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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무/- ing

메론+포도 딸기 아이스크림

Fong 2014. 9. 16. 02:41


슭님, 쟈오님과 글넷켄



성당의 스테인 글라스처럼 정교하고 예쁜, 어떻게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조각이 되어있는 유리그릇에 새하얀 덩어리의 아이스크림이 두 개 올라가고, 레인보우 분말가루들이 뿌려지고, 때때로 딸기시럽이나 초코 시럽이 뿌려졌다. 그리고 얇게 말린 달콤한 과자가 한두 개 껴오거나, 검지크기 정도 하는 웨하스가 올려져서 나왔다.
5월부터 날이 쌀쌀해지기 전 까지, 쿠레시마의 아이들을 위해 준비되는 간식 중 하나였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는 가끔 약간 으깨어진 딸기가 섞여 올라가거나, 진한 초코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이 섞어 올라가곤 했다. 이 세 가지 외에는 잘 올라오지 않았다. 미츠자네는 가끔 길거리에서 보는 분홍색이나 연한 녹색의 아이스크림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으나, 유모가 ‘주방에서 직접 만들고 있다’ 라는 말을 해준 뒤로는 불평하지 않게 되었다.
뭔가 다른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게 우유와 여러 가지를 섞어서 만드는 아이스크림이었다. 부드럽고 잘 녹지만 쉽게 얼지는 않는, 하루에 딱 두 덩어리 외에는 먹을 수 없는 것이었다. 가끔 초코 브라우니에 올려져서 나오기도 했지만, 그냥 담아주는 쪽이 더 좋았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보석 같은 것이 달려있는 티스푼으로 떠서 입안에 넣으면, 그 차가운 느낌과 함께 사르르 녹아드는 느낌이 신기했다. 부드럽고 달달하면서도 제대로 그 맛이 난다는 것이 신기했다. 바닐라의 단맛과 딸기의 단맛 혹은 초코의 단맛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미츠자네는 주문이 많아졌다.
날이 꽤 더운 날에는 물가에서 해엄치는 금붕어가 보고 싶다면서 레인보우 분말을 가득 뿌려달라고 했었고, 비가 오는 날에는 초코아이스 크림에 새하얀 웨하스가 올라가는 쪽을 좋아했으며 단 하나뿐인 형과 먹을 때는 딸기 아이스크림에 동그랗게 말린 과자와 레인보우 분발이 적당이 뿌려진 것을 좋아했다. 남자아이가 이런 간식 하나에 요구하는 것이 많은 것은 쉽지 않은 일인지라 주방에서는 딸을 키우는 느낌으로 미츠자네의 요구에 따라 예쁘게 꾸며서 내주었다.
점점 나이를 먹고 철이 조금 들었어도 미츠자네의 입맛과 취향은 여전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있어도 오래된 사용인들이 미츠자네의 기분에 맞게 아이스크림을 가져다주면 사춘기로 인해 무표정하고 생기 없던 표정이 조금이나마 살아났다.
티스푼을 입안에 넣을 때 살짝 지어지는 미소를 보는 것이 사용인들의 기쁨이자 즐거움이었으며 이 커다란 대 저택에서 유일한 낙이기도 했다. 남자 두 명 밖에 살지 않은 이 삭막한 집에는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미소라도 볼수 있는 것이 사람이 사는 온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게다가 미츠자네에게 있어서 아이스크림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루에 하나씩 밖에 안 먹었다고?”
“밋치는 정말 착한 아이였구나….”



연습 중간에 잠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문 가이무의 팀원들이 미츠자네를 신기하다는 얼굴로 보았다. 물론 사용인들이 매번 예쁜 그릇에 정성들여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을 주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하루에 하나 이상 먹지 않았다며 그저 얼버무렸을 뿐인데, 시선들은 신기한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모두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런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다들 미츠자네의 말을 듣고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것 같았다. 하나에 10엔씩 하는 아이스크림을 하루에 두 번도 더 사먹었다던가,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어서 엄마 몰래 냉동실을 뒤졌다가 혼이 났다던가 하는 굉장히 귀엽고도 웃음이 나오는 일화들 이었다.
평범한 가정집 이라는 것은 이런 분위기인 걸까, 하는 미츠자네의 표정을 빤히 바라보던 코우타가 웃으면서 미츠자네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둘렀다.



