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걸어요

[오랜+포도] RPG GAIMSAGA The Beginning ~ 절망의 포도 上편 ~ 본문

가이무/- ing

[오랜+포도] RPG GAIMSAGA The Beginning ~ 절망의 포도 上편 ~

Fong 2017. 3. 29. 23:23

특촬 RPG합작 쿠레시마 미츠자네로 참가했습니다!

페어인 슭곰님의 카즈라바 코우타 편도 잘 부탁드립니다.


합작 페이지 : http://questoku.tistory.com/5

슭님의 페어글 : http://springhaze.tistory.com/45 


해피 만우절!




#01.

햇빛이 눈을 찌르듯이 비쳤다. 원래 아침잠이 많아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유달리 미츠자네의 눈을 찔렀다. 마치 유리 조각으로 눈을 쑤시는 듯한 아픔에 미츠자네는 눈을 떴다. 이제 막 아침이 되었는지 하얀빛 보단 붉은색에 가까운 태양이 떴다. 집에서는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엄청난 크기의 태양이었다.


“이게... 뭐...!?”


창틀도 이상했다. 나무로 된 옛날식의 창밖으로 보였다. 분명 자기 전에 입었던 실크잠옷은 부드러운 면으로 된 잠옷으로 되어 있었다. 심지어 어릴 때도 입어본 적이 없던 원피스형이었다.

얼른 옷을 갈아입어야겠다고 생각한 미츠자네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처음 보는 방이었지만, 마치 항상 여기서 지냈던 것 마냥 익숙했다. 옷은 옆의 옷장 안에 들어있다. 오늘을 위해 형이 한 달 전부터 준비해준 옷이었다. 활동하기 편해 보이는 옷을 집어 들고 자연스럽게 옷장 옆의 활과 화살통을 들어서 맸다.

이것도 너무나 익숙했다. 자신의 직업은 궁수였다. 마법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았지만 전혀 할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무기와 옷을 완벽하게 점검한 후에 방 밖으로 나가니 사용인들이 옷을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적어도 현대 사회에서는 입지 않을 옷이었다.

그들의 안내를 따라 다른 건물로 옮겨갔다. 그곳에는 로브를 쓰고 있는 쿠레시마 타카토라가 있었다. 마치 미츠자네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약간의 초조함을 담고 있다. 정장이 아닌 옷임에도 불구하고 답답하게 조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드디어 오늘이 성인식 날이구나.”


아직 까마득하게 멀었다고 생각되었지만, 오늘은 성인식을 치루는 날이었다. 여기 도에이 대륙의 자와메 마을에서 내려오는 성인식을 통과해야만 한 사람의 성인으로 인정받는다. 자와메 마을의 성인식은 고되고 어렵다.

마족의 뿔을 배어오는 것이 자와메 마을의 성인식의 방식이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성인식이지만, 이 마을의 모두가 같은 성인식을 치뤘다. 자와메 마을은 지리적으로 특수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너도 이제 생일이 지났으니 당연히 마을의 성인식을 치러야 한다. 특히나 쿠레시마의 피를 가진 너는 가장 뛰어난 헬헤임의 파수꾼이 되어서....”


분명 다른 세계의 형일텐데도 말하는 것은 똑같았다. 그러고 보니, 성인식으로 마족의 뿔을 잘라오는 게임의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마족을 상대하는 성인식은 무리야!’ 라는 문구와 공들여서 그려진 캐릭터가 그려져 있던 광고를 기억해냈다. 가이무의 맴버들도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특히 코우타가 미츠자네에게 권했었던 기억이 났다.


“... 서두가 길었구나. 마을 입구에 너와 함께 갈 동료가 있을 거다.”


지루한 잔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먹는 것은 익숙했다. 타카토라는 여기서도 별로 밥을 먹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오늘부터 며칠간 이렇게 재대로 나오는 식사를 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직감해서 일부러 조금 더 먹었다.


“응. 알겠어. 다녀올게.”


포크를 내려놓고 언제나 타카토라 앞에서 지었던 얼굴과 웃음을 보였으나 타카토라는 여전히 안심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다가. 그래, 하고 대답할 때는 미츠자네가 알고 있던 담담한 얼굴을 했다.

타카토라와 사용인들의 배웅을 받고 집밖을 나섰다. 마을에 중심에 있는 장로의 집이기 때문인지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녔다. 모두가 각자의 무기를 갖고 다니고 있었다. 밖에서는 아무도 미츠자네를 아는 척 하거나 일부러 인사를 하지 않았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보는 마을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몸이 이 마을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 외에도 헛것을 보는 것 마냥 반투명한 화살표가 공중에서 길안내를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이 꿈에서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나온다면, 미츠자네는 가이무의 팀원들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가이무의 팀원들과 함께 있으면 즐겁고 재미있다. 특히 전투에 관한 것이라면 형인 타카토라보다 가이무의 맴버들이 더 듬직하다고 생각되었다.

