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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무/- ing

메론+포도 Safety Needs

Fong 2014. 8. 13. 00:25

Safety Needs


By Maslow's motivation theory





헬헤임의 전 세계적 침략이 시작되었을 때, 쿠레시마 미츠자네는 유그드라실 타워에만 있었다. 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쿠레시마 저택에 돌아갈 수도 있었다. 오히려 그 집이 더 안락하고 평안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돌아가지 않았다. 자신의 손으로 지운 형의 집무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 집무실이 전리품이라도 되는 것 마냥 그곳을 떠날 줄을 몰랐다.
어른처럼 꾸민 소년은 자신의 형이 했던 것처럼 넓고 텅 빈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소년은 그 형이 그랬던 것처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 형은 언제나 일에 쫓기고, 설령 쫓기지 않더라도 스스로 일을 찾았지만 소녀는 그렇지 않았다. 의자에 몸을 기대고 미약하게 숨을 쉬는 것조차도 힘들어 보였다.


“그 자리에 앉는 것조차 버거워 보이는구나. 미츠자네.”


또 환청이 들렸다. 감았던 눈을 살짝 뜨자, 눈앞에 서있는 쿠레시마 타카토라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있을 리가 없다. 자신이 베어 넘기지 않았던가. 자신이 죽이지 않았던가. 자신의 보호자였고, 가족이었던 그를 직접 쓰러뜨렸다. 센고쿠 료마처럼 생사가 불투명 한 것도 아니었다. 눈앞에서 드라이버까지 망가뜨렸다. 물속은 공기가 없다. 그러니 죽었다. 설령 살아있다 하더라도 이곳으로 올 수는 없었다.


“그 자리가 마음에 드나? 모든 것을 얻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가 보지?”
“… 닥쳐.”


타카토라가 미츠자네에게로 다가왔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눈에 보이는 타카토라는 환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츠자네는 벗어날 수가 없었다. 분명히 자신이 만들어낸 것임에도 스스로 없앨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에 보이는 그 망령은 미츠자네를 계속해서 쫓아다녔다.
미츠자네는 그 망령은 자신이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 놓으려고 했던 것들이 단번에 표출되면서 무너지면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멘트 바닥의 좁은 틈새 사이로 싹을 틔워 성장해서 금이 가게 만드는 잡초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족쇄라는 것을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타카토라가 자신에게 해왔던 것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의 말대로 세계를 위해서라면 작은 희생에 불과했다.


“미츠자네, 너는 그 자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유그드라실 타워는 그 어느 곳 보다 안전하다. 레듀에나 로슈오의 곁에 있으면 자신은 언제나 안전했다. 지구상의 그 어떤 무기들이 들이닥친다 하더라도 살아남을 것이다. 그들이 직접 보여주었기 때문에 미츠자네는 당연히 이곳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업그레이드 된 드라이버와 록시드가 있다. 안전하지 않을 리가 없다.
새로운 암즈를 갖게 된 카즈라바 코우타도, 쿠몬 카이토도 적수가 아니었다. 저번 싸움으로 온 몸에 멍이 들고 근육이 찢겨지는 것 같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승리였다. 그러니 자신은 안전했다. 굳이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자와메에 우뚝 서 있는 이 유그드라실 타워는 항상 자와메의 중심이자 대표였다. 최고의 것들만 모여있는 곳이었으니 이곳은 가장 완벽한 곳이었다.


“네가 가진 힘은 지키기 위한 게 아니야. 부수기 위한 거지.”
“꺼져! 꺼지라고!”


미츠자네가 책상위에 올려진 서류들을 집어 던지자, 안개처럼 사라졌다. 어째서 타카토라는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걸까. 자신이 잡고있는 이 손은 마이와 스스로의 손으로 만든 방주에 태울 사람만을 지키는 힘이다. 그 어떤 인간들보다도 강한 힘을 갖고 있다. 권력도 있고, 무력적인 힘도 있다. 지금 손에 잡히는 것들을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다. 부수기 위한 힘이 아니다.
서류를 집어 던진 미츠자네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신의 뒤의 창을 보았다. 자와메의 전경이 보이는 이 자리는 미츠자네도 좋아하는 곳이었다. 여기서부터 눈에 닿지 않는 곳 까지 자신이 관리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았다. 오버로드와 손을 잡아서 공존할 수 있는 이상적인 세계를 만드는 관리인이 될 것이다. 이 의견은 타카토라가 처음 낸 의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미츠자네는 자신의 선택은 옳다고 생각했다.
이미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창밖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원래라면 불빛들이 이 도시를 수놓았겠지만, 혹시나 불을 켜면 인베스의 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을 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얼마 만에 느끼는 정적일까. 미츠자네는 오랜만에 찾아든 정적과 고요함에 평화를 느꼈다. 긴장이 풀려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휘청거리며 사무실의 소파에 몸을 누이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마치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태아처럼 두 손을 얼굴 앞으로 모았다. 귓가에 자신의 숨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매우 지친 것 같은 숨소리였다. 또 금방 꺼질 것 같은 숨소리여서 마치 자신의 숨소리가 아닌 것처럼 들렸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타카토라의 숨소리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너는 왜 내 사무실에 있지? 여기가 그렇게도 편안한가?”


미츠자네는 이곳에 있어야만 불안감을 떨칠 수 있었다. 자와메가 한눈에 보이는 이 공간이 가장 좋았다. 이 검은색 인조가죽으로 된 소파는 차갑고 딱딱했지만, 미츠자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휴식 장소였다. 오랫동안 몸을 붙이고 있으면 가까스로 느껴지는 온기가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탁자위에 걸터앉아서 웃는 타카토라는 미츠자네를 비웃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발버둥을 치면서도 결국 미츠자네가 있는 장소는 타카토라가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무실도 많은데 굳이 타카토라가 쓰던 사무실을 고를 이유는 없었다.


“너는 영원히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 미츠자네.”


알고 있었다. 스스로 뛰어넘었다고 말했지만, 아직도 타카토라의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었다. 타카토라에게서 영향 받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무엇이 그에게서 받지 않은 것인지 헤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미츠자네는 자신의 손으로 타카토라를 세상에서 지워버림으로써 진짜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지금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있다.
… 이런 것이 정말로 나다운 걸까? 감겨오는 눈동자를 몇 번 깜박이자, 타카토라의 모습이 흐려졌다. 마치 진짜처럼, 반쯤 감긴 눈꺼풀 사이로 검은색의 뭉텅이처럼 보였다. 잘때 만큼은 시야에서 사라지라고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몸이 허락치 않았다. 고단한 몸은 그에게 수면을 촉구하고 있었다.
타카토라의 흔적들 사이에서 몸을 웅크린 미츠자네는 쉼을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의식을 놓을 때 귓가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잘 자렴, 미츠자네. 라고 들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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