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츄아쿠] 달콤한 거짓말 본문

문호 스트레이독스

[츄아쿠] 달콤한 거짓말

Fong 2017. 4. 1. 23:58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은 분명 누군가가 꿈꿔왔던 것이면서도 동시에 참을 수 없는 것이 되어 있다. 그의 경우는 평화로 뒤덮인 갖가지 잔혹사들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참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차라리 유쾌한 일이라도 일어나면 좋을 텐데. 마침 내일이 만우절이니 분명 어딘가 적당하고 가볍게 웃고 넘길만한 즐거운 일이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던 다자이 오사무는 해가 중천인 대낮의 거리에서 익숙한 기침소리를 들었다.

탁한 공기가 유입되고 꽃가루가 날릴 무렵, 이 맑고 화창한 빛을 보지 못하는 어둠속을 다니는 사람의 소리였다. 절대 잊을 수가 없는, 잊을 리가 없는 자의 기침소리였다. 마르고 거칠고. 그의 성격마냥 날카로운 소리다.

콜록, 콜록하는 소리는 가볍고 바스라질것 같은 소리가 아니었다. 조금 더 살기위해 내뱉는 그나마 생기를 품은 기침소리였다. 평소와는 다른 소리, 즉 원래 몸 상태보다 더 악화된 상태였다. 아직도 몸 관리가 안 되다니 역시 모자라도 한참 모자르다는 생각을 했다.


“아쿠타가와 선배! 역시 쉬시는 편이....”

“소생에게 내려진 명령이다. 너는 손을....”


균일하게 걷던 발걸음 소리가 불규칙하게 들렸다가 멈추었다. 굳이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자면 ‘휘청’ 하는 효과음이라도 붙여줘야 할 것이다. 포트 마피아에게 일이 많긴 하지, 적당히 부하에게 넘기면 될 것을. 제 목숨이 열개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선배! 하는 여자의, 아마 히구치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아쿠타가와는 얼굴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 할것이다. 그리고 5초 정도 후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겠지. 자, 2, 3, 4, 5.


“선배!”


다시 아스팔트를 걷는 소리가 들린다. 히구치는 아쿠타가와의 뒤를 따르지 않았다. 이걸로 끝인가? 정말이지 아쿠타가와는 스스로 오는 복을 발로 차는 타입의,


“오늘! 나, 나카하라 씨와 식사 있으시잖아요!”


그 말에 아쿠타가와가 걸음을 멈추었다. 오호? 다자이는 생각지 못한 사람의 이름이었다. 동시에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식사라는 것은 좀처럼 연상되지 않았다. 식사가 왜? 라고 고민하기도 전에 아쿠타가와가 혀끝을 차고는 물러서는 소리가 났다.

순순히 물러나는 아쿠타가와의 행동에 다자이는 연관성을 쉽게 찾아냈다. 그렇군, 결국 그런 관계가 되었단 말이지? 3월 말, 다자이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그러나 전혀 무해한 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그날 저녁은 포트 마피아의 실적 좋은 젊은 간부 중 한명인 나카하라 츄야와 함께하는 식사였다. 나카하라는 혼자서 왔지만, 아쿠타가와는 히구치와 함께 왔다. 사석의 식사인지 일에 관련된 식사인지 혼란스러운 와중에 4인실로 마련된 곳에는 나카하라와 아쿠타가와만이 들었다.


“오늘도 꽤 귀찮은 일에 말려 들었다면서?”

“소생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나카하라는 에피타이져로 나온 샐러드를 씹으며 아쿠타가와를 바라보았다. 오늘 낮의 일은 간단하면서도 귀찮은 일이었다. 포트 마피아가 장악하고 있던 마약을 빼돌린 자들의 거점을 하나하나 부수는 일이었다. 검은 도마뱀이 흩어져서 일을 처리해야 했다.

