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레몬메론포도 Y자 교차로 2 본문

가이무/- ing

레몬메론포도 Y자 교차로 2

Fong 2014. 8. 14. 23:48

※ 28화 이후 부터 스토리 날조


01.


5년만에 찾아간 유그드라실 타워는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냥 하얗기만 했던 내부는 연한 녹색 빛으로 변해 있었다. 솔직히 그 전의 유그드라실의 로비는 기분 나빴다. 온통 흰색으로 덧칠되어 있어서 속이 울렁거렸다. 저 흰색을 한 꺼풀 벗겨내면 온갖 더러운 것들이 쏟아지는 주제에 흰색으로 덮어놓은 것이 이미지 관리에만 급급해 보였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발령받은 쿠레시마 미츠자네라고 자신을 밝히고 별로 달갑지 않은 이름인 센고쿠 료마와 만나기로 했다는 말을 꺼냈다. 내선전화로 바로 연락을 하는 로비의 접수원이 몇마디를 나누고는 왼쪽 엘레베이터로 23층에 올라가면 된다고 일러 주었다.


“오랜만이네, 미츠자네군.”
“그렇네요.”


미츠자네를 23층 엘레베이터 앞에서 맞아준 것은 미나토 요코였다. 여전히 단정한 옷차림의 여성이었다. 시간이라는 것을 빗겨나간 것처럼 보였다. 미츠자네가 자와메에 왔을 때부터 느꼈던 것이었다. 아메지스트 타워를 제외하면 모든 것들이 5년 전과 그대로였다. 아마 센고쿠 료마도 같은 상태일 것이다. 자신 외의 모든 것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제법 짜증나는 일이었다.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
“어머, 그래? 그 말은 칭찬이겠지?”


미나토는 미츠자네의 말을 듣고는 웃었다. 미츠자네는 자신이 처음으로 헬헤임에 관한 자료들을 얻었던 회의실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23층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헬헤임의 고위 관계자들만 근무하는 곳이라고 들었었고, 미츠자네가 알고 있는 헬헤임의 고위 관계자들은 료마나 요코, 시구르드 그리고 타카토라 뿐이었다.
고위 관계자들이 일하는 곳의 리모델링이 필요할리 없었다. 게다가 헬헤임에 관련된 것은 누군가와 교류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유그드라실의 내부의 사람들만 아는 일이다. 어찌 말하면 은폐한 것이나 다름없는 부서가 바로 헬헤임의 부서였다.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헬헤임의 열매에 관한 연구들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 부분은 미츠자네가 읽어도 모르는 부분들이 많았기에 깊게 알고 있지 않았다.
회의실로 들어가자 커피 잔을 들고 중앙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삐딱하게 기대서 모니터를 보던 시선이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온 미츠자네쪽으로 향했다. 5년만의 재회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료마는 담담했다. 게다가 생각보다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뭔가 기분에 거슬리게만 한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미츠자네가 유그드라실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미츠자네군. 조금 더 느긋한 시간에 오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프로페서.”
“좀 봐줘, 미나토 군. 나 잠든 지 두 시간도 안됐어. 게다가 겨우 오전 휴가를 받았다고.”


료마가 괜한 투정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미츠자네가 료마의 왼쪽 편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다. 언제나 시드가 앉았던 자리였다. 미나토는 미츠자네에게 커피를 한잔 건네주었다. 감사하다는 말도 없이 미츠자네가 커피를 받아드렸다. 하지만 마시지는 않았다.


“담당자가 오전 회의로 한 시간 정도 늦어질 거야. 이렇게 일찍 올 거라곤 생각 못했어. 미안해, 미츠자네군.”
“아뇨. 괜찮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번에 적당히 느긋한 시간에 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시드가 죽었으니 가장 깊은 관계자는 자신과 요코, 료마 셋뿐일 것이다. 그런데도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새로운 담당자를 임명했다는 것인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으니 확실했지만,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 오기 전에 간단하게 설명만 해줄게.”


