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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무/- ing

메론+포도 함께하는 식사

Fong 2014. 9. 15. 01:21

자와메에 남은 쿠레시마의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아서 식사를 하는 일은 굉장히 드물었다. 보통 타카토라가 시간이 남으면 동생인 미츠자네가 없었고, 미츠자네가 집안에 있을 때면 타카토라가 없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비트 라이더즈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이후로는 더욱 집에서 가만히 있던 시간이 줄어들었다.
비트 라이더즈의 활동을 하면서 두 형제가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는 행위 자체는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누군가가 본다면 가족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건조하고 딱딱함만이 감도는 식탁이었다. 정갈하고 격식 있는 밥상을 바라보던 미츠자네는 문득 코우타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식사는 누군가와 함께 웃으며, 즐겁게 먹는 거야’ 라며 끼니를 때우는 미츠자네의 옆에 앉아서 빤히 바라보던 때가 생각났다.
왜 하필 지금 와서 그런 생각이 나는 걸까. 이미 부질없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이미 자신과는 엇나간 사람 뱉어낸 말 같은 게 왜 자신의 형을 보고 있을 때 생각나는 걸까. 쿠레시마의 식탁은 언제나 이런 모습이었다. 오히려 코우타가 말한 식탁이 이상한 축에 속하는 것이 아니었나? TV나 영상 매체에서나 보이는 식탁은 미츠자네의 눈에는 교양도 없어 보였고, 비위생적으로 보일 때도 많았다.
그러니 지금의 식탁이 최적이었다. 최적의 식탁이어야 했지만, 미츠자네는 자신도 모르게 불편하다고 느껴버렸다. 아마 같이 먹는 사람이 불편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어릴때는 잘만 보냈던 시간들이 점점 작아서 맞지 않은 옷처럼 불편하고 생소하게 느껴졌다. 끼워 맞추는 것조차도 힘이 들었다.
사실 그렇게 대단한 식단도 아니었다. 흰 쌀밥과 된장국에 어릴 적부터 유모가 해 주었던 야채절임과 고등어. 깻잎과 새우, 고구마튀김. 대 저택에 어울리지 않는 간소한 식사일지도 모르지만, 두 사람은 먹는 즐거움에 대한 밀도 있는 취미는 없었기에 가능한 식탁이었다. 미츠자네는 자신의 식탁이 평범하고 간소하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자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것이 타카토라가 일부러 추구하고 있다는 것 까지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또… 타카토라 도련님은 여전하시군요.”



늙은 유모의 말에 타카토라가 헛기침을 했다. 야채 쪽으로 젓가락을 놀리던 타카토라가 유모의 말에 반찬을 떨어뜨릴 뻔 했다. 미츠자네는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 지 몰라서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가 타카토라 몫의 식사를 보았다.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식탁이었다. 타카토라가 편식을 할리도 없었다.
타카토라는 나이 많은 유모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답답했는지 짧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구마튀김에 젓가락을 뻗었다. 한입 크기로 먹을 수 있도록 잘라진 고구마를 솜씨 좋게 집어 들고 초간장에 살짝 담갔다가 바로 빼내었다. 맑기만 하던 간장의 표면에 기름으로 된 작은 원들이 그려졌다. 살짝 적셔진 고구마튀김의 반절을 앞니로 깨물었다.
바사삭, 하는 튀김옷이 입 안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기분 좋게 들렸다. 고구마의 달콤한 맛과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혀 끝을 자극했다. 입안에서 부서지는 튀김옷의 소리와 이에 닿는 그 질감이 좋았다. 부드러움과 바삭함, 달콤함은 오로지 고구마튀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식감이었다.
미츠자네는 몰랐지만, 타카토라는 생각보다 미식가였다. 맛이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음식은 딱 한입만 먹고 젓가락을 대지 않는 통에 유모에게 자주 혼났었다. 그 중에서 특히 식감이 좋은 음식을 좋아했다. 바삭하게 입 안에서 씹는 것이 느껴지는 종류를 좋아해서 간식으로 견과류를 자주 먹기도 했었다.
유모의 눈치가 보며 나머지 한 조각도 간장에 찍어서 입에 넣었다. 입으로 배어 물은 부분에 간장이 촉촉하게 스며들어서 초간장의 새콤하고도 짠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끝 맛은 살짝 달콤한 맛이었는데, 고구마의 맛보다는 강하지만 고구마의 맛을 훼손시키는 일은 없는 간장의 맛이었다.
혹시나 미츠자네 알아차리지는 않았을까 하며 힐끗 동생을 처다보았지만, 미츠자네는 타카토라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미츠자네는 의외로 어른스러운 입맛을 가졌기에 야채 절임과 고등어를 야무지게 발라먹고 있었다. 미츠자네는 깻잎튀김 부터 먹은 모양이었다.