그 중, 단 한명을 꼽는다면 카즈라바 코우타가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도 운동신경이 뛰어나기도 했고 편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학교에서 만나는 불편한 동급생이 아니기를 바라며 미츠자네는 조금 일찍 온 마을의 입구의 표지판 앞에 섰다.

분명 처음 가서 두려워야 하는데 뭔가 기대도 되고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역시 이곳은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꿈을 기억하고 깨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이무의 팀원들에게 이야기를 해 준다면 분명 모두가 웃을 것이다.

터벅터벅,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누구일까, 하고 미츠자네가 마을 쪽을 돌아보자 매우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미츠자네가 놀라서 아무말도 하지 못한 사이에 상대방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밋치!”

“코우타 형!”






#02.

두 사람이 가야할 곳은 헬헤임 숲의 경계, 라는 곳이었다. 그곳은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마족의 소굴이다. 꼬박 걸어서 이틀이 걸리는 비교적 짧은 거리였다. 코우타와 만난 미츠자네는 마치 현실에서의 코우타와 이야기 하는 것 마냥 편하고 친밀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어차피 눈앞에 있는 코우타도 게임속의 캐릭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코우타가 먼저 멈춰서 쉴 곳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미츠자네는 이런 것에 관한 지식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코우타의 말에 따랐다. 코우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코우타가 가는 곳으로 따라갔을 뿐이었다.


“이제 한 명은 불을 피우면서 텐트를 치고, 한 명은 사냥만 해오면 될 것 같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코우타를 바라보았다. 불을 피운다니, 절대 무리였다. 어딘가의 스킬창에 불피우기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으나, 처참한 랭크에 미츠자네는 코우타가 말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사냥하고 올게요. 활로 쏘면 금방일테니까요.”

“알겠어! 부탁할게.”


미츠자네는 코우타를 뒤로하고 먹을거리가 있을 법한 곳으로 향했다. 이 숲속은 꽤나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다. 아직까지는 마족의 영향을 받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살펴보면 작은 들짐승이 있을 것이다. 한두 마리 정도 잡으면 내일 다른 거점에 도착할 때 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코우타와 떨어진 곳으로 인기척을 죽이고 동물의 흔적을 찾다가 토끼굴을 발견했다. 사냥을 나간 모양인지 굴 안에는 그 무엇도 없었다. 이 숲에 사는 토끼는 먹을 것을 구하러 바깥에 나갔다가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온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리면 토끼가 올 것이다. 게다가 그 토끼를 주식으로 하는 커다란 새도 반대쪽 나무 위에 숨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미츠자네는 사냥감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가장 아래쪽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책 모양의 아이콘을 보았다. 캐릭터 시나리오, 라고 쓰여 있었다. 역시 이 안은 게임속이 분명했다. 개인별 스토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아니 애초에 마족을 죽이러 가는 것 외의 이야기가 존재한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반대편 나무의 새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겨냥하고 기다리면 된다. 미츠자네는 은은한 빛을 내는 캐릭터 시나리오 아이콘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 책에서 밝은 빛이 나기 시작했다.




“어머니!!”


열 살 남짓한 어린 타카토라가 마을 입구로 여기저기 다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오는 한 여자를 보며 달려갔다. 그 소리에 경비를 서고 있던 마을 사람은 제법 놀란 것 같았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타카토라만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확실한 타카토라의 어머니인지 타카토라를 보고 꼭 껴안아 주었다. 다행이구나, 라는 목소리는 꺼지듯이 작은 소리였다. 경비대장의 목소리에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던 경비들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를 부축해서 장로의 집으로 옮겼다.

젊은 장로의 부인인 그녀는 마을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닌 마법사였다. 결계와 회복을 주로 사용하는 그녀 덕분에 마을은 언제나 안전했고 웬만한 마족은 가까이에도 오지 못했다. 마을에 있는 자들은 항상 그녀의 축복을 받으며 지냈기에 병도 걸리지 않고 회복도 빨랐다. 심지어 그녀가 없던 시간 동안 그것들이 사라진 적은 없었다.

마을에 도착한 그녀는 2주 후에 깨어났다. 마을의 장로와 경비대장, 몇몇 마스터들이 그녀의 자초지종을 듣고 돌아간 이후로, 그녀는 바깥사람과는 교류하지 않았다. 그녀의 배가 점점 불러왔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분명하나 아버지가 불분명한 아이는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형과는 달리 빛의 과실이라는 뜻의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아이였다.


