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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g 2014. 12. 1. 02:44


"브렌."



전자기기를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동료들의 출생과 각성들을 모니터링하던 남자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살짝 시선을 들어 올렸다. 자신의 맞은편으로 다가와서 앉은 남자는 기분이 좋은지 웃고 있었다. 이유없이 웃는 남자였다. 인간이었다면 필요했을지도 모르는 얼굴이었지만, 인간이 아니기에 필요하지 않은 요소였다.
톡, 하고 브렌의 이마에 하트의 손가락이 닿았다. 머리카락과 안경으로 가려진 부분이었지만, 정확하게 그 피부에 맞닿게 되었다. 이 행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몰라서 그를 바라보자, 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찌푸리고 있으면 주름이 생긴다고."
"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인간의 몸은 그저 활동을 위한 것 뿐이니까요."



미간을 누르고 있는 하트의 손을 가볍게 처내면서 대답했다. 흐음, 하며 턱을 만지던 하트가 등받이에 등을 대고 브렌을 보았다. 항상 분주하고 바쁘고 예민한 브렌은 하트의 따분함을 달래줄 유일한 상대이기도 했다. 체이스도 가끔 반응을 해 주지만, 브렌처럼 매번 반응을 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쌀쌀맞기는. 생리해?"



다시 전자기기로 시선을 돌리던 브렌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면서 전자기기를 세게 쥐었다. 손의 새하얀 뼈마디가 들어났다. 조금 화가 난 모양이었다. 방금 전에 보았던 영화에서 나왔던 저급한 언어인데도 알아듣는 것을 보면 아닌 척 하면서도 전부 듣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 이제 영상물을 보는 건 그만 해주시겠습니까? 이미 인간들의 문물은 충분히 아시는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릴 하는거야 브렌. 인간의 문물을 위해 보는게 아니야."



시끄럽게 떠드는 TV로 살짝 시선을 둔 하트가 변명하듯이 대답했다. 아직 밝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옷을 전부 벗은 여자가 상반신은 노출한 상태로 얼굴을 붉히며 헐떡거리고 있었다. 하트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영상을 보았다. 로이뮤드의 귀에도 달콤하게 들리는 신음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브렌은 별 흥미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영상을 힐끔 처다보고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낯뜨거운 장면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운 것인지 살짝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전혀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곳 생각했던 브렌이 반응하는 것이 흥미러웠다. 무언가 말은 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에 담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인간의 욕망을 아는 가장 손쉽고 유일한 방법이니까."
"... 그렇습니까."



상종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표정의 브렌을 본 하트가 웃었다. 저 성격은 인간들의 욕망을 꾸며놓은 것을 가만히 보며 즐길 타입은 아니었다. 같은 로이뮤드이지만, 어떠한 인간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더욱 인간적이라고 생각되었다. 자신의 약점을 보호하기 위해서 아무것도 나타내지 않는 얼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브렌의 그런 부분은 인간의 습성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 같았다.
브렌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전자기기를 손에 쥐었다. 의식적으로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 같았다. 좋은 몸이네, 하고 하트가 내뱉자 혐오스럽다는 눈으로 하트를 바라보고는 당황스러운지 서둘러서 그 공간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어디 가?"
"체이스에게 다음 타겟을 지시하러 갑니다."
"다녀와."



여자의 헐떡이는 소리라던가, 화면 가득히 보이는 나신의 몸은 하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하는 브렌의 모습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황급히 자리를 뜨는 것으로 자신의 동요를 잠제우는 브렌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다음에는 무엇으로 곤란하게 만들어 볼까. 브렌은 건드려볼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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