으며 뛰고 있었다. 본인들이 밟아 짓이긴 흙탕물에서 즐거운 얼굴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즐거워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가담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심스럽게 보였다.

그들 중에 자신의 반 학생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같은 교실에 있으면 분명 찝찝할 것이다. 흠뻑 젖은 그야 자신이 젖었기에 무엇이 이상한지 느끼지 못하겠지만, 타인으로써는 신경에 거슬리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짜증나는 이유는 모든 것을 거슬리게 만드는 이 계절을 즐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츠자네가 넥타이를 고치며 살짝 앞으로 잡아당겼다. 반나절동안 습기를 빨아들인 옷이 붙는게 싫었다. 하지만 더 축축하고 불쾌한 공기가 목에 닿는 것이 더 싫어진 미츠자네가 다시 최대한으로 넥타이를 졸라맸다.


학원은 그나마 있을 만 했다. 집만큼이나 무미건조한 곳이었고, 학생들의 공부를 위해 최적의 조건을 맞춰주는 곳이었기에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여름의 눅눅함을 머금은 채 들락날락거렸다. 그래도 물기를 닦으려고 애쓰는 학생들이 더 많았기에 그나마 괜찮은 기분이었다.


"난 여름비가 좋아."

"나도-. 뭔가 한 번에 뿌려 대서 기분이 좋다고 해야 하나?"

"코코아 마시면서 멍하게 바라볼때 편안해서 좋아."

"난 커피. 현악기 연주곡을 틀어놓으면 말야, 피아노가 없어도 반주가-."


이 끈적하고 불쾌한 여름비는 시간이 남아도는 여자아이들의 낭만의 계절이라도 되는 모양이었다. 미츠자네는 두 사람의 대화소리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돌아보았다. 한 명이 미츠자네의 시선을 느끼고는 다른 한명의 팔을 가볍게 두 번 두드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을 아니꼽게 보는것 같아서 싫었다. 누가 먼저 시끄럽게 했는지는 자각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밤에는 혼자서 비를 맞으며 걸어왔다. 그나마 비가 잦아들어서 조심스럽게 걸으면 바지가 젖지 않았다. 차들도 밤이라 조심스럽게 운전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학원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십 분의 시간이 마치 가습기 안에 코를 박고 숨을 쉬는 기분이었다.

집의 문을 열고 들어오자, 로비의 창밖을 바라보는 타카토라가 있었다. 조금 편안한 차림의 타카토라는 왼쪽 손으로 오른쪽 팔뚝을 잡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머그컵이 들려 있었다. 고통이라도 느끼는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시선은 창밖이었다.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창밖을 바라보는 타카토라를 보니 학원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오늘의 타카토라는 시간이 남아도는 모양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아, 어서와. 미츠자네."


학교에는 잘 다녀왔냐고 묻는다던가, 피곤하지 않냐고 묻는 것은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말을 꺼낼 것 같은 표정을 짓다가도 눈이라도 마주치면 곧장 피해버렸다. 오른쪽 팔뚝을 잡고 있던 손도 아무렇지 않게 내렸다. 그러나 고통은 여전한지 인상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자신을 보는 얼굴이 마치 하루 종일 자신이 짓던 표정과도 같다고 느꼈다.


"형. 여름 좋아해?"


갑작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얼굴을 보니 갑자기 동질감이 생겼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타카토라가 머뭇거렸다. 당황스러운 표정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곧 냉정을 되찾고 타카토라가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좋아하는 편은 아니야."

"그래?"


처음으로 형제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뜨거운 날에도 절대 뜨겁지 않고, 습한 날에도 절대 눅눅하지 않으며 조금이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는 곳. 허황되고 건조하게 짝이 없는 집이라고 해도 가끔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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