그러나, 나카하라가 알기로 오늘 아쿠타가와는 임무를 마치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임무를 하러 나갔지만 실질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다시 돌아왔다. 아쿠타가와가 사전에 처리하기로 한 곳은 히구치가 처리했다. 보통은 히구치가 했다면 히구치가 했으며 자신은 손을 대지 않았다고 말했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숨기는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슬슬 부하가 처리한 일은 자신이 처리한 일이라 말할 필요가 있다. 물론 히구치가 부하는 아니지만, 적당히 넘길 줄도 알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나카하라가 아쿠타가와의 그릇에 담아 준 분량만큼의 샐러드를 먹고 클램 챠우더 스프를 마셨다. 아마 스프를 먹을 때 부터였던 것 같다. 아쿠타가와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저 오늘따라 먹는 속도가 느리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메인 디쉬가 나오기 전의 스파게티가 나오면서였다. 약간 매콤한 스파게티에 잘 익은 새우가 아쿠타가와의 앞에 놓였다. 보통은 기대하는 얼굴로 스파게티를 보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보통 나카하라가 먼저 포크를 들어야 아쿠타가와도 포크를 들었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나카하라가 포크로 스파게티의 면을 돌돌 말 때 까지도 손을 대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쿠타가와?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아뇨, 그....”


심각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뭔가 말하지 못할 것이라도 있는 것인가 싶어 나카하라가 아쿠타가와를 보았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방 밖으로 나갔다. 선배!? 하는 히구치의 목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놀란 나카하라도 아쿠타가와의 뒤를 따르기 위해 문을 열었다.

히구치가 화장실 쪽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화장실? 전혀 생각지 못한 장소였다. 기침소리와 함께 속을 게워내는 소리, 괜찮으세요? 라며 어쩔 줄을 모르는 히구치의 목소리가 화장실에서 들려왔다. 남자 화장실인데도 거침없이 들어간 히구치 덕에 나카하라도 따라서 들어가야 할지 아니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자리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했다.


“역시 말씀드리는 편이....”

“나카하라 씨가 귀중한 시간을 내 주셨는데, 그럴 순 없다.”

“그렇지만....”

“너는 아무것도 말하지 마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걸까, 그 정도는 말해줘도 괜찮았을 텐데. 나카하라는 아직까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 아쿠타가와가 조금 섭섭하게 느껴졌다. 자신에게 숨길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카하라는 방으로 돌아가면서 직원을 불러 메뉴를 바꾸었다.

평소라면 한 잔 정도 권했을 와인을 무알콜 스파클링으로 주문했다. 아쿠타가와는 어떻게든 잘 속였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나마 소화시키기 편한 메인 메뉴를 변경하고 혹여나 속에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디저트의 무화과 샤베트는 빼먹지 않았다.


“아쿠타가와, 요즘 밥을 잘 못 먹는 건 아니지?”

“아, 아닙니다. 제대로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손이 말랐어, 차가운 샤베트 유리그릇을 잡은 그 손을 나카하라가 겹쳐 잡았다. 인간이 온열동물이라는 것을 부정이라도 하듯 샤베트보다 조금 덜 차가운 손이 만져졌다. 아쿠타가와는 살짝 시선을 내리깔며 신경 쓰겠다는 대답을 했다.

뺨도 만져 보니 피부도 거칠어 진 것 같았다. 스킨로션을 선물하는 편이 좋을까 생각했다가 아쿠타가와가 과연 자신이 준 것을 사용할지도 의문이었다. 자신이 하라고 하면 하겠지만, 강제로 할 생각은 없었다. 냄새를 신경 쓸지도 모르니 무향인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3월의 마지막 날 까지 연인과 함께한 나카하라는 레스토랑의 주차장에서 헤어졌다. 자정에 항구에서 교섭이 있었다. 사실 아직 아쿠타가와와 언제 만날지는 불투명했다. 항구에 도착하기 전, 식사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자에 만족스럽게 웃은 나카하라는 기분 좋게 그날의 일을 시작했다.

