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제갈서서] Apple Cinnamon Cake (샘플) 본문

info

[제갈서서] Apple Cinnamon Cake (샘플)

Fong 2017. 1. 19. 00:19

포스타입으로 유료발행 되었습니다. -> https://indreamwalk.postype.com/post/1263066






기분 나쁜 비가 죽죽 내리는 날이었다. 부장이라는 사람은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비웃음만 살 자기주장만 가득 담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팀장인 자신은 그것을 어떻게든 막아서 자신에게로 돌려질 화살을 피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무능하지만 자기주장을 굽힐 줄 모르는 상사의 아래에서 고통 받는 것은 자신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이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애초에…!”


상사를 제외한 팀원들, 이라고 해도 자신을 포함한 다섯 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팀원들과 어떻게 하면 상사를 설득할 수 있을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애타게 진동하는 핸드폰을 보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까지 같은 곳을 다녔던, 일방적 소꿉친구인 그녀에게서 온 전화였다.


“일단, 쉬고 합시다.”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팀장, 제갈량은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행여나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보폭을 넓게 벌려서 빠르게 움직여 사무실을 나갔다. 나감과 동시에 화면에 뜬 초록색 버튼을 위쪽으로 문질러 올렸다.


“서서? 무슨 일….”

- “제갈량… 나, 나 어떡해?”


울고 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흔들리는 숨소리와 물기를 잔뜩 먹은 목소리가 들렸다. 애완동물이 죽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냐며 전화를 했을 때와 비슷한 목소리였다. 그 전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처럼 들려왔다. 목소리를 쥐어짜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무슨 일이야? 라고 묻는 것이 두려워졌다.


“어, 엄마가… 엄마가….”


그 뒤로 이어지는 울음소리에 제갈량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목소리 주위로 여러 목소리가 들린다. 괜찮으세요?를 시작한 여러 가지 소리가 들려오다가 결국 서서의 주변에 있던, 아마도 병원 관계자인 것으로 보이는 사람과 대화를 했다. 회사 근처에서 멀지 않은 병원의 영안실 앞이었다.

이미 출장을 가버린 부장의 책상 위에 이틀의 휴가를 신청했다. 팀원들에게는 친척의 상이라는 말을 하고 서둘러 조퇴했다. 기획안을 내일 오후 1시까지 보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회사 앞에서 택시를 잡아탔다. 통곡을 할 정도로 우는 그녀를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막막해지는 기분이었다.

본관의 오른쪽 건물의 지하 2층, 밝은 복도 앞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서서는 푹신해 보이지 않는 의자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치마라며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불러놓고 입었던 흰색에 커다란 꽃이 그려진 플레어스커트를 구기며 울고 있다. 예쁘게 다듬고 나간 머리는 오늘 아침 출근할 때 보았는데, 오늘따라 손질이 잘 되었다며 자신의 앞에서 자랑을 했었던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갈량은 가까이에 다가가서 얼굴을 보기 위해 깊게 심호흡을 한 후, 서서의 옆에 앉았다. 자신이 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울기만 하는 서서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제서야 제갈량의 이름을 부르며 울음을 가까스로 참으려 했다. 마음에 들어했던 플레어스커트를 구기는 손 위에 서서에게 선물 받았던 손수건을 올려 두었다.

그 손수건을 본 서서는 손수건을 잡으며 또 울기 시작했다. 무슨 방아쇠라도 당겨진 것 마냥 울었다. 그 선물이 서서의 어머니와 함께 고심해서 고른 손수건이라는 것을 모르는 제갈량은 다시 울기 시작하는 서서를 껴안아 주었다. 그 흔한 괜찮아, 라는 말 한 마디 하기가 어려웠다. 말없이 토닥여 주는 것 외에 제갈량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제갈량이 오고 나서야 병원 관계자와 경찰이 이것저것 내밀어 왔다. 여러 가지 행정 서류와 사건경위서 등등에 관한 서류들이었다. 이렇게 우는 서서에게는 말조차 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제갈량은 그 서류들은 전부 받고는 내일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서서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제갈량이 초등학생 때 이사 온 후부터 계속해서 옆집에 살았기에 집 앞까지 오는 건 쉬웠다. 촌스럽고 때탄 분홍색으로 된 철문 앞에 한참이나 넋나간 사람처럼 서있는 서서를 대신해서 도어락 번호를 눌렀다. 경쾌한 음성과 함께 철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돌리자, 제갈량의 손 위로 서서의 손이 겹쳐졌다.


“나… 집에 가기 싫어.”

“그래도 가서 쉬어야지.”


훌쩍이며 입을 여는 서서가 제갈량을 바라보았다. 투정부리는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 여기 있기 싫어. 응? 제갈량.”

“그래도 집에는 들어가야지.”

“싫어… 싫다구! 아무도 없는데 집에 혼자 있는 거 무섭단 말야… 응?”