“미츠자네 도련님은 여전히 완벽하게 발라드시네요.”
“유모에게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고등어만 깨끗하게 발라 먹으라고는 가르친 적 없습니다.”



그녀의 말에 미츠자네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고등어는 확실히 뼈와 살을 깔끔하게 분리해서 먹고 있었지만, 밥이 담긴 그릇에는 이곳저곳 밥풀이 붙어 있었다. 보기 흉할 정도로 붙어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고등어에 비하면 같은 사람의 밥상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미츠자네는 필사적으로 밥그릇에 붙은 밥풀들을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때어내고 있었다. 타카토라는 언제 유모의 입이 떨어질지 몰라서 고구마튀김의 옆에 있던 깻잎 튀김을 집었다. 고구마튀김과는 달리 깻잎 튀김에는 간장 종지에 넣고 간장을 바르는 것처럼 깻잎에 간장을 고루 발랐다.
깻잎은 얇아서 바삭거리는 튀김 특유의 식감과 기름진 맛이 입안에 감도는 점이 좋았으나, 잘못 하다간 너무 기름지게 느껴져서 식사를 멈추게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 기름진 맛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간장을 묻혔다. 그리고 입안에 넣자, 낙엽이 부서지는 것처럼 입안에서 부서졌다. 깻잎 특유의 향과 맛은 여전해서 입안에 고소하게 퍼졌다. 실력이 있는 요리사가 조리한 모양인지, 생각보다 기름진 맛은 나지 않았다. 덕분에 입 안 가득 퍼지는 짠맛에 타카토라가 빠른 손놀림으로 새하얀 쌀밥을 입안에 넣었다.
촉촉하고 적당하게 익은 쌀밥의 쌀은 하나하나 수분을 품고 있었다. 입안에서 잘게 으스러지는 느낌과 씹을 때 마다 나는 단맛이 좋았다. 그릇에 담겨있을 때부터의 온기와 윤기가 입안에서 그대로 느껴지는 맛이 일품이었다. 깻잎튀김과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짠 맛이 입안 한 가득 퍼지는 것 보단 나았다.



“미츠자네 도련님도 알고 계세요? 타카토라 도련님이 튀김을 좋아하는 거.”
“정말이요?”
“유모. 그….”



타카토라가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이번에는 타카토라가 당황할 차례인 모양이었다. 20대 중반이나 먹은 남자가 쩔쩔매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기도 했고, 장시간 아들처럼 봐왔던 사람이라 그런지 사랑스럽다고도 느껴졌다. 자신의 약점은 물론이고, 좋아하는 것도 숨기려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따로 반찬으로 나온 적이 없다고 들어서 아마 모르셨을 겁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절제하는 건 좋지만, 그렇게 강박증처럼 먹지 않을 필요도 없는데 말이죠.”
“단지 건강을 위해서 그랬을 뿐입니다.”



타카토라다운 딱딱하고 모범답안적인 이유에 늙은 유모는 입을 가리며 웃었다. 미츠자네는 자신의 형이 튀김을 좋아다한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타카토라가 튀김을 먹는 것도 오늘 처음 보았다. 아마 어렸을 때는 몇 번이고 보았을 지도 모르지만, 미츠자네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빤히 바라보는 미츠자네의 시선이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더 붉어졌다. 식탁에서 이런 형태로 얼굴을 붉히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약점을 들켜버린 기분이었다. 자신은 미츠자네 앞에서 항상 위엄 있고 당당한 존재여야 하는데, 이렇게 약한 부분을 들어내는 것이 미츠자네에게 있어서 악영향을 미칠까봐 무서웠다. 애가 편식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건 형이 먹어.”
“아니, 그… 미츠자네.”
“난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기름진 음식은 별로 안 좋아하니까.”