교섭, 이라고 하기에는 들어서자마자 총을 겨누는 바람에 결국 이능력을 써서 모든 것을 해결했다. 교섭이라는 말을 모르는 걸까. 애초에 포트 마피아를 처리하기 위해 보낸 사람들일 것이다. 포트 마피아가 어떤 존재인지 알면서 계속해서 공격을 감행하는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또 뒤처리는 검은 도마뱀이 하게 될 텐데, 몸이 좋지 않아 보이던 아쿠타가와에게 또 일이 늘었다는 생각에 괜히 미안하게 되었다. 어디의 누군지라도 알면 조금이라도 쉬워질 것이라 생각하여 부하들에게 본거지의 단서를 찾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주머니 속 담배를 꺼냈다.

아직 냉기를 품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나카하라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은 분명 모든 것이 어둠에 잠식되어 있어야 하는데, 항구는 이제는 거의 보이지 않는 별을 보여주듯 반짝이고 있었다. 쯧, 하고 혀끝을 차며 인상을 구기고 바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찾아 붙였다. 깊게 빨아드렸다가 한숨과 함께 토해냈다.


“뭐야. 다자이. 성가시니까 그만 나오지 그래?”

“나도 슬슬 지쳐서 나오려고 그랬어.”


어느새 나카하라의 뒤에 서 있는 다자이는 나카하라를 보며 웃었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태연한 나카하라를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건 어쩔 수가 없는 불가항력이다.


“그것보다 말야, 오늘 허탕친 곳 정말 끈질기네~. 내가 있었을 때도 붙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 포트 마피아는 한물 갔나보네?”

“그런 건 나도 알고 있거든? 어차피 오늘로 처리하려고 했었고. 그 귀찮은 약물들 우리 이름으로 뒤집어 씌워서 팔리는 뒤처리도 그만 하고 싶었으니까.”


일 이야기를 하러 온 건가? 마피아는 떠났을 텐데. 주절주절 떠들다가 쓸모없는 말까지 한건 아닌지 잠자코 생각하던 나카하라는 지금은 일단 다자이의 말을 듣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하고 침묵했다. 다자이는 그 침묵을 바랐는지 입을 열었다.


“맞아, 맞아. 그 불법약물 말인데, 꽤 시대를 앞서나간 것도 많은 거 알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왜 포트 마피아에서도 불법 약물이라고 취급하는 건지는 알고 있지?”


다자이가 말을 멈추었다. 그 때가 되어서야 나카하라가 삼분의 일 정도 짧아진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자신의 뒤에 선 다자이를 보았다. 다자이는 웃고 있었다. 가로등을 등지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확실하게 보였다. 어둠속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품고 이는 맹수와도 같았다.

포트 마피아에서도 불법이라고 불리는 약물들이 있었다. 어차피 불법이고 더러운 녀석들이 하는 약에 불법이고 합법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그야 할 말이 없겠지만, 포트 마피아 내부에서 규정하는 불법 약물은 마피아의 누군가가 치사량이 아님에도 목숨을 잃었거나 큰 부작용을 낳는 약물을 칭했다. 한 마디로 인간이 쾌락을 위해서라도 입에 대선 안 될 것들을 말한다.


“나도 아직 젊었을 때 한 적이 있었지. 조금 흡입해도 금세 편안해 지니까 좋긴 했는데, 부작용 이야기를 듣고 그만 뒀었지. 뭐 남자니까 부작용 같은 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야,”


분명 여기서부터가 본론이다. 나카하라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다자이를 노려보았다. 지금까지의 다자이는 단순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완벽하게 웃고 있었다.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것도 나카하라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속의 웃음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아쿠타가와군에겐 나타난 모양이더라?”

“그런 말 지금까지 들은 적 없어.”

“그야 당연하지. 말해준 적 없으니까.”


약에 손대본 적이 있다는 말도 못 들었다. 그야 어릴 때는 한두 번 정도, 나카하라도 호기심에 손을 댄 적은 있었지만 그래도 불법으로 분류되는 것에 손을 댄 적은 없었다. 다자이가 시켰다면 했겠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은 신경쓰지 않는다. 나카하라가 신경 쓰이는 것은 뻔뻔한 목소리로 여전히 웃으며 말하는 다자이였다.


“솔직히 아쿠타가와군 취향도 몰랐었고, 남자랑 섹스하게 될 줄 알았겠어?”

“네가 왜 그걸 알고 있는 건데?!”


