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도시 자와메를 조성을 막 마친 후의 급박한 발령이었다. 일본도 아닌 해외로 난 발령에는 유그드라실의 중역이라고 해도 거스를 수 없었다. 본사에서의 지명은 출세의 길이었고 두 사람은 가정보다는 출세를 택했다. 본인들의 입지가 높아지면 아이들이 더 편하고 더 나은 인생을 살 것이라는 흔한 부모들만의 생각으로 인해 만들어진 선택이었다.
타카토라는 슬며시 자신의 옆에 있는 형, 미츠자네의 손을 잡았다. 고개를 살짝 틀어서 내려다보는 미츠자네의 시선에 차가워서 움찔거리며 손을 빼려고 했으나 오히려 미츠자네가 더 강하게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미츠자네의 시선은 자신들을 커다랗고 텅 빈 저택이 남겨두고 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젠 없어.”
미츠자네는 부모님이 말하지 않았지만, 그들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들보다는 본인들의 뜻을 더 중요시 했다. 아마 부모들은 이것이 우리를 위한 선택이었다거나, 미래를 위한 것이라던가, 같은 무책임한 말들을 쏟아낼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을 두고 나가면서도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
미츠자네와 타카토라는 버려졌다. 자신에게 책임이라는 것을 떠맡기며 타카토라를 맡기고는 가버렸다. 어차피 있어도 없는 것과 다름없는 사람들이었다. 조용히 입 다물고 그들이 설계한 길을 따라가면 칭찬을 받았고, 굳이 하지 않아도 결과만 내밀면 만족하는 멍청한 사람들이었다.
“이제 엄마랑 아빠는 안돌아 올 거야.”
“하지만 온다고….”
문을 듣고 나가자, 미츠자네는 타카토라의 손을 뿌리쳤다. 울상을 짓는 어린아이의 표정은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자신의 손으로 울게 만들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세간에서는 동정심이 들어야 정상이라는 것 같지만, 어찌되든 상관없었다. 쿠레시마는 남들과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너 같은 꼬맹이는 속이기 쉬우니까.”
일부러 허리를 숙여서 눈을 맞추려고 하자, 타카토라는 또 시선을 피했다. 일부러 웃으면서 바라보았는데도 타카토라는 미츠자네를 보지 않는다. 애초에 좋은 말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울상을 짓고 슬픈 표정을 짓더라도 타카토라는 절대 울지 않는다. 이런 점은 다른 꼬맹이들과는 틀린 부분이자, 미츠자네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었다.
이제야 7살이 된 타카토라는 부모의 요구에 맞추어 어른스러운 구석은 있었으나 여전히 어린아이인 상태였다. 미츠자네가 7살 이었을 때와는 달리, 해내지 못하는 것들이 많았다. 남들보다 배는 노력해서 해내서 부모님께 결과를 내밀면 그들은 웃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안아주었다. 한 번도 미츠자네에게 해준 적 없는 행동들이었다.
사실 미츠자네는 타카토라가 미웠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었다. 타카토라가 아니었더라면 자신은 부모에게 사랑받고 자란다고 확신할 수 있었고, 부모 역시도 자신만을 바라보며 어깨를 다독여주거나 웃어주었을 것이다. 그들이 해주었던 것들이 사랑의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갔을 텐데.
“전화로 내가 말한 건 말 안하는 편이 좋아. 말해도 안 돌아올 테니까.”
“진짜?”
“너는 부모님이 널 사랑한다고 생각했어?”
부모님은 타카토라를 사랑했다. 미츠자네의 눈에는 보였다. 어리광도 부리지 못했던 미츠자네와는 달리, 타카토라는 내성적이라도 부모님 앞에서 어리광도 부리며 그야말로 보기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유그드라실 광고에 나오는 가족처럼 완벽하게 보였다.
“아직 모르는구나, 타카토라. 넌 그저 쿠레시마 가의 부속품일 뿐이야.”
어린아이에게는 어려운 단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카토라는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르니 알아들었을 것이다. 아마 어렴풋이 느꼈을지도 모른다. 쿠레시마이기에 주어지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부모들도 타카토라를 대할 때 예외 없이 말하는 것이 쿠레시마라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유그드라실의 중역이라는 것 외에는 장점도 특출 난 점도 아닌데. 쿠레시마라는 이름을 그렇게도 중요하게 여겼다. 집이 아무리 가난해도 일하지 않는 귀족의 프라이드라도 주장하는 걸까. 미츠자네게 있어서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특히 내가 쓸 부속품이지.”
이 말을 들은 타카토라는 왠지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형인 미츠자네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 거겠지. 미츠자네는 타카토라를 싫어했지만, 타카토라는 미츠자네를 많이 따랐다. 미츠자네도 몇 번은 자신을 따르는 동생이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지금도 귀여웠다. 말 한마디에 울상을 지으며 불안을 표하는 얼굴이라던가, 불안으로 살짝 떨리는 손끝. 내 발만을 바라보는 시선. 수줍은 건지, 말을 안 하는 건지. 말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자신과는 대화를 하고 싶지도 않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왜?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미츠자네는 그동안 눌러왔던 화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자각하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을 말릴 사람도 꾸짖을 사람도 없다. 미츠자네가 손을 들었다.
깔끔하면서도 둔탁한 소리가 났다.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당했는지 자각하지 못한 타카토라가 휘청거리면서 눈을 크게 떴다.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한쪽 뺨은 순식간에 빨갛게 변했다. 너무 놀라서 아려오는 곳을 손으로 만지지도 못한 채, 흔들리는 눈으로 자신의 손위형제를 바라보았다. 하자만 눈은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짜증나니까.”
타카토라의 그 얼굴을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났다. 미츠자네의 말끝에는 웃음기가 남아 있었다. 이제야 속이 후련해진 느낌이었다. 아마 이것이 미츠자네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 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자신의 것들을 빼앗아간 타카토라를 용서할 수 없었다.
오늘부터 이 집은 미츠자네가 숨쉬기 편하고 살아가기 편한 집으로 바뀌었다. 방해물은 없었다. 이 큰 저택의 주인이자 독재자는 쿠레시마 미츠자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