“네가 착한 아이었다는 건 나쁜 게 아니니까. 오히려 우리가 나빴던 거지.”
“맞아. 게다가 밋치는 차가운 거 한 번에 먹으면 배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



마이의 물음에 미츠자네가 머뭇거리며 웃었다. 어릴 적에 항상 정해진 양만 먹어서 그랬던 건지, 일정량 이상의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곧바로 배가 아팠다. 가끔 가이무의 팀원들이 ‘생리통’ 이라며 놀리기도 했지만, 미츠자네는 이런 자신의 몸이 ‘쿠레시마의 도련님’으로서 갖춰진 몸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싫었다.
아마 타카토라는 이렇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미츠자네가 타카토라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본 적은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이 보아왔던 타카토라의 모습은 자신처럼 유약하거나 남자답지 못한 선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어렸어도 타카토라는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는 근엄한 모습과 ‘타카토라’ 라는 이름에 걸맞는 옷차림과 분위기가 있었다. 미츠자네로서는 따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여름의 연습은 많이 길지 않았다. 더위를 먹을수도 있어서 체력을 아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은 아이스크림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연습도 중간에 흐지부지하게 되었다. 여름이 아닌 계절에도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것을 처음 배운 것이 가이무 팀원들 덕분이었기에 미츠자네는 그들이 하는 일상생활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분명 텅 비어서 아무도 없어야 할 집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인 두 명이 복도를 올라가고 있었다. 한명은 쟁반에 김이 피어오르는 머그컵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얇은 담요를 들고 있었다. 이 집에 사는 사람은 자신과 타카토라 뿐이었다. 방금 밖에서 돌아온 자신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한 점은 ‘왜’ 그들이 그것을 타카토라에게 전해 주냐는 것이었다.



“학원에 다녀오셨나요? 곧 아이스크림을 준비해서 드릴 게요.”
“아뇨 괜찮아요. 오늘은 별로 안 먹고 싶어서요…..”



사실 가이무에서 먹고 왔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적당히 둘러대는 것을 본 사용인은 미츠자네를 물끄러미 보다가 ‘그러신가요’ 하고 대답하고는 그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온 타카토라마냥 앓는 것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할 뿐이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들의 배앓이 하나하나에 신경 써야 하는 건지, 미츠자네라면 모를까 타카토라가 몸살로 집에 일찍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아마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최근 바쁘다고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고, 수면도 잘 취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그것들로 인해 집에 들어와서 쉬어야 할 정도인 적은 처음이었다.



“미츠자네 도련님도 너무 냉방 강한 곳에 계시지 마세요. 따뜻한 물도 드시고요.”
“곧 수험생이니까… 체력 관리에는 신경쓸게요.”



