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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무/- ing

레몬메론 Pilot Test

Fong 2014. 9. 8. 22:46

To. 니트리히




해당 학과 학생들은 본인의 공부와 실험에 매달리느라 거의 사용하는 일이 없는 5층의 자연과학 도서관의 열람석은 1학기가 끝날 때 까지만 해도 괴짜라고 불리는 센고쿠 료마의 전용석이라 해도 다름없었다. 물론 그도 가끔은 자신의 표본에 쫓겨서 자리를 독점하지 못할 때가 있었지만, 손에 꼽을 정도였다. 자연과학 도서관을 관리하는 사서가 그의 학점을 걱정할 정도로 자주 얼굴을 내비추었다.
따분한 학기를 보내던 2학년 1학기의 여름, 료마는 자신의 전용좌석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학생을 한명 발견했다. 절대로 단정해 보이는 머리는 아니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것 같은 펌을 한 머리카락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반팔 셔츠에 긴 정장바지를 입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위화감 없는 모습이었다. 책상에는 료마가 1학년 때 공부하던 전공책이 몇 권 놓여 있었다.
고개를 돌린다거나, 팬을 바쁘게 움직여서 노트에 적는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자발적으로 생물책을 들고 와서 공부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기에 료마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그 남자를 보았다. 굉장한 모범생처럼 보이는 얼굴이었다. 얼굴에 진지함 이라고 쓰여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하품도 한번 하지 않았고 졸지도 않았다. 굉장히 집중해서 공부하고 있었다.



“뭔가 용무라도?”



샤프를 내려놓은 남자가 료마를 보았다. 정면에서 얼굴을 보니 있는 집에서 자란 도련님의 표본 그 자체였다. 예의를 차리다 못해 건조하고 차갑게 느껴질 정도의 인상이었다. 이 학교에서 처음으로 흥미를 가진 사람이었다. 료마는 갑자가 타카토라의 앞으로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센고쿠 료마. 유전자 공학 2학년이야.”

“경영학부 2학년인 쿠레시마 타카토라다.”



서로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의 사림들이었다. 텐쥬 대학교의 괴짜이자 천제라고 소문난 센고쿠 료마는 타 대학에서도 알아주는 사람이었다. 경영학부의 쿠레시마 타카토라는 입할 할 때부터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고 들었다. 신입생 선서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생물 쪽 공부는 왜 하는 거야?”
“이번 학기에 복수전공으로 해 보려고.”



그냥 전공으로도 머리가 터져 나가는 애들이 수두룩한데, 타카토라는 복수전공을 입에 담았다. 과연 수석다웠다. 그래도 보통은 전혀 다른 쪽의 전공을 선택하지는 않지 않던가. 일반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료마로서도 타카토라의 행동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일부러 수라의 길을 걷는 타카토라에게 흥미가 생겼다.



“경영학 공부만으로는 만족 못한다는 뜻?”



솔직하게 말하자면 1학년 때까지 들었던 과목은 지루했다. 필수과목이기에 들었을 뿐, 그 외의 과목들은 자유롭게 듣고 있었다. 2학년이 되어서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 것에 료마는 만족했다. 가끔은 성가시지만, 교수들 사이에서도 높은 발전가능성이 있는 학생으로 평가되어 이것저것 가르침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료마의 흥미 돋는 목소리를 들은 타카토라가 잠시 눈을 때고 료마를 바라보았다. 빤히 료마를 바라보던 그는 무언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거리를 재는 건지 관계를 재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료마에 대해 바라보며 생각하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 이건 그 과정 중 일부일 뿐이야.”
“헤에-, 그렇구나?”



료마가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맞받아 쳤지만, 타카토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전공서적에 얼굴을 묻었다. 자신의 비아냥거림에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쉽사리 이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도 하지 않았다.
타카토라가 한 문제로 십분 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료마는 타카토라의 뒤로 다가왔다. 뒤에서 껴안는 자세를 취하며 타카토라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쳐 잡았다. 그리고 마법 같은 료마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조금은 이상하지만, 그럭저럭 믿을만한 재미있는 사람. 생각보다 사려 깊은 사람. 생각보다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 타카토라에게 센고쿠 료마는 이런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집안 배경을 보고 다가오는 선배들이나 동기들이 많았다. 특히나 여자가 많았지만, 그들은 금방 등을 돌렸다.
하지만 료마는 틀렸다. 처음 자신의 이름을 들렀을 때도 별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네가 그 소문의 사람이군.’ 이라는 태도였다. 처음에는 료마의 시선이 동물원의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시선은 항상 흥미로운 실험체를 바라보는 과학자의 시선이었다. 자신을 위하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무서울 정도로 아무런 관심도 없었고,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카토라가 불쾌감이라던가, 거북함을 느끼지 않게 조절한다는 점이 료마의 이상한 점이었다. 그는 보통 이상의 스킨쉽을 해왔지만,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해서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자신에게 전공과목을 가르쳐 줄 때, 기쁘다거나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눈꺼풀을 살짝 내리깔고 웃을 때가 종종 있었다.