걸려들었네, 다자이는 나카하라의 그 말에 확신했다. 확인 사살까지 마친 다자이는 말을 이었다.


“나도 과학적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그 약물 임신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

“임신?”

“응. 성별과는 상관없이 가능해. 대단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인류는 다양한 것을 생각하고 발견해내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나카하라가 바닥에 담배꽁초를 떨어뜨려 짓밟은 후에 주먹을 뻗었다. 다자이는 능숙하게 그 주먹을 피했다. 맞으면 정말 골로 갈 것 같은 주먹이었다.


“그걸 먹였다고?”

“나도 모르고 했다니까? 그리고 잊고 있다가 최근 아쿠타가와군 상태가 이상하다 싶어서 전해주려고 온 것 뿐이야.”


아쿠타가와를 만날 생각은 하지도 않으면서 다자이는 마치 최근에 아쿠타가와를 본 사람처럼 말했다. 확실히 오늘 안색도 안 좋아 보았고, 음식도 못 먹었으며 화장실에서 속을 게워내기도 했다. 무화가 샤베트는 나카하라의 입에는 살짝 시큼한 맛이 났으나 아쿠타가와는 맛있게 먹었다.

어? 하고 오늘의 일을 되짚어보고 다자이의 말을 끼워 맞추자 절대로 불가능할 것 같은 공식이 머릿속에서 성립되었다.


“속도위반이라니, 점잖지 못하네. 츄야는.”

“닥쳐! 지금 당장 죽여도 시원찮으니까.”


지금 눈앞의 다자이를 죽이는 것 보다 더 위급하고 중요한 것은 아쿠타가와에게 가서 확인하는 것이었다. 정말로 그, 나카하라의 아이라도 품고 있으면 어쩌나. 아니 그것도 몰랐던 자신이 나빴다는 생각을 했다. 어쩐지 최근에 유독 힘들어 보였는데, 그저 일이 많아서 그렇다고만 생각했던 자신의 무신경함에 화가 났다.

급한 일이 생겼다는 말을 남기고 아쿠타가와의 집으로 향했다. 지금 이 시간이면 쉬고 있겠지만, 사과를 뒤로 미룰 수는 없었다. 이미 자정이 넘어 날짜가 바뀌어져 있었다. 3월이 아닌 4월이었다. 4월 첫날에 듣게 되는 생각지도 못한 기쁜 소식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한밤중에 문을 여는 꽃집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나카하라가 금세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던 다자이는 그의 흔적이 사라지고 난 후에 가로등에 등을 기대고 소리내어 웃었다. 처음에는 작게, 그러나 점점 크게 웃었다. 웃느라 정신도 차리지 못하고 앞으로 꼬꾸라질 정도였다.


“크, 끄흡. 아츠시 군, 타니자키 군 이제 나와도, 크흡, 돼.”


크하하하하하, 아스팔트를 손으로 때리며 웃는 다자이와 주차 되어있던 차 사이에 이능력으로 존재를 숨기고 있던 두 사람이 나타났다. 나카지마는 손에 켐코더를 들고 있었다. 삑, 하고 버튼을 눌러 녹화 종료를 눌렀다.


“정말로... 괜찮은 건가요?”

“그럼! 그럼! 오늘 만우절이고. 제대로 12시 넘어서 시작했다구?”


게다가 포트 마피아의 약접을 잡았으니, 이건 탐정 사무소에도 득이지. 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말을 꺼낸 다자이는 매우 즐거워 보였다. 평생 놀려야지. 이거 진짜 볼만하겠다. 츄야의 그 진지한 얼굴을 떠올리자 또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그런데 어떻게 임신 했다고 믿을 수 있죠...?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불가능 한데....”

“이것저것 상황이 따라주긴 했지만, 결정적인 무언가가 있으니까 저러는 거 아니겠어?”


