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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무/- ing

레몬포도 대가

Fong 2014. 5. 31. 11:49

메론<->(나름친구)레몬밋치 같은 느낌으로...? :3 



“저로는 안 되나요?”


새하얀 교복의 넥타이를 잡고 아래쪽으로 잡아당겼다. 교복의 매끄럽지 않은 천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앞에서 넥타이를 풀러 내린 미츠자네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16살의 저 소년이 과연 어디까지 나갈 것인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 소년은 꽤 진심이었는지 새하얀 마이를 벗어서 주변의 의자에 걸어두었다.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 내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진심인지 눈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교섭상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건 관능적이지도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는 스트립쇼를 봐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 센고쿠 료마가 자신의 의자를 한발로 가볍게 돌려서 시선을 피했다.


“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은… 뭔가 나한테 실례되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제가 틀린 말을 했나요? 이미 알고 있어요. 당신과 형이….”


노골적으로 자신을 피해서 등을 보인 료마의 뒤통수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본 미츠자네가 대꾸했다. 미츠자네가 꺼낸 말은 진실이 아니었다. 그저 어림짐작으로 내뱉어본 거짓. 무엇 하나 모자란 것이 없는 지위와 명예, 금전적인 것 까지도 갖추고 있는 그들이 애인 하나 없이 단 둘이 있다면 한번쯤은 생각해볼만한 일이었다.


“말해두는데, 그 말 타카토라 앞에서는 절대 하지 마.”


엄청 싫어하더라고, 일단 옷부터 입는 게 어때? 이미 그가 농담으로 던져보았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가볍게 흘리며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본인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동생인 자신의 귀까지 흘러들어 갔다는 사실을 싫어할 거라는 생각을 하자, 웃음이 나왔다.


“그럼, 저는 안 되나요?”

“하는걸 보고 결정하지.”


센고쿠 료마가 다시 미츠자네쪽으로 의자를 돌렸다. 다리를 꼬고 앉아서 깍지를 낀 손을 무릎위로 올려두고 빤히 위아래로 관찰하는 시선이 생각보다 기분이 나빴다. 옷은 전부 입었다. 남은 건 넥타이 뿐이었으나 이것 정도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바닥에 내려놓은 가방의 위에 올려두었다.

미츠자네가 료마의 앞으로 걸어왔다. 저벅저벅 걸어오는 체구가 한참 작아 보였다. 아직 미성년자라는 것이 이렇게나 작고 유약한 존재라는 것이 세삼스럽게 느껴졌다. 꼬고 있던 다리를 푼 료마가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도련님이 원하는 건?”

“당신의 힘을 원해요.”


이 아이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타카토라의 동생이면 어떤 의미로는 자신을 초월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물론, 료마가 도와주는 것이 온전한 자신의 힘이 아니라는 것과 그것이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 영리한 아이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타카토라처럼 만만하지 않아.”

“예,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불한다고 했잖아요?”

“나를 너무 값싸게 보는 걸.”


료마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미츠자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신 앞으로 다가오는 료미를 빤히 바라보는 미츠자네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긴장하고 있는지 어깨가 잔뜩 굳어 있었다. 게다가 옆에 있는 실험대를 잡고 있었다. 헬헤임 생물체에 관한 표본 몇 개가 놓여있었다. 저 정도는 깨져도 상관없다.

오른손을 뻗은 료마가 미츠자네의 턱을 붙잡았다. 그 상태로 턱을 잡아 내리자 살짝 입이 벌어졌고 그 사이로 자신의 혀를 밀어 넣었다. 당황한 표정으로 잡고 있던 실험대쪽으로 몸을 붙였다. 도망갈 생각이었는지, 뒷걸음질 치려다가 료마의 한쪽 다리를 찼다.

갑작스럽게 입안을 헤집는 어른의 혀에 미츠자네가 필사적으로 거부의 뜻을 전하기 위해 혀를 이리저리 굴렸다. 방금 전까지 료마가 마시던 커피 맛이 입안에서 감돌았다. 순간적으로 불쾌감이 극에 달하자, 미츠자네는 료마의 혀를 깨물었다. 얼굴을 찌푸린 료마가 손과 얼굴을 때어냈다.

공격하기 위해 미츠자네가 손을 올리는 것 보다 료마가 미츠자네의 손목을 잡아채는 쪽이 더 빨랐다. 혼란스러운 얼굴의 미츠자네와는 달리, 료마는 웃고 있었다.


“몸으로 지불하려는 거 아니었어?”


큭큭, 하고 즐겁다는 얼굴로 웃은 료마가 미츠자네의 손목을 잡은 손을 놓았다. 가볍게 반 바퀴를 돌아서 다시 자신이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자리에 앉지는 않았다. 서류들을 몇 번 들춰보다가 몇 뭉치를 집어서 미츠자네 쪽으로 손을 뻗어 건넸다.


“… 절 비웃을 생각인거에요?”

“대가를 치룰 뿐이야. 깨문 건 조금 아팠지만, 뭐 가끔은 이런 스릴도 있어야지.”


종이를 든 손을 살짝 움직이며 어서 받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머뭇거리던 미츠자네가 재빠르게 서류를 잡았다. 그리고 반대 손의 손등으로 입술을 훔쳤다. 료마의 눈앞에 있는 수많은 플라스크와 비커의 표면이 미츠자네의 그 행동을 비춰주었다.


“적어도 그런 건 본인이 없는 곳에서 해야지, 미츠자네군.”


매너가 엉망이네, 타카토라가 슬퍼하겠어. 책상에 허리를 기대며 팔짱을 낀 료마가 웃었다. 미츠자네는 ‘실례했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가방과 넥타이 그리고 서류를 손에 쥐고 료마의 실험실을 박차고 나갔다.

나가자마자 곧바로 화장실로 직행했다. 기분이 나쁘다. 불쾌하다. 혐오스럽다. 이런 단어만으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기분이었다. 우선 서류를 가방 안에 넣었다. 그러면서 가방 안에서 휴대용 칫솔과 치약을 꺼내서 양치질을 꺼내들었다.

치약을 칫솔에 짜서 입에 물려는 순간 거울에는 붉게 물들어서 당황하고 있는 소년 한명이 서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방황하는 모습의 소년은 분명 자신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마냥 낯설게만 느껴졌다.

칫솔을 잡은 손으로 세면대를 내려쳤다. 센고쿠 료마는 자신을 갖고 놀았다. 용서할 수 없다. 언젠가는 이 복수를 할 것이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새면대로 떨어져버린 치약을 발견한 미츠자네가 다시 칫솔에 치약을 짰다. 입안에 감도는 커피의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빨리 씻어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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