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오렌포도 향기를 새기다 본문

가이무/- ing

오렌포도 향기를 새기다

Fong 2014. 10. 1. 01:30

TO. 미미님


- 생일기념인데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orz


BGM :: はじまりの日 _ http://youtu.be/RpbFB3kiF48




아침 7시 30분의 도심 속 공원은 제법 붐볐다. 학교를 가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걷고 있었고 회사원들도 바쁘게 걷거나 서로를 보며 인사했다. 웃고 떠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침 햇살이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가는 유치원생도 있었고 조깅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미츠자네는 자신이 학교로 가는 차안에 몸을 태울 동안, 이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며 움직이고 어울린다는 것이 신기했다. 몰랐던 일은 아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보였고 즐거워 보였다. 일을 한다거나 공부를 하는 일은 분명 달가운 일인 것만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아침은 활기찼다. 영화에서 연출된 것이라고만 믿었던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미츠자네는 미소를 잃었다.
미츠자네가 학교에 가지 않고 공원의 밴치에 앉아서 사람을 구경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오늘은 걸어서 학교에 가고 싶어요.’ 라고 말하자 사용인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수긍했다. 형은 어젯밤에 나간 뒤로는 소식이 없었다.
그들을 속일 생각은 없었다. 정말로 학교에 걸어서 가고 싶었다. 아침 공기를 맞으며 아름답게 가꾸어진 정원의 공기가 아닌 사람들이 마시고 내뱉은 도심의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학교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면 다들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보았겠지만, 미츠자네는 이런 자유함을 누리고 싶었다.
집안 덕분에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미츠자네는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잠시 목을 죄고있던 넥타이를 푸르고 셔츠의 단추를 하나 풀어서 조금 편안하게 있고 싶었을 뿐이었다. 공원을 가로지르며 걷다가 사람들을 보니 학교에 가고싶지 않았다.


“밋치? 여기서 뭐해?”
“코우타 씨?!”


자전거를 바로 앞에 새운 코우타는 하얀 교복을 입은 미츠자에게 말을 걸었다. 우유배달을 위해 왔다갔다 할 때부터 눈에 띄었었다. 흰색의 교복은 유그드라실이 제일 처음 만든 학교였다. 아마키 고등학교는 이 동네에서 공부를 그나마 하는 아이들이 들어가는 대부분이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교의 옷이었다.
특이한 애네, 라고 생각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조금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반항을 하고 싶으나 제대로 된 반항은 하지 못해서 학교를 가지 않는 것으로 대신하는 초등학생 같았다. 게다가 사람들을 보며 조금 즐거운 표정을 짓다가도 초조한 표정으로 시계탑의 시계를 바라보는 것을 보니 망설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단정한 머리에 깨끗하고 단정한 교복을 입으며 사람구경을 하는 학생이 미츠자네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미츠자네의 분위기는 틀렸다.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처럼 이질적이게도 보였고 초연한 사람처럼 보였다. 평소에 유약하고 소녀스러운 모습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쓸쓸하고 외로움을 담은 모습이었다. 웃지 않는 미츠자네의 얼굴을 처음 보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학교 안 갈 거면 옷 갈아입는 게 좋지 않을까? 나는 괜찮지만, 네가 불편할 거야.”


없으면 우리집에서 내옷 빌려줄까? 한치의 거짓이나 다른 마음 없이 선심을 배푸는 코우타를 보며 미츠자네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당연히 혼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우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걱정을 해주었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전개였다.


“왜 그래?”
“아뇨. 저, 그….”
“자, 빨리 해 밋치. 등교시간 정말로 끝나겠어.”


당황한 미츠자네가 두 눈을 깜빡이며 코우타를 보았다. 도리어 자신을 더 이상하다는 얼굴로 보는 코우타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서 벙쩌있다가, 코우타의 재촉에 공원의 화장실로 들어가서 팀복으로 갈아입게 되었다.


“코우타 씨.”
“응? 왜? 벌레라도 있어?”
“그런 게 아니라… 화… 안내세요?”


화장실의 큐비클 안에 들어간 미츠자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큐비클 밖에 있던 코우타가 그 말을 들자마자 미츠자네의 표정을 상상했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술을 땠을 표정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내가 왜 화를 내?”
“그야… 학교에 가지 않았으니까요.”


미츠자네는 자신이 말을 꺼낸 것 자체가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코우타가 가족도 아닌데 자신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평소에 많이 관심을 가져주고 이것저것 지도해주고 알려주었지만, 이런 생활까지 그가 하나하나 가르쳐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것은 미츠자네에게 있어서 굉장한 탈선행위였다.
“그런 걸로 화를 냈으면 난 이미 우리 누나한테 죽어 있을 걸?”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교복을 들고 나온 미츠자네를 보며 코우타가 환하게 웃었다. 미츠자네가 코우타를 보며 불안하게 웃자, 코우타는 미츠자네의 등을 두어번 때리면서 호탕하게 입을 열었다.


“뭐 어때. 하루 쯤 안가는 날도 있어야지.”


그리고 곧바로 어깨에 팔을 두르고 화장실 밖으로 끌고나갔다. 미츠자네가 들고나온 교복을 아무렇게나 가방 안에 구겨 넣은 코우타가 가방을 자신의 자전거 앞에 걸었다. 자연스럽게 자전거에 탄 코우타가 미츠자네를 보며 말했다.


“일단 타. 알바 보고만 하면 끝이니까.”


