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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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스가른

[카게스가] 발렌타인데이 키스

Fong 2017. 2. 19. 23:54

주간 스가른 : 발렌타인 데이

추천 BGM : Goose house - バレンタイン・キッス/国生さゆり(Cover) https://youtu.be/0iNlmysyP5A

시기상 일본과 다르겠지만... 한국으로 생각해도 뭔가 이상하지만! 감안하고 봐주세요.. 감사합니다ㅠㅠ





2월 13일 저녁, 부활동이 끝나기 전 당번인 타나카를 대신해서 스가와라가 열쇠를 받아갔다.내일은 내가 일찍 나와야 하니까, 라며 열쇠를 받아갔다. 타나카는 기쁜 얼굴로 열쇠를 두 손으로 공손히 내밀었다. 그걸 보던 사와무라는 배부른 녀석, 하고 웃으며 넘겼다.

내일은 선배를 조금 더 일찍 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정해진 만큼의 용돈을 받고 있었지만, 어젯밤에 부모님께 좋아하는 선배에게 줄 초콜렛을 사기 위해 조금 더 용돈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자 아버지가 지갑에서 카드를 쥐어 주었다. 가격은 걱정하지 말고 고르렴, 의리 초콜렛조차 돌려본 적 없는 카게야마의 입에서 배구외의 좋아하는 것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졌다.

부활동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체육관에서 신입생을 위한 공연을 연습하기 위해 장비 저녁에 장비점검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스가와라와 카게야마는 집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지 않고 시내로 나가는 버스 정류장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일이 있어서, 라고 말하자 대부분 알아들은 눈치였다. 두 사람은 낌새가 보였으니까.


“카게야마, 너도 시내 나가?”

“앗, 네! 그... 초콜렛 사려고요.”

“헤에... 카게야마도 그런 날을 챙기는 구나?”


의외로 솔직하게 말해주네. 스가와라는 카게야마의 대답에 살짝 소리내어 웃었다. 버스가 두 사람 앞에 섰다. 올라가서 카드를 찍고 내리는 문의 바로 앞의 의자에 앉았다. 바로 옆에 카게야마가 앉으면서 대답했다.


“아뇨, 그...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


어지간히 마음에 드는 사람인가봐,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도 편의점에서 파는 초콜렛이 아닌 시내로 나가서 살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이건 조금 다행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봐둔 곳이라도 있어?”

“아, 네. 그....”


카게야마는 자신의 헨드폰 화면의 약도를 보여주었다. 와, 나랑 같은 곳이네 라고 대답해주자 정말요!? 라며 놀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러다가 같은 초콜렛을 사는거 아닐까, 그러면 놀라움이 없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케이크나 초콜렛, 타르트를 먹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스가와라의 누나의 추천으로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맛있고 입에 착 감기면서 들척거리지 않는 맛있는 초콜렛, 이라는 수많은 형용사를 달며 추천해준 곳이었다.


“서, 선배도 초콜렛 사러 가시는 거에요!?”

“응. 난 예약 했어.”


스가와라의 말에 충격을 먹은 사람처럼 스가와라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더듬었다. 무언가 갑자기 잃어버린 사람과 같은 허망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스가와라를 바라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 내일... 주시려고요?”

“그렇... 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렛을 주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 물론 반 여학생들에게 화이트 데이 때 의리 사탕을 준다거나 의리 초콜렛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외의 의도나 생각으로 초콜렛을 준적은 없다. 일단 줄 시간도, 기회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줄 사람이 없었다.

