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레몬메론포도 Y자 교차로 01 본문

가이무/- ing

레몬메론포도 Y자 교차로 01

Fong 2014. 5. 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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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그가 자와메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봄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쌀쌀한 날씨였다. 3월 초의 바람은 차가웠지만 햇살만큼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대학 졸업 후 다시 찾은 자와메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5년 전 떠나기 전의 모습과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여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활기차 보이는 공원과 도시. 이 마을의 명물이라고 불리던 비트라이더즈들의 본고향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었고 공원 한곳에는 일정표가 붙어있었다.

5년 전에 대 참사가 있었던 마을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밝은 얼굴들이었다. 하긴, 아픔을 끌어안고 계속해서 살아가는 것만큼 멍청한 사람은 없다. 이미 관통한 상처를 매일같이 눌러 피가 솟구치는 것을 보며 고통과 상처를 그대로 두어 곪게 만드는 사람은 없다. 그것이 얼마나 멍청하고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을 5년 만에 자와메를 찾은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흉터가 남지 않기 위해서는 공기를 차단해야 한다고 배웠기에 그는 자신의 상처를 덮어버렸다. 5년이란 세월동안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다.

그의 청소년기를 보냈던 자와메는 그에게 있어서 대단한 곳인 모양이었다. 그 봉인해뒀던 상처들과 기억들이 하나하나 생각났다. 가장 좋아했던 사람과 함께 걸었던 거리, 같이 춤췄던 그 광장, 익숙한 비트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곧 환청이라는 것을 알고 자리에 멈춰 섰던 그가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은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저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매일 돌아가는 집을 돌아가는 것처럼 발걸음을 옮겼다.


“회사는 내일부터 출근하기로 했어요.”

“그래? 피곤하겠구나. 간단하게 과일이라도 올려 보낼까?”


이곳 자와메에 있을 때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그에게는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집에서 일하던 사람들보다도 익숙하지 않은 그들이 베푸는 친절이 새로 사 입은 옷 마냥 불편했다.


“아뇨. 금방 나갈 거에요. 산책하고 싶어서요.”


그래? 라고 묻는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았지만, 굳이 들추고 싶지도 않았고 되묻고 싶지도 않았으며 그 정도의 관심조차 쏟고 싶지 않았다. 현장에 없었던 그녀를 위로해주거나, 말을 들어주거나 본인이 스스로 말할 이유가 없었다.

계단을 올라 방으로 향했다. 5년 전의 그날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지금이라도 저 문을 열면 죽은 형이 쓰던 물건이나 옷가지들이 그대로 놓여있을 것 같았다. 형, 있어? 하고 부르면 그 저음의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 같은 감각에 휩싸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의 중첩이 닫혀있던 시간들을 말해주는 것처럼 소리를 냈다. 방안은 말끔했다. 청소는 정기적으로 하는지 먼지는 쌓여있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손길을 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5년 전에 봤던 그 방과 똑같은 물건들에 그가 하핫, 하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 하고 탄식하며 숨을 내뱉었다. 폐로 들어오는 먼지들과 한때 형의 체취였던 향들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눈물이 흘렀다. 타임머신을 타고 혼자 5년 전으로 온 기분이었다.

 


02.

짐을 방에 내려놓은 그는 핸드폰과 지갑만을 들고 집밖으로 나왔다. 점심이 조금 넘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사람이 많은 곳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기에 한숨을 쉬었다. 양복을 입은 상태로 나오니 강해지는 햇빛이 몸을 옥죄는 것 같이 답답했다. 조금 더 가벼운 옷으로 입고 와야 했었나 싶은 마음에 머리를 넘기며 한숨을 쉬었다. 조금 더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택시라도 잡아서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도로변으로 눈을 돌렸을 때였다.


"밋… 치…?"


