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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키리 기다리는 사람은 항상 정해져 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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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키리 기다리는 사람은 항상 정해져 있다.

Fong 2015. 10. 6. 00:55


※ 본편 앤딩 스포일러 포함.



그것은 갑작스러운 사고였다. 유치원에 찾아온 경찰 아저씨가 유치원 선생님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유치원 선생님이 놀라서 입을 가리고 친구들과 인형놀이를 하고 있는 키리코를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유치원 선생님은 숨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키리코, 이리 와 보렴.”

경찰이 서 있다는 것에 주춤했지만, 선생님의 부름에 키리코는 하던 일을 두고 선생님에게로 다가갔다. 안녕, 네가 시지마 키리코니? 경찰아저씨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키리코에게 묻자, 네. 하고 대답했다. 조금 부끄러운 모양인지 주춤거렸다.

“누나!”

키리코의 교실 문 앞에까지 온 고우가 방실방실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옆에는 경찰이 함께하고 있었다. 혹시 고우가 무언가 잘못은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겁이 났다.

“잠시 아저씨를 따라 올수 있겠니?”

네, 하고 아까와는 달리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선생님은 서둘러서 키리코의 가방과 옷을 챙겨 주었다. 고우의 옆에는 경찰언니가 있었다. 고우의 가방과 옷을 들고 따뜻하게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경찰차에 올랐다. 고우의 옆에 경찰언니가 앉고, 경찰차는 출발했다.
경찰차 안의 침묵이 어색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우는 누나? 하면서 키리코의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작은 손이 키리코의 손을 잡아왔다. 자신의 눈을 마주치며 웃는 고우의 얼굴을 보며 키리코도 웃었다.

“저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경찰언니에게 키리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분명 따뜻하게 웃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녀의 표정은 따뜻한 얼굴이 아니었다.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그녀의 어머니인 시지마 스미코가 자주 지었던 표정이다.

“고, 고우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응?”
“아니면 제가….”
“그런게 아니라… 그….”

경찰언니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백미러를 통해 운전하고 있는 경찰과 조수석에 앉은 경찰을 바라보았지만, 그들도 착잡한 한 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경찰 언니는 숨을 크게 들이마 쉬었다가 내쉬었다.

“아버지라던가… 친척의 전화번호는 알고 있니?”

조심스럽게 묻는 목소리가 점점 떨려왔다. 키리코는 곧 이 경찰 언니가 울음을 터뜨린다는 것을 알았다. 왜 엄마를 찾지 않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키리코는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리코는 경찰에게 어머니의 첫 번째 서랍 안에 전화번호부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몇 시간 정도 경찰서에 앉아있자,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찾아왔다. 키리코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든 고우와 키리코를 한참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다음 날은 고우와 함께 검은색 옷을 입었다. 불편하고 새 옷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났지만 엄마가 없는 곳에서 투정할 수 없었기에 꾹 참고 입었다. 엄마의 사진과 그 앞에 놓인 수많은 하얀 꽃들을 하루 종일 보아야 했다.
몇 번 본 어른과 처음 보는 어른들이 와서 엄마의 사진 앞에서 울고, 오열하고,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자신과 고우를 보며 침통한 얼굴로 자신과 동생의 안위를 걱정했다. 어째서? 키리코는 의문이 들었지만, 어른들에게 물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답변을 듣는 것이 무서웠다.

“누나, 엄마는 언제와? 엄마 보고 싶어.”

저녁을 먹을 때가 되어서야 고우가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고우의 그 목소리에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친척이라고 밝혔던 한 아주머니가 와서는 고우와 키리코를 껴안아 주었다. 고우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친척을 보았다.
그때가 되어서야 키리코는 처음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와 유치원에 가기 전에 보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마지막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누나?”

고우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엄마를 보러 가자는 말에 선뜻 나서 주었다. 키리코도 선명한 기억은 아니지만, 고우에게는 엄마나 아빠에 관한 기억이 없다. 아버지에 관한 안 좋은 기억이 생기긴 했지만,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자신을 따라 와준 것이 고마웠다.

“엄마를 만나고 싶어서… 모처럼 고우도 있는데 나 혼자 오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불렀어.”
“응. 이해해 누나.”

로이뮤드와 함께 모든 사건들이 정리되었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쉽게 정리되는 것이 아니다. 고우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자신이 바로 뒤에 있었는데도 한참이나 자신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누나를 보며 고우는 그동안 혼자 왔었던 키리코의 마음이 어떨지 가늠할 수도 없었다.
고우가 미국으로 가게 된 날부터 키리코는 쭉 혼자서 이곳에 왔을 것이다. 자신 외에는 돌보지 않는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말없이 비석을 본다던가, 묵념을 한다던가, 눈물을 흘리고 마치 엄마가 있는 것처럼 대화도 했을 것이다. 키리코가 혼자 겪었을 쓸쓸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 세계를 떠돌아다닐 것이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왔는데, 처연한 키리코의 뒷모습을 보니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믿을 만 한 신노스케가 있다 하더라도 그는 아직까지 가족이 아니다. 설령 두 사람이 가족이 된다 하더라도 피를 나눈 형제와 사랑하는 사람끼리 만나서 이루어진 가족은 다르다.

“난 말이야,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고 너무 무서 웠어.”

목석처럼 가만히 있던 키리코가 쭈그리고 앉았다. 어머니의 무덤 근처에 심어 놓은 꽃들 중에 시든 꽃과 잎을 때어내며 입을 열었다. 사실 고우는 키리코가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 자신에겐 없지만 남들에게는 다 있는 하지만 모두가 완전하게 갖고 있지는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없는 것에 대하 설움이 사무치게 느껴졌거나, 없다는 것에 대해 남들이 부러워서 눈물지었던 날이 있었지만, 그 시간들은 고우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누나인 키리코에게는 큰 영향을 미쳤던 모양이다.

“이 세상에서 버림받는 것 같아서. 그리고 고우도 나랑 같이 버림받게 되어서 슬펐어.”

한손에 시든 잎이나 꽃을 올린 키리코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분명 곤란한 표정으로 입술을 내밀고 자신의 뒤통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리라, 키리코가 고우를 돌아보자 자신의 머릿속에 그렸던 고우의 얼굴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고우랑 함께라면, 혼자가 아니라면 괜찮다고 생각했어.”

머리를 깔끔하게 묶어 올리고 제복을 입은 누나는 매우 날카롭고, 단정하고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표본같은 모습이었지만, 긴 머리를 내리고 편한 옷을 입고 고우의 눈앞에 서면 영락없는 누군가의 누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얼굴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미소가 보는 고우를 미소짓게 했다. 자신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 아직도 어리고 미숙한 자신을 가족이라는 이유로 사랑해주는 누나가 고마울 뿐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야. 곁에 없더라도 이 세상에서 가족인 고우가 함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힘이 돼.”
“… 알고 있었어?”
“토마리씨 한테 들었어.”

왜 나한테 먼저 말해주지 않는 거야, 라며 작게 투정을 했다. 차마 말하지 못했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미안, 이라는 말 밖에 하지 못했다. 지금은 자신보다 작은 누나에게 어렸을 때의 자신이 자신보다 컸던 누나에게 했던 말을 또 다시 반복하게 되었다.

“다녀올게.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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