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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무/- ing

메론+오렌지(+포도) 봄망초

Fong 2014. 8. 11. 01:34

얼그레이님께 받은 키워드 : 타카토라+코우타 조합. 꽃.


밤부터 비가 왔다. 자와메의 여름의 특징이기도 했다. 밤부터 새벽까지 비가오고 아침이면 맑게 개었다. 마치 밤새 고난을 겪고, 날이 밝으면 광명을 찾아서 간밤의 사투를 전쟁미담처럼 보이게 하는 해가 떴다. 타카토라는 이 순간을 좋아했다. 기나 긴 비를 맞으면 다시금 떠오르는 해가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것처럼 보이게 해주는 모습이 인류에게도 비와같은 고난이 오면 언젠가는 해가 뜰 것이라고 타카토라는 생각했다.

타카토라는 이 비가 좋았다. 창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빗소리에 타카토라가 눈을 떴다. 옷들이 널려있어서 약간 꿉꿉한 냄새와 답답하고 축축한 공기가 가득 매우고 있었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라 아직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비가 오면 오피스에는 에어컨을 가동해서 습기를 없애고, 저택의 문을 모두 닫고 공기청정기를 가동시키기도 했다. 그렇기에 타카토라에게 있어서 비는 관상하는 것 그 이상의 것으로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목을 조여 오는 것 같은 습기에 타카토라가 몸을 일으켰다. 생각해보면 헬헤임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비가 오지 않는데도 생물이 자라고, 번성한다는 것은 이상했다. 습기가 가득한 숲도 아니었다. 그곳의 생물들의 상태를 말해주는 것처럼 자신이 있었던 곳은 건조하다고 해야 마땅할 정도였다.

비오는 날이면 항상 상처가 쓰렸다. 또 비가 오면 미츠자네가 집에 일찍 돌아왔다. 비가 오면 공연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미츠자네의 춤추는 모습은 어땠을까, 동생을 생각하니 다시 속이 쓰려오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아크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속 쓰림과는 차원이 틀렸다. 내장을 쥐어짜는 느낌과 동시에 점점 목이 조여 오는 것 같았다. 먹먹한 느낌이었다. 울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 당황해야 할까, 미안하다고 느껴야 할까.

타카토라는 자신의 이런 신체적 반응이 그저 그 문제를 회피하고 싶기에 나오는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미츠자네에 관한 것은 차분하고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미츠자네는 하나뿐인 가족이고, 사랑하는 동생이며 자신이 책임져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가이무 팀원들이 잠들어 있는 곳에서 조심스럽게 나와서 문밖에 섰다. 2층으로 된 곳에는 비를 겨우 피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있었다. 습한 공기와 흙냄새가 폐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정원에 나가야만 맡을 수 있는 냄새였다. 게다가 차가운 빗방울이 몇 방울 자신에게로 튀는 것으로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조금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타카토라...? 안 자?”

“카즈라바... 어딜 다녀온 거냐.”

“잠깐 잠이 안와서 산책 다녀왔어.... 아, 맞다. 타카토라 이것 봐!”


코우타가 우산을 쓰고 계단을 올라왔다. 손에는 들꽃이 쥐어져 있었다. 꽃다발을 만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보기에 안쓰럽지 않을 정도는 있었다. 하얀색의 꽃이었다. 중간에 동그랗고 큰 꽃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길가에서 흔히 볼수 있는 꽃이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은 처음이었다.


“계란 프라이 같군....”


타카토라의 말을 들은 코우타가 풉, 하고 입을 막더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손으로 막으며 웃었다. 무안한 표정으로 타카토라가 코우타를 보았다. 그저 떠오르는 것을 입 밖으로 내었건만, 그렇게 크게 웃을 정도의 감상은 아니었을 텐데. 코우타는 타카토라를 위해 최대한 웃음을 억눌렀다. 사실 그렇게 힘을 쓸 필요도 없었다.


“역시, 밋치랑 타카토라는 가족이 확실해.”

“무슨 의미지?”

“봄망초 라고 하는데... 밋치가 처음에 한 말이랑 같은 말을 해서 그렇게 생각했어.”


코우타가 가볍게 웃으며 말하는 표정은 마치 미츠자네가 아직도 자신들의 곁에 있는 것 같았다. 코우타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모든 현실이 다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미츠자네는 아직도 자신의 사랑하고 말 잘 듣는 동생이며, 밝고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코우타를 동경하고 좋아하는 우수한 아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코우타와 닮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아이로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았다.


“미츠자네도 그런 말을... 했군.”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코우타의 앞에서 처음으로 ‘계란 프라이 같네요.’ 라는 말을 하고, 코우타가 큰 소리로 웃으면서 미츠자네를 바라보고 미츠자네는 당황하며 무안한 얼굴로 살짝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당황하면 뒷머리를 긁으며 양쪽 입꼬리를 살짝 당겨서 가지런한 치아가 보이게 웃는 버릇이 나올 것이다.