자와메에서 밖에 들을 수 없었던 자신의 애칭에 화들짝 놀란 그가 주위를 돌아보았다. 만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그였기에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몰라 크게 뜬 눈으로 자신을 부른 그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도 설마 하는 생각으로 불렀는지, 자신이 부른 이름이 맞다는 것을 확신하고는 밝게 웃었다. 하지만 곧 5년 전의 일을 떠올리고는 다시 표정을 굳혔다. 누가 먼저 입을 열어 아는 척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주먹이 날아들어도 이상할 것 없는 사이였지만,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돌아온 거야?”

“…회사에서 발령 받았어요.”

“유그드라실인가… 그렇구나. 너는 아직도 유그드라실에 있구나.”


단념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내뱉은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조금도 변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5년의 세월은 생각보다 사람을 많이 바꾸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완전한 청년의 면모를 한 그밖에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자와메는 5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세상처럼 보였다.


“어디 가? 내가 바래다줄게.”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이 스스로 버리겠다고 말하고 나왔기에 입을 열수 없었다. 상대가 그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말리고 잡았던 사람이 그가 아니던가.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대로 침묵한다고 해결되지 않았다. 5년 전의 그가 배운 것은 이것이었다. 생각하고 있는 것을 어떤 형태로든 입 밖으로 내는 것. 자신의 말이나 의견에 불만을 표하는 자가 있다면 그 사람의 이유를 듣는 것. 더 이상 참는 것으로는 얻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자와메 스퀘어요.”


그의 말을 들은 남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금세 다시 웃는 얼굴을 해 보았다. 그래, 너라면 그럴 줄 알았어 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 역시도 5년전의 자와메의 대 재앙에 휘말렸던 사람이었다. 어찌 보면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깊은 관련인 이었다. 카즈라바 코우타는 자와메 스퀘어와 가장 깊은 연관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와메 스퀘어는 5년 전에 닫힌 헬헤임에서 발생한 모든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헬헤임 연구와 헬헤임의 식물이 도시나 사람을 침식하는 것을 제지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과 피해를 입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기리는 커다란 탑이 있었다.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새겼다고는 하지만 빠진 사람도 있었다. 이름도 모른 채 잠식하는 그들에게 무기력하게 당했던 사람들의 마지막 길이라도 편히 보내주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이 자와메에서 유일하게 유그드라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공원의 입구에 도착하고 코우타는 차를 주차하기 위해 주변을 기웃거렸다. 낮에는 사람이 별로 없는 곳이었기에 주차공간이 있었다. 코우타가 먼저 내려서 기다리라고 말했기에 그는 먼저 차에서 내렸다. 주차장으로 향하려는 코우타의 전화가 울렸다. 마이? 응? 아- 나 지금 조금 일이 있어서. 곤란한 목소리를 들은 그가 방해되지 않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먼저 가서 기다릴게요.”


처음 와보는 곳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알았다. 멀리서도 보이는 커다란 보라색 탑이 보였기 때문이다. 고개를 끄덕이는 코우타를 한번 보고는 무덤덤한 얼굴로 걸었다. 정말로 유그드라실의 손길은 타지 않았는지 조잡해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통일성이 없는 건축물들이나 식물들이 보였다. 그래도 관리는 꾸준히 하는 모양이었다.

탑 근처의 꽃집이 하나 있었다. 하얀 꽃들이 대부분인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백합이 그의 눈에 가장 눈에 띄었다. 그 다음으로 눈에 띈 꽃은 노란색 꽃이었다. 이름은 알 수 없었지만 그 향기가 굉장히 좋다는 것 밖에는 알 수가 없었다.


“하나 만들어 드릴까요?”

“아… 예. 백합이랑, 이걸로 주세요.”


점원으로 보이는 여자는 그가 가리킨 꽃들을 꺼내어 능숙한 손놀림으로 다듬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고른 꽃들이 순식간에 포장되어 꽃다발로 만들어져 가는 것을 보았다. 금세 완성되는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유그드라실의 일처리 같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기분이 나빠졌다.