“료마,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에어컨 점검으로 인해 도서관 건물이 푹푹 쪄댔다. 온 창문을 다 열어도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고, 형광등의 빛마저도 따갑게 느껴질 정도로 더운 날이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 여름날에 타카토라가 처음으로 학문적인 것 외의 질문을 했다.



“작년 봄에 벚꽃 잎으로 성 만들었던 거 기억하고 있어?”
“응? 봄에? 아아, 그거? 왜?”



사진으로 남겨져서 학교 신문에 오를 정도로 사흘 밤낮을 운동장에 앉아서 만들었던 아름다운 성이었다. 유럽에서나 볼만한 근사한 성은 벚꽃 잎으로 만들었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와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오직 풀과 벚꽃만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모두가 경이롭게 생각하는 점이었다.



“왜 스스로 부쉈어?”



료마가 만든 벚꽃 성의 유효기간은 단 이틀이었다. 사흘째 되던 날,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 시기를 기점으로 료마는 그것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들였던 노동과 시간을 전부 부정하는 것처럼 빠르게 망가뜨려서 그저 꽃잎 무더기로 만들어 버렸다.
비에 온 몸이 젖어서 마치 젖은 걸레짝이 된 사람처럼 미쳐 날뛰었다. 타카토라는 료마가 그 성을 부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사람 중 한명이었다. 전부 부숴서 운동장 바닥의 물길을 따라 꽃잎들이 떠내려 내려가는 중심지에 선 료마는 웃고 있었다. 단지 옆모습만을 보았기 때문에 뺨과 턱을 타고 내려오는 투명한 액체가 눈물인지 빗방울인지는 구분할수 없었다.
그날 타카토라의 눈에 비친 것은 그의 광기였다. 보는 자신이 소름이 돋고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광기에 타카토라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남아있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료마는 즐거워 보였다. 온 몸으로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표하고 있어서 더욱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가질 수 없다면 내 손으로 부수는 쪽이 나으니까.”



료마의 단순한 대답에 타카토라는 말을 잃었다. 고민할 겨를도 없는 료마의 대답은 실로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소중한 것을 손에 붙들고 살아왔다. 잃고 싶지 않고, 변질되고 싶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갖은 노력과 고민을 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것은 의무이기도 했고, 스스로의 규율이기도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타카토라를 본 료마가 하하, 하고 낮게 웃었다. 딱히 예상하지 못할 답은 아니었을 텐데, 타카토라는 생각보다 물러 터졌고, 감정적이었다. 온실속의 도련님이 무엇을 얼마나 알까, 하고 생각해 보니 그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타카토라는 흥미로운 사람이기도 했다.



"배 아프잖아? 열심히 공들여놨는데 뭘 더 하지도 못하고 고작 비 따위에 무너지다니... 그럴 바에는 내가 부수는 게 나아."



타카토라 쪽으로 몸을 돌려 앉은 료마가 말을 마쳤다. 그러고는 서슴없이 타카토라의 얼굴로 손을 뻗어서는 뺨을 손가락으로 몇 번씩 쓸어내리고 쓸어 올리기를 반복했다. 생각보다 차가운 손이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검지와 중지는 뺨을 쓸었고, 약지와 소지는 턱뼈의 바로 아래쪽에 닿아 있었다. 언제라도 턱을 쥐어잡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길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타카토라, 내 손에서 떠나지 말아줘.”



매우 불쾌했지만, 아직은 허용범위 안이었다. 료마는 원래 다른 사람보다 약간의 차이점을 보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도덕적이라던가, 윤리적인 개념이 통상적인 사람들 보다 허용범위가 넓었기에 이러한 행동 역시도 료마의 평소의 행동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 만약 네가 갖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건데?”
“그렇네… 여기서 강간이라도 할까? 여기 사각지대거든. 감시카메라도 안보이고, 사서도 안쪽까지 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안보이니까.”