미츠자네는 젓가락을 거꾸로 잡고 새우튀김을 타카토라의 새우튀김 옆에 옮겨 두었다. 젓가락을 다시 원래대로 고쳐 잡은 미츠자네는 고구마튀김은 간장에 찍어서 입에 넣었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당황하는 타카토라를 바라보는 미츠자네의 시선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타카토라가 곤란해 하는 모습을 보고는 미츠자네는 예쁘게 웃었다. 신경 쓰지 말라는 표정이 오히려 더 신경 쓰게 만든 것 같았다. 분명 곤란하고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지만, 예쁘게 웃는 미츠자네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아서 타카토라도 살짝 입 꼬리를 올렸다.
타카토라는 미츠자네가 자신에게 양보해 준 새우튀김을 집어 들었다. 머리와 겉부분의 딱딱한 부분은 전부 발라져 있고, 꼬리 부분만 남아 있는 튀김의 머리 부분을 간장에 찍었다. 입안에 넣고 한 입 베어 물자, 바삭한 튀김옷 안쪽으로 탱글탱글하고 부드러운 새우의 식감이 느껴졌다.  극과 극의 맛이었다. 바삭함 속의 부드러움이란 새우튀김을 두고 논하는 말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해산물의 비린 맛도 나지 않았으며, 새우는 마치 뜨거운 물에 살짝 대쳤다가 꺼낸 것처럼 탱글한 맛이 살아 있었다. 싱싱한 재료를 쓰는 것을 입증하는 것 같았다.
최상의 맛과 가장 행복한 시간일수록 짧게 느껴지는 법이었기에, 새우튀김은 타카토라의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려갔다. 다른 튀김들 보다 유독 새우튀김이 빨리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다시 한 번 간장에 찍어서 입안에 넣자, 간장의 맛이 조금 더 강하게 나는 새우의 맛이 났다. 간장으로 인해 살짝 눅눅해진 부분이 혀끝에 닿았다. 튀김에 간장을 찍을 때 마다 인류의 조미료와 소스의 발전이 사람의 식생활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공감하고 또 공감했다.
맛있다. 라고 느껴본 식사가 몇번이나 있었을까. 단지 입에 맞는 식사라면 샐 수 없을 만큼 많이 해왔지만, 자신이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자신의 가족이고,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은 대상들이라는 것이 행복했다. 지금까지의 타카토라의 식탁은 몸을 움직이기 위한 영양을 공급하는 시간이었다면, 오늘의 식사는 사람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들어간 자리였다.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자신의 몫의 식사를 전부 마친 형제는 평소와는 다른 식사였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익숙하고 편안한 식탁은 아니었지만, 혼자 했을 때 보다는 뭔가 조금더 나은 느낌이었다. 포만감도 더했다. 식탁에서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타카토라는 미츠자네가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철이 들고 나서 처음으로 자의로 자신의 것을 나누어주는 아이의 선함과 눈부신 웃음에 혼을 빼앗긴 느낌이었다. 그 아이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일지 몰라도, 타카토라에게는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각인 되는 것 같았다.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이 이러한 느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미츠자네…..”



타카토라는 길에 널려있는 헬헤임의 열매를 손으로 쥐어서 때어냈다. 밝은 빛과 함께 록시드의 형태로 변한 감촉은 식물을 잡았을 때와는 달리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졌다.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 것을 손에 쥐고 자신의 센고쿠 드라이버에서 록시드를 갈아 끼웠다. 미래의 인류는 음식을 같이 먹는다거나, 공유한다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이 신이 준 감각 중 하나를 박탈 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산화가 되어 헬헤임의 숲이 지구를 침범한 마당에 이런 생각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지만, 타카토라는 자신이 센고쿠 드라이버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때 마다 미츠자네의 생각이 났다. 밥은 먹고 있을까. 센고쿠 드라이버의 사용법은 원래 알고 있으니 굶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아이에게 미래를 주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 그 아이를 위한 최악의 선택지로 바뀌어버렸다. 이것 하나 만큼은 자신의 탓이었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일은 자신의 탓이었다. 미츠자네를 이해하지 못한 가족의 책임이었다.
한 번 더 미츠자네를 마주하고 식사를 할 시간이 있었더라면 아마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지도 몰랐다. 미츠자네가 무엇을 좋아하고 즐겨 먹는지도 들을 수 있을 것이고, 싫어하는 것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통의 가정처럼 본인의 여러 가지 이야기도 오고갔을 터이다. 그 책임을 못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러니 딱 한번 뿐이라도 좋으니 미츠자네와 대면하고 싶었다. 인류가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식사라고 해도 좋으니 마주보고 따뜻하고 맛과 식감이 느껴지는 식사가 하고 싶었다. 언젠가 그 때가 온다면, 미츠자네는 또 자신을 보며 웃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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