료마가 모니터의 버튼을 누르자 회의실의 전등이 꺼졌다. 바로 앞에 보이는 화면에 전에 보았던 영상들이 떠 있었다. 5년도 더 된 자료로 자신에게 설명을 한다는 건가 싶어 미츠자네가 유심히 살펴보다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표정을 굳혔다. 료마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데이터를 가장 앞으로 끌어올렸다. 날짜는 반년 전이었다.
거리를 비춘 영상이었다. 지퍼가 내려가듯이 벽이 갈라지면서 푸른색의 공간이 보였다. 마치 색을 몇 층으로 엇나가게 덧씌운 것 같은 숲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이상한 식물들의 씨가 날아들더니, 순식간에 자라났다. 크랙은 약 20분 정도 열렸었고 진압부대는 그곳을 불태웠다. 시작부터 진압까지 약 30분이 걸렸다. 믿을 수가 없었다.


“사라진 게 아니었습니까. 분명 오버로드를….”
“설득하기야 했지. 하지만 그 오버로드는 다른 존재에게 힘을 빼앗긴 모양이야.”


크랙이 다시 출현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분명 코우타가 힘으로 억누르며 오버로드의 왕인 로슈오와 이야기를 마쳤다. 자신을 이긴 왕의 말을 듣는다면서 모든 헬헤임의 침략에서 자와메를 포함한 일본, 이 지구 전체에 손을 뻗지 않기로 했었다. 그렇게 5년 전의 헬헤임의 침략은 종지부를 맺었었다.


“마을 사람들은 아직 모르는 거 같던데요.”
“그러니까 네가 이쪽으로 배치된 거야. 미츠자네군. 우리들은 경험자니까.”


사태의 심각성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목소리였다. 오히려 료마는 웃고 있었다. 그때 하지 못한 연구들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생각인 모양이었다. 미츠자네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은 자신을 얼마나 더 몰아붙여야 마음에 드는 걸까. 5년 전의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것들이 머릿속에서 혼잡하게 섞였다. 5년의 공백이 있으니 그나마 마을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5년 전과 다름없었지만 말이다.


“위에서는 우선 오버로드의 위치를 파악하라고 하더군. 그리고 전처럼 부드럽게 대화로 해결하라고 하더라고.”
“부드럽게… 입니까.”


과연 저번 과정이 부드러웠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피해를 입었다. 그것은 결코 부드러운 과정이 아니었다. 상층부는 자와메 인구를 날려버리는 것도 서슴지 않고 생각했으니 저번일은 부드러운 것일지도 몰랐다. 코우타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초기단계라는 말이었다.


“또 지혜의 열매가 열렸을까요?”
“아니. 있더라도 지금의 지배자가 이미 먹었겠지.”
“하지만 새로운 세계가 열리면 생기는 것이니 생겼을지도 모르죠.”


새로운 지도자잖아요? 드디어 커피 잔에 손을 대고 커피를 마시는 미츠자네를 본 료마가 웃었다. 역시 어딘가 통하는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상부의 지시와는 전혀 다른 자신의 생각을 입에 담는 모습은 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죠? 저번에 실패했던 프로젝트 아크는 당연히 못쓸 테고… 지하왕국이라도 건설하나요?”
“아, 그거 좋네. 그런 건 전혀 생각 못해봤어.”


초등학생의 꿈을 듣고 칭찬해주는 동네 삼촌 같은 반응이었다. 반쯤은 무시하는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던 자신이 아는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경험한 료마의 눈에는 그저 꼬꼬마 어린이로 보인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원래 저런 사람이었으니 새삼스럽게 화도 나지 않았다.


“료마, 왜 미리 말 안 해준 거야.”


미츠자네의 맞은편의 문이 열렸다. 약간 곱슬거리고 내려앉은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검은색의 정장에 흰색 셔츠, 미간을 살짝 찌푸린 얼굴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적이 있다. 들어본 적이 있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에 미츠자네는 자신도 모르게 놀란 얼굴이 되어버렸다. 거짓말, 라고 미츠자네가 작게 중얼거렸다.


“미안, 인사이동이면 당연히 네 쪽으로 말이 들어갈 줄 알았지.”
“너랑 내가 같은 부서라는 걸 잊지 말아줬음 좋겠어.”
“네에 네에. 죄송합니다.”


료마의 태도에 질렸다는 표정을 지은 남자가 작은 한숨을 쉬고는 다시 미츠자네쪽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의 표정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 아니라면 그 표정을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이야기 하는 동안, 미츠자네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미츠자네가 한 것이라고는 멍청하게 눈을 깜빡이며 놀란 얼굴로 굳어서 그 사람을 바라보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 미츠자네는 할 말을 잃었다. 지금 생각나는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하는 걸까. 기쁨? 분노? 허탈함? 놀람? 요동치는 수많은 감정들을 억누른 채, 그는 미츠자네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었다.


