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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무/- ing

레몬+포도 두통

Fong 2014. 7. 6. 00:42

한달 전 쯤에 썼던 글... 트윗숏에서 발굴...()


그는 자신의 형이 죽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망설였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각났다. 변신이 풀린 형을 도와야 한다는 것은 두뇌로 생각하는 부분일 뿐이었다. 그는 내 형제이고, 나의 혈육이고 나의 가족이다. 그렇기에 도와야 한다는 도덕적인 부분이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감정적으로는 그가 없어지를 바랬기 때문이다. 사라진다면, 사라져버린다면 장애물이 없어진다. 억누르고 있던 것들이 사라진다. 형만 없다면 모든 것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료마와 요코, 시드가 바라는 이익이 남는다. 그러니 그들의 행위는 정당했다. 해가 되는 사람을 제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분명 그렇게 납득했다. 그렇기에 형의 게네시스 드라이버를 자신이 주워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반복해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죄책감이라는 것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아직 자신은 미치지 않았고 아직까지 인간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생각보다 빨리 일어났네, 미츠자네 군.”

“당신이 왜 학교에?”


노을이 불그스름하게 시아다 닿는 모든 곳을 물들일 무렵이었다. 저물어가는 해였지만, 여전히 밝았고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저물어간다고 해도 그 광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여전히 주변을 비추고 있는 것이었다. 죽은 형도 자신에게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되었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그렇게 큰 존재였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수업도중 쿠레시마 미츠자네 군이 쓰러졌습니다. 보호자 분께서는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전언이 있어서.”


국어책을 읽는 말투의 료마의 목소리는 그를 비꼬는 것 같이 들렸다. 비웃는 것이 맞았는지, 말이 끝나고 나서는 입 꼬리를 올려 웃었다. 언제부터 료마가 자신의 보호자였는지는 신경 쓸 부분이 아니었다. 아마 집으로 연락을 받은 사용인들이 회사로 연락을 하고, 그 연락이 료마에게 닿았을 것이다. 그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과정들이었다.

미츠자네는 눈을 떴지만, 일어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렌지빛으로 노을 지는 해 쪽으로 몸을 틀었다. 료마는 별다fms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방관자처럼 사람을 대하기 때문이다. 방관자처럼 사람을 대하는 그의 논리와 말들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객관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볼 뿐이었다. 아무리 잘난 척 해도 그 역시도 같은 욕망을 가진 인간이었다.


“윗사람들이 시끄러워서 결국은 타카토라를 찾는 수색대를 보내기로 했어”


좋네, 부모님이 거물이라는 건. 못마땅한 목소리인지 불안한 목소리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아마 타카토라가 없었더라면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사실 보고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시드가 배신만 하지 않았더라면 완벽하게 은폐할 수 있을 일이었다.


“보낸다고 해도 의미가 없잖아요. 크랙으로의 진입이....”

“마을 전채에 크랙을 감지하는 시스탬이 있잖아? 그걸로 진행하라는 지시가 왔어.”


언제 그렇게 상부에 꼬박꼬박 보고를 한 건지, 그 점이 성실한 타카토라 다운 부분이었지만 료마는 그 부부분이 못마땅했다. 너무 성실해도 문제였다. 스스로 보고를 한 건지, 보고하라고 명령받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시키는 것은 전부다 해내는 우직함이 한때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보였었다. 투자한 만큼 돌아오는, 현실에서는 절대 이루어 질 수 없는 관계였다.


“하실 거에요?”

“미츠자네 군은 어떻게 생각해?”


점점 주황빛에서 다홍색으로 변해가는 노을빛이 불 꺼진 양호실을 물들어갔다. 해가 질 때까지 보건실에서 땡땡이치던걸 타카토라에게 들켰던 일이 생각나자 료마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그렇게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빨리 집으로 가라, 라며 진심으로 걱정하는 얼굴을 한 타카토라는 지금 생각해도 참을 수 없이 웃겼다.


“코우타 씨의 귀에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시늉으로도 충분한 거 아닌가요?”

“나는 네 의견을 묻고 있는 거야. 쿠레시마 군.”


등을 돌린 미츠자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료마를 보았다. 끈질긴 남자라고 생각했다. 이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끄집어내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타카토라 다음으로 놀리고 싶은 상대는 자신인 걸까. 게다가 성으로 부르는 것이 불쾌했다. 입은 웃지 않고 있지만, 눈이 웃고 있는 모습이 기분 나빴다.


“저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에요. 살아있다고 해도 한 번 더 죽이기 밖에 더 하겠어요?”

“뭐, 그렇긴 하겠지. 이젠 타카토라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마치 물건을 쓰다가 버린 것 같은 가벼운 말투였다. 미츠자네는 그 말투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본인에게도 이정도로 애정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미츠자네에게 다가왔다.


“너도 그렇지? 미츠자네 군.”


자신과 같은 시선에서 시선을 마주하는 것이 기분 나빴다. 미츠자네가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자, 비웃는 숨소리가 들렸다. 어께를 몇 번 토닥이던 료마가 양호실 밖으로 나갔다. 정신을 차렸으면 돌아가라는 신호였다.

타카토라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정말로 자신은 이것으로 괜찮은 걸까. 답은 나오지 않고 머리만 아파왔다. 약을 먹어도 없어지지 않는 이 은근하고도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고통은 타카토라에 관한 것을 생각할 때만 있었다.

아마도 평생을 함께할 두통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약은 따로 챙겨먹지 않고 있었다.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지만, 이 두통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했다. 아마 이 두통이 없어지는 날에는 정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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