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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아쿠] 존경하는 누님, 저는 아무래도 누님의 가르침을 어길 것 같습니다. 본문

문호 스트레이독스

[츄아쿠] 존경하는 누님, 저는 아무래도 누님의 가르침을 어길 것 같습니다.

Fong 2017. 4. 2. 22:20

아쿠타가와 오른쪽 전력 60


너는 긴 인생을 틀린 맞춤법으로 살았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제니 / 밤의 공벌레






나카하라 츄야가 오자키 코요에게 거두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오자키는 나카하라를 불러 앉히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카스테라와 새하얀 우유를 내어주며 온화하게 웃었다. 아직 오자키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예뻐한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해가 중천에 떠서 방안을 환하게 밝히는 지금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 보이는 술잔을 쥐고 있었다.


나카하라, 사랑은 하되 상대를 정하지는 말거라.


한 모금 술을 들이키고는 눈이 부셔서 쳐다보지도 못할 것 같은 태양을 바라보았다. 아직 어린아이에겐 무슨 뜻인지 받아들이지 못할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말에 집중하는 아이를 보며 오자키가 웃었다. 오자키는 부드럽게 웃으며 햇빛에 반짝이는 호박색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살아가면서 평생 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니 절대 한명이라 생각지 말거라.


그 어린 날에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그저 자신을 거둔 자가 슬퍼한다는 것 하나만을 알아차리고 네, 하고 대답했었다. 그 날 이후, 오자키는 단 한 번도 그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았다. 하지만 오자키의 그 말은 어릴 때부터 머리에, 가슴에 남아서 불로 지진 자국마냥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아쿠타가와를 보면 항상 오자키의 말이 생각났다. 평생 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 배웠지만 그것이 불꽃놀이처럼 끊임없이 쏘아지는 감정을 이야기하신 것인지, 온실속의 난초처럼 어떤 꽃은 크게 어떤 꽃은 작게 틔우는 사랑을 평생 가지라는 뜻인지 여전히 알지 못하고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과 과정을 지켜보았다.

기껏 해야 다섯 손가락을 겨우 넘어 선, 짧고도 긴 시간이었다. 나카하라는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 만큼은 명확하게 알았다. 그것도 오자키가 하지 말라 했던 사랑을 하고 있다.

아쿠타가와는 마치 나비와도 같아서 분명 단단한 고치에서 나오면 아름다울 텐데. 그 누구도 그냥 지나치지 못할 텐데. 아쿠타가와는 여전히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매미도 일주일을 위해 6년을 땅에서 보내지 않던가. 그러니 나올 때 까지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단지 그 봄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 애석했다.

애석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했다.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며, 우울하다가도 절대 아쿠타가와가 바라는 자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시간이 그를 바꿔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찻잔 속 소용돌이 같은 마음으로, 여전히 오자키가 말한 사랑이 무엇 인지도 모르고 나카하라는 아쿠타가와를 보았다.


“아쿠타가와.”

“네.”

“오늘 일정이 어떻게 돼?”


오자키가 들었다면 너무 촌스럽다며 웃었을 말이었다. 나카하라, 내가 그리 가르쳤더냐? 라고 물어왔을 말이었다. 알고 있었지만, 그 외에 생각나는 법이 없었다. 나카하라는 아쿠타가와를 잡아놓고 싶었다.

마피아는 원래 틈을 파고 들어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꼴도 보기 싫은 그 인간이 떠난 지금이 나카하라에게는 가장 적절한 시기라 생각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이라고 감이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상투적이더라도 손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별 일은 아니고. 내가 아직 점심을 안 먹어서, 같이 갈래?”


이미 3시지만, 사실 먹었지만. 여유가 없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보스의 방에 보고를 마치고 나오는 모습이 눈에 밟혀서, 아직 고치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쿠타가와가 행여 고치인 상태로 영면을 취할 것 같아서 갑자기 두려워진 탓이었다.


“소생도 오늘은 아직.....”

“오늘?”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것을 듣다가 끝까지 말을 듣지 못하고 끊어버렸다. 오후 3시인데 아직도 한 끼를 못 먹었다니. 새벽부터 움직였던가? 그렇다 하더라도 오전에 시간이 있었을 텐데, 먹지 않았다고 하니 나카하라가 언성을 높이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위치이면서 끼니를 걸렀다니.

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나카하라가 한숨을 쉬었다. 가자, 하고 더 이상 들을 것도 없다는 목소리로 앞장섰다. 아쿠타가와는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상사의 명령에 따라 나카하라의 뒤를 좆았다.