“쿠레시마 타카토라다.”


눈앞에 뻗어진 손, 자신을 처음 본다는 말투와 표정에서 그에게 자신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평정심을 유지해야 했다. 예전 기억이 있는 타카토라라면 절대로 자신에게 이런 태도를 취할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기에 료마도 타카토라를 곁에 두고 있는 것이겠지.


“… 쿠레시마 미츠자네입니다.”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은 처음 보는군. 반갑군.”


타카토라의 얼굴에 미미한 미소가 번졌다. 조금의 친근감이라도 느낀 것일까. 자신의 동생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남자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미츠자네는 자신에게로 뻗어진 손을 맞잡았다. 처음이었다. 그와 마주보며 악수를 하는 일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사실 마주보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타카토라는 여전히 시선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미츠자네군이 내가 저번에 말했던 5년 전 사건의 중심축에 있던 사람이야.”
“그렇군…. 한 사람이라도 유그드라실 쪽의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네.”


타카토라가 등을 돌려 자신이 앉을 자리로 가는 동안 미츠자네가 설명을 요구하는 눈으로 료마를 보았지만, 료마는 그저 의미심장하게 웃을 뿐이었다. 미츠자네의 표정은 금세 차갑게 식었다. 타카토라가 의자를 잡아당기는 소리가 들리자, 미츠자네의 시선은 서류로 향했다.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었지만, 미츠자네의 처세술은 웬만한 어른보다도 뛰어났다.


“그럼 계속할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의 자와메는 5년 전의 상황이랑 똑같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거지.”


자와메가 다시 헬헤임의 숲과 싸워아 한다는 것도 골치 아픈 일이건만, 눈앞의 아무렇지도 않게 있는 타카토라 때문에 모든 생각이 정지했다. 담담한 얼굴로 료마의 이야기를 듣는 타카토라의 모습에서는 과거의 그림자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타카토라는 자신 역시도 5년 전의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디까지가 자신이 알고 있는 타카토라인지 알 수 없었다.



02.


“자네의 전투영상은 많이 봤었네.”
“네?”


간단한 브리핑을 끝낸 후, 미츠자네는 곧바로 타카토라의 뒤를 좇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의 미츠자네는 타카토라보다 아래 직급이었고 아예 타카토라는 미츠자네의 직속상관이었다. 주변에서는 그저 새로운 신입에 대한 호기심에 대한 눈빛만 보낼 뿐이었다. 두 사람의 성이 비슷하다고는 들었지만, 보통은 10살 차이가 나는 동생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타카토라는 개인 사무실로 미츠자네를 들였다.


“나는 헬헤임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 최초영상부터 꼼꼼히 살펴봤을 뿐이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드릴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아, 아뇨. 의외로 차근차근 살펴보신 것 같아서요.”


미츠자네가 당황하며 말을 더듬자, 타카토라가 살짝 웃으면서 응접용 소파에 앉은 미츠자네에게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스스로 직접 커피를 타서 주는 사람이었던가? 저렇게 살짝 웃을 줄도 아는 사람이었나? 데이터 번호를 외워서 예를 대고 분석한 것이 머릿속에 들어있을 정도로 열심히 영상을 보는 사람이었나?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5년 전의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걸까.


“막중한 임무를 떠맡았으니 어쩔 수 없지. 일을 맡은 이상은 최선을 다해야겠지. 마음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싶지만….”


말끝을 흐렸다. 과거 하얀 아머드 라이더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던 사람이 직접 나가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예전의 타카토라와 변한 것이 없는 모양이었다. 또 세계 인류의 구원이라던가, 평화 같은 어린아이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인 걸까. 변하지 않는 바보가 또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걸까.
자리에서 일어난 타카토라는 책상 쪽으로 향했다. 몇 개의 정리된 서류들을 집어 들었다. 말을 아낀 걸까, 대화를 피한 걸까. 지금의 타카토라라면 자신의 말에 대답해줄 것이다. 어릴 때와는 틀리다. 지금의 타카토라는 자신을 한 사람의 동료로써 인정해주고 있다. 지금이라면 모든 것을 말하더라도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타카토라는 아래쪽 서랍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서 그 위에 서류를 올린 상태로 미츠자네에게 내밀었다. 투명한 덮게 아래로 보이는 것은 5년 전 자신이 사용했던 류겐의 센고쿠 드라이버였다.