다자이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타니자키 역시 다자이의 말을 이해하고 표정을 굳혔다.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아츠시 혼자서만 왜 그가 이렇게도 쉽게 속아 넘어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최고 속력으로 아쿠타가와의 집 앞에 도착했다. 아쿠타가와는 분명 해어지고 일을 하러 간다는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연인이 집 앞에 있다는 연락에 헐레벌떡 뛰어 나갔다. 잠옷 차림이라는 것도 잊고 나가자 어딘가 초조해보이는 나카하라가 서 있었다.


“나카하라씨, 무슨 일이라도...?”


자신을 보자마자 자신의 품에 안아오는 나카하라의 행동에 아쿠타가와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얌전히 품에 안겨 있어야 하는 순간이라는 것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미안. 내가 요즘에 바쁘다고 무심했지.”

“아닙니다. 나카하라씨는 간부이시고 소생 같은 건....”

“그래도 그렇지.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그런 약물이 있을 줄도 몰랐고, 몇 번을 죽여도 모자를 놈에게 이상한 약이나 먹게 된 것도 모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쿠타가와의 저 성하지 못한 몸에서 자라고 있는 두 사람의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남자의 임신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가 없지만 기본 여자와 다름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더 아쿠타가와를 챙겨야 할지도 모른다. 집도 더 크고 좋은 곳으로 옮겨야 할 것이고 병원은 어쩐다. 태교도 중요할 텐데 이런 궂은일은 계속 하게 두어도 괜찮은 것인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이에 나카하라의 전화가 울렸다.


“저, 나카하라씨. 전화가....”

“괜찮아. 그냥 둬.”

“그래도....”


나카하라보다 더 불안해하는 아쿠타가와를 보고 나서야 나카하라가 자신의 품에 품었던 아쿠타가와를 잠시 놓아 주고 전화를 받았다. 받자마자 끊기는 전화에는 꼴도 보기 싫은 저장명이 떴다. 안 그래도 화가 나는데, 이 판국에 전화까지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지금 누구 때문에 아쿠타가와아 이렇게 되었는데, 다시 차오르는 분노를 애써 누그러뜨리려다가 핸드폰 플립을 닫기 전에 문자가 도착했다.


- 거짓말이야. 오늘 만우절이잖아.

- 믿었어? 남자가 어떻게 임신을 해.

- 그런 약물이 있었으면 노벨상을 탔겠지.


허, 어이가 없는 문자에 나카하라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가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아쿠타가와가 나카하라를 부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었다.


“실은, 최근에 황사에 감기 몸살을 앓아서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렇게 소생에게 찾아와주실 정도로 신경 쓰이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감... 기...?”


아아, 그래. 감기구나, 감기. 그래 몸이 안 좋은데 속이 안 좋을 수도 있지. 몸살이면 체력적으로도 힘들 것이고 기침도 더 많이 날 것이다. 최근 걸음걸이가 후들거려 보이는 것은 약기운 때문이겠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것이었는데.

젠장!! 만우절이라니. 만우절? 그래 오늘이 4월 첫날이긴 한데, 아 그랬지 4월 1일, 4월의 첫날이 만우절이지. 다자이 앞에서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이런 터무니없는 걸 믿어버린 스스로가 멍청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되었다.


“몸이 안 좋으면 쉬어! 나랑 억지로 밥 먹는 것도 아니잖아.”

“네.”


다시 두 팔로 껴안아오는 나카하라의 팔에 아쿠타가와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몸이 묘하게 뜨거운 것 같기도 했다. 열도 오르고 있는 걸까. 밤바람에 몸이 상할지도 모르니 얼른 들여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쿠타가와를 살짝 자신의 품에서 떨어뜨린 나하라가 마른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 라고 속삭여 주자 얼굴을 붉게 물들며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작은 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저도요.

나카하라는 아쿠타가와가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래도 잠시나마 행복한 꿈을 꾸었다. 달콤한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단 20분밖에 되지 않는 절대 이루어 질 수 없는 꿈을 정말 잠시나마 꾸었다.

즐거웠던 것은 즐거웠던 것이고, 화가 나는 것은 별개였다. 나카하라가 다자이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이미 수신 거부처리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망할 다자이! 




문스토 전력 60 만우절로 참가했습니다.

보통 이런건 앞에 써야 하는데, 속아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뒤에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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