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푸딩 본문

드라이브/- ing

푸딩

Fong 2015. 4. 2. 12:12

글 스터디로 썼다.

시지마 고우 로 푸딩.



오랜만에 일이 들어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잡혀 있었다. 아는 사람의 웨딩 촬영을 도왔다. 촬영을 맡던 사람이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대신하게 되었다. 고우도 싼 값의 카메라맨도 아니었고,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되는 일정이었기에 두둑하게 돈을 받았다.
고우는 비싼 돈을 지불해도 괜찮을 정도의 퀼리티를 내는 사진작가인 데다가, 웨딩 촬영을 좋아하지 않는 고우가 기특하게도 아무런 불평 없이 끝까지 손님에게 친절하게 대한 것에 고마움과 다음에도 잘 부탁한다는 성의까지 합쳐졌다.
아마 한 달 정도는 먹고 놀아도 괜찮을 것이다. 일당을 챙겨주던 그가 ‘너 많이 변했네.’ 라며 돈을 챙겨주었다. 그의 말에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것처럼 웃고 금액을 확인한 고우가 대답했다.
나는 웨딩촬영이 제일 싫어.

웨딩촬영은 사실 가장 예쁘다. 아름답고 화려한 꽃, 새하얗고 반짝이는 웨딩 드레스, 정교하게 꾸며진 머리, 촬영 비용 정도는 우습게 생각될 정도의 고가의 보석들과 함께하는 촬영은 대부분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고우는 웨딩촬영이 가장 싫었다. 쓸데없이 화려하고 한껏 멋지게 보이려고 하는 모습이 허황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짝짓기 시기가 된 새들이 한번 쓰고 없어질 깃털을 가다듬어서 보여주는 것 밖에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 미없고 따분하고 아름답지도 않다. 가장 의미가 없었다. 고우에게 있어서 가족이라는 존재가 아름다운 모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마 누나인 키리코의 결혼식에는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성으로 있기를 원하겠지만, 그 외의 사람들에게 대해서는 중요성을 두지 않았다.
웨딩사진이 아름답다고 해서 그 끝이 아름답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고우의 부모의 가족사진이 아름답고 행복하게 보였지만, 고우는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분이 나빠졌다. 뭔가 기분을 전환할만한 것이 필요하다. 달고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고 자신의 기분을 들뜨게 만들어 줄 것이 필요하다. 스트레스에는 당분이 최고다. 고우는 집 근처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바 구니를 들고 초콜릿 코너를 보았으나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초콜릿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빈 바구니를 들고 편의점 내부를 돌다가 신상품이라고 쓰여진 푸딩에 눈이 갔다. 과일이 가득 들어간 푸딩이었다. 연한 녹색의 푸딩, 청포도 맛이라고 적힌 푸딩을 바라보던 고우가 그 푸딩을 두 개 담았다.
그것을 시작으로 카스타드맛 푸딩을 세 개, 밀크티 맛 푸딩을 두 개, 망고맛 푸딩 두 개, 커피맛 푸딩 네 개, 눈에 잡히는 푸딩을 장바구니에 넣고는 계산대위에 올려두자 편의점 알바생이 당황한 눈으로 고우를 보았다.


“오, 오천이백사십 엔이요.”


편의점에서 계산을 마친 고우는 봉투에 한가득 푸딩을 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두컴컴한 방에 불을 켜자, 나갔을 때와 변함없는 모습의 거실이 보였다. 쌓여있는 잡지책들과 베란다에 널린 옷들이 어둑어둑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적 당히 정리된 거실의 탁자위에 푸딩이 담긴 봉지를 올려두었다. 손을 뻗어 푸딩을 하나 꺼냈다. 망고맛 푸딩이었다. 뚜껑을 열자 푸딩 자체는 흐르지 않게 밀봉되어 있었다. 플라스틱의 뚜껑에는 작고 앙증맞은 크기의 스푼이 붙어 있었다. 스푼을 가볍게 때어내고 입에 문 후, 밀봉되어있는 비닐을 벗겨냈다. 두 입이면 먹을 수 있을 크기의 푸딩의 반을 잘라서 입안에 넣었다.
탱글탱글 거리는 푸딩이 찰랑거렸다. 나머지 반도 입에 넣자, 입안 가득히 망고푸딩으로 매워졌다. 우물우물 거릴 때 느껴지는 입안 가득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보다 많이 달지 않아서 기분이 좋았다. 몇 번 씹지 않아도 입안에서 뭉게지는 점이 좋다. 죽처럼 뭉게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씹은 모양대로 부서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워터젤리라도 되는 것처럼 쉽게 목 뒤로 넘긴 고우는 다음 푸딩을 집어 들고는 망설임 없이 비닐을 벗겼다. 어릴 때는 이걸 먹고 싶어서 일부러 착한일도 하고 애교도 부리고, 징징거리기도 했던 자신의 어린 날이 생각나서 웃었다.
고 우는 푸딩을 상당히 좋아했다. 탱글거리면서 달콤하고 맛있고, 무언가의 형태를 갖춘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제대로 된 형태는 없는 모습이 좋았다. 어떤 곳에 담기면, 그 모양대로 굳어버리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게다가 과일 푸딩은 상큼하고, 카스타드 푸딩은 달콤하다.
혀끝에 닿는 단맛은 여타 다른 단맛을 내는 것들 보다 좋았다.
푸딩을 반쯤 먹어치운 후에서야 고우는 배가 부르다고 생각하고 작은 스푼을 탁자위에 두었다. 탁자 위에 널려있는 푸딩이 담겼던 얇은 플라스틱을 통을 보았다. 생각보다 많이 먹지 못했다. 하지만 더 이상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인 생은 푸딩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래는 흐물거리는 액체였다가, 어떤 몰드에 그러니까 사회에 들어가면 그 형태로 굳어진다. 분명 형체를 갖고 있지만, 씹기 시작하면 쉽게 부서지고 어떤 푸딩에서는 망고맛이, 어떤 푸딩에서는 커피맛이 난다. 쉽게 부서지는 것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단단하다.
간식 하나를 먹는데 이렇게 많은 고찰이 필요한가 싶지만, 고우는 항상 푸딩을 씹으며 그런 생각들을 했다. 이 단맛들도 영원하지 않은, 단순한 순간적인 만족일 뿐이다. 웨딩사진도 마찬가지였다, 그 한 순간의 반짝임을 기록하는 행위일 뿐이다. 사진을 찍고 나서는 저 어딘가의 구석에 둘 것이 뻔하다.
자신이 찍은 사진이 구석에 박혀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고우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한번 맛보고 맛있었다고 버려지는 푸딩의 몰드보다도 더 가치 없다고 생각되었다.
가 치 있는 일이 하고 싶다. 무언가를 해내고 싶었다. 그렇기에 선택한 마하 드라이버였다. 분명 자신이 더 먼저 선택받고 자신이 더 먼저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감정은 부러움일까, 시기일까, 동경일까.
시지마 고우는 아직도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



과일푸딩 먹고싶다


'드라이브 > - ing ' 카테고리의 다른 글

性惡說  (0) 2015.10.06
고우&키리 기다리는 사람은 항상 정해져 있다.  (0) 2015.10.06
하트브렌 TV  (0) 2014.12.0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