많이 받는가 묻는다면, 많이 받는다. 일부러 사람이 없는 시간에 등교할 정도로 신발장에서 기다렸다가 주는 학생도, 반으로 찾아와서 주는 학생도, 아침 연습을 다녀오면 쌓여있는 초콜렛을 보는 것도 그리 흔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점심시간에는 사와쿠라와 붙어서 빠르게 점심을 먹고 사라지면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스스로가 잘 생겼다거나, 인기가 많다는 생각은 해본적은 없었지만 의외로 먹히는 얼굴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내일은 최대한 일찍, 그리고 최대한 늦게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 시간의 대부분은 배구부에서 보낼 예정이었고 초콜렛 역시 배구부에서 넘겨주려 했었다. 가장 자연스럽게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발렌타인데이에 진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튀지도 않으며 유치하지 않은, 상대방에게 제대로 고백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생각해서 탈의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건넨다거나, 집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 불러서 초콜렛을 전달하는 방법, 점심시간에도 연습을 할 카게야마에게 건네주며 고백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보았지만 전부 누나에게 진부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조, 좋아하시는 분... 있으... 셨어요?”

“어? 으음... 응.”


조심스럽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묻는 카게야마 계속 말을 더듬으며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아, 어쩐다. 지금 그게 너야, 라고 고백하면 이상하겠지? 초콜렛도 없는데. 적어도 초콜렛은 주고 나서 말할 계획이었는데. 이 시끄러운 차 안에서 고백하는 건 너무 이상하지 않나? 결국 대답을 얼버무리자, 카게야마는 눈에 보일 정도로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카게야마는 거기 어떻게 알았어? 주변에선 잘 모르는거 같은데, 여기 초콜렛 맛있더라고.”

“검색해서 가장 먼저 나오는 곳에 예약했을 뿐이라서...”


어라 그렇게 유명했던가? 스가와라의 누나의 말로는 별로 그런 것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맛있고 좋은 집은 유명해져서 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판매를 하는 쪽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득이니까. 검색하면 가장 처음 나오는 곳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스가와라는 그저 카게야마와 겹치지 않은 세트를 주문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시내에 도착할 동안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게야마는 스가와라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긴 했으나 집중해서 듣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몰랐지만, 무언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스가와라는 사실 이번 고백은 조금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적당히 편의점에서 파는 초콜렛인 척, 아무렇지 않게 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비싼 가격의 초콜렛이라는 걸을 알게 되면 거절할 것 같았다. 아니, 일단 카게야마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줄 초콜렛을 사러 가는데 나도 초콜렛을 사는걸 봐 버린것도 모자라서 어제 같이 가서 샀던 초콜렛을 준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스가와라 선배는 그, 그 사람에게 고백 하시려고요?”


그게 너야 카게야마. 너라고! 여기서 긍정적으로 대답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대답을 흐리는 쪽이 좋을까. 이미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렛을 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고백이나 다름없는데 이제와서 ‘그냥 성의를 표시하기 위한 거야’라고 말하기에는 늦어버렸다. 대답하지 않고 카게야마에게 웃어 보이자 카게야마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두 사람은 말없이 목적지까지 걸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운터로 가서 스가와라의 이름을 말하자 예쁘게 포장되어 리본까지 묶여 있는 초콜렛을 받았다. 이미 포장지의 색상과 리본까지 정해서 주문한 스가와라와는 달리 카게야마는 이것저것 주문을 덧붙여야 했다. 급하게 예약한 모양이었다.

점원의 말이 어렵지는 않을 텐데, 점원의 말을 들으며 한참을 고민하던 카게야마는 여유롭게 서있는 스가와라를 불렀다. 선배, 하고 부르는 소리에 고심하는 카게야마의 옆으로 다가갔다.


“제가 잘 몰라서... 어떤 초콜렛이 맛있나요?”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야?”


예약했다는 건 그저 수량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인 모양이었다. 어떤 초콜렛이 좋으려나. 스가와라는 생초콜렛을 좋아했다.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좋기 때문이다. 잘게 부순 견과류가 있는 초콜렛은 양치에 신경 써야 해서 싫었다. 원래라면 견과류가 들어간 초콜렛이 좋았지만, 사랑니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가와라는 자신의 취향대로 몇 가지를 추천해 주자, 카게야마는 그것을 그대로 선택해 담았다.


“내가 골라줘도 괜찮은 거야?”

“네. 마지막 하나는 어떤 걸로 할까요?”

“그러게... 뭐가 좋으려나.”