자신과는 틀려서 항상 남자답고 크고, 절대 아프지 않을 강철의 존재가 아파서 일찍 돌아왔다. 미츠자네가 보기에도 타카토라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이지 않을 때도 그는 항상 미츠자네가 돌아오는 것을 보며 귀가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곤 했는데, 그 마저도 하지 못할 정도라니 괜한 신경이 쓰였다.  감시당하지 않은 날이라는 것에 대한 행복은 생각나지 않았다.
미츠자네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사용인들이 타카토라의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갔다가 얼마 후에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타카토라는 아마 미츠자네가 귀가했다는 소식을 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오지 못한 것인지, 하지 않은 것인지는 판가름 할 수 없었지만, 타카토라가 보이지 않아서 불안하다고 생각된 적은 처음이었다.
갑자기 들어가서 괜찮은지 물어보면 이상하려나? 애초에 아픈 건 맞는 걸까. 그 전에 자신이 왜 타카토라의 생각으로 안절부절못하며 불안에 떨어야 하는 걸까. 고작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을 뿐인데. 매번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얼마 보지도 못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미츠자네의 불안을 자극했다.
이도저도 못하고 있을 때에 마침 타카토라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실내 슬리퍼가 대리석으로 된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미약하게 났다. 타카토라가 방밖으로 나왔다는 것을 알아차린 미츠자네가 문을 열었다. 반가운 소리라고 생각해버려서 조금 웃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미츠자네는 방문을 열고 아무 말 없이 타카토라를 바라보고 말았다. 언제부터인가 타카토라에게 말을 할 때는 항상 무언가의 용건이 있어야만 했고, 어떤 식으로 대답할 것인지를 예상하며 말을 건네야 했기 때문에 말문이 떨어지지 않았다. 갖춰 입을 것을 전부 갖춰 입은 타카토라였지만, 어딘가가 허술해 보이는 타카토라의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다.



“... 미츠자네?”
“아, 형. 그… 아프다고 들어서… 괜찮아?”



너무 횡설수설하지는 않았는가, 16살이나 되어서 자신이 할 말도 똑바로 하지 못한다고 혼나지는 않을까, 쿠레시마의 사람이라면 말 하나 정도는 똑바로 하라며 또 잔소리를 듣지는 않을까. 여러가지 생각들이 미츠자네의 머리를 스치기도 전에 미츠자네가 본 것은 자신을 보며 웃는 타카토라의 얼굴이었다. 형의 웃는 얼굴을 언제 마지막으로 보았더라? 생각지도 못한 모습에 미츠자네는 말을 잃었다.



“오늘 푹 쉬면 나아질 수준이야. 네가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미츠자네.”
“으, 으응.”



안심시키려는 모양인지 목소리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조금씩 갈라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어딘가가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자신의 방에서 나온 타카토라의 모습은 미츠자네가 상상하던 위풍당당하고 위엄 있고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모습이 아니었다. 어딘가가 위태롭고 강인하지만 결코 크지는 않은 한 명의 남자의 모습이었다. 어딘가 앳되보이기도 한 모습이 자신이 보았던 것과 너무나도 달랐다.



“몸이 나아지면 같이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자.”



컵을 들고 내려가려던 타카토라를 본 사용인이 타카토라의 곁으로 다가왔다. 타카토라의 상태를 보기 위해 일부러 올라온 모양이었다. 타카토라는 미츠자네가 아직 교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는 사용인에게 말했다.



“미츠자네의 간식을 준비해주세요. 딸기 아이스크림으로.”
“미츠자네 도련님께서 아까…..”
“아뇨, 먹을게요. 주세요. 아이스크림.”



알겠습니다. 사용인은 미츠자네의 변덕을 그저 청소년의 마음 정도로 생각하고는 타카토라의 따뜻한 물과 아이스크림을 준비하러 내려갔다. 타카토라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미츠자네는 타카토라가 자신의 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 역시도 방으로 돌아왔다. 이 이상 먹으면 자신도 배가 아플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타카토라의 말을 정정할 수가 없었다.
타카토라가 아프기 때문일까. 그의 말을 부정하거나 정정하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졌다. 죄책감을 느낄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츠자네는 자신의 결정이 갈등되거나 싫지 않았다. 형이 걱정하지 않는 말 잘 듣고 착한, 사랑받는 동생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츠자네의 방에는 으깨어진 딸기가 들어있는 아이스크림 한 덩어리와 진짜 딸기 두 알과 새하얀 웨하스와 레인보우 파우더가 뿌려진 아이스크림이 도착했다. 전부 먹고서 배가 아프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지만, 침대애 누워서 말없이 앓는 것에는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아프긴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어린이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다음에는 형과 함께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미츠자네는 오랜만에 기분 좋은 얼굴로 깊은 잠에 빠졌다. 방안에는 아이스크림의 달달한 향기가 맴돌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꿈을 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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