하지만 타카토라에게 남자의 취향은 없었다. 애초에 이성에게 대한 취향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어떠한 사람이 부인이라면 좋겠다는 미래의 배우자상은 있지만, 그것은 미래의 그녀가 쿠레시마의 사람으로서 수행해주기 원하는 역할을 쌓은 이상적인 존재일 뿐이었다. 어떤 부분에서 성적으로 달아오른다던가, 호감을 느낀다던가 하는 뚜렷한 구분은 없었다.



“내가 소리라도 지르면 어쩔 생각이지?”
“헤에, 타카토라는 남한테 보여지는 쪽이 취향이야? 촬영이라도 해줄까?”



료마의 말에 타카토라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자신의 턱을 잡은 료마의 손을 때어냈다. 질 나쁜 농담에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이런 부분은 아가씨 같은 면이라고 생각했다. 전혀 반응하지 않을 것 같은 표정으로 불쾌함을 표하고 있었다. 마치 정절을 지키는 콧대 높은 규수를 보는 느낌이었다.
만약 여기서 타카토라를 강간한다 하더라도 그는 소리를 지르지 않을 것이다. 그 얄팍한 자존심 때문이라도 이를 악물고 참을 것이다. 게다가 갑자기 도서관 출입을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 주변 사람에게 이상하게 보여서 무슨 일이라고 생겼는지 궁금해 하는 일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으로 답답하고, 딱하고, 멍청하고 귀여운 존재였다. 타카토라라는 생물의 습성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람이 되는 느낌이었다. 료마에게 있어서 료마는 다른 연구대상이나 관찰 대상의 사람과는 틀렸다. 조금 더 건드리고, 손에 쥐어서 갖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의 모든 것을 파헤쳐서 타카토라라는 사람의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농담이야.”



타카토라를 보며 웃은 료마는 한 손으로 타카토라의 허벅지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로는 맨질한 턱끝을 잡아당겼다. 자신에게 닿은 손에 놀라 살짝 입술이 벌어지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 틈을 비집고 료마가 자신의 혀를 밀어 넣었다. 료마를 밀어내려고 어깨를 잡았지만, 순식간에 상대방의 혀의 감촉이 느껴지자마자 거부하기 위한 손이 료마의 셔츠를 구겼다.
으음, 하는 비음소리가 들렸다. 맑은 물에 물감 한 방울을 떨어뜨린 것처럼 순식간에 붉어진 타카토라가 눈을 감았다. 닿아서 마찰할 때 마다 몸이 움찔거리며 떨렸다. 뇌에 전기 자극을 주면 반응하는 실험용 쥐 같았다. 그 와중에도 거부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혀를 빨아드리는 타카토라의 행동에 료마가 웃었다.
타카토라의 허벅지에 올린 손을 천천히 움직이며 간질이는 것처럼 쓰다듬자, 야들야들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품행이 단정한 도련님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자극적인 것을 보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성인이 넘어서 처음으로 성적인 자극을 받은 타카토라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덕분에 료마는 손대선 안 될 대상에게 손을 대는 느낌이었다. 미성년자 성추행이라던가, 이미 접촉을 했으니 추행이 아니라 폭행인가. 어찌 되었던 상관없었다. 그 누구도 손대지 않았던 존재를 자신이 먼저 손을 대어 변형시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크나 큰 쾌감이었다.
료마가 입술을 때자, 얼빠진 얼굴로 가쁜 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얼마나 민망한 소리를 냈는지를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밖으로는 들리지 않았겠지만, 입안에서 들리는 질척한 소리도 아직 귓가에 남아있는 사람처럼 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타카토라의 허벅지에서 아직 떨어지지 않은 료마의 손이 성적으로 흥분했다는 증거를 감추지 못하는 타카토라의 바지의 지퍼 위를 손바닥의 튀어나온 뼈 부분으로 문질렀다.



“타카토라, 이런 건 처음이야?”



부끄러워하면서 다리를 오므리려고 하는 모습에 료마가 소리내며 웃었다. 반박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며 료마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소녀와 다름없었다. 여기서 손을 때면 화장실에 가서 혼자 하려나? 그 전에 자위는 해본 적이나 있을까.



“내 방에 갈까?”



아무리 멍청한 타카토라라도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의 망설임 끝에 타카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한다는 타카토라의 의사를 확인하자마자 그의 손목을 붙잡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가방은, 하고 말끝을 흐리는 타카토라에게 나중에 가지러 오면 된다고 둘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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