애절한 표정으로 도리질하며 제갈량을 바라보는 사이에 도어락이 다시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처럼 붙들고 늘어지는 서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았지만, 그것이 과연 현명한 판단인지에 관해서 확신이 서지 않았다. 결론적으로는 제갈량 혼자만 살게 된 집에 함께 있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제갈량의 부모님은 귀농을 선택하고 도심을 떠난 지 삼 년이 되었다. 이제야 겨우 수확물이 나온다며 하나 둘씩 채소나 과일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때문에 밤늦게까지 제갈량의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심야영화를 보러 놀러왔었던 적도 있다.


“서서, 너 챙겨야 할 서류도 있잖아. 정리할 것도 있고….”

“내일, 내일 꼭 할게. 응? 제갈량… 나 진짜 혼자 못 있을 거 같아….”


간절한 목소리에 제갈량이 한숨을 쉬며 서서의 집의 도어락의 번호를 다시 눌렀다. 이번에는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어 주었다. 어서 챙겨서 건너오라는 의미였지만 서서는 문 앞에 못 박힌 사람처럼 서서 제갈량을 바라보았다.


“갈아입을 옷이랑 필요한 거 챙겨서 와.”

“나, 나 혼자 들어가기 무서워….”


평소라면 들어주지 않았을 부탁이었다. 정말 새파랗게 질려서 공포에 질린 얼굴로 소리가 나면 움직이는 인형처럼 고개를 젓는 해동에 제갈량이 먼저 서서의 집으로 들어가서 문을 잡아주자 서서가 뒤따라서 들어왔다.

서서는 작년 생일 쿠폰으로 산 갈색의 구두를 현관에 벗고 몇 발자국 집안으로 걸음을 옮겼다가 제갈량을 돌아보았다. 제갈량이 현관에 계속 서 있는 것을 간절하게 보았다. 그제야 서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제갈량이 신발을 벗고 서서의 뒤를 좇았다.

중학교 이후로 들어간 적이 없는 서서의 방에 들어갔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치장되어 있었던 방은 제법 깔끔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방의 이곳저곳에 작고 귀여운 장식품들이 있었다. 장롱손잡이에 걸려 있던 빈 에코백을 들고 서랍을 열어 물건을 하나하나 넣기 시작했다. 서서가 맨 처음 연 서랍이 속옷 서랍이었기에 제갈량은 황급히 거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실에 걸린 두 모녀의 사진이 보였다. 서서의 아버지는 예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와 함께 단 둘이 살아왔다. 어머니는 이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옷 수선과 세탁을 겸하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배달을 위해 차를 몰다가 졸음운전을 하던 트럭 기사와 충돌했다고 한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가망이 없는 상태였다는 서류를 서서를 대신에서 확인했었다.

짐을 다 챙긴 모양인지, 서서가 제갈량 앞에 섰다. 망설이는 표정으로 거실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거실을 지나가야 화장실이 있다. 거실에 두 모녀의 사진이 있는 것을 이미 보았기 때문에 제갈량은 서서의 어깨를 잡고 현관 쪽으로 부드럽게 몸을 밀었다.


“저번에 우리 집에 두고 간 거, 아직 안 버렸어.”

“응… 고마워.”


서서가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제갈량이 한 번 방을 돌아본 뒤에 서서의 뒤를 따라 나갔다. 얌전하게 옆집 앞에서 제갈량을 보며 기다리는 서서의 표정이 조금 나아 보았다. 적어도 영안실 앞에서의 서서보다는 훨씬 호전되어 있다. 가볍게 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

제갈량이 신발을 벗고 현관 바로 옆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서서의 집과 대칭을 이루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제갈량은 우선 가방을 내려두고 넥타이와 양복을 벗었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메일이 몇 통 와 있었다. 자신을 배려해준 팀원들은 고마웠지만, 벌서 계획서를 보내는 것을 보니 여유 있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서서는 제갈량이 방에 들어가는 것을 살짝 보았다가 거실 소파위에 있는 커다랗고 조금 때탄 곰인형을 안았다. 사람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곰인형은 서서의 어머니가 버리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것을 피해 제갈량의 집에 둔 것이었다.

회색의 트레이닝 바지와 가벼운 셔츠, 바지와 세트를 이루어 지퍼가 달린 상의를 입고 나왔다. 서서가 곰인형을 껴안고 있는 것은 제갈량의 집에 올 때 마다 하는 습관과 같은 행위였다. 충전하는 거야, 라며 행복하게 껴안고 있었던 모습이 생각났다. 지금의 서서는 웃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편안해 보였다.

저녁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엌에 섰다. 저녁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잠깐 서서가 좋아할지에 관해 생각하다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무난한 저녁식사다.

냄비를 물로 한 번 씻어서 다시마와 커다란 멸치를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냉장고의 가장 아래 칸에서 김치를 꺼내서 크게 썰어두었다. 찌개로 만들 용도와 반찬으로 썰어둘 것을 분리해서 플라스틱 통에 담았다.

다시 냉장고 앞을 향하면서 인기척이 없는 거실을 보자, 서서가 졸고 있었다. 그냥 저대로 소파위에 누워서 잠들어도 괜찮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고는 냉장고를 연 김에 계란을 꺼냈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서서가 좋아하는 계란찜을 만들 생각이었다.





초반부가 어둡지만... 본편 내용은 매우 밝고 포카포카 합니다ㅠㅠㅠ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