─ 더럽혀진 여자의 불결한 아이.

─ 어디서 왔는지 모를 더러운 아이.

─ 저주를 받은 아이.


그것이 미츠자네가 동네 어른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불려오던 소문이었다. 부모들은 제 아이들을 미츠자네와 떨어뜨려 놓기에 바빴다. 작고 몸이 약했던 미츠자네는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 일 수였다. 그나마 심한 장난이나 어른들의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미츠자네가 장로의 아들이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난 후, 미츠자네는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동네 아이들에게 돌을 맞은 상처보다 배척당하는 상처를 더 깊게 안고 아무도 없는 들판으로 나가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을 때, 아이들의 소리가 났다.

여기까지 자신을 쫓아온 걸까, 아니면 자기들 끼리 놀러온 걸까. 전자라면 빠르게 도망쳐야 했고 후자라면, 후자라 해도 미츠자네는 그들과 엮일 수 없었다. 같이 놀아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놀림을 받거나 돌을 던지지 않는 것 만으로도 안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츠자네는 그 아이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자, 서둘러 자리를 뜨는 쪽을 선택했다. 오늘 돌에 맞은 것에 대해서 젊은 장로가 된 형에게 무어라 변명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어? 이런 곳에 사람이 있어!”

“야! 코우타!! 우리 다른 곳으로....”


다른 아이들이 미츠자네를 알아본 모양인지 코우타라 불리는 나무칼을 찬 소년을 불렀지만, 코우타는 황급히 들판을 벗어나 숲으로 향하는 미츠자네의 뒤를 따랐다. 미츠자네는 작고 체력이 약했기에 금세 코우타에게 붙잡혔다.


“나는 집으로...!”

“저기, 이름이 뭐야?”


이 마을에 살면서 자신이 존재를 모르는 사람도 있던가. 미츠자네는 코우타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입술을 짓이겼다.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중에 코우타가 말했다.


“내 이름은 카즈라바 코우타! 이 마을에 온지 며칠 밖에 안되서 모두를 잘 몰라.”


미츠자네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순수한 호의로 다가오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 사귄 친구가 생긴다는 사실에 미츠자네가 눈시울을 붉혔다.


“미츠자네.”

“그렇구나. 잘 부탁해!”


코우타가 해맑게 웃으면서 손을 뻗었다. 들판에 지기 시작하는 저녁노을처럼 붉고 밝은 사람이었다.




카즈라바 코우타는 이곳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먼저 손을 뻗으며 환하게 웃어주는 사람이었다. 어디라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 미츠자네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은은하게 빛나던 책모양의 아이콘은 빛을 잃었다. 맞은편에 있던 새가 날아 올랐다. 오늘의 저녁식사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03.

헬헤임 숲의 경계는 마치 누군가 일부러 꾸며놓은 정원 같았다. 생기를 잃어 거무틱틱한 고목은 한 그루인지 여러 그루로 되어 있는지 구분하기도 힘든 형체를 갖고 있었다. 그곳을 억지로 파고들어 헤집은 것 마냥 생긴 길이 보였다. 이 나무를 넘어 서면, 그곳은 마족이 사는 곳 헬헤임이 분명했다.

분명 처음으로 오는 곳일 텐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헬헤임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미츠자네를 끈덕지게 잡아서 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생소하면서도 익숙하고 편안한, 기묘한 감각에 휩쌓였다.


“가자! 밋치!”

“아, 네!”


머뭇거리는 미츠자네가 코우타의 뒤를 따랐다. 코우타와 함께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코우타도 마을에서 소문난 전사이다. 코우타를 따라 가면 그 어떤 마족이 나타나도 무섭지 않을 것이다. 친형보다 더 든든한 아군이기 때문이었다.


“밋치!”


갑자기 등짝을 때리는 손길에 미츠자네가 깜짝 놀라서 몇 발자국 앞으로 쏟아지듯이 고꾸라질 뻔 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코우타가 미츠자네를 향해 웃고 있었다.


“뭘 긴장하고 그래? 뭐, 나도 긴장이 되긴 하지만... 우린 할 수 있을 거야!”

“... 네.”


코우타의 말이 맞을 것이다. 분명 긴장을 해서 그런 것이 분명하다. 의문점이 가득한 캐릭터 시나리오를 본 탓일지도 모른다. 친숙하면서도 처음 보는 광경은 집에서 눈을 뜨고 로브를 입은 타카토라를 보았을 때도 느꼈던 감정이니까.

