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포도 微溫 본문

가이무/- ing

포도 微溫

Fong 2014. 7. 1. 01:44

더 이상 사람의 온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방의 아침이 밝았다. 집 밖은 여전히 태양이 떴고 그 온기가 어슴푸레하게 비춰져서 아침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오버로드가 자와메와 지구를 침식해도 해는 여전히 떴다.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영원하고 불멸한 것은 분명 손에 넣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오버로드의 강함은 증명되었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이야 말로 완벽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변하지 않는 답답한 사람이 떠올라서 금세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다가 그는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 카즈라바 코우타는 변하지 않지만, 완전하지 않다. 나약하고 우둔하고 눈치라고는 조금도 없는 사람이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는 약자였다. 이렇게 생각하니 진정되는 것 같았다.

원래부터 따뜻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집이었지만, 혼자라고 생각하니 더 허탈하게 느껴졌다. 원래부터 텅 빈 집안이었는데 왜 이제 와서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지는 건지 그조차도 몰랐다. 이 모든 상황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지시나 간섭 없이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신선한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세계. 이것이야 말로 그가 추구하던 이상적인 세계였다. 분명 그래야 했다.


“재미없어.”


갈라지는 목소리로 그가, 이 텅빈 저택의 주인이 된 쿠레시마 미츠자네가 중얼거렸다. 이제 모든 것이 자신의 것임에도 재미가 없었다. 흥미롭지 않았다. 이제 와서 형의 빈자리를 느낀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언제나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답답한 느낌이었다. 무언가가 개운치 않은 이 느낌이 싫었다.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 순간, 미츠자네는 자신의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는 외톨이가 되었다는 것을 자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권력을 가진 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통치자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그 주위에 사람이 있다면 매우 큰 행운이겠지만, 보통은 없다. 그렇기에 자신은 보통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은 지금부터 만들면 된다. 지금은 시작이기 때문이다.

아침을 먹기 위해서 부엌으로 향했다. 깨끗하게 정돈된 식기들 위에 약간의 먼지가 쌓였다. 쌓일 정도가 아니었으니 허용범위 안이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전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 부근은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미츠자네는 냉장고에서 빵과 잼을 꺼냈다. 원래라면 따뜻하고 노릇하게 구워져서 바삭거리는 식빵이 취향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사치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몇 단을 돌려야 자신이 좋아하는 상태의 빵으로 구워지는지를 몰랐다.

문득, 식사를 담당하던 사람이 개인사정으로 오지 못했을 때 자신의 손위형제가 남겨두었던 쪽지가 생각났다. 토스트는 2단으로 5분. 반드시 양쪽 다 빵을 넣을 것. 이라는 짧은 쪽지였었다. 간결한 글씨는 컴퓨터로 뽑아낸 것처럼 간결하고 정확해서 종이 뒷면을 손가락으로 더듬어서 눌린 자국을 확인해 볼 정도였다. 토스트기에 전원을 켜고 2단으로 맞춘 후 타이머를 설정했다.

이제 완벽했다. 냉장고에 남아있는 우유를 마시기 위해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컵을 집어 들었다가, 옆에 있는 색바랜 머그컵을 보았다. 타카토라가 항상 쓰는 머그컵이었다.

미츠자네는 형의 머그컵을 매만졌다. 항상 같은 머그컵만 썼었다. 자와메에 처음 왔을 때부터 있었던 머그컵이었다. 사실 미츠자네가 의식한 것이 자와메에 와서부터 였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했던 건 그 전일지도 모른다.

한 번도 제대로 본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머그컵을 집어 들었다. 생각보다 가벼웠고, 어딘가 서툴게 보여서 불량품 같았다. 컵 안쪽에 글씨가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뭐라고 쓰였는지는 읽을수 없었다. 얼마나 쓴 건지 컵 안쪽은 이미 바깥과는 완벽하게 다른색을 하고 있었다.

머그컵 손잡이를 잡자 안쪽에 무언가 파여진 부분이 느껴졌다. 한손으로 머그컵의 안쪽을 잡고 다른 손으로 손잡이 안쪽을 쓸어보았다. 삐뚤빼뚤하게 쿠레시마 미츠자네 라고 쓰인 감촉이 느껴졌다. 어째서 자신의 이름이 쓰여 있는 걸까.

누렇게 변한 하얀 머그컵에 희미한 과일 모양을 본 미츠자네는 그 컵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유치원 때 체험학습으로 글씨를 넣었던 머그컵이었다. 부모님이 본격적으로 떨어져 지내기 시작했을 때 형을 준다면서 만든 것이었다.


“바보같아.”


얼마든지 좋은 컵이 있었을 것이다. 깨끗하고 그의 품위에 걸맞은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타카토라는 이것을 갖고 있었는지, 또 매번 사용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독선적이고 자기 멋대로 하고, 자신의 길을 멋대로 설계한 사람이 왜 자신이 어릴 적 물건을 갖고 있는 걸까. 이렇게 어릴 때부터 자신을 봐왔다고 티를 내고 싶었던 걸까?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니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마 오랫동안 만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형은 이 컵을 쥐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낡아빠진 컵이 뭐라고 갖고 있었을까. 흐릿한 색이 있는 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손잡이를 항상 잡고 있던 타카토라의 온기처럼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흐려졌다. 이런 전개는 예상하지 못했다. 시야를 한가득 뿌옇게 가리던 것이 눈을 한 번 깜박인 것으로 금세 말끔해졌다. 그 후에 보이는 것은 떨려오는 머그컵이었다.

미츠자네가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원래 있던 자리에 놓았다. 마냥 가냘프지만은 않은 어께가 떨려왔다. 하지만 큰소리는 나지 않았다. 따뜻한 아침햇살이 미츠자네를 달래주는 것처럼 등을 비추었다. 아무도 없는 빈 집에는 소년의 숨죽여 우는 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땡, 하는 소리가 집안에 울렸다. 덜컹 하며 토스트가 올라온 소리가 났다. 타이머의 소리를 기점으로 미츠자네는 고개를 들었다. 소매로 서둘러서 얼굴을 수습하고는 붉어지고 촉촉해진 눈으로 컵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난 잘못하지 않았어.”


타카토라가 쓰던 컵을 토스트기 옆에 두었다. 그 컵에 우유를 따르고 접시를 꺼내서 빵을 담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을 먹었다. 조금 느린 속도였지만 빵과 우유뿐이었기에 십분 안으로 식사가 끝났다.

식사가 끝난 후에도 미츠자네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참동안 토스트기와 컵을 바라보던 미츠자네가 아직도 미적지근한 온기가 남아있는 토스트기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2단으로 맞추었다. 전원이 연결되지 않아 작동하지 않는 것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그 온기기 식기 전에 집에서 나갔다.

미츠자네는 토스트기의 온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가까스로 온도가 남아있는 그 온도가 타카토라의 온도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텅 빈 쿠레시마의 저택에는 2단으로 맞추어진 토스트기만이 그 집의 유일한 온기를 지니고 있었다.

쿠레시마 미츠자네에겐 더 이상 어루만질 온기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이무 > - 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몬포도 우물 안 개구리  (0) 2014.07.05
메론<-포도 쉼표  (0) 2014.07.03
포도메론 여우가 쓴 늑대탈  (0) 2014.06.27
레몬포도 대가  (0) 2014.05.31
레몬메론포도 Y자 교차로 01  (0) 2014.05.3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