“나도 어렸을 때는 몰랐으니까, 누나가 알려줘서 알았어. 밋치는 들꽃을 이렇게 가까이 본건 처음이라고도 했었고, 이런 꽃에도 이름이 있다는 것도 신기해했고... 또... 아, 예쁘다고도 했었지.”


귀여웠지, 하고 덧붙이는 코우타의 표정은 마치 자신의 자식을 자랑하는 부모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보다 훨씬 보호자 같은 얼굴로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츠자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코우타의 웃음은 밝고 기분을 좋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능력부족과 무능력함을 탓하게 되어 속이 아파왔다.

이런 몰라도 좋을 꽃들을 보며 미츠자네는 예쁘다고 표현하는 아이였다는 것이 새로웠다. 본래의 타카토라였더라면, 그런 건 알 필요도 없다면서 잘라냈을 텐데, 코우타는 하나하나 가르쳐준 모양이었다. 분명 즐거워했을 것이다. 예쁘다고 감탄했다면, 그 아이는 꽃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 분명했다. 미츠자네의 기쁜 얼굴을 언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도 처음이다. 들꽃의 이름을 알게 되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으니까.”

“정말? 진짜 길에 널려있는 건데... 요즘은 오버로드들 때문에 별로 보지 못하니까 반가워서 꺾어왔어.”


뿌듯한 얼굴로 꽃을 보는 코우타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활짝 웃던 얼굴이 진중하게 변했다. 시선은 여전히 들꽃에 가 있었고,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분위기가 틀려지는 기분이었다. 타카토라는 이렇게 사람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는 것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기에 코우타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들에게도 희망이 있다.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우산을 문 옆에 새워둔 코우타가 한 손으로 꽃 한줄기를 타카토라에게 내밀었다. 타카토라를 바라보는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눈을 마주치는 것에 주춤했지만, 코우타의 눈은 그 어떤 것보다도 믿음직스러웠다. 자신이 지금까지 관철해 왔던 신념보다도 더 뚜렷하게 보여서 타카토라는 코우타에게서 시선을 땔 수가 없었다.


“...그렇군.”

“응. 그러니까... 나는 밋치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타카토라가 코우타에게서 꽃을 받았다. 향은 나지 않았다. 지금 손 안에서 아직 생명이 있는 것이 붙들려 있다고 생각하니 새롭게 생각되었다. 코우타는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꽃처럼, 미츠자네의 손도 다시 잡을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자신은 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고맙다. 카즈라바.”


자신보다 더 동생을 생각해주는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이것 뿐이라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왜 감사하는 언어는 이렇게 제한적인 걸까, 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자신조차도 이젠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비해 코우타는 지나치게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어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다른 꽃을 꺾어서 두 사람에게 보여줄게. 같은 반응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니까 더 기대된다.”


게다가 이젠 꿈일 것만 같은 일들도 현실처럼 입에 담는 코우타의 언행들이 타카토라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없지만, 타카토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돌려서 말하는 기분까지도 들었다.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코우타는 현실처럼 입에 담는 것이 아니라 항상 현실이라고 믿고 말했다. 냉정하고 비판적이고 부정적으로 보는 자신과는 다른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코우타의 모습은 이 긴 밤의 비를 이겨내는 꽃 같았다. 곧 해가 뜨면 카즈라바 코우타는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빛날 것 같았다.


“난 먼저 들어갈게, 너무 늦게까지 있지 마. 타카토라.”

“신경써줘서 고맙다. 조금만 더 있다가 들어가지.”


코우타가 우산을 챙겨서 들어갔다. 자신의 손에 들린 들꽃으로 시선을 두었다가,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향해서, 하늘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카즈라바 코우타는 변함없이 자신의 신념을 실행하고 있다. 타카토라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지만, 의지를 구부릴 줄 모르는 모습은 본받아야 마땅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자신이 방금 코우타를 조우하기 전 까지의 신념을 구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미츠자네에게 부딪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실패하더라도 코우타가 다른 방향으로 미츠자네를 구원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건물 안에 있었을 때 들었던 갖가지 고뇌와 생각들이 사라졌다. 타카토라의 의지는 확고하고 단단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에서 이렇게나 확실하게 자신의 의지를 다진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타카토라는 헬헤임에 관련된 것을 알게 된 후 처음으로 아침이 기다려졌다. 날이 밝고, 해가 뜨면 밤을 이겨낸 식물들이 자라고 꽃을 틔우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미츠자네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고 자신이 정한 방법으로 미츠자네를 움직이게 할 것이다.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믿음만으로도 충분히 그 노력과 행동을 인정해줄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방법이 어찌 되어도 목적은 하나였다. 타카토라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봄망초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은 타카토라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최적의 상태로 미츠자네를 만나는 것이 미츠자네에 대한 예의와 자신의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업 BGM : 벚꽃 엔딩

+ 의도한 바는 아닙니다만... 봄망초의 꽃말은 화해 라고 합니다... 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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