마음을 다잡은 미츠자네가 코우타의 뒤를 따랐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동물이라고 보기에는 괴기한 형태의 마물들이 튀어나왔다. 앞서서 싸우는 코우타의 뒤에서 활사위를 겨누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활을 만져본 적이 없는데, 평생 만져왔던 것처럼 손에 감겼다. 코우타에게 접근해 오는 마물들을 하나씩 쏘아 죽였다.

숲의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미츠자네의 이성은 더 이상 깊게 들어가면 안 된다고 부르짖고 있었지만, 마음속 어딘가의 본능은 달콤한 목소리로 미츠자네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끝에 도착하면 네 비밀을 알 수 있을 거야.’ 그 말의 이끌림에 따라 미츠자네는 발걸음을 옮겼다.


“코우타 형!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에요.”


귓속말을 하는 것 같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오른쪽 편의 길에서 더 크게 들려왔다. 분명 이쪽일 것이다. 틀림없다. 가까이에 갈수록 미츠자네의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조금씩 크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수많은 마족들을 코우타와 함께 베어 넘기며 이 둥지의 주인의 앞에 도착했다.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것 같이 생긴 발록이 코우타와 미츠자네에게 돌진했다. 이것이 꿈이라 가정했을 때, 코우타는 미츠자네가 현실에서 알던 코우타와 똑같은, 혹은 그 이상의 체력과 힘을 갖고 있는지 쉴새없이 몰아붙였다.

발록도 마족이고 마물이긴 하나 결국은 같은 생물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코우타를 돕던 미츠자네가 지치기 시작한 발록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그것을 귀신같이 알아차린 코우타가 더 발록의 주위를 끌었다.

숨을 한번 들이 마시고 꾹 참은 상태로 놓은 화살이 급소를 맞추었다. 발록의 강한 한 방을 가까스로 막아 튕겨나가던 코우타가 웃었다. 미츠자네가 단번에 달려가서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꺼냈다. 성인식의 증표인 마족의 뿔을 베어내고 코우타가 있는 쪽을 향해 웃어 보였다.

치열하게 싸운 흔적이 남은 코우타도 미츠자네를 향해 웃었다. 미츠자네는 코우타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어서 코우타를 일으켜 세우고 빨리 이 이상한 숲을 벗어나가고 싶었다. 이곳의 공기가 여전히 미츠자네를 휘감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코우타 형, 저희도 이제 어엿한 성인이....”

“밋치, 뒤를 봐!”






#04.

미츠자네가 반응하기에는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두 사람이 방심한 틈을 타서 발록이 일어선 것이다. 마지막 힘을 짜내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던 발록을 발견한 코우타가 황급히 검을 던졌다.

깊게 박힌 코우타의 검은 발록의 몸에 꽂혔다. 터진 물주머니처럼 피가 뿜어져 나왔다. 마족의 피를 뒤집어 쓴 미츠자네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숲에 들어오면서부터 느껴졌던 것들을 이제야 직감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숲이 미츠자네를 부르고 있었다. 숲이 미츠자네를 이끌어 온 것이다. 성인식이 아니더라도 미츠자네는 이 숲에 닿았을 것이다. 모든 것을 알게 된 미츠자네의 눈이 붉게 변했다. 겨우 숨을 토해낸 미츠자네의 목소리는 원래의 맑은 목소리와 다른 소리가 났다.


“밋...치...?”


조심스럽게 불러오는 코우타의, 순수해 빠진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인간은 겁이 없다. 호기롭게 새끼손가락만도 못한 마물들을 베어내고 자신들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제 분수도 모르는 자들이 아니던가.


“밋치? 그 바보 같은 이름은 나를 말하는 건가?”


갈라지는 목소리와 붉게 빛나는 눈동자를 제외하면 분명 코우타가 알던 미츠자네의 모습이었다. 거만하게 웃는 얼굴은 지금껏 코우타가 본 적이 없는 표정이었다. 코우타가 놀라서 침을 삼켰다.

미츠자네는 스스로가 마을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간이 아닌, 마족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절대 멸망시키지 못하는 절대적인 힘과 권력을 가진 존재. 본디 이 세상의 주인이었어야 마땅할 존재이다.

붉은 눈의 미츠자네가 당혹스러운 얼굴의 코우타를 바라보며 웃었다. 괴기스러운 웃음소리가 숲의 입구까지 울리는 듯 했다.





너무너무너무 즐거웠습니다 히히

'가이무 > - 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론+포도] Ambitious  (0) 2016.05.31
메론&포도 셀프 카메라  (0) 2015.12.27
오버로드 미츠자네  (0) 2015.08.23
稀望  (0) 2015.07.26
헬헤임 프로젝트  (0) 2015.05.09
Comments