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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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무/- ing

稀望

Fong 2015. 7. 26. 19:43


타로카트 합작 쿠레시마 미츠자네 The Star 역위치로 참여했습니다.


합작링크 : 



가면라이더 가이무 결말부 네타 주의



헬헤임의 일이 모두 정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병원에서 눈을 뜨게 되었을 때였다. 장기간의 식사를 하지 않은 탓에 따른 영양실조로 입원한지 일주일이 되는 날, 눈을 떴다. 일반인이 찾았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미츠자네가 눈을 뜬 곳은 아무것도 없는 1인실이었다.

독실에 있다는 사실에 미츠자네는 마른 목소리로 실소했다. 쿠레시마라는 성을 가졌다는 것은 상당한 특권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저주하고 그렇게 싫었던 것들이 당연하게 자신의 주변에 있다는 것이 가장 싫었다. 병실에는 소독약 냄새가 미약하게 났다. 팔뚝에 꽂힌 바늘을 보았다가 왼편 위의 링거액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을 응시했다.

링거액이 거의 다 떨어져갈 때가 되어서야 간호사가 들어왔다. 미츠자네가 가까이 다가온 간호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간호사는 눈을 뜬 미츠자네를 보며 몇번 눈을 깜박이더니 침착한 태도로 미츠자네 곁으로 와서 투명한 링거액으로 교환했다.


"몸은 어떠세요? 불편하신 점은 있나요?"


왜 이 사람은 나에게 상냥하게 묻는 걸까. 직업이기 때문에? 쿠레시마의 성을 가진 사람이라서? 미츠자네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간호사를 바라보자, 간호사는 무언가 알아차린 얼굴로 간이 테이블에 놓인 물병을 들어서 투명한 유리컵에 물을 따라서 미츠자네에게 권했다. 목이 잠겨서 말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미츠자네는 그 물을 받아서 목뒤로 넘겼다. 첫 모금은 모래를 넘기는 것처럼 아프고 따가웠지만, 두 모금을 넘긴 순간부터 목이 적셔지는 것이 느껴졌다. 천천히 물 한잔을 비우고 나서야 아, 하고 목소리가 나왔다. 푹 잠겨버린 낮은 목소리였다.


"쿠레시마 미츠자네씨 맞으시죠?"

"… 네."

"일어나자마자 이런 말을 해서 죄송하지만, 실종되셨던 쿠레시마 타카토라씨가 지금 혼수상태입니다."

"네?"


형이 살아있다고? 자신이 배제한 그 사람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인가? 그녀의 말은 희망이 아니다. 자신이 했던 일을 다시금 들추게 만드는 일이다. 그동안 자신의 곁에 맴돌던 타카토라는 환상이 아닌 실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숨이 막혀왔다. 형이 살아있다. 숨쉬고 있다.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깨어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당황한 미츠자네를 본 간호사는 자신이 너무 충격적인 말을 전한 탓이라고 생각하고는 미츠자네를 진정시켰다. 단지 눈을 뜨지 못하는 것뿐이라며 안심하라는 말이 더 무서웠다. 만약 눈을 뜬 형과 대면하면 자신은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입 밖으로 말이 나올까? 차라리 평생 깨어나지 못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미츠자네는 깨어난 다음 날부터 조금씩 거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병원 내부에 설치된 산책 코스를 하루에 두 번 이상 걸으라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미츠자네는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산책이라고 해도 그저 복도에 그려진 동선을 따라서 걷는 것뿐이었다. 간단한 일이지만 지금의 미츠자네에게는 벅찬 일이었다.

그 동선에는 형인 타카토라의 병실을 지나쳐야 했다. 관계자 외에는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물론 미츠자네는 관계자였기에 타카토라의 방에 드나들 수 있는 카드키를 받았다. 하지만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눈을 뜨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앞에 나설 수 없었다.

아무런 표정 없이 잠든 형의 얼굴을 보는 것이 무서웠다. 겨우 숨만 쉬고 있을 모습은 분명 불쌍하고 무기력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런 형의 모습을 한껏 비웃어주며 자신의 손발을 옭아매던 모습과는 다른 추락한 모습을 보며 즐길만한 악인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왜 형을 배제시켜야만 했을까. 나와 다른 뜻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가 자신을 억압했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만을 이끌고 갔기 때문에? 전부 아니다. 답은 딱 하나이다. 형이 너무나도 올바른 선의 길을 걸으려 했기 때문이다. 헬헤임에 관한 것만 아니었더라도 제 형는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을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미츠자네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츠자네는 그것이 싫었다. 무서웠다.

자신의 이름에 들어가는 빛은 형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형이 기대하는 것 보다 자신은 더 나약하고 순수하지 않고, 교활한 사람이다. 형은 쿠레시마의 성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하는 일들뿐이라면 미츠자네는 쿠레시마라는 성을 가졌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온갖 특권들을 누리고 있었다.

미츠자네는 자신이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유치원 학예발표회에 꼬박꼬박 찾아왔던 형의 수고도, 참관수업에 참여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유모를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마음도, 카드 내역에 형이 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들을 하는 것이 찍히는데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던 것도 타카토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형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동안 잘 숨겨왔고 잘 속여 왔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깨끗하지 않기 때문에 깨끗한 자를 손가락질하는 것이 자신의 모습이었다.


"들어가서 인사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자신의 병실에 드나드는 간호사가 타카토라의 방문앞에 멈춰있는 미츠자네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미츠자네는 간호사의 제안을 어정쩡하게 얼버무렸다. 애초에 다치고 아픈 형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상상되지 않았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형이기에 형의 흐트러진 모습은 상상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카드키로 방의 문을 열었다.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리고 미츠자네가 살짝 문을 밀었다. 자신은 형의 얼굴을 보며 제대로 된 사죄를 할 수 있을까. 자신 없는 마음에 잠시 멈칫거렸지만 끝내 조심스럽게 형의 병실의 문을 열어보았다. 지금의 형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진에 대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다지 밝지 않은 방에 온갖 기계에 둘러쌓인 쿠레시마 타카토라가 누워있었다. 산소호흡기와 자신이 꽂고 있었던 링거와 수많은 기계장치들이 타카토라가 아직까지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자고있는 타카토라의 모습에 미츠자네가 행동을 멈추었다.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는 형의 모습에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형…?"


불러도 눈을 뜨지 않는다. 대답하지 않는다. 쿠레시마 타카토라는 사람이었다. 떨리는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침대에 타카토라에게로 다가갔다. 몸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어딘가 다친 모양이었다. 그저 드라이버를 파괴하고 바닷속으로 떨어졌을 뿐인데도 인간인 타카토라는 엉망이 되어 있었다.

간호사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던 말이 생각났지만, 막상 타카토라의 모습을 눈앞에 두니 세상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다시 오버로드가 장악했던 세계를 그리워해야 하는 걸까? 잠든 형 앞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병실을 나온 미츠자네는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자신의 병실로 돌아갔다. 자신의 과오를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이 목을 죄어왔다. 차라리 이대로 사라지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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