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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무/- ing

메론<-포도 쉼표

Fong 2014. 7. 3. 21:00

3월 말에 쓰다 말았는데 이제 다음주가 되면 영영 못이을거 같아서 이어서 쓴...


하얀 아머드 라이더는 형이었다. 강하고 군더더기 없는 행동과 뛰어난 전투능력과 냉철함을 겸비한 사람이었다. 코우타씨가 겁에 질려서 움직이지 못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록비클을 이용해서 그 숲에서 탈출했다. 온몸이 떨려서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다.

왜, 어째서.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유그드라실이 모든 것을 시작했다는 것부터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두려웠다. 나의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내가 가이무에 들어가서 비트라이더즈의 활동을 하는 것도 전부 그 전부터 계획해둔 일이라고 생각하니 한기가 느껴졌다.

학원도 가지 못했다. 창백해진 얼굴을 본 학원 선생님이 서둘러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왜 형이 아머드 라이더를 하고 있는 걸까. 이 한 가지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고 방으로 들어가서 숨어버렸다.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가 다시 얼굴만 내밀었다. 숙제가 있었지만 지금 이런 상태로는 조금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센고쿠 드라이버가 유그드라실의 작품이라면 시드는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그가 웃었던 이유는 형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던 걸까? 형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걸까? 그러면서도 자신을 방치해 두는 걸까? 그럴 리가 없다. 형에게 있어서 비트라이더즈의 활동은 내 인생에선 없어야 할 장애물일 뿐일 테니까.


“형은… 강했지….”


딱히 무술을 한다거나, 운동능력이 뛰어나다거나 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냥 건강을 위한 운동 정도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형에 대해서 잘 모른다. 형의 벗은 모습을 본적도 없고 같이 목욕탕을 간 적도 없다. 애초에 형은 집에서도 편해 보이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 볼 수 있었을 리가 없다.

사실 형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상관없었다. 들킬까봐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약자가 강자 앞에서 들어내는 공포와 무서움뿐이었다. 집에서는 무표정으로 자신을 지시하던 그는 권력을 부리는 사람으로만 보였다.

평소에 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느낄 수 없었지만, 회사에서 전화가 올 때의 목소리와 자신을 대할 때의 목소리와 얼굴이 조금 다르다는 것에서 그나마 애정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나마 온화하고 그나마 따뜻한 말과 절도 있는 평소의 행동과 하얀 아머드 라이더였을 때의 행동은 비슷하면서도 다랄 보였다.


그 이름에 걸맞은 호랑이 주임, 이라고 유그드라실의 사교 모임 파티에서 들었었다. 형을 말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때만 해도 믿지 않았다. 그저 명령하기 좋아하고 나이가 많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힘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본 형은 두려웠다. 무서웠다. 미츠자네라는 것을 들키는 것 보다 정말로 죽을 것 같다는 공포감이 가장 강하게 느낀 감정이었다. 형이 무섭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츠자네가?”

“네. 식사도 평소보다 적게 하셔서요.”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게까지 집안일을 봐주는 분이 형을 따라서 복도까지 올라온 모양이었다. 그녀의 말에 형은 잠시 침묵했다.


“아직 학생이니까, 아마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거겠죠. 내일은 무리해서 깨우지 말아주세요.”


점점 형의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 문 앞까지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소리가 멈췄다. 전화라도 온 걸까? 하지만 전화벨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방에 들어와서 살펴보려고 한 걸까? 형답지 않다. 나를 없애기 위해 달려들며 검을 겨누었으면서?

만약 형이 들어오면 말하는 게 나을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형은 분명 내가 알고 싶은 것을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다. 비트라이더즈도 그만두게 될 것이다. 그런 건 싫었다. 난 마이 누나도 코우타 형도 잃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조금 무섭더라도, 조금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숨기기로 했다. 형이 모르는 척 해주더라도 내가 몰랐던 것처럼 행동하면 형은 속아줄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으니까.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겠네….”


생각을 조금 정리하니 피로가 몰려왔다. 이렇게 일찍 자본 게 얼마만일까? 어두운 천장으로 달빛이 드리우는 것을 볼 겨를도 없이 의식이 점점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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