그가 빤히 꽃다발을 바라보고 있자, 꽃다발을 만들던 점원은 카운터에 놓여있는 작은 카드를 하나 집어서는 그에게 내밀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동작에 그가 눈을 깜박이며 점원을 보았다.


“아메지스트 타워에 놓으실 거 아니었어요?”

“그렇습니다만….”

“혹시 처음이신가요? 저희 가게에서는 메시지를 적는 카드를 드리고 있어요. 닿지는 못하더라도 전하고 싶은 말이 남아서 이렇게 찾아오신 거잖아요?”


평소라면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가 제멋대로 떠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이 자와메이기 때문인지 그는 점원의 말에 작게 탄식했다. 자신에게는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이 남아있었다. 말이 부족했기에 일어난 일들이니 당연한 것이다.

카드를 받아든 그는 연두색으로 된 카드를 바라보았다. 친절하게 팬 까지 주었다. 팬을 받아든 그는 그곳에 무엇을 쓸까 고민했다.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써야 할까. 그곳은 평안합니까? 잘 지냈어요? 거긴 어때요?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편지의 내용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이런 형식적인 인사는 필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간결하게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말해주면 될 것이다. 5년 전 헬헤임에서 목숨을 잃은 그가 가장 원하던 결과가 지금 자와메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방조했던 기억들이 생각났으나, 심호흡을 한번 하는 것으로 감정을 눌렀다.

아무리 죽은 사람이라도,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런 싸구려 팬으로 적을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옷 안에서 만년필을 꺼내었다. 연두색의 작은 카드 앞에 네 글자를 썼다. 吳島 貴虎. 얼마 만에 써보는 이름일까. 5년도 더 된 것 같았다. 분명히 익숙한 이름인데도 너무나도 생소한 감각에 그 이후부터는 손이 떨려서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다.


“꽃다발 완성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는 돈을 지불하고 꽃다발을 받았다. 그가 팬을 멈췄기에 카드를 전부 작성했다고 생각한 점원은 은색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스티커로 꽃다발에 카드를 붙였다. 값을 치른 후, 웃는 점원을 뒤로하고 탑으로 향했다.

자와메 스퀘어의 아메지스트 타워는 그 이름 그대로 보랏빛을 띄우고 있었다. 아이러니한 기분이었다. 아메지스트 타워는 헬헤임의 열매와도 같은 색을 하고 있었다. 보랏빛과 자줏빛이 뒤엉킨 유리로 된 탑이었다. 반사되는 면 하나하나에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탑의 중간에는 꽃으로 장식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각자 자신의 잃어버린 사람들을 기리는 꽃들로 가득했다.


“여기 와본 적 있어?”

“아뇨. 처음이에요.”


그의 옆에 선 코우타가 물었다.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이 오히려 코우타의 마음을 더 쓰라리게 했다. 멍하게 서서 탑을 바라보는 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충격을 받아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코우타의 눈에 보이는 그는 이제야 형인 쿠레시마 타카토라의 죽음을 받아드리는 것처럼 보였다.

5년 전의 자신과 그, 쿠레시마 미츠자네도 어렸다. 쿠레시마 타카토라는 미츠자네의 형이었고 어른이었고 그 누구보다도 평화로운 것을 바라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코우타가 기억하는 타카토라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제서 죽음을 실감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미츠자네는 크랙이 수습되자마자 도망치듯 자와메를 나갔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나쁜 취미네요. 누가 이런 색으로 탑을 만들자고 한 거에요?”

“음-. 나도 좀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말야. 아메지스트의 뜻이 뭔지 알아?” 

“보석에도 뜻이 있었군요.”