“직접 나서지 않으시나요?”
“시도는 해 봤지만… 유감스럽게도 몸이 따라주질 않아서 말이지.”


어디서 어떤 일이 있었는가는 모른다. 저 포기한 것 같은 웃음은 분명 그가 수많은 시도와 노력을 한 후에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지금의 그는 싸울 수 없는 몸이 되었다는 걸까. 고작 5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타카토라는 말을 아꼈다. 아직 미츠자네에게는 이야기 할 수 없는 일인 모양이었다.
뚜껑을 열고 드라이버를 만져 보았다. 매끈한 감촉과 한손에 들어오는 록시드의 촉감이 낯설었다. 동시에 기분 나쁜 기억들이 떠올랐다.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했던 자신이 떠올랐다. 류겐이라고 불러주며 자신을 보고 웃어주었던 사람들의 생각이 났다. 5년 전의 타카토라의 모습이 생각났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도대체 뭡니까. 저 사람은.”


타카토라에게서 센고쿠 드라이버와 포도 록시드, 키위 록시드를 받은 미츠자네는 혹 성능에 관해 무언가 달라진 점이 없는지 알고 싶다는 핑계를 대고 료마의 연구실로 찾아왔다. 난데없이 들이닥친 미츠자네의 태도에 오히려 료마가 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모님께 듣지 못한 모양이네.”
“부모님은 알고 계시는 거예요?”


전혀 듣지 못했다. 무언가를 숨기는 눈치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자신이 거북하다고 생각해서 부모님들을 피해온 것이 잘못이었을지도 모른다. 집에 조금이라도 오래 붙어 있었더라면 말해 주었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택에는 살고 있지 않은 건가? 만약 살고 있었더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만났었을 것이다. 미츠자네는 혼란스러웠다.


“응. 타카토라는 살아 있었어. 정말 질긴 목숨이야.”


료마는 미츠자네가 타카토라 때문에 찾아올 것을 알아차리고 있던 건지, 인적사항 파일을 미츠자네에게 넘겨주었다. 헬헤임에서 구조되었을 때는 이미 기억을 잃은 상태였고, 치명상을 입어서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신체적인 부분은 대부분 호전되었으나, 약 6개월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되찾은 후에는 그 무엇도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의 이름조차 몰랐던 타카토라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은 친우였던 센고쿠 료마 뿐이었다. 그동안의 모든 지식을 쌓고 다시 유그드라실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1년 전이었다. 극비를 알고 있는 대상이었기에 유그드라실의 감독 하에 요양하다가 자와메에서 크랙이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떨어지자마자 다시 이곳에 밀어 넣은 것이었다.


“형이 그때와 같은 사람이라면….”
“너는 타카토라가 같은 사람처럼 보여?”


이미 타카토라에 관한 의심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료마가 입을 열었다. 미츠자네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노트북을 두드려서 다른 모니터에 타카토라의 사무실을 띄웠다. 보호대상이 되어버린 타카토라에게 사생활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한 명의 사람으로 이 세상에 나서지도 못하는 신분이었다.


“어떻게 아니라고 확신하시죠?”
“너라면 널 죽이려던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싶진 않을 거 아냐. 몸을 섞을 정도로 찐득하게.”


료마의 말에 표정을 잔뜩 찌푸린 미츠자네의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을 본 료마가 크게 웃었다. 거짓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기억을 잃기 전에도 두 사람은 표면적인 친구관계에 살을 맞대는 관계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서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은 듣고 싶지 않았다. 알고 싶지도 않은 부분이었다.


“나도 바보는 아니고 미츠자네 군도 이제 어린애가 아니잖아?”


어리지 않다. 료마가 말하는 것이 자신의 몸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신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미츠자네가 성장했다고 하기에는 자와메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감정들은 묻어놓은 타임캡슐처럼 다시금 나타났으며 생각지도 못한 존재에 혼돈의 중심에 서있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더 이상 료마와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두통이 찾아왔다. 수천 개의 바늘로 뇌를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5년 전과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의견만 주장했고, 자신에겐 진실을 거의 알려주지 않았으며 감정은 여전히 뒤엉켜서 풀어지지 않는 덩어리고 응집되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죽었다고 생각한 형에게 편지를 쓴 자신이 바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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