나카하라는 양식을 먹고 싶었지만, 오늘은 중화요리를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아쿠타가와에게 먹인다면 살이 찌는 음식을 사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가 불러서 녹차를 마시며 약간의 나른함을 느끼는 평화를 주고 싶었다.


“... 오늘은 별로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아서 입에 대지 않았던 것 뿐입니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그 자식에게도 이런 변명을 했을까 생각했다가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놈이 아쿠타가와의 식사를 신경 썼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아마 가족을 제외하면 처음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중식은 본래 메인인 국수나 밥을 마지막에 먹고 반찬을 먼저 즐기는 형식에 많이 시켜서 남기는 것이 부를 상징한다. 두 사람이니 두세 접시 정도면 괜찮을 것이다. 한참이나 메뉴판을 보던 아쿠타가와는 좀처럼 메뉴를 고르지 못했다.


“내가 사주는 거니까 편하게 골라.”

“소생은 배를 채울 수 있다면 상관 없....”

“그럼 내가 좋아할만한 걸 골라봐.”


네? 하고 놀란 얼굴을 했다. 얼른, 부드럽게 재촉하자 아쿠타가와는 이번에는 잔뜩 고심하는 얼굴로 메뉴를 골랐다. 사천요리와 가정식으로 보이는 요리 하나, 달달만 맛이 나는 튀김 요리를 하나 골랐다. 이게 자신이 좋아할 만한 요리인 건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다.

아무렴, 좋아하는 사람이 골라준 음식인데 무엇인들 먹지 못할까. 아쿠타가와는 생전 본 적 없는 요리를 눈앞에 두고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뻗었다. 그리고 나카하라가 반찬을 집어 먹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볶음밥을 입에 댈 쯤에는 아쿠타가와는 이미 배가 부른 모양인지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소식을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으니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계란과 새우, 양파가 들어간 볶음밥을 먹으며 녹차로 입을 적셨다.

아쿠타가와는 거의 비워진 그릇들을 보다가 나카하라를 보았다. 살기 위해 먹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음미하며 식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나카하라에게는 식사란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살기 위해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입에 넣었던 자신과는 다른 존재라고 생각되었다.

그런 사람이 왜 자신과 밥을 먹으려 했을까. 자신에게 음식의 선택권을 주고, 입에 맞는지 지켜보고, 기름진 음식이니 녹차를 마시라며 자신이 녹차가 동이 나기도 전에 녹차를 따라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아쿠타가와는 몸 둘 바를 모르면서도 붕 뜬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기쁘다거나, 행복하다는 단어가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가족 외의 사람에게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그래서 아쿠타가와는 이것을 어떻게 해서든 나카하라에게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나카하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골라준 음식, 다 맛있었어.”


자신의 눈을 마주하면서 웃어주는 나카하라를 바라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금붕어 마냥 입술을 몇 번 움직였다. 나카하라는 그 사람과는 다르게 자신의 대답을 기다려 주었다. 물론 그 사람도 자신의 대답을 기다려 주긴 했지만, 명백하게 다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사실은 오늘, 도저히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요 며칠간 별로 밥을 먹지 않았다는 것도 나카하라는 알고 있다. 그 새끼가 떠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 살기 위해 억지로 음식물을 집어넣고 있다는 것도, 이틀 전에는 의무실에서 링거액을 주사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불렀던 것이었다.


“나카하라씨가 소생과 함께 해 주셔서 조금이지만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식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중함을 담은 감사였다. 매번 그의 앞에서 울부짖거나 울분에 가득 찬 단어를 내뱉거나, 당연히 자신을 칭찬해야 마땅하다는 부족한 무언가를 메꾸기 위한 말 밖에 말하지 않았던 아쿠타가와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쿠타가와.”


식사 한 번으로도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이건 기쁨을 넘어 선 쾌감과도 다름없었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이 결핍되어 있다는 사실이 나카하라에게는 가장 좋은 기회였다.

그러니 그 모든 것을 바꾸어 줄 존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봄을 알리는 비처럼, 온기를 품어 꽃봉오리를 틔우는 봄바람처럼 춥고 고된 겨울을 나던 고치에서 아름다운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이끄는 해와도 같은 존재가 되리라고, 될 것이라고, 아니 될 것이다. 되어 보여서 당당히 그의 앞에 데려다 놓을 것이다.


“내일도 같이 먹자. 언제가 괜찮아?”


존경하는 누님, 저는 아무래도 누님의 가르침을 어길 것 같습니다.





최애만 보면 밥먹여 주고 싶은 병에 걸려 있습니다.(??

밥먹여준 후에는 데이트 시켜주고 싶은 병, 꽃다발을 받는걸 보고싶은 병, 안경, 잠투정, 질투, 의외의 일면 이런게 차근차근 보고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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