여러가지 하고싶은 말이 많았지만, 미츠자네는 코우타의 아르바이트가 더 걱정되었기 때문에 군말 없이 탔다. 코우타의 뒤의 좁은 좌석에 엉덩이를 올린 것 까진 좋았으나, 그 이후를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허리를 잡아야 하는 걸까? 그건 가까운 사이나 연인에게만 허락되는 것이라고 생각한 미츠자네는 우물쭈물 하다가 코우타의 어깨를 잡았다.
미츠자네가 자신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린 것을 느낀 코우타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굉장히 망설이면서 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냥 편하게 허리를 감싸도 되건만, 이렇게 거리가 느껴지는 행동을 할 때마다 코우타는 조금 씁쓸했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라는 것을 알기에 미츠자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코우타는 아르바이트처에 보고를 하고 오늘의 수당을 받았다. 주인 아저씨와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던 코우타는 즐거워 보였다. 피곤해 보였지만 본인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얼굴이었다. 마치 춤을 출때의 모습 같았다. 숨이 차오르지만 멈출 수 없이 춤을 추고, 연습하고 그것으로 인해 행복하고 기쁨을 느끼는 모습은 같았다.


“밋치! 주인 아저씨가 우유 주신데!”


가게 앞에 새워둔 자전거 옆에서 뻘쭘하게 서있던 미츠자네를 코우타가 불러서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실례하겠습니다. 빈 우유상자들이 높이 쌓여있는 가게를 신기해 하면서도 언제 넘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좋아하는 거 골라.”
“가, 감사합니다.”


코우타가 들고있는 우유팩을 보던 미츠자네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딸기우유를 집어들고는 주인 아저씨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예쁘게 생긴 학생이네, 라며 웃었다. 코우타는 흰 우유를 집고는 나머지 우유를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두었다. 스트로우를 두 개 챙긴 코우타는 인사와 함께 가게를 나왔다.
자전거에 타지 않고 끌고 가던 코우타가 스트로유를 미츠자네에게 주었다. 스토로의 껍질을 이빨로 잡아 뜯고 우유팩을 조금만 열어서 그 사이에 스트로우를 꽂았다. 쭉 한번에 빨아들인 코우타는 자신의 옆을 엄마 오리를 따라가는 아기 오리마냥 따라오는 미츠자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밋치, 가출한건 아니지?”
“가출이라뇨!? 그런 거 아니에요….”


서툴게 스토로우의 포장지를 뜯던 미츠자네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대답했다. 미츠자네 같은 모범생에 얌전한 청소년이 가출이라니, 전혀 상상할수도 없고 어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람의 속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우타가 입을 열었다. 좀처럼 속을 잘 보이지 않는 미츠자네가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그냥… 조금 숨을 쉬고 싶었어요.”


우유팩의 입구를 열려던 미츠자네는 우유팩이 시선을 고정시킨 채 입을 열었다. 열심히 우유팩의 입구를 만지다가 마침내 스트로우가 들어잘 정도의 작은 구멍을 만들자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스트로우를 꽂았다.
미츠자네가 자신에게 그저 둘러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굳이 캐네어 물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누구에게나 다 비밀이 있는 것이고, 때가 되면 미츠자네가 이야기를 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혼자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반드시 있기 때문에 일부러 개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음… 일단 타 밋치.”


코우타가 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딸기우유의 스트로우에 입을 가져다 댄 미츠자네가 코우타의 말에 아직 한모금도 마시지 못한 딸기 우유를 들고 좁은 뒷자리에 몸을 올렸다. 브레이크를 풀고 천천히 패달을 밟기 시작했다. 달콤한 딸기우유의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초코우유와는 다른 단 맛이 가끔은 유치하다고도 생각되고 인위적인 맛이라고도 느껴졌지만, 이 맛이 가장 좋았다. 사용인들이 만들어주는 딸기를 갈아넣은 우유보단, 싸구려 인스턴트의 맛이 나는 딸기우유가 훨씬 딸기우유 답다고 생각했다.


“밋치 가고 싶은 곳 있어? 오늘은 나랑 같이 있자.”
“그렇게 폐를 끼칠 수는....”


불안하게 보이는 아이를 혼자 둘 수는 없었다. 마침 알바도 오전으로 끝나는 날이고, 알바비도 받았으니 한끼 정도는 사줄 수 있었다. 미츠자네는 제대로 된 탈선을 해본적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질 나쁜 무리들에게 둘러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몇번인가 그런적도 있었으니 혼자 둘 수 없었다. 사실 집으로 데려가고 싶었지만, 청소를 하지 않고 급하게 나온것이 생각나서 그 생각은 접었다.


“괜찮으니까. 자 꽉 잡아!”
“잠깐, 코우타 씨!”


이런 곳에 내리막길이 있을 줄은 몰랐던지라, 미츠자네가 코우타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 손에 쥐고있는 우유팩을 꽉 지면 코우타의 옷에 우유가 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팔 전체로 안아버렸다. 덕분에 뒤에서 껴안는 것 같은 자세가 되고 말았다.
조금 부끄러운 자세라고 생각했지만 손을 때고 싶지 않았다. 약간의 땀 냄새와 함께 코우타 특유의 냄새가 났다. 사람의 냄새였다. 햇살에 잘 말린 옷의 냄새도 났다. 골목길의 냄새까지 한 번에 섞였지만, 전혀 거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냄새를 잊지 않고 싶어서 코우타의 허리를 더 꽉 껴안고 등에 얼굴을 밀착시켰다.
작은 일탈에 불과했지만, 미츠자네는 벌써 속이 후련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았다. 단지 바람을 맞았을 뿐인데도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처음 알았다. 미츠자네는 숨을 깊게 쉬었다. 이 내음을 마음에 새길 수만 있다면 새기고 싶을 정도로 깊고 천천히 숨을 쉬었다. 평생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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