두 사람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던 점원이 가장 위쪽의 두 마리의 백조가 서로의 머리를 맞대며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는 초콜렛을 가리켰다. 발렌타인 데이의 달콤한 키스를 위한 초콜렛, 이라고 쓰여있는 문구에 카게야마가 얼굴을 붉혔다.


“이건 어떠세요? 안쪽에 사탕이 들어 있어서 두 사람의 오랜 입맞춤을 위해서 생각한 초콜렛이에요.”

“이, 입맞춤...?!”

“여기 백조 한쪽씩을 입술로 물면 안에 든 사탕이 나온답니다. 이쪽 줄은 체리맛, 이쪽 줄은 커피맛이에요.”


이게 가장 잘 나가요, 라며 점원이 친절하게 웃으며 추천해 주었다. 카게야마는 스가와라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스가와라가 카게야마의 간절한 표정으로 선배가 골라주세요, 라고 말하는 메시지를 읽었다. 스가와라는 망설임 없이 체리맛을 골랐다. 카게야마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누군지 몰라도 커피 보다는 체리가 어울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포장된 초콜렛을 들고 나온 카게야마는 뚜껑으로 보이는 초콜렛들을 보다가 가장 중간에 놓인 두 마리의 백조의 모양이 초콜렛을 보며 계속 얼굴을 붉혔다가 심호흡을 하며 얼굴을 식히기를 반복했다. 스가와라는 계속 부끄러워하는 카게야마를 보며 웃었다. 자신에게 올 초콜렛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카게야마, 너 계속 엉큼한 생각하고 있는 거야?”

“네, 네!? 그, 그럴리가요!!”


얼굴은 다 뻘게져서 뭐가 아니라는 건지, 스가와라가 살짝 놀리니 더 붉어진 표정에 당황이 가득했다. 좋겠다. 카게야마의 초콜렛을 받는 사람도 카게야마를 좋아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 초콜렛은 그냥 누나에게 주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고백도 하기 전에 차인 이 씁쓸한 기분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다. 스가와라를 따라 버스에서 내린 카게야마는 무언가 결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 정거장은 더 가서 내려도 괜찮았을 텐데.


“저, 스가와라 선배!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집으로 가려던 스가와라는 카게야마쪽으로 몸을 돌렸다. 카게야마는 점원이 애써 예쁘게 포장한 포장지를 뜯어내고 있었다. 벚꽃색에 빤짝이가 잔뜩 들어간 리본을 풀고 가장 중간에 있던 백조 모양의 초콜렛을 꺼내 반을 자신의 입이 물었다. 그 상태로 뚜껑을 닫아 자신의 가방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다. 그리고 서슴없이 스가와라의 양 볼을 잡아 당겨서 입을 맞추었다.

입안에 감도는 밀크 초콜렛의 맛에 스가와라가 놀라서 굳은 상태로 카게야마를 보았다. 카게야마는 하늘 저편에서 지고 있는 노을처럼 붉어져서는 초콜렛 사이로 벌어진 스가와라의 입 안으로 다가왔다. 밀크 초콜렛이 미끈거리고 물컹한 혀의 감촉과 함께 입안에 퍼졌다. 초콜렛을 혀 위에 두고 오고 간 키스였다.

스가와라가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전에 카게야마는 이로 초콜렛을 두 동강 내서 반은 스가와라의 입에, 다른 반쪽은 자신의 입에 넣고는 그 상태로 자신의 집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 카게야마! 하고 불러 새우기에는 이미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달리기는 어찌나 빠른지, 스가와라는 전력으로 뛰어도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멍한 표정으로 카게야마가 뛰어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입안에서 밀크 초콜렛과 체리맛 이 함께 감돌았다. 그리고 내일도 같은 맛이 나는 초콜렛을 카게야마와 함께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쓰느라 퇴탈고는 나중에ㅠ

성인되고 나서 최컾의 무슨 데이 챙겨준 적 한번도 없는거 같은데 정말 카게스가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늦었지만..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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