미츠자네가 탑 아래쪽에 꽃으로 장식하는 곳의 한곳 구석에 방금 산 꽃을 올려 두었다. 두 손을 모아 눈을 감는 간단한 목례는 없었다. 애초에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미츠자네는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타카토라가 사랑하고 목숨을 마쳤던 이 마을은 과연 얼마나 그를 기억하고 있는가. 그것으로 타카토라가 하던 일은 멍청한 일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의 죽음을 방조했던 일을 정당화 하고 싶었다.


“응. 그렇다는 거 같다. 다른 건 잘 모르지만, ‘마음의 평화’라고 마이한테서 들었어.”

“마음의 평화….”


심신이 평안하면 모든 게 다 평화롭게 느껴진다는 걸까. 아니면 모든걸 용서하고 받아드릴 수 있게 된다는 걸까. 자와메 스퀘어의 아메지스트 타워는 헬헤임의 공포에 떨었던 주민들이 평화를 기원하며 만들었다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을 뿐이었을 것이다. 헬헤임의 열매와 같은 색을 하면서도 평화를 바란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마치 형인 타카토라와도 같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코우타 씨는 지금이 평화롭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나는, 내 마음은 평화롭다고 생각해.”


변하지 않았다. 인간은 평화를 원한다. 의식주와 수면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면 다음은 안전에 대한 욕구를, 다음은 소속을 위한 욕구를 추구한다. 미츠자네가 생각하는 코우타는 이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 외의 발전을 도모하지 않은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그의 목표는 낮고, 단순했다.


“그러시군요.”


동조한 말이 아니었다. 코우타는 아직도 5년전의 그 상태라는 것을 받아드렸을 뿐이었다. 미츠자네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 아직 모든 것을 손에 넣지 못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안락만을 추구하는 코우타와 자신은 본질적으로 틀리다는 것을 다시금 알아차렸다.

미츠자네는 자신이 올려놓은 꽃다발에 붙어있는 카드를 손으로 잡아 뜯었다. 이런 곳에 형의 이름을 걸어두고 싶지 않았다. 은색의 스티커를 조심스럽게 카드로부터 때어내서 카드의 뒷면에 붙였다. 그는 희생자가 아니었다. 그 역시도 이 자와메를 없애려고 했던 방조자였다. 쿠레시마 타카토라, 라고 밖에 쓰여 있지 않은 카드를 만년필을 넣어둔 안주머니에 넣었다.


“밋치!”


두 번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좋아했던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기로 결심했다. 무서울 정도로 손쉽게 입 밖으로 나왔다. 익숙한 감각이었다. 맨 처음 코우타에게 거짓말을 했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던 걸까?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감사해요. 코우타씨. 다음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때도 ‘밋치’라고 불러주세요.”


자와메는 과거의 자신을 끄집어내어 혼란스럽게 만든다. 한시라도 빨리 자와메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03.

잠들기 전, 미츠자네는 출근 준비를 했다. 양복과 셔츠, 넥타이. 전달해야 할 서류들과 전달사항들을 적어놓은 작은 노트들을 보다가 내일 만나야 할 사람을 생각하고는 양복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찾았다. 만년필을 꺼내자, 바닥으로 연두빛의 작은 카드가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吳島 貴虎, 라고 쓰여있는 카드를 주워든 미츠자네는 숨을 내쉬고 카드를 주워들었다. 수첩에 적어야 하는 것을 잊고 한참이나 그 카드를 바라보다가 결국 카드를 열었다. 만년필의 뚜껑을 열고 다른 종이에 몇번 줄을 그어본 다음,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글자를 써내려갔다.


오늘의 세계는 평화롭습니다. - 형에게.

스스로 쓰고도 바보 같아서 혼자 피식피식 웃어버렸다. 미츠자네는 자신의 손에서 팬을 놓고 하하, 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허탈함을 담은 웃음이었다. 웃음이 끝난 후에는 쪼그라들어서 바스라질것 같은 숨소리를 내뱉었다. 시아가 흐려졌다. 5년이나 지났건만, 자신은 아직도 16살의 쿠레